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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영화를 음미하기 위한 준비, 제14회 전주영화제 추천작
2013년 4월 22일 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될 190편의 영화 중 어떤 영화를 봐야할지 고민된다면, 우선 인간 내면의 심리상태를 집요하게 다룬 거장들의 작품이 가장 무난할 선택이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꾸준히 엿볼 수 있었던 전주영화제의 안목을 믿어보는 것이다. 올해 전주에서 선보일 한국영화들은 청춘의 아픔과 고뇌를 다양한 장르로 접목한 시도가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발리우드가 인도영화의 전부라 믿는 관객들에게 발리우드 이외 지역의 영화들이 인도영화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려줄, 폭넓은 스펙트럼의 인도영화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거장의 손길

영화제 프로그램을 선별할 때 가장 눈이 가는 건 거장들의 신작일 것이다.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영화들, 게다가 많은 정보를 취할 수 없는 신작들 틈바구니에서 거장들의 신작은 영화 선택을 용이하게 해주고, 실패의 확률을 줄여준다. 올해 전주를 찾은 거장들의 신작을 살펴보면 인간 내면에 감춰진 심적 요동을 카메라로 담은 작품이 많다. 종교인의 숨겨진 광기, 수감자의 드러나지 않는 고뇌, 정신병원에서 말년을 보내는 예술가의 아픔 등이 거장의 손길로 표현된다.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더 마스터> <에브리데이> <까미유 끌로델> <센트로 히스토리코>)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더 마스터> <에브리데이> <까미유 끌로델> <센트로 히스토리코>)
<더 마스터>(2012 / 미국 / 137분 / 월드시네마스케이프)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 주연: 호아킨 피닉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4/27 20:00 전북대문화관, 5/1 20:00 전주시네마 1관

Synopsis-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후 사회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프레디(호아킨 피닉스). 그는 신흥종교 교주인 랭케스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를 만나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치료받고 포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더 큰 폭력과 상처를 만들기 시작한다.

View point-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전작에서 인간 내면의 광기를 스크린에 투영했던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연출이 빛나는 작품. 작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인 은사자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남우주연상을 공동수상했던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 대결도 관심을 모으기 충분하다.

<에브리데이>(2012 / 영국 / 85분 / 월드시네마스케이프)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 주연: 존 심, 셜리 핸더슨
4/27 17:00 CGV 전주 3관, 4/2 20:30 전주시네마 5관, 5/2 11:00 CGV 전주 3관

Synopsis- 마약 밀수로 체포되어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안(존 심). 이안의 가족들은 그의 복역기간 5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감옥살이가 언제 끝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한 수감자와 그 가족들의 무료한 일상이 계속된다.

View point- 마이클 원터바텀 감독은 <관타나모로 가는 길>에서 선보였던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 수감자와 그 가족들의 비애와 소소한 사건을 건조하게 다룬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담아냈을지 궁금함을 자아낸다. 이안 역을 맡은 존 심은 영국 드라마 ‘닥터후’ 시리즈에 출연했다. 드라마 팬이라면 스크린에 비춰진 그의 얼굴이 더욱 반가울 것이다.

<까미유 끌로델>(2012 / 프랑스 / 97분 / 월드시네마스케이프)
감독: 브루노 뒤몽 / 주연: 줄리엣 비노쉬, 드니 포달리데스
4/30 20:00 CGV 3관, 5/2 14:00 CGV 3관

Synopsis- 로댕과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줄리엣 비노쉬).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로 가득한 까미유 클로델은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그는 시인이자 극작가인 동생 폴 클로델의 방문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View point- <휴머니티>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던 브루노 뒤몽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의 명성과 더불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건 까미유 클로델의 말년을 연기한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 <까미유 끌로델>(1988)에 출연했던 이자벨 아자니를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줄리엣 비노쉬의 연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센트로 히스토리코>(2012 / 포르투갈 / 96분 / 월드시네마스케이프)
감독: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페드로 코스타, 빅토르 에리세, 아키 카우리스마키 / 주연: 마리아 파티마 바라가 리마, 알린도 페르난데스
4/27 10:30 메가박스 4관, 4/28 20:30 전주시네마 5관, 5/1 11:00 메가박스 4관

Synopsis-손님 없는 식당의 외로운 주인, 혁명에 실패한 후 미쳐버린 대위, 과거의 명성이 퇴색한 공장, 할 일 없는 관광 가이드는 포르투갈의 탄생지 구이마레에스에 살고 있다. 영화는 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따라 포르투갈의 근대사를 되짚는다.

View point-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페드로 코스타, 빅토르 에리세,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 이 한 영화에서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항해 시대에 유럽의 중심이었던 포르투갈이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한 네 편의 이야기는 포르투갈의 역사를 단편적이나마 알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한국영화의 가능성

그동안 전주영화제는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주력해왔다.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장편영화는 청춘들의 현실을 극화하는데 주력한다. 판타지를 삽입해 청춘들이 겪을 수 있는 사랑과 이별을 솔직담백하게 담거나,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도입해 꿈을 향해 도전하는 청춘의 삶을 얘기한다. 다큐멘터리는 과거와 달리 조선족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들의 삶터가 된 가리봉동, 전시 행정으로 물의를 빚은 서울시 신청사 등 공간에 집중한다.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환상속의 그대> <힘내세요, 병헌씨> <가리봉> <말하는 건축, 시티:홀>)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환상속의 그대> <힘내세요, 병헌씨> <가리봉> <말하는 건축, 시티:홀>)
<환상속의 그대>(2013 / 한국 / 110분 / 한국경쟁)
감독: 강진아 / 주연: 이희준, 이영진, 한예리
4/27 20:00 메가박스 6관, 4/29 17:00 메가박스 10관, 5/3 11:30 메가박스 9관

Synopsis-연인 혁근(이희준)과 차경(한예리), 그리고 남몰래 혁근을 사랑해왔던 차경의 친구 기옥(이영진). 차경이 세상을 떠나고 혁근은 슬픔에 잠긴다. 기옥은 혁근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가까워진다. 어느 날 혁근과 기옥의 환상 속에 있던 차경이 현실에 나타나고 이들은 서로 사랑과 이별을 맞이한다.

View point- <환상속의 그대>는 단편 <백년해로외전>으로 사랑과 이별의 기억에 대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강진아 감독의 첫 장편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희준, 이영진, 한예리의 조합이 기대된다. 참고로 예매 32초 만에 매진된, 올해 전주영화제 화제작 중 한 편이다.

<힘내세요, 병헌씨>(2013 / 한국 / 93분 / 한국경쟁)
감독: 이병헌 / 주연: 홍완표
4/26 14:00 메가박스 10관, 4/29 14:00 메가박스 4관, 5/2 17:00 메가박스 7관

Synopsis-영화감독을 꿈꾸는 병헌(홍완표)은 고된 연출부 생활을 마감하고 입봉 준비를 위해 시나리오를 쓴다. 신인 감독의 준비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방송국 PD는 병헌의 일상을 취재한다.

View point- 영화 제작 작업의 고충을 자조적인 코미디로 승화시킨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자연스러운 스타일, 유쾌한 코미디를 적절히 혼합한 감독의 연출력이 강점이다.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가리봉>(2013 / 한국 / 85분 /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감독: 박기용
4/27 20:00 메가박스 10관, 5/1 11:30 메가박스 8관

Synopsis-조선족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들이 주로 모여 사는 가리봉동. 그곳에서 터전을 일궈가는 이들의 삶을 가감 없이 카메라로 담는다. 그리고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드러낸다.

View point- 다큐멘터리 <무빙>에 이어 또 한 번 전주를 찾은 박기용 감독의 신작이다. 공간이 변모하는 순간과 이후 변화된 모습을 집요하게 카메라에 담는 감독의 연출력은 이번에도 발휘된다. 공간의 표정과 현장음의 조합이 진한 여운을 남기며 가리봉동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2013 / 한국 / 120분 /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감독: 정재은
4/28 20:00 CGV 전주 3관, 4/30 11:00 메가박스 6관

Synopsis-서울시 신청사를 짓는 과정을 추적한다. 도시 미관을 바꾸려는 정치가의 야심과 보좌하는 관료들의 행정편의주의가 건축 디자인과 설계, 시공 단계에서 얼마나 큰 충돌을 빗는지 생생하게 담은 작품이다.

View point- 故 정기용 건축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에 이은 정재은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다. 전시 행정을 꼬집는 동시에 문화공공재로서의 올바른 건축을 말하는 작품이다. <말하는 건축가>를 미리 본다면 이번 다큐멘터리를 관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채로운 인도영화

이제까지 인도영화는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즐비한 발리우드영화가 전부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도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모두 발리우드영화는 아니다. 발리우드영화에 가려 빛을 못 본 인도영화가 더 많다. 올해 전주영화제는 ‘비욘드 발리우드: 인도영화 특별전’을 기획, 비 발리우드영화를 소개한다. 인도영화의 진정한 재미를 얻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 물론 발리우드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을 위한 섹션도 마련된다. 이례적으로 ‘불면의 밤’ 섹션에서 졸음을 몰아낼 흥겨운 세 편의 발리우드영화를 상영한다.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자가사미의 말> <샤히드> <하나는 나, 하나는 너> <돌격 라토르>)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자가사미의 말> <샤히드> <하나는 나, 하나는 너> <돌격 라토르>)
<아자가사미의 말>(2011 / 인도 / 115분 / 비욘드 발리우드: 인도영화 특별전)
감독: 수신디란 날루사미 / 주연: 아푸쿤티
4/26 11:00 전북대문화관, 4/27 20:00 전주시네마 1관, 4/29 17:00 전주시네마 1관

Synopsis-축제를 위해 만든 목마가 사라지자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목마를 만들기 위해 열을 올린다.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은 신의 이름과 같은 아자가사미(아푸쿤티)의 말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거짓말처럼 말이 없어지고 아자가사미는 마을 사람들을 의심한다.

View point- <아자가사미의 말>은 2012년 인도 전역을 강타한 최고의 흥행작이다. 발리우드와는 다른 형식과 코미디를 선사하는 타밀어권 영화다. 백마 한 마리가 발단이 되어 마을 전체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는 내용은 억지스럽지만 유쾌하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샤히드>(2012 / 인도 / 123분 / 비욘드 발리우드: 인도영화 특별전)
감독: 한살 메타 / 주연: 라지 쿠마르 야다브
4/26 20:00 메가박스 10관, 5/1 14:00 메가박스 6관, 5/2 17:30 전주시네마 5관

Synopsis- 인도 정부는 1993년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 소탕작전을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샤히드(라지 쿠마르 야다브)는 정부의 강경정책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살생을 막기 위해 정부를 향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View point- 흥겨운 발리우드영화가 아니다. <샤히드>는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분쟁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 드라마다. 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와 싸움을 벌이는 변호사 샤히드의 고뇌가 잘 담겨있는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한 살 메타 감독은 올해 전주를 직접 찾는다. 영화를 보고 궁금한 게 있다면 GV(관객과의 대화)에 동참할 것을 추천한다.

<하나는 나, 하나는 너>(2012 / 인도 / 113분 / 불면의 밤)
감독: 샤쿤 뱌트라 / 주연: 이므란 칸, 카리나 카푸르
4/26 24:00 전북대문화관, 4/30 14:00 전주시네마 1관, 5/2 14:00 전주시네마 1관

Synopsis- 부모의 지나친 기대가 부담스러운 라울(이므란 칸). 실업자가 된 라울은 점점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밝고 친절한 라이나(카리나 카푸르)를 만나게 된 라울은 점점 닫힌 마음을 열게 된다.

View point- <하나는 나, 하나는 너>는 전형적인 발리우드영화로 흥겨운 음악과 춤, 그리고 밝은 분위기가 가득한 작품이다. 인도의 젊은 배우들 중 최고의 발리우드 댄서로 평가받고 있는 카리나 카푸르가 주연을 맡았다. 그녀의 흥겨운 춤과 노래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영화다. 또한 인도영화로는 비교적 짧은 113분의 러닝타임도 장점이다.

<돌격 라토르>(2012 / 인도 / 143분 / 불면의 밤)
감독: 프라부 디바 / 주연: 악쉐이 쿠마르, 소나크시 신하
4/26 24:00 전북대문화관, 4/28 17:00 전주시네마 1관, 4/30 17:00 전주시네마 1관

Synopsis- 과거의 실수를 덮고 사랑을 되찾으려는 남자.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사랑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일은 계속 꼬여만 가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간다. 그는 최후의 결단을 내리고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다.

View point- <돌격 라토르>는 다수의 할리우드영화를 제치고 오랫동안 상영됐던 2012년을 대표하는 발리우드영화다. 영화의 흥행 요인 중 하나는 1인 2역을 맡은 악쉐이 쿠마르의 연기. 그의 유쾌하고 재기 넘치는 연기는 영화의 흥을 돋운다. 발리우드 음악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던 삽입곡 ‘친타 타 타 치타 치타’가 귀를 즐겁게 한다.

2013년 4월 22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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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i1015
인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뎅...다채로운 축제가 될듯해요~   
2013-05-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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