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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재미?난 풍경 및 '애정영약' 리뷰 | 2003년 7월 12일 토요일 | 부천=서대원 이메일

영화제는 무릇, 늘 이야기해왔지만 영화와 시민과 영화인이 한데 모여 왁자지껄 흥겹게 노는 일종의 축제다. 그러기에 그 주변에는 항상 이 카니발을 온 몸으로 체험하며 즐기려고 이곳저곳에서 입성한 이들의 시선을 잡아채고자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돼 있다. 물론, 그곳에는 또 행사에 묻힌 그 무엇도 있거니와 행사에 관련 없이 일상적인 풍경으로 자리한 존재들도 묵묵히 자리 한켠을 차지하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감각 기관이 초특급으로 오픈돼 있지 않다. 해서, 본 기자 좌삼삼 우껄떡하며 여기저기 촉각을 곤두세우며 싸돌아 다녀봤다. 볼만한 거리를 찾아서 말이다. 물론, 본의 아니게 포착된 풍경들도 상당히 많았다. 여튼. 그 중에 몇 가지를 추슬러 여기 올리니 가벼운 마음으로 쭉 한번 일별해 보시길 바란다.

▶ 보는 이들의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도우미 언니

자 어떠신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충만된 그 무엇이 뜨겁게 치고 올라오지 않는가! 그렇다, 저 도우미 언니, 사정거리 100m 안에서부터 세대차이의 벽을 허물고 수많은 남정네들의 눈길을 단박에 포박했던 분이다. 시원스런 깜장 복식으로 한껏 멋을 뽐낸 이 언니는 8월에 오픈할 CGV 부천관 홍보를 위해 몸소 복사골에 왕림하신 분이다. 결국 마음이 동한 본 필자, 소심하기로 소문난 인물이기에 사진 한방 찍자고 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우리의 인라인 스케이트로 기동성을 유지하며 선전문구가 새겨진 부채를 나누어 주던 이 도우미 언니는 섹시함 속에 감춰진 아기자기한 자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멋들어진 포즈를 스스럼없이 취해줬다. 정말 깜찍하지 않으신가? 필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던지시는 모습이. 이 언니를 알현하고자 하는 분들은 복사골 정문 앞에 나란히 나란히 위치한 부스 존으로 가보시면 된다. 참고로 무지하게 싹싹하시다.

▶ 단돈 3000원에 수라상이 나갑니다

솔직히 없는 돈, 있는 돈 다 끌어 모아 영화 보러 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 영화에 굶주린 당신, 영화 본다고 허기마저 채워지는 것은 아닐 게다. 그러기에 조금이라도 싸고 맛나는 음식점 없나 두리번거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걱정 쌈싸 드시라! 해결책은 여기 있다. 바로 복사골 문화센터 현장판매 뒤 쪽에 위치한 식당이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뷔페로 마련된 음식 딸랑 3000원이다. 국수는 한 번 말아먹는데 천원이고. 직접 방문해 시식해본 결과 아주 만족스러웠다. 괴기도 있고 김치도 있고 국도 있고 생선도 있고 콩나물도 있고 그 외 등등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밥과 반찬, 여러분들 용량에 맞게 마구 퍼다 드실 수도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다리품 팔며 멀리 가시지 말고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심이 두루두루 좋을 듯싶다.

▶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

필자, 몸 안의 찌든 노폐물을 말끔히 배설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자 자연이 부르지 않았음에도 화장실을 찾아 노란 물 투척 중 뜻하지 않은 촌철살인적인 문구를 보고 그만 닭똥 같은 눈물을 동시에 투척하고 말아버렸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경구였다. 서서쏴들의, 즉 남자들의 생식기 구조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짚어준 실례라 아니 할 수 없는 문구라 사료된다. 게다가, 남자는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선인들의 격언을 빌려와 정조준이 매우 지난한 서서쏴들의 수치심을 해학미로 감싸 안으며 지적함으로써 깨끗하고 청결한 화장실 위생문화에 남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경구를 감상하고자 하는 분들은 송내역 바로 오른 쪽에 위치한 씨네 올 복합관 9층 화장실을 이용하시면 된다.

▶ 프레스 센터

신속하고 정확하게 기사를 기자들이 본사로 송고할 수 있도록 영화제에서 마련해준 프레스 센터다. 컴퓨터가 몇 대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즘은 웬만하면 다들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기에 그다지 많은 PC가 요구되지 않는다. 물론, 프레스 역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기에 기사와는 상관없이 그냥 심심해서 인터넷 하러 오는 기자도 있다. 솔직히, 말이 '프레스 센터'지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의 모든 프레스 센터는 PC방과 비교하자면 PC방이 섭섭해할 정도로 시설이 그곳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할 수 있다.

▶ 필자의 심기를 심히 건드린 여자 분의 남친

아까 서두에서 소개 드렸던 도우미 언니 사진 촬영시 옆에서 쉼 없이 그녀를 찍어대던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양동근스런 인상을 지닌 이 친구의 정체가 궁금해 잠시 담배를 피우며 말을 걸어본 결과, 영화를 즐기러 온 임양훈이라는 학생이었다. 한데, 바로 지척에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생각날 정도로 단발머리 찰랑찰랑의 아리따운 애인이 있는 것이 아니던가?. 알고 보니 서로 자유방임주의 연애질 스타일이라 약간의 한눈파는 것쯤은 이해들 한단다. 거침없이 연상연하 커플이라 자신들을 소개한 이 부럽기 짝이 없는 친구들은 올해 처음으로 부천을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피판하면 뭐가 생각나냐는 질문에 "이질적이고 뭔가 색다른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라고 답했고, 이어 "<애정영약>과 <쇼브라더스 회고전>이 무척 기대된다"는 묻지도 않은 항목의 답까지 알아서 덧붙였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는 이 커플 "심야상영을 즐길 예정"이라 했다. 그 이유를 묻자 여자 분이 "커플한테는 심야상영이 딱이죠! 아시잖아요?........." 등등 혈혈단신인 필자의 심기를 심히 건드리는 멘트를 거침없이 발언, 짤 없이 사진 편집됐다. 사실은, 찍어놨던 이 두 분의 사진이 필자의 실수로 날아가 버렸다. 정말 죄송하다. 어쨌든, 남은 기간 동안 영화도 연애도 화끈무쌍하게 즐기시길 바라며 인터뷰에 응해준 점 머리 조아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 초록은 동색이라드니 정말 그렇다

처지나 상황이 비슷한 위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이게 돼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 한자 풀이가 아닌 그냥 불렀을 때의 어감을 살려 생각해보노라면 위 이미지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망졸망 횡대로 쭉 앉은 이 분들은 여느 해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영화제의 자원활동가들이다. 이들을 상징하는 티는 매년 색깔을 달리하고 올해는 위의 색깔과 같다. 부천시민회관 분수대 앞에서 저들이 저렇게 등짝을 일사불란하게 디스플레이하며 나란히 같이 앉아 있는 이유는 놀기 위함이 아니라 어떤 일을 진행시키고자 붙어 있는 것이다. 혹, 부천에 올 일이 있어 이들을 본다면 수고한다는 인사말 한마디만 그들에게 해주길 바란다. 무보수로 일하는 봉사가들이니만큼 그러한 격려야말로 그들에겐 엄청난 힘이 된다.

*리뷰는 바로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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