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한마디! 일본 ‘혐오표현금지법’ 이끌어낸 전직 야쿠자 <카운터스>
2018년 8월 1일 수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꽃 기자]
<카운터스>(제작: exposed Film) 언론시사회가 8월 1일(수)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이일하 감독과 일본인 출연진 이토 다이스케, 시마자키 로디가 참석했다.

<카운터스>는 일본 내 소수자를 향한 혐오 발언과 시위가 갈수록 극렬해지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대항해온 시민 주도의 ‘카운터 운동’을 다룬다. 2013년 일본 작가 ‘노마 야스미치’에 의해 처음 시작돼 SNS를 기반으로 조직된 운동은 일본의 혐오 세력에 맞서는 ‘대항자’(Counters)를 의미한다. 일본 민주당 ‘아리타 요시후’ 의원에 의해 발의된 ‘혐오표현금지법’이 제정된 2016년 5월까지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영화가 집중하는 건 육탄 방어 등 법의 허용을 넘어서는 과격한 방법으로 ‘카운터 운동’에 참여한 전직 야쿠자 ‘다카하시’와 무력조직 ‘오토코구미’(男組)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우익 성향이기도 한 ‘다카하시’는 정직과 도덕을 진보 운동의 ‘기본 자질’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독특한 이력을 남긴 인물이다. 이후 오키나와 소수자 차별 반대 운동에 투신하다가 최근 병사했다.

<카운터스>는 2000년부터 18년간 일본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한 이일하 감독의 신작이다. 2016년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카운터스 행동대>에 ‘혐오표현금지법’ 실행 이후의 일본 상황을 더했다.

이일하 감독은 “18년간 일본에서 살았고 방송국에도 취직했지만 (대놓고) 나를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걸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재특회’(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가 등장한 후에는 일본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죽여라’든지 ‘바퀴벌레 한국인은 돌아가라’라는 말을 도로 같은 공개적인 곳에서 표현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도쿄 신오쿠보에 있는 큰 한국 슈퍼에 라면을 사러 갔다가 ‘헤이트스피치’와 실제로 마주하게 됐는데, TV나 잡지 혹은 인터넷으로만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연출 취지를 밝혔다.

‘헤이트스피치는’ 특정 인종,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타인에게 가하는 혐오 발언 일체를 뜻한다.

그는 “법이 생긴 이후 (공개적인) 헤이트스피치의 규모는 굉장히 작아졌지만 (누군가를 혐오하는) 근본적인 마음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터넷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 ‘일베’가 있듯 일본에도 ‘투채널’(2ch) 이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특히 그곳에서 한국인과 소수자를 향한 굉장한 비하 발언과 욕설을 접할 수 있다. 인터넷과 유투브를 위주로 활동한 ‘재특회’의 영향으로 가짜 뉴스를 접한 젊은이들이 우경화되었고, 심각한 혐오의 말을 쏟아붓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역시 난민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관객에게 과연 당신 마음 안에는 혐오가 없는지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운터스’의 일원으로 영화에 출연한 사업가 이토 다이스케는 “<카운터스>는 우리가 몇 년에 걸쳐 싸워온 기록에 대한 영화다. (감독 말대로) 법 제정 이후 헤이트스피치의 숫자는 줄었지만 그만큼 ‘카운터’도 줄었다. 일본의 인권의식이 다소 낮은 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일본의 시민의식이 조금 더 깨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운터스’의 또 다른 일원이자 이일하 감독의 작품을 사진으로 담은 시마자키 로디는 “2013년부터 ‘카운터 운동’을 시작한 우리의 가장 큰 업적은 ‘헤이트스피치’라는 말을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짚었다.

<카운터스>는 광복절인 8월 15일(수) 개봉한다. 이후 일본에서 개봉할 계획이다.

● 한마디
- ‘결함 없는 사람’만 사회 진보 운동의 자격이 주어지는 건 아니라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통찰 끝에, ‘결함 없어 보이는’ 누군가에 대한 짤막한 돌직구까지.
(오락성 6 작품성 6)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8년 8월 1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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