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주인공 ‘아야’의 캐릭터가 독특하더라. 뿔처럼 뾰족하게 세운 머리, 걸핏하면 튀어나오는 삼백안이 지브리에서 자주 봐오던 예쁜 그림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성격도 그렇다. 앞에선 다정한 말로 어른들을 구슬리고, 뒤에선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도록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현재 일본에는 노인이 많고 아이들은 적다. 이 아이들은 후에 많은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힘든 세대다. 작중 ‘아야’가 처한 상황이 지금의 일본 사회와 비슷하다. ‘아야’는 마법사 부부에게 입양되는데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이 어른 두 명을 상대하며 집안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야’가 전형적인 착한 아이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얻어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가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청년세대가 ‘아야’처럼 어른을 조종해서라도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지브리 최초의 풀 3D CG 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간 2D만을 고집해오던 지브리에겐 큰 도전이었을 텐데.
지브리가 아닌 다른 스튜디오와 함께 3D 애니메이션 <산적의 딸 로냐>를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후 지브리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3D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스즈키 토시오 PD도 새로운 도전을 지지했다.
제작 과정에서 고충은 없었나.
풀 3D는 지브리에서도 처음이다보니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작품의 배경이 마법사의 집에 한정돼 있다는 게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내부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3D 팀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풀 3D CG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아마 완성 전까지는 이번 작품이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지 다른 사람들도 감이 안 잡혔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비롯해 많은 분들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들었다. 스즈키 토시오 PD는 속편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는데 나는 좀 시간을 두고 보자고 했다.
<아야와 마녀>는 지브리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제작 시스템 개선을 통해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어떻게 넓혀갈지가 숙제다. 지브리에는 보수적인 부분과 혁신적인 부분이 공존해왔고 나는 계속해서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어갈 거다. 동시에 하야오 감독과 지브리의 다른 감독들은 여전히 2D로 작업 중이다. 즉 2D든 3D든 모두 지브리의 작품으로 봐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싶은 지브리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지브리 설립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고 몇 십 년이 지나도 그 테마가 변하지 않는 걸 보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운명과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어린이의 시각으로 잘 풀어냈다. 특히 영화의 주제를 현재 코로나19 환경과 연결 지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