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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울리는 아빠로 돌아온, <좀비딸> 조정석 배우
2025년 8월 4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언제부터인가 배우 조정석에게 별명이 생겼다. 바로 ‘여름의 남자’. 관객수 942만 명의 <엑시트>(2019)와 471만 명의 <파일럿>(2024),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두 영화가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연달아 흥행에 성공한 까닭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속처럼 코믹 드라마 <좀비딸>로 돌아온 조정석. 이번에는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좀비’인 딸을 지키기 위해 피땀눈물의 고군분투에 나섰다. 전형적인 표현이지만, <좀비딸>을 ‘웃음과 감동 다 잡은’ 영화 같다고 조심스럽게 소개하는 조정석을 만났다. “유리가 너무 착하고 예쁘고 완벽에 가까운 친구라 제 딸도 그렇게 양육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극 중 좀비딸 ‘수아’를 연기한 최유리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 <좀비딸> 이야기에 앞서, ‘여름의 남자’로 불리더라. (웃음) 시사 후 반응이 좋은데, 기대하는 바는 어떤가.
뚜껑을 열어봐야 되겠지만, 시작 느낌은 좋은 것 같다. 배우끼리도 좋은 후기가 있으면 공유하면서 치얼업하고 있다. 개봉 시기를 내가 정하는 것도 아니고, ‘여름의 남자’라는 수식어를 내가 만든 건 당연히 아니지만, 그런 별명이 있다는 자체로 감개무량하다. (웃음) 사실 흥행에 대한 ‘감’은 없다. 잘될 것 같은 영화가 안 될 때도 있고, 그 반대 경우도 있어서 그렇다. 다만 미리 반응을 보고 ‘나쁘지는 않네’ 하는 정도다.

<엑시트>(2019)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임윤아의 <악마가 이사왔다>와 <좀비딸>이 어쩌다 보니 경쟁자로 만났다.
이상근 감독과 윤아라서 만만치 않은 상대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족이나 다름없는 한팀이어서 둘 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윤아와 만나서 이야길 했는데 ‘오빠가 먼저 개봉하니 잘 끌어주면, 우리 작품이 뒤에서 밀고 나가겠다’고 하더라. 극장가가 침체된 분위기에서 끌고 밀고 나가면서 ‘붐업’에 힘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기에 오픈하는 것이 ‘의미 있는 개봉’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이번에도 코믹 드라마인데, <좀비딸>의 어느 면에 끌렸는지.
부성애를 다루는 점이 제일 크게 다가왔고, 이야기가 흡인력 있어서 내가 하고 싶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내가 처음 봤을 때 느낀 재미와 감동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좀비딸>을 보시고 마음 한편 묵혀 두었던 부성애를 물씬 느껴보셔도 좋을 것 같다. 또 좀비라는 소재의 영화가 ‘이런 맛도 있구나’하고 느끼시면 어떨까. 매운 것 같은데 순한 맛, 우리 영화는 좀비를 죽이는 영화가 아니라 살리는 영화 아닌가.

지난해 <파일럿> 인터뷰 당시 10년 후 당신의 모습이 어떨지에 대해 물었을 때, 그때 즈음이면 딸이 중학생이라 여러가지로 재밌을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이번에 또래인 최유리 배우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음… 중학생은 ‘게임을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것 외에는 중학생이라 특별한 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다만 유리가 너무 착하고 예의 바르고 완벽에 가까운 친구였다. 작품에 임하는 태도와 스텝들과의 관계도 너무 좋은 게 현장에서 제일 어른 같아 보이기도. (웃음) 문득 유리 부모님은 어떤 분일지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라, 우리 딸을 유리처럼 잘 양육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한 부성애를 연기했다. 전후 아빠로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있을까.
<좀비딸>을 찍으면서 딸에 대한 부성애가 더 커졌냐고 묻는다면 그렇진 않다.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다. ‘예뻐서 좋아’, ‘착해서 좋아’ 이런 감정이 아니라, 그냥 ‘너라서 좋아’라는 감정 그 자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부성애라는 말이 장착되고 있는 것 같다. 동물이 새끼를 낳고 그들이 핥아주는 게 배워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 본능 아닌가. 부성애 역시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
가정에 충실한 아빠가 되고 싶다. 그게 좋은 아빠인 것 같다. 가정에 충실하면 같이 보내는 시간도 많아지고 그만큼 추억도 많아지지 않겠나. 나중에 내가 나온 작품들도 다 보여주고 싶고. (웃음)

인기 동명 웹툰이 원작인데, 결말 등 원작의 묘미를 잘 살린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솔직히 아쉬운 점은 진짜로 없다. 엔딩이 바뀐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든다. 사실 엔딩은 여러 버전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지금의 버전이 제일 좋다. 원작을 본 분들이 결말이 새드일지 해피일지 궁금해 하더라. 원작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결말을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잘 살린 포인트 혹은 묘미는 정환과 수아가 감염자인척하며 좀비 연기하는 부분, 그리고 정환이 물렸을 때 틀니를 활용한 부분이다. 생각지도 못한 만화 같은 설정을 잘 표현한 것 같다. 또 ‘애옹’이의 활약상도 좋았다. 원작에서는 애옹이가 말을 하는데 이런 부분을 배제하고, 말하지 않는 설정으로도 캐릭터를 잘 부각시킨 것 같다.

<엑시트> <파일럿>에 이어 연이어 코믹 장르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미지 소모 혹은 겹쳐 보이는 데 대한 우려는 없나.
코믹으로만 소비된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인생의 흐름 같다는 생각이다. <좀비딸>은 앞서 말했듯이 아빠로서 부성애를 다룬다는 면이 매우 와닿았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흐름에 맞출 생각이다. 도전과 변신의 노력은 당연하다. 인문학이라는 표현은 너무 거창하지만, 평소에 탐구하는 걸 좋아한다. 인간의 특징이나 본성 등 연구하는 걸 좋아하는데, 특별 출연이지만, <약한 영웅 Class2>에서 ‘최 이사’를 연기하면서 너무 즐겁고 새롭고 도파민이 넘쳤다. 그러면서 역시 ‘연기할 때가 제일 즐겁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실 어떤 역할인지도 모르고 한다고 했던 거였다. 한준희 감독님과 <파일럿> 이야기를 하던 중 자꾸 감독님이 <약한 영웅 Class2>를 이야기하면서 ‘어떤 역할이 있는데 형이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한다고 한 거였다. 갔더니 ‘최 이사’더라. (웃음)

<약한 영웅 Class2>의 최 이사로 시선을 강탈했는데 그런 비하인드가! (웃음) 자타(?) 공인 코믹 고수인데, 코미디의 핵심이나 정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코미디 연기의 정수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코미디는 웃기려고 하지 않을 때 웃음이 나오는 것 같다. 웃기려고 하면 더 안 웃긴 거지. 좋은 아이디어나 기발한 발상을 토대로 한 코믹도, 아주 절묘한 타이밍의 코믹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웃기려고 하면 할수록 웃기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인 것 같다.

전작인 <파일럿>이 원맨쇼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여러 캐릭터가 함께 코믹을 빚어낸 것 같더라.
(조) 여정이가 <좀비딸>을 통해서 기존에 비추었던 얼굴과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친구로서 동료로서 너무 좋다. 또래라 경호, 여정과 평소에 엄청 친하다. 너무나 잘하는 배우분들과 함께해서 촬영하면서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고마운 마음이 크다. 최선을 다해 임해주었고, 무엇보다 이 작품을 선택해 줬다는 데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

정환의 엄마 ‘밤순’(이정은)을 비롯해 친구들(윤경호, 조여정) 모두 은은하게 웃긴 면모가 있는데 호흡은 어땠나.
전반적인 호흡은 극에서도, 유튜브 등 홍보에서도 보이는 그대로다. 우리 단톡방 이름이 ‘좀비 여고동창’이다. 만나면 여고생들 마냥 꺄르르 웃으며 이야기하기 바쁘다고 지은 이름이다. 만나면 밀쉐(밀크쉐이크), 딸쉐(딸기쉐이크) 시켜 놓고 주구장창 떠든다. (웃음) 촬영 때도 우리 모두의 시선이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어서 누가 앞장서고 따라가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빌드업하면 뒤에서 옆에서 치고 나가는 식이었다. 필감성 감독님이 이런 부분을 너무 잘하시더라.

필감성 감독의 전작이 영화 <인질>, 시리즈 <운수 오진 날>로 소위 ‘센’ 작품인데, 이번엔 코미디 장르를 한다고 하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
평소 한 장르를 잘하는 분이라면 다른 장르도 잘하실 거라는 믿음이 있다. 전작이 너무 좋고 뛰어나서 신뢰가 갔다. 미팅하며 만났을 때부터 코미디를 아주 좋아하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코미디를 사랑하는 분이시다.

감독님과 주로 어떤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코미디 씬은 하하호호 너무 재미있게 잘 했는데 감정 씬은 그 수위 조절을 잘 모르겠더라. 내 감정을 어디까지 분출해야 할지, 너무 앞서 나간 건 아닌지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 엔딩 장면, 중간에 옷을 가지러 가는 장면, 놀이동산 장면 등을 찍을 때 정환의 감정이 너무 폭발적으로 올라와서 오히려 힘들었다. 여하간,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끔 잘 배치하고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지, 그 정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씬스틸러 ‘애용’의 활약도 대단했다. 정말, 연기상 줘야 한다. 촬영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원래 이름이 금동이로, 대역 친구가 한 마리 있었다. 동물과 촬영할 때는 그들이 원하는 니즈에 맞춰줘야 해서 츄르를 많이 줬었다. 또 우리가 대기할 때도 귀엽고 사랑스러우니까 츄르를 주며 귀여워하다 보니 점점 체중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생각난다. (웃음) 애용이는 정말 연기를 너무너무 잘했다. 동물이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이 어불성설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직접 완벽하게 적재적소에 표현할 부분을 채워 넣는 것 같았다. 우리끼리 ‘우리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보면서도 놀랍고 감탄했었다! 몇 장면을 빼고는 CG 없이 거의 다 직접 연기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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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4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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