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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5시간은 기본, 김남길이 말하는 넷플릭스 <트리거> 김남길 배우
2025년 8월 12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트리거>는 총이 택배로 배달된다는 파격적인 설정에서 시작하는 넷플릭스 시리즈다. 총기 청정국이면서도 남성의 다수가 총을 다룰 수 있다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현실을 절묘하게 활용한 스릴러 액션물이다. 액션 잘하기로 정평 난 김남길은 이 시리즈에서 전직 특수부대 출신이자 현직 친절한 순경으로 살아가는 ‘이도’ 역을 맡았다. 이도는 전장을 떠돌며 총으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은 인물이지만, 이제는 총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중인데, 연쇄 총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는 다시 총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이도’를 아이러니한 인물이라 말하는 김남길을 만났다. “기본질서를 안 지킬 때 내면의 트리거가 눌린다”고 말하는 그는, 선배가 선배답지 못할 때 화가 난다고도 한다. NGO 단체 ‘길스토리’를 수년째 운영하면서도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것뿐’이라고 겸손함을 표하는 그이다. 팬미팅을 5시간이나 했을 정도로 수다스럽고 소탈한 김남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 머리를 기르는 중인가 보다.
아직 작품 결정은 안 됐지만, 머리를 기르면 캐릭터 활용에 더 좋을 것 같아서 겸사겸사 기르는 중이다. 하반기 촬영이 계획되어 있지만, 콘텐츠 업계 상황이 좋지 않아서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한편으로는 4~5년 동안 계속 달려왔으니, 이제는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실생활도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좋은 면도 있다. 저예산 영화나 콘텐츠도 고려하고 있다.

총이 택배로 배달된다는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설정이다. <트리거>의 어느 면에 끌렸는지.
설정이 참신하다고 느꼈다. 총기와 어울리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지만, 동시에 총기와 묘하게 어울리는 나라 아닌가. 세계 유일의 휴전 국가이고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군 경험을 통해 총기를 다뤄본 나라니 말이다. 총 쓰는 게임 등을 통해서인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총기에 대한 지식이 꽤 깊더라. 이렇게 총기에 대해 빠삭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접할 수 없는 아이러니함이 흥미로웠다. 총기가 허용되는 나라의 시청자가 보면 이 이야기가 하나의 ‘거울’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더라. 반대로 총기가 불법인 나라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같이 다가갈 것 같고. 총기가 단순한 소품이나 액션의 도구가 아니라,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긴장감이나 구조를 반영하는 매개로 쓰인 점도 흥미로웠다.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던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사제 총기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트리거>가 총기를 흥미와 자극 거리로만 소비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안타까운 사건이다. 총기가 합법화된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으니. 결국 <트리거>는 ‘만약 총이 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이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무서운 건, 이런 이야기가 그저 상상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트리거>가 유사범죄에 대한 우려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 시리즈가 전하는 메시지가 그만큼 분명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총기를 반납한다’는 설정으로 총기 사용을 반대하고, 아이들을 위해 절제하고 멈추겠다는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 <트리거>가 이런 의미로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학교 폭력 에피소드나 태움 당하는 간호사 에피소드에서, 소위 ‘빌런’이 살아남는 걸 보면서 답답한 마음 한편으로는 ‘저들이 응징받아야 하는데…’ 생각하는 스스로를 깨닫고 놀라기도 했다. (웃음)
드라마적인 허용치라지만, 일부 인물들이 너무 악랄하게 묘사된 부분도 있다. 아마도 시청자의 트리거를 더 강하게 자극하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간호사 캐릭터의 경우, 병원의 친구에게 물어보니 현실에서 태움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저렇게까지 심하진 않다고 하더라. 그러면 병원 문 닫아야 한다고. (웃음) 부정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를 드러내는 에피소드가 필요했지만, 그들이 단지 사회적 약자라서 혹은 건달 아니면 성범죄자라서 무조건 총을 든 건 아니다. 각자 나름의 억눌린 욕망이나 불만이 트리거가 된 거지. 반대로 권력자 혹은 돈이 많은 사람이 총기 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도’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하고 구축해 나갔나.
‘이도’는 아이러니한 캐릭터이다. 전직 군인이자 스나이퍼 출신으로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군을 지키기 위해 적을 제거해야 하는’ 직업 군인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과 도구는 어떻든 상관없다고 믿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너무 흑백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에 총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게 된다. 이런 아이러니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처음에 총을 다시 들어야 하는 갈등도 있었을 것이고, 총이라는 수단이 주는 무게감을 너무 잘 아는 인물이니 말이다. 사실 편집됐는데, 이도가 성범죄자를 사살한 이후 받는 조사 과정에서 자극적인 대사가 많았고, 여기에 이도가 발끈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런 대사들이 그를 단순한 영웅이 아닌, 복잡하고 인간적인 인물로 만드는 지점인 것 같다. 파출소라는 평범한 곳으로 와서도 총을 들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등 이때 이도는 정말 도망치고 싶었을 거다. 한편으로는 완전히 흑화되어 철저하게 응징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런 선택은 <트리거>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어긋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캐릭터가 답답하면서도 ‘이게 맞는 방향이다’ 싶은 부분이 많았다.

한국은 총이 개입하면 군이 동원된다는 대사가 인상적이더라. 그런데 후반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도 군은 동원되지 않았다.
그 부분이 <트리거>의 메시지와 맞닿는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군이 개입하여 진압하기보다는 시민들이 스스로 정화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지. 언급한 최루가스가 살포되고 서로가 총을 난사하는 상황에서도 ‘원상 복구’ 될 수 있다는 걸, 군의 개입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사람들이 자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모 무술감독이 액션을 제일 잘하는 배우로 당신을 뽑았더라. 팔다리가 길어서인가. 비결이라도. (웃음)
아니, 팔다리가 길면 오히려 허우적거려 보이기 십상이다. (웃음) 선이 잘 살아야 동작이 깔끔해 보이니, 라인을 예쁘게 잡으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그리고 자랑같지만… 그래도 동작을 빨리 배우는 편이다. 액션도 자주 하다 보니 감이 생기더라. 기본적으로 액션은 볼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흐릿한 동작보다는 한 번에 임팩트 있게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고, 무술 감독님과도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조금 더 과감하게 디자인하는 건 있다. 또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보는 사람도 금방 질리니까, 반복되는 액션은 지양하려고 한다. 장면마다 전달하고 싶은 분위기에 따라 디테일하게 접근하고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다.

그간 멋지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배재하는 듯한 인상이더라.
이도는 스나이퍼 출신으로 능력치만 보면 거의 ‘먼치킨’ 캐릭터다. 그럼에도 내가 보여주려 한 부분은 강한 캐릭터가 얼마나 효율적인지가 아니라 절제 속에서 오는 통쾌함이었다. ‘팝콘 무비’처럼 시원한 액션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최소한의 방어만으로 인물의 무게감이 느껴지도록 만들고 싶었다. 예를 들면, 이도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인물을 구하고 난 뒤의 액션 장면에서는 감정이 폭발하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문이 닫힌 상황에서 관객이 ‘이도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를 상상하게끔 연출했다. 이런 자제된 표현이 오히려 더 깊이 있게 전달될 거로 생각했다. 잘 보면 이도의 감정선이 쌓여가면서 액션의 강도와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구조다. 전체적으로 ‘액션을 위한 액션’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썼고, 이도의 액션을 보여주기보다 ‘이도라는 인물은 왜 그렇게 움직일까’를 납득하게 만드는 데 더 집중했다.

‘문백’ 역의 김영광과는 호흡이 어땠나.
문백이 초반에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가벼운 톤을 잘 유지한 것 같다. 액션 연기에 있어서 영광이와 서로 캐릭터의 결을 맞추기 위해 조율했었다. 문백은 성룡 같은 리드미컬하고 자유로운 액션이라면, 이도는 명확하고 정제된 액션으로 톤을 잡았다. 영광이는 전체적으로 신중한 스타일이더라. 내가 혼자 감정적으로 확 치솟아서 동조를 바랄 때도, (웃음) 영광이는 항상 차분하게 중심을 잘 잡는 거다. 그래서 오히려 나와 밸런스가 정말 잘 맞았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나 영광이나 약간 ‘옛날 사람’ 같달까, 필름 시절의 낭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낭만이 한도 초과였던 시절을 지나온 공통점도 있고 말이다. 영광이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나와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었다. 주위 사람에게 금방 물드는 편이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쉽게 휘둘리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더라.

<열혈사제> 시리즈부터 요즘에는 줄곧 정의로운 캐릭터를 맡아 왔다. 문백 같은 이중적인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없는지.
예전에 이중적인 면이 있는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요즘에는 캐릭터 자체가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아도 한 가지 색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 예전이었다면 문백 캐릭터가 욕심 났을 거다.

몰입감있게 시작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전체적인 밀도가 떨어지는 인상이다.
에피소드 구성은 전반적으로 탄탄하게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 위해 다양한 버전을 시도해봤고, 그중 지금의 버전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8부와 9부에서는 밀도가 다소 떨어지고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10부에서는 감정과 메시지를 잘 정리하며 매끄러운 마무리를 했다고 본다.

가벼운 질문인데, 당신은 언제 트리거가 당겨지는지.
음… 큰일보다 기본 질서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화가 난다. (웃음) 공시생 에피소드처럼. 또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혹은 안 하고 숨는 걸 싫어한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공동체 의식이 중요한 분야인데, 목소리를 낼 만한 위치에 있는 분이 안 내면… 개인적으로 그간의 삶과 직업적인 분야에 대해 필요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심화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확연해지는 게 나이를 먹는 과정, 한마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선배일수록 주역일수록 양보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양보한다고 해서, 극 중 내가 잘 보이지 않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연들이 잘 보이게 해주는 것이 주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 돋보이려고 한다면 주인공 반납해야지. (웃음)

문화 콘텐츠 업계가 힘든데, 문화예술 NGO 단체인 ‘길스토리’를 운영하면서 젊은 예술가 지원이나 캠페인 등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대중문화를 하는 사람인 만큼, 받은 사랑을 다시 사회에 영향력 있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자립준비 청년’들을 만나면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늘 감탄하게 되더라. 그 친구들에겐 기댈 어른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기도 하고, 더 안타까운 건 이 친구들이 너무 많은 눈치를 본다는 거다. 안 그래도 될 나이인데도, 나이에 맞게 성장하기보다는,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조심스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작으나마 이들이 다른 이유로 꿈을 잃지 않도록 돕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 친구들이 ‘성공’이라는 단어에 가까워지거나, 자신만의 궤도에 올라섰을 때, 본인이 받았던 도움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내 본업이 배우이다 보니 바쁘면 잘 못할 때도 있고, 늘 완벽하게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고 싶다.

팬미팅을 5시간이나 했다고. 게다가 평소 친한 주지훈, 윤경호랑 누가 제일 수다쟁인지 서로가 서로를 지목한다고! (웃음)
그들의 기록과 기억이 왜곡돼 있어 말을 못하겠다. (웃음) 팬미팅의 경우, 오해다. 내가 5시간 동안 말로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이벤트도 있고 또 이벤트를 하다 보면 소감을 이야기하게 되고 그러다 고양이, 부모님, 다른 배우들 이야기까지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그래도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듯이 늘 떠들게 된다. 집에 가서 부모님을 깨워서 ‘팬미팅 했는데…’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하고. 아니면 팬레터 읽다가 괜히 긁히기도 하고 혼자 좋아하기도 하고 여튼 그렇다. 하하하.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8월 12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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