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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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 뮤지컬의 성공 신화를 스크린으로 확장한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이 관객을 만난다. 무대에서 이미 사랑받았던 헬퍼봇 ‘올리버’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신주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감정,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금기를 안고 살아가는 로봇의 서사를 담아내기 위해 그는 무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조율하며 치열한 고민을 이어갔다. 강혜인과 기존 호흡을 이어가면서도, 스크린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신주협. 작품이 던지는 사랑과 유한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뮤지컬과 영화 모두에서 헬퍼봇 ‘올리버’로 관객을 만난 배우 신주협이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 개봉 소감을 전했다. 2021년 겨울 촬영을 마친 작품이 드디어 스크린에 걸린 것에 대해 그는 “영화를 찍고, 그것이 상영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요”라며 “4년 전 작업이지만 기억이 또렷합니다”라고 전했다.
올리버는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신주협은 그를 “거의 인간의 분신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챗GPT 같은 AI 기술과도 닮아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개인 창작 작업과 역사 서칭 등에서 챗GPT를 자주 활용한다고 밝혔다.
“최근 뮤지컬 <데카브리> 준비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때 챗GPT가 큰 도움이 됐어요. 대본 속 오류를 검증하기에도 좋죠.” 창작에도 적극적이다. 곡과 가사를 직접 쓰고, 희곡을 공연으로 올린 경험도 있다. 신주협은 “내가 쓴 가사를 챗GPT로 정리해 곡을 만든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유난히 클로즈업 샷이 많은 것이 특징. 이에 “귀여운 척하는 모습이 낯간지럽지만, 올리버는 본래 긍정적인 캐릭터라 억지스럽지 않게 표현됐다”고 웃었다.
무대와 스크린에서 올리버를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도 언급했다. “뮤지컬에선 로봇스러운 움직임을 강조했지만, 영화는 카메라가 작은 제스처까지 잡아내기 때문에 오히려 절제해야 했다. 감독님과 톤을 많이 조율했다”고 중점 둔 바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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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연작인 <어쩌면 해피엔딩>의 참여 결정은 쉽지 않았다. 고민이 많았다고. “대학로에서 워낙 사랑받은 작품이라 욕먹을까 두려웠어요. 제가 감히 해도 되나 싶었죠. 하지만 제작진의 격려로 용기 냈습니다.”
뮤지컬과 달리 영화에서는 몇몇 곡이 빠지고, 대신 인물들의 서사가 보강됐다. 특히 클레어가 인간을 불신하게 된 배경이 추가되며 이야기의 설득력이 더해졌다.
이 영화는 삶의 유한성과 연속성, 사랑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까지 함의하고 있다. 헬퍼봇 ‘파이브’ 올리버와 ‘식스’ 클레어.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클레어지만, 사랑에 대처하는 태도는 오히려 수동적이다.
신주협은 “클레어가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한 건 사랑이 기쁨만이 아니라 아픔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과거 인간으로부터 받은 상처의 영향도 있죠”라며 “반면 올리버는 주인인 ‘제임스’(유준상)와 친구로서 교감했어요. 그와 함께했던 아날로그적인 시간이 올리버에게 사랑의 아픔까지도 감수할 힘을 줬다고 생각해요.”라며 견해를 밝힌다.
연기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로봇이 감정을 느낀다는 개연성을 설득하는 것”을 꼽았다. “너무 사실적으로 가면 장벽이 생기기 때문에 감정을 어디까지 표현할지 경계를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준상 선배님은 여유로우셨고,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셨어요. 강홍석 선배님과는 예전에도 호흡을 맞춘 적 있어 편했어요”라며 “고등학교 시절부터 존경해온 분들과 함께한 시간이 특별했다”고 전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신주협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2018년 관객으로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렸던 그는 “언젠가 올리버를 꼭 하고 싶다”는 다짐을 이뤘다. 이후 뮤지컬 무대에 이어 영화까지 이어지며 그의 인생 전환점이 됐다.
마지막으로 그는 “10년 후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이고 싶다”며 “과욕부리지 않고 오늘과 내일에 집중하며 무대와 스크린에 서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사진제공_키노필름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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