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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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폭군의 셰프>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단연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앞에서 진두지휘한 대령숙수 임윤아와 뒤에서 떠받친 폭군 이채민이 만들어낸 강렬한 케미가 성공의 비결이다. 특히 이채민은 촬영 한 달여 전 급히 투입됐음에도, 잠을 줄여가며 승마, 액션, 서예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준비 과정을 이어갔다. 사극이 ‘퍼스널 칼러’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 연기와 비주얼로 크게 호평받았다. 폐비인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면모로 여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동료 배우들과 감독의 세심한 지원 속, 모두가 함께 ‘이헌’을 케어하는 따뜻한 현장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성과라고 소개하는 이채민을 만났다. 앞으로 선한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이채민이다. 2000년생, 모범생다운 성실함과 뜨거운 열정으로 연기와 삶을 쌓아가는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스타가 된 걸 축하한다. (웃음)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소감과 ‘이헌’을 떠나보내는 심정은.
종영했지만, 여운이 짙게 남는다. 열과 성을 다해서 찍었고, 소중하고 좋은 분들이 많이 남은 작품이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많은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폭군의 셰프>는 필모에 어떻게 남을 것 같나.
내 인생에 하나쯤은 기록될 작품, 앞으로도 항상 어떤 작품이 됐는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작품이다.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분들 덕분에 행복하기도 했다. 장태유 감독님도 ‘좋은 분들과 함께라 우리 작품이 더 잘된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정도의 인기를 예감했는지. 회차가 공개될수록 시청률과 관심이 오르는 게 체감되든가.
잘 되길 바랐지만, 이렇게까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아침마다 시청률을 체크하면서 올라서 기뻤다. (웃음) 관심은… 밖을 자주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체감은 안 되지만, 팬미팅이 잡히면서 ‘관심 있는 분이 생겼구나’ 하고 느꼈다.
이번에 소속사도 옮겼다. 여러 곳에서 제안받았을 것 같은데 바로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주로 누구와 상의하는지.
감사하게도 여러 회사에서 제안주셨다. 가치관이 맞고 소통이 잘 되었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이 잘 맞았다. 전적으로 내 의지로 결정했지만, 주변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부모님께도 조언을 구했다.
차기작 대본이 30편 넘게 쏟아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혹시 차기작을 결정했는지.
회사에 매일 전화해서 확인하는 건 아니라서 (웃음)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폭군의 셰프>가 큰 사랑을 받아서 차기작에 부담감은 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선택하려 하고, 그 부담감이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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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유 감독은 당신을 왜 캐스팅했을까.
평소 감독님 팬이라, 미팅 자리에서 ‘팬 이에요’하고 말씀드렸을 정도다. 감독님이 기본기가 좋고 피드백이 빠르다고 과찬하셨고, 그 믿음에 부응하려고 노력했다. 소년미와 날카로움이 공존하는 점이 ‘이헌’과 맞다고도 하셨다.
<폭군의 셰프>에 급작스럽게 투입됐는데 그만큼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준비 과정은 어땠나.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졌었다. 전작 <바니와 오빠들>을 찍는 중이라, 한 달 정도는 겹쳐서 촬영해야 했다.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하려니 부담감이 컸다. 한편으로는 어디선가 책임감에서 오는 열정이 솟구치기도 했다. 잠을 줄여가며 승마, 서예 등을 열심히 연습하러 다녔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가는 차안에서 잠을 자는 게 다일 정도였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었다. 촬영을 시작한 후에는 감독님께서 그룹 리딩 기회를 많이 주셨다. <바니와 오빠들> 촬영을 끝내고 저녁에 넘어가서 리딩했는데 이때 윤아 선배를 비롯해 다른 선배님들이 리딩에 합류해서 크게 도와주셨다.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승마가 정말 재미있었다. 실전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듯 부드럽다. 타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고 할지, 말과 나만 있는 기분이 된다. 기회가 되면 좀 더 배워보고 싶다. 사실 촬영 전에 탄 건 두 번 정도이고, 배우는 중에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중반 이후에야 편하게 탔던 것 같다.
현장에서 거의 막내였을 텐데 나이 차 있는 선배들과의 호흡은.
막상 들어가고 나니 나이 차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와 주셔서 감사했고, 그 친근함이 극에도 잘 녹아난 것 같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투입이라 외딴섬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이런 면이 금새 사라졌다. 선배님들과 작업하면서 연기의 깊이와 디테일을 많이 배웠다. ‘이헌’ 캐릭터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 만든 인물이고, 그게 가장 감사한 부분이다.
이번에 ‘베프’가 생겼지 않나. (웃음) 극 중 이헌의 신하이자 베프인 ‘임송재’ 역의 오의식 배우 말이다.
정말 그렇다. 선배님이 인터뷰에서 먼저 ‘베프’라고 하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런 베프가 옆에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 때는 함께했지만, 같이한 씬이 없었거든. 촬영 끝나고도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는 등 자주 만난다.
미식가이자 폭군인 ‘이헌’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 나갔는지.
이헌은 내면이 폭군이라기보다는 상황적인 폭군이라고 생각했다. 부당한 상황에 화를 내고 호통치지만, ‘지영’(임윤아) 앞에서는 자기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솔직한 인물이다. 한편으로는 소년미가 있는 인물이기도 해서,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매회 지영이 준비하는 요리가 화제가 됐다. 보면서 정말 군침이 돌더라. 제일 맛있는 베스트를 꼽는다면.
모든 요리를 현장에서 직접 만들었고 정말 다 맛있었다. 그럼에도 베스트를 꼽는다면, 평소 돈까스가 소울푸드라 ‘커틀렛’, ‘우대갈비 비프 부르기뇽’, ‘흑임자 마카롱’이다. 마카롱은 촬영 끝나고 쟁여 갈 정도였다. 평소에도 흑임자나 쑥 같은 맛을 좋아하는 편이다.
소울푸드 이야기가 나와서 묻는데 돈까스를 얼마큼 애정하는지. 또 어머니의 소울푸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돈까스 맛집을 찾아 하루 삼시 세끼를 돌아다닌 적도 있다. 그날은 돈까스가 주인공이었던 거지. 또 이헌이 음식을 먹으며 어머니를 떠올리는 것처럼, 내게 그런 음식은 명절 때 해 주신 갈비찜이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명절 때 외는 너무 손이 많이 가서 힘들다고 잘 안 해 주신다. (웃음)
요리를 먹은 후의 환희에 찬 표정, 일명 ‘요리왕 비룡’ 바이브의 리액션은 어떻게 생각해 낸 건가. 또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
대본에 어느 정도 설명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 간 부분이 많았다. 명과의 요리 경합 때는 ‘우곤’ 역의 김형묵 선배님이 워낙 아이디어가 뛰어나서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 보면서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웃음) 요리경합이 벌어지는 9회부터는 마침 리액션 아이디어가 고갈 날 찰나라 더 고마웠다. 리액션을 하다 보면 가끔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슛 들어가면 마인드 콘트롤 하면서 재미있게 했다. 이헌으로서 리액션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작품의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잘 되더라.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웃음) 나중에 CG와 편집을 거친 영상을 보니까 현장에서는 몰랐던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마카롱의 경우, 디스코 추는 것 등 정말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지영-이헌 커플 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꽉 찬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이헌은 어떻게 과거의 기억을 그대로 갖은 채 현재로 간 건가.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하다.
이헌을 연기한 입장에서 해피엔딩이라 만족한다. 무엇보다 현대로 넘어가서, 지영에게 비빔밥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되어, 특히 그렇다. 그렇잖아도 많이 주시는 질문인데, 그만큼 지영과 이헌의 사랑의 힘이 무한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힘을 망운록이 알아주고 신묘한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했다. 시청자가 설득되도록 과거의 이별씬이 절절하게 보이도록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시즌2는 ‘이헌의 현대 적응기’로 하자는 반응도 있는데, 현대의 이헌을 상상해 본다면.
이헌이 뭘해서 먹고 살지(돈을 벌지) 궁금해하시는 분도 있더라. (웃음) 그래서 상상해 봤다. 이헌은 지영에게 비빔밥도 만들어 주는 등 요리에 대한 의지가 있으니, 지영에게 배워서 요리사 혹은 맛 평가에 진심이라 음식 비평가, 아니면 먹는 것에 진심이라 먹방 유튜버 등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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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역인 임윤아가, ‘짧은 준비 시간 안에 이헌’으로 나타났다고 칭찬하기도. 무려 소녀시대 임윤아 아닌가, 함께하며 행복했을 것 같다. (웃음) 케미가 좋은 장면을 꼽는다면.
드라마에 대한 반응 중 ‘지영-이헌의 케미가 좋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뿌듯하고 성취감이 크다. 선배님이 먼저 다가와 리드해준 덕분에 빨리 가까워지고 케미가 잘 살은 것 같아 정말 감사하다. 케미는 실제 관계성이 만들어 주는 거라, 더 기쁜 것 같다.
처음에 만나 뵙고 바로 ‘팬입니다’라고 했다. 내게는 아주 멀리 있는 분이라 같이 연기한다는 게 신기했고 영광이었다. 케미가 좋은 장면은 몇 개 있는데 4화 사슴고기를 먹고 ‘너로 정했다’, 10화 엔딩 ‘나의 반려가 되어다오, 비빔밥을 만들어주마’, 그리고 현대의 재회장면을 재미있게 봤다.
사극은 처음 아닌가. ‘퍼스널 컬러’라고 할 정도로 잘 어울린다. 또 왕의 발성도 좋았다.
잘 어울린다고 말씀들 해주셔서 기쁘다. 사극의 매력은 ‘여유’에 있는 것 같다. 대사에도 감정에도 여유가 있다. 또 의상이 너무 예뻐서 저절로 신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멋있게 보였다면 그건 왕의 역할이라 더 그럴 수 있다. 왕이라 우산도 씌어 주고, 그늘에서 맛있는 것을 먹어도 되고, 이건 촬영하면서도 혼자만 편한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멋지게 꾸미기도 하고 근엄하고 숙련미 등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발성 학원을 4년 전부터 다녔는데 이번에 그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 억지로 내기보다 배운 걸 응원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공부를 잘했다고 들었다.
공부 열심히 한 모범생이었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그런데 이건 다른 일을 해도 마찬가지다. ‘지금 앞에 놓인 것에 충실히 하자’가 가치관이라, 연기 외에 어떤 일을 했어도 같은 마음으로 임했을 것 같다.
연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왜 ‘연기’였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그런데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연기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그렇기에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있다. 19살에 ‘한 번은 하고 싶은 걸 해 보자’라는 마음에 집 앞에 있는 덜컥 등록했다. 연기를 하다 보니, 연기라는 행위와 배우라는 직업이 내게 많은 걸 극복하게 해주더라. 지금은 이렇게 인터뷰하면서 편하게 말할 수도 있고,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즐겁거든. 데뷔 초만 해도 손발이 떨리고, 재미보다는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마무리해야 한다는 촉박감이 더 컸는데 지금은 조금의 여유를 갖고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류다인과 공개 연애 중이다. 이번 작품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서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는 편이다. 동료로서 힘을 주는 것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아직 출발이지만, 많은 일과 상황을 겪으면서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변에서 말씀들 하신다. 보여지는 직업이고 공인이라,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지 고찰하고, 책도 읽고, 어른들의 말씀에도 귀 기울이려 한다.
사진제공. 바로엔터테인먼트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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