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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나를 더 잘하게 한다”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김고은 배우
2025년 10월 20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2024년 개봉한 영화 <파묘>와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청룡영화상(2024)과 부일영화상(2025)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김고은. 커리어의 정점에서 또다시 우리 앞에 선 그녀는,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을 통해 한층 깊어진 얼굴을 보여준다. 내레이션과 서사를 이끌어가는 ‘은중’이라는 인물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김고은의 삶과 교차하며 특별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픔과 그리움이 그의 연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작품 속에서 그것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김고은은 이 만남을 “신기한 인연”이라고 고백한다. 2012년, 영화 <은교>로 충격적인 데뷔를 알린 이후 매번 자신만의 색으로 작품을 물들여온 배우. 현장에서는 자칭 유머 타율이 꽤 괜찮은 편이라며 웃는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사랑, 대중으로부터의 사랑. 그 사랑이 자신을 더 잘하게 하는 것 같다는 김고은을 만났다.

공개 소감이 궁금하다.
일단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서 안도감이 들었다. 주변에서도 많이 봐주시고 연락도 주셔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구나 싶었다.

업계에서도 반응이 좋아 의미가 더 클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 또 은중의 직업이 작가라 촬영 현장 등을 보면서 더욱더 흥미로웠다.
정말 그렇다. “고생했다”, “이런 작품을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작가로서 은중을 준비하는 데 크게 염두에 둔 부분은 없었다. 다만,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지만, 타자 치는 모습 등은 어색하지 않게 보이도록 신경 썼다.

제작보고회 때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됐다. 아직 캐릭터를 보내지 못한 걸까?
캐릭터에서 빨리 벗어나는 편이다. 다만 은중의 다짐이나 ‘상연’(박지현)과의 시간, 함께 보내는 마음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 생각들이 스쳐가면서 눈물이 나더라. 그때 울고 나서 얼굴이 정말 많이 부었었다. 지금은 다리에 깁스 중이라 답답하다. (웃음)

눈물을 흘린 건 은중과 상연 사이에 무슨 이유에설까. 또 <은중과 상연>은 어떻게 남을 것 같나.
소중한 사람을 보내는 감정에 이입했다. 사실 <은중과 상연>은 돌이켜 보면 내게 매우 신기한 인연이다.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며 겪은 힘든 감정을 쓸 수 있는 작품을 만났고, 그것도 아주 올바르게 쓸 수 있는 작품이라 더 좋았다. 촬영하면서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아주 컸는데 결과물을 보고 나니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리 때문에 부일영화상 수상 자리에 참석도 못하고! (웃음)
너무 속상하다! 드레스까지 미리 다 맞춰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웃음) 사실 부일영화상에서 불러준 게 정말 오랜만이다. 영화 <은교>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받는 상이라 개인적으로 더 영광이었다. 지난해 <파묘>과 <대도시의 사랑법> 두 편이 공개됐는데, 두 작품 모두 상을 받게 됐으니 말이다.

<은중과 상연>을 홍보하는 문구 중 하나가 ‘원망과 선망 사이더라’.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가진 이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감정은 정말 보편적인 감정 아닌가. 이런 마음이 생기면 어떻게 다스리는지.
이번에 어쩌다가 예전에 한 인터뷰를 보게 됐다. 샘이나 질투보다는 부러움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보면서 ‘예전부터 꾸준했군’ 하고 생각하기도. 부러우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질투 같은 마음이 당연히 들 때도 있지만, 그럴 경우 내게는 없는 부분을 가졌구나, 혹은 나도 한 번 시도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첼린지 하는 것 같다. 이런 자잘한 첼린지가 쌓여서 스스로 좀 더 발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은중 이야기를 해보자. 은중은 자기 약점을 수긍하고 이를 발전의 기회로 삼는 매우 단단한 인물이 아닌가 한다. 상연과의 관계에서 보면 흠결 없어 보이기도. (웃음) 어떻게 은중에 접근했나.
솔직한 사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은중이 상연에게 ‘가난한 집이 쪽팔려서 한 번도 친구를 안 데리고 왔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친구다. 무엇보다 은중의 엄마를 보면 은중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연이 은중의 엄마를 찾아와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럼에도 한 번만 안아달라’고 하지 않나. 엄마는 그걸 또 안아주고. 은중도 그렇지 않나 싶다.

20대에서 4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연기했다. 주안점을 둔 부분은.
20대 초반은 아직 10대의 기운이 남아 있을 시기라, 나의 20대 초반을 떠올리며 (웃음) 볼살이 통통한 젖살 느낌을 내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서툰 면도 표현하려 했고. 30대는 활발히 일하는 시기라, 또 피디라는 직업 특성상 현장 에너지와 사람들과의 조율이 자연스러워보이도록 신경 썼다. 40대는 직업이 작가로 바뀌었기에 차분함에 중점을 뒀지만, ‘일반적인 40대’로 한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분위기와 기운으로 미묘한 차이를 주려 했다.

조력사망이라는 소재에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 글을 받았을 때, 주제가 마지막에 나오니 그전의 서사를 탄탄히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볍지 않게, 책임감 있게 다뤄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부담보다는 ‘잘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다.

극 중 상연처럼 너무 아픈 친구가 있어, 은중과 같은 제안(조력 사망에 동행하는 것)을 받는다면 어떨 것 같나.
조력사망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력사망’에 찬성이나 반대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 동행을 바란다면… 동행할 의지는 있다.

작품을 통해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큰 변화는 없다. 죽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도 ‘오늘만 잘 살자’ 주의였는데, 그 마음이 더 강해졌다.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오늘에 집중하려 한다. 부모님께도 표현할 수 있을 때 표현하려 한다.

만약 당신이라면 상연 같은 친구를 곁에 두었을까. 은중이 계속 상연의 손을 잡아주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나.
음… 나를 갉아먹으면서까지 친구 관계를 유지하진 않았을 것 같다. 좋은 관계는 서로에게 건강한 영향을 주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상연은 은중에게 어릴 때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다. 반짝이고 멋진 존재였는데, 그런 친구가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안타까웠을 거다. 40대가 되어서는 상연의 일기를 통해 그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우정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정의한다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우정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연민과 이해, 그런 감정이 쌓여서 단순한 우정 이상의 관계가 되었지 않았을까.

박지현이 ‘고은 바라기’라며 열렬한 팬심을 드러내더라. 현장에서 호흡은 어땠나.
정말 즐겁게 촬영했다. 은중은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라 긴 호흡을 끌고 가야 했다. 지현이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크고 섬세한 캐릭터를 맡았기에, 현장에서 그녀를 살피고 바라보려 했다. 지현이는 내가 피곤해 보이면 초콜릿을 주거나 옷을 챙겨주곤 했다. 서로 잘 맞았다.

‘김상학’ 역의 김건우도 당신을 칭찬하더라.
건우 씨는 저랑 동갑이지만, 2 년 학교 후배라 현장에서 나름 잡도리를 하고 지내기도. (웃음) 성격이 굉장히 선하고 섬세하고, 실제로도 극 중 ‘상학’과 가까운 사람이다. 나와 지현이가 장난끼가 많은데 이런 장난을 품이 넓은 사람처럼 다 받아주더라. 한마디로 현장에서 너무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다.

조영민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이해> 등 그간 섬세한 연출을 선보여 왔는데, 이번이 정점이 아닌가 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으시다. 현장이 굉장히 조용했고, 사실 이런 현장은 처음이었다. (웃음) 동시에 유머도 많고 따뜻하시다. 감독님과 촬영감독님, 조명감독님 모두 조용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이 느껴졌다.

<은중과 상연>은 완연한 선배의 롤을 한 현장이었겠다. 선배 입장이 되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면.
한 번도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잘 체감하지도 못한다. 다만 한 작품 한 작품 해 나가면서 느끼고 쌓인 감정이 자연스럽게 성숙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확실히 당장의 장면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놓고 감정을 조율하는 눈은 점차 생기는 것 같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데 작품 선택 기준은.
이야기나 캐릭터를 보지만, 사실 그때 그때 다르다. 대본을 잘 보는 편은 아니라서, 그러니까 안목에 자신이 없어서 주변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다. 믿을 수 있는 분들의 피드백을 참고한다.

동료나 선후배 혹은 현장 등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보면 언제나 사랑받는 배우인 것 같다. (웃음) 그 본연의 에너지는 무얼까. 비결이라도.
내가 그 이유를 어떻게 아나! (웃음) 음… 유머 감각이 아닐까? 현장은 즐거워야, 웃음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심각한 작품이라도 가고 싶은 현장이 되어야 하거든. 특별히 개그를 치지는 않지만, 나름 웃음 타율이 좋은 편이다. 지금도 웃고 계시지 않나.

요즘 김고은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무엇일까.
현장에서 즐겁고 싶다고 말한 이유는 내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잘하게 한다. 매 작품 다 소중한 마음으로 임하지만, 그중에는 빛을 못 본 작품도 있다. 그 사실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는 부분도 있다. 반면 사랑을 많이 받거나 작품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보람과 뿌듯함이 큰 것 같다. 요즘이 그렇다. (웃음)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10월 20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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