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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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가 <내가 살인범이다>(2012) 이후 13년 만에 영화 <신의악단>으로 관객과 만난다. 그가 오랜 공백 끝에 선택한 작품은 북한이라는 특수한 배경, 기독교 찬양단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리고 음악이 결합된 휴먼 드라마. 대북 제재로 자금줄이 막힌 북한이 국제사회의 2억 달러 지원을 얻기 위해 ‘가짜 기독교 찬양단’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시후는 북한 보위부 장교 ‘교순’으로 분해, 초반 냉철한 권력의 얼굴에서 점차 흔들리는 인간의 선한 본성까지 다층적으로 서사를 쌓아 나간다. 영하 38도, 몽골의 혹한 속에서 진행된 촬영, 북한 사투리 연기, 노래와 감정 연기까지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었던 박시후, “힘든 현장이었지만, 재미있고 배우와 스태프 간의 끈끈함이 남았다”고 떠올린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는 박시후를 만났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간 연기, 그리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이후 정말 오랜만에 관객을 만난다.
거의 15년 만이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드라마 위주로 활동하다가 처음으로 한 영화였다. 드라마를 거의 생방송처럼 고되게 찍다가 영화를 하니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한 씬 한 씬 고심하면서 촬영하고, 스태프들과도 한가족 같은 분위기라 그 기억이 너무 좋게 남았었다. 그래서 이번 촬영에 기대감이 컸었다. 그때와 같은 여유와 정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몽골 로케이션이라 생각처럼 여유롭지는 않더라. (웃음) 제한된 시간 안에 촬영해야 해서 타이트하게 움직였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배우들 간의 호흡과 케미는 정말 좋았다. 스태프들과도 마찬가지였다. 몽골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 함께 똘똘 뭉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끈끈해지더라.
촬영 현장 등 작업 방식에 있어서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체감되던가.
사실 몽골 촬영이라 그런지 오히려 드라마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웃음) 그런데 표준 근로 시간 준수로 시간적인 제한이 있다 보니 배우로서는 체력적으로 여유가 생긴 부분도 있었다. 예전에는 2~3일 밤새워 촬영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면에서는 확실히 환경이 개선됐더라.
‘북한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급조한다’는 이야기가 골자인데, 실화 바탕이라고 해서 놀랐다.
탈북한 이수림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또 북한 사정에 정통한 보위부 장교 출신 탈북자로부터 사투리를 비롯해 여러면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현장에서는 ‘백 선생님’이라 불렀는데, <신의 악단>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에서도 자문이나 사투리 지도 등을 수차례 하신 유명한 분이다.
북한 관련 소재는 호불호가 크게 엇갈릴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우려는 없었나. 또 <신의악단>에 참여한 이유는.
언급한 소재에 대한 고민은 크게 없었다. 영화 <7번방의 선물>(2013)을 재미있게 봤는데, 그 작가님이 시나리오를 썼다고 해서 관심이 갔었다. 개인적으로 휴먼 드라마를 좋아하고, 냉철한 ‘교순’이라는 인물이 점차 교화 혹은 각성돼 가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뭉클하게 잘 풀어낸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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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종교관도 작품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지금은 챙겨서 다니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었다. 할머니를 비롯해 친척 중 기독교인이 많기도 하지만, (내가) 기독교라서 이 영화를 선택한 건 아니다. 영화 속에 찬양 노래가 많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는 아니다. 비종교인에게도 충분히 대중적이고, 종교인이라면 좀 더 공감하지 않을까 한다. 참고로 지금 쓰고 있는 ‘박시후’라는 예명도 20대 후반에 기도원 원장님이 지어 주신 이름이다.
기존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캐릭터의 차별점은 뭘까.
일단 사투리다. 예전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했는데 그때 이후 사투리는 처음이다. 또 제복을 입고 나오니, 그 모습도 새롭지 않을까 한다. 그동안 차가운 역할을 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 아마도 <내가 살인범이다>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것 같다. 차갑지 않은 캐릭터도 많았고 다양한 역할을 했거든. (웃음) 참고로 곧 공개되는 영화 <카르마>에서는 특수분장까지 한다. <신의악단>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캐릭터라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
북한말 구사가 쉽지 않아 보였다. 어떻게 준비했나.
앞서 언급한 백 선생님께 일대일로 레슨받았다. 수업하고 그 수업한 내용을 녹음해 현장에서 계속 들으면서 반복했다. 슛 들어가기 직전까지 무한 반복이었다. 백 선생님이 현장에서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셨는데, 잘하면 칭찬도 많이 해 주셔서 큰 힘을 받았다.
후반부 교순의 변화를 납득시키기 위한 빌드업이 필요했을 것 같다. 중간 중간에도 나오기는 하지만, 설명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
후반 작업에서 장면의 순서가 바뀌고 삭제된 부분이 좀 있다. 전체 분량이 두시간 반가량이었거든. 원래는 교순과 사촌 형의 에피소드가 초반부에 있었다. 사촌 형을 쏴 죽이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매우 냉철한 캐릭터가 점차 변모해 가는 구조였다. 사실 내가 찍었던 순서와 바뀐 완성본을 보고 처음에는 좀 당황했는데, 두 번째 보니 훨씬 재밌어서 감독님의 의도를 알겠더라. 관객 입장에서는 전후 사정을 잘 모른 채 보는 편이 좀 더 와닿을 수 있겠다 싶었다.
교순이 교화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순간이 있다면.
확실히 노래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많이 올라왔다. 영화 자체에 음악이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정진운 배우가 부른 ‘광야’를 들을 때는 정말 울컥했다. 극 중 교순이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울림을 실제로 느꼈다. 찬양뿐만 아니라 좋은 가요도 많이 나와서 다양한 관객층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진운의 ‘광야’에서 ‘과연 가수구나!’ 싶더라,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
진운이와는 정말 성격이 다르다. 나는 장남이라 그런지 말수가 적은 편인데, 진운은 막내 같은 성격이라서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극 중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지만, 실제 현장은 아주 화기애애했다. 승리 악단원으로 출연한 다른 배우들과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이 잘 나오려면 배우간의 케미가 중요한데,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다.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정말 힘들었다. 노래하는 장면만 빼 달라고 감독님께 여러 번 부탁했을 정도였다. 진운이를 비롯해 다른 분들이 워낙 잘하니 말이다. 할 수 없이 ‘노래’라기보다 연기한다는 느낌으로 감정이 나오는 대로 불러보자고 했는데, 다행히 감독님께서 표정에서 느낌이 온다고 하셔서 한시름 놨었다. 성악과 출신 배우가 있어서 많이 도움받았고,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애드립으로 추가한 부분도 있었다.
상반신 탈의도 하지 않나! 사투리, 노래, 노출까지 준비할 게 많았겠다.
그것도 원래 없던 장면이었다. 현장에서 ‘교순’이 지닌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지 이야기하다가 즉흥적으로 결정된 부분이다. 평소 몸 관리는 꾸준히 하는 편이라, 큰 부담은 없었지만, 그래도 감독님께 2주만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웃음) 한국이었다면 더 준비했을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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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같다. 동안으로도 유명한데 꾸준한 관리의 비결은.
사실 맛집 찾아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다. 하루 1.5끼 정도 식사하는데 한 끼는 정말 맛있게 먹자는 주의다. 보통 단백질 위주로 먹는데 몽골에서는 예상보다 음식이 잘 맞지 않아서 고생 좀 했었다. 양고기 스프를 매일 먹다 보니 질리더라. 스태프들도 힘들어하다가 맛있는 샤브샤브집을 찾아서 한달 내내 다녔던 기억이 난다. 동안의 비결은 몸 관리 같다. 몸이 불면 동안의 맛이 살지 않더라. (웃음)
몽골의 혹한에서 촬영했다고. 마지막 맨발로 눈길을 걷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추웠겠다 싶던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 장면에서 맨발임을 알아채 주셔서 감사하다! (웃음) 맨발로 설원을 걷는 장면인데, 정말 다섯 발자국 이상은 못 걷겠더라. 다섯 걸음 걷고 발을 녹여가면서 반나절 넘게 촬영했다. 촬영 첫날은 영화 38도였는데, 1분만 서 있어도 눈물, 콧물이 다 얼 정도였다.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아서 촬영을 못 한 날도 있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로케이션 가면 시나리오와는 또 다른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라 감독님과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많이 만들어 갔었다. 설원에서 악단원들과 함께 다같이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석양 속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절로 감탄이 나오더라.
OTT 시리즈 <멘탈리스트>의 공개가 미뤄져서 그런지 최근 작품이 뜸한 인상이다. 공백기에 대한 불안감은 없는지, 또 작품 선택 기준은 어떻게 되나.
HBO 국내 론칭 기념작인 <멘탈리스트>는 2021년에 촬영이 끝났는데, HBO가 국내 진출을 보류하면서 공개가 늦어지고 있다. 이번에 넷플릭스가 워너를 인수하면서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지 기대 중이다. 작품 선택 기준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느낌이 오지 않으면 시간이 걸려도 기다리는 편이다. 공백기에 대한 압박은 없는 편이다. 작품이 없을 때는 여행이나 캠핑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해외에 한 번 나가면 6개월씩 머물기도 하고, 편안하게 지낸다.
팬들과 라이브 소통도 많이 한다고. 애정이 각별해 보인다.
무명시절을 오래 겪어서 팬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요즘은 틱톡 라이브로 거의 매일 전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마치 데이트하는 느낌이랄까. 어디에 가든 함께 있는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연말·연시 새해 소망이 있다면.
우선 <신의악단>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이 작품이 도약의 기회가 되길 바라고, 앞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사진제공. 후팩토리
2026년 1월 2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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