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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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세계관과 강렬한 캐릭터로 화제를 모은, 디즈니+ 시리즈 <조각도시>. 그 중심에는 도경수가 연기한 ‘안요한’이 있다. 그는 오로지 ‘재미’를 위해 잔혹한 범죄의 설계를 즐기는 순수 악 같은 인물. ‘바른 청년’의 대명사였던 도경수가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해 기존 빌런의 틀을 비껴간다. 안요한을 통해 생경한 감정의 극단을 마주했다며, “연기하는 내내 행복했다”고 각별한 애정을 표하는 도경수를 만났다. 억눌러왔던 감정을 해방하고 낯선 얼굴을 꺼내 보인 시간,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단숨에 확장시킨 〈조각도시〉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 요한은 전형적인 악인 아니길 바랐다”
영화 <조작된 도시>를 시리즈로 확장한 디즈니+ <조각 도시>에는 매우 ‘퓨어한’ 빌런이 존재한다.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에 탐닉하는 인물 ‘안요한’이다. 도경수의 캐스팅 소식에, 평소의 이미지와 180도 모습에 잠시 물음표가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도경수는 완벽하게 자기만의 악인을 탄생해 냈다. 그는 안요한을 구축하며 기존 작품이나 캐릭터를 참고하지 않았다. “영화 <조작된 도시>를 참고하지는 않았어요. 요한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어디서 모방하거나 참고하지 않고 상상만으로 그려나갔어요”라고 준비 과정을 전한다. 다만 인간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들여다보기 위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등을 떠올렸다고 덧붙였다.
요한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순수함’이다. “요한이 전형적인 악역으로 보이지 않길 바랐어요. 주제만 다를 뿐,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인물이죠.” 살인이라는 비현실적인 행위를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태도, 그 즐거움이 오히려 요한을 가장 섬뜩하게 만든다. 도경수는 “일부러 비열하게 웃으려 한 건 아니지만, 저 스스로도 보지 못했던 얼굴에 놀라기도 했습니다.”라고 돌아본다.
도경수는 요한을 복잡하게 분석하기보다는 단순한 접근을 택했다. “심리 분석을 많이 하기보다는, 설계해서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한에게 ‘재미’는 목적이자 동기였고, 그 지점이 캐릭터의 잔혹함을 설명한다.
극 중 안요한의 순수한 잔혹함을 최고치로 끌어 올린 장면은 그의 곁을 지키는 유모(정인지)와의 관계성과 친부모를 둘러싼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이다. 시청자를 경악하게 한 대목인데, “그 장면이 요한의 전사를 처음 보여주는 순간이라 좋았어요.”라며, 스스로도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꼽는 도경수다.
요한의 비주얼 또한 철저한 계산 끝에 탄생했다. “전형적인 악인의 얼굴이 아니기에 헤어 스타일로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싶었다”는 그는, 탈색 후 드릴을 이용해 꼬아내고 다시 검게 염색하는 4시간의 공정을 거쳐 독보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 오히려 화려하고 독특하게 보이길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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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눌렀던 걸 요한을 통해 질렀다”
요한을 연기하며 도경수가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해방감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평소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일이 거의 없잖아요. 요한을 통해 평소에 없는 경험을 끌어올리는 것 자체가 희열이었어요.” 그는 “억눌러왔던 걸 악을 지르듯 표현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리더군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악역이었다는 도경수다. 이번 경험을 통해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캐릭터를 해봤다는 만족감이 큽니다.” 캐스팅을 제안받고 걱정보다는 해보고 싶은 마음이 훨씬 컸다는는 도경수, 작가와 감독이 자신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악인이 아니어서 선택한 게 아닐까요.”라고 조심스럽게 짚는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의 신뢰도 인상 깊다. 평소 예능을 함께하며 친밀도가 높은 이광수에 대해서는 “웃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럴 틈이 없었어요. 형이 너무 집중해서 연기하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끌려갔죠.”라며 이광수의 집중력에 감탄과 찬사를 보낸다.
극 중 내내 대립각을 세우는 ‘태중’역의 지창욱에 대해서는, “실제로 다섯 번 정도밖에 못 만났지만, 워낙 연기를 잘하니까 믿고 나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다만 눈을 보고 연기하지 못한 장면이 많아 아쉬움은 남아요.” 놀라운 건 요한이 관제탑에서 카체이싱하는 태중을 내려다보는 씬의 경우, 두 배우가 각기 따로 촬영했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전체 그림을 잘 몰랐는데, 완성본을 보고 호흡이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와우하며 감탄했죠.”라며 웃는다.
액션 역시 새로운 경험이었다. 요한은 직접 움직이기보다는 지시하는 인물이지만, 도경수의 표현에 의하면 “태중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액션”임에도 캐릭터의 잔혹함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원래는 더 잔인한 설정이 있었지만 수위를 조절해 큰 동작 위주로 갔어요.” 현장에서 즉석으로 액션을 익혀야 하는 상황도 많았지만, 도경수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숙제였다. “엑소 활동을 통해 몸 쓰는 법을 익힌 덕분에 액션 합을 맞추는 게 수월했어요.” 명불허전 ‘퍼포먼스 장인’다운 면모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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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결말, 그리고 앞으로
결말에 대한 도경수의 생각은 분명했고, 요한의 최후를 단호하게 해석했다. “요한은 죽었다고 생각해요. 악행을 일삼아온 그를 돕기 위해 손을 내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인과응보의 결말에 힘을 실었다. 마지막 장면에 앉아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요한일 수도, 유모일 수도, 혹은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편으로는 열린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웃는 도경수다. “만약 살아 있다면, 후속 시즌에는 당연히 참여하고 싶습니다.”
한편 <조각 도시>를 집필한 오상호 작가는 도경수를 <조각 도시>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작품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잘 해낸 것 같아 뿌듯해요. 말로 설명하는 악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수월했어요. 준비해 간 것과 현장에서 나오는 반응을 반반 섞어 연기했어요.”라고 당시를 떠올린다.
도경수는 이어 엑소 활동과 예능,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엑소의 완전체 활동에 대해서는 “이번엔 타이밍이 맞지 않아 힘들 것 같아요. 다음에는 완전체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쁜 소식을 전한다. 김우빈, 이광수에 함께한 예능 <콩콩팥팥> 시리즈에 대해서는 “친한 형들과 추억을 남긴 수 있어서 너무 소중한 작품이에요.”라고 애정을 표한다.
20대를 돌아보면 지금은 한결 여유롭다는 도경수다. “이십대 중반에 몸이 가장 힘들었고, 지금은 오히려 아무것도 힘들지 않아요. 악역을 해봤으니, 이제는 밝은 역할이나 로코도 하고 싶어요.” 다시 새로운 얼굴로 다음 이야기를 준비 중인 도경수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026년 1월 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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