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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대가가 정말 컸다”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전도연 배우
2026년 1월 6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오랜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온 전도연은 여전히 묵직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남편 살해범으로 몰린 여자 ‘윤수’와, 그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는 ‘마녀’로 불리는 인물 ‘모은’(김고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릴러다. 전도연은 억울함과 미스터리, 모성애와 생존 본능이 뒤엉킨 인물 윤수를 통해 단순한 피해자나 모성의 얼굴로 환원되지 않는 여성 서사를 구축한다. 전도연은 윤수를 “살기 위해 대가를 치르려는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는 통념 너머, 한 인간으로서 살아남고자 하는 욕망을 끝까지 붙든 캐릭터라는 것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인물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완성될 수 있을지를 가장 먼저 고민한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두고 “선택의 대가가 정말 컸다”고 웃으며 말한다. 김고은과의 재회, 드라마 <굿 와이프> 이후 다시 만난 이정효 감독과의 작업, 그리고 육체적·감정적으로 쉽지 않았던 촬영까지. 유난히 많은 의미가 겹친 작품 〈자백의 대가〉로 돌아온 전도연을 만났다. 다시 한번 스스로의 연기 경계를 확장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랜만에 묵직한 스릴러로 돌아왔다. 공개 소감과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직접 반응을 찾아보지는 않지만,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 해외에 있는 언니도 연락했더라. 글로벌 OTT의 장점인 것 같다. 오랜만에 하는 스릴러 장르라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해서 한숨 놨다.(웃음) 기분 좋은 반응은, ‘끊지 않고 한 번에 다 봤다’는 말이다. 내부적으로도 감독님이 ‘선배님, 이게 한번 시작하면 끊기 힘들어요’ 하길래, 내가 ‘에이, 감독님 거짓말하지 마세요’ 했는데, 일정 부분 맞는 것 같기도. (웃음)

<자백의 대가>에 끌린 점은.
작품을 선택할 때, 장르에 좌우되지는 않는 편이다. 이번은 두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과 진실을 찾아가는 구조를 스릴러로 풀어낸 점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드라마 <굿 와이프>(2016)를 함께한 이정효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 좋았다. <굿 와이프>는 쉽지 않고 힘들었지만, (웃음) 보람이 컸던 작품이었다. 당시 기준으로도 한발 앞서 나간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언젠가 다른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또 영화 <협녀>(2015) 이후 김고은 배우와 다시 만난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김고은과 오랜만의 작업이라 반가웠나 보다. 해보니 세월의 흐름이 체감되던가.
반갑고 궁금했다. <협녀> 때는 신인이었고 이후 그의 작품을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고 있었지만, 배우 대 배우의 호흡은 어떨지 기대되더라. 당시 선배들 사이에서 주인공 롤로서 부담감이 있었을 텐데 너무 잘 했었다. 사실 <협녀> 이후 간간히 연락하며 지내서 10년이나 흘렀는지 실감하지 못했었다. 이번에 함께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쉽기도 했지만, 만나는 장면에서는 굉장히 든든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감정이 거세된 인물인 모은을 단조롭지 않게 끝까지 관통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선배로서가 아니라 함께한 배우로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남편 살해범으로 몰린 ‘안윤수’를 연기했다. 여러 레이어를 지닌 인물인데,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윤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도 많은 인물이지만, 반면에 이면 역시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살인범으로 몰리기까지 외형이나 행동, 남편의 죽음 후에 보이는 모습이 보편적이지 않아 의심을 사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단순한 설정이나 장치로만 보이지 않길 바랐다. 그래서 그녀가 왜 그런 인물인지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싶어서, 극 중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름대로 그녀의 과거를 생각해 봤다. 가족에 대한 결핍이 큰 여성, 좋은 아내와 엄마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가정과 가족에 집착하는 욕망 있는 여자가 아닐지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육체적·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연기였을 것 같다.
사실 선택할 때, 대본을 끝까지 보고 결정한 건 아니라서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자백의 대가>를 선택한 대가가 크구나’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그래도 평이 좋다니, 보상받는 기분이다. 감정적으로 윤수의 행동이 꼭 모성애에 기인한 걸까 하는 고민이 컸다.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거래를 한다는 설정이지만, 그 목적이 꼭 아이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좀 더 이기적인 이유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성애라는 한 가지 이유로 고군분투하는 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모성애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감정적으로 연기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육체적으로는 달리기 하는 게 힘들었다. 윤수가 뛰는 장면이 길지는 않지만, 정말 여러 장소에서 오래 뛰었다. 비 오는 날 자전거 타는 장면 때는 많이 추웠고, 더울 때 시작해 추울 때 끝나서 몸이 좀 고생했었다.

윤수에게 모성애 이외의 동기는 무얼까. 또 모은이 제안한 ‘살인의 거래’는 어떤 마음으로 수락했을까.
모성애 외의 또 다른 동기는, 살인 누명을 쓴 채 진범을 잡아야 하는 절박함이라고 생각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진범을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모은의 거래를 받아들였을 테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윤수는 일단 교도소에서 나온 후 나름의 방식으로 시간을 벌며 해결책을 찾으려 했을 거다. 처음부터 살인은 염두에 두지 않은 거지.

윤수가 결정적으로 의심을 받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조사 중 보인 웃음이었다. 윤수는 왜 웃은 걸까.
설정상 윤수는 웃음이 많은 인물이다. 그 웃음이 그녀를 더 미스터리하게 보이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남편의 죽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이후 점차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챙기는 모습이 나온다. 윤수가 DNA를 채취 당하면서도 ‘미드 ‘CSI’ 시리즈에서도 이렇게 하더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스로 결백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어떤 조사를 받는다 해도 괜찮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윤수의 이런 말과 행동들로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를 더 이상하게 보게 된다.

윤수의 미스터리함은 어떻게 구축해 나갔는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는 인물이 다소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겠더라. 그래서 그녀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 결핍을 안고 있고 남편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지만, 그 안에서는 오히려 자유로운 영혼이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자신의 현실을 온전히 자각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접근하면서, 인물에 감도는 미스터리함을 한층 살리고자 했다.

진범을 계속 의심하면서 보는 맛이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여기에는 윤수의 모호함도 한몫하는데,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얼굴이 있다면.
‘이런 표정을 지어야지’ 하며 계산해서 나온 건 아닌데, 절실함이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한 지인이 ‘그간 전도연의 연기에서 처음 보는 감정이나 모습이 많이 보여서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절박함이 얼굴에 묻어나온 것 같다. 감독님이 ‘인상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에요?’ 할 정도로 얼굴 근육을 많이 썼더라. (웃음)

특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을까.
대사가 워낙 많지만, “제가 죽이지 않았어요”, “왜 아무도 제 말을 안 들어주세요?” 같은 대사가 절실함과 진심을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윤수의 이런 마음을 알아봐 준 인물이 ‘모은’이 아닐까 한다.

긴 히피펌과 타이트한 블라우스 등 윤수의 스타일링이 캐릭터를 부각하더라. 컨셉트와 평소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인지.
대본에 나와있기도 했고, 우선 색감이 도드라지길 바랐다. 자유롭고 남들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히피 같은 컨셉이었다. 평소에도 의상이나 스타일에 대해서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인물이 입는 의상과 헤어, 그리고 사는 공간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구체적으로 인물을 알아가는 첫 단추라고 생각하기에 그렇다.

연기하면서 스스로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을까.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촬영할 때 감독님께 의존을 많이 하는 편이다. 순차적으로 촬영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이 인물의 캐릭터성을 잃지 않고 잘 가고 있는지 또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지 등이 의심스러운 순간이 있다. 이때 믿을 수 있는 건 감독님의 판단으로, 그 말에 의지하는 편이다.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게 큰 힘이 된다.

보호관찰관 ‘순덕’ 역의 이상희, 동료 수감자 ‘왈순’ 역의 김선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평소 좋아하고 같이 하고 싶은 배우들이 이번에 다 나와주었다. (웃음) 개인적으로 <자백의 대가>의 또 다른 장점이 아닌가 싶다. 이상희 배우는 너무 좋은 배우다. 순덕은 윤수를 믿고 또 믿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면 윤수는 그를 속여야 하는 입장이다. 상반된 상황에서 오는 관계성이 일종의 밀당처럼 느껴졌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선영 배우는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언니 때문에 한 거예요”라고 이야기하더라. 사실 그의 연기는 80~90%가 애드립이었다. 스스로 무드와 톤을 만들어 가는데 대단하더라. 감독님이 김선영 배우와 여러 번 작업해서 그런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김선영 배우가 일정 때문에 리딩에 참여하지 못해서, 촬영장에서 처음 연기 톤을 봤는데, 계속 웃으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을 함께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 <굿뉴스>에 ‘영부인’ 역할로 특별 출연해서 코믹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도전은 내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을 때 사용하는 말 같다. 물론, 제안받은 작품 중에서 주체적으로 선택하긴 하지만, 도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표현이 가까울 것 같다. <굿뉴스>는 개인적으로 진지하게 했다.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보인다면, 이런 계기를 통해 작게나마 새로운 결의 작품이 들어오지 않을까 한다. 또 <자백의 대가>를 하고 나니 좀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 연기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쭉 멜로 장르에 감정적으로 끌리는 것 같다. 관객이나 시청자는 알아채지 못해도 늘 멜로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웃음) 요즘에는 멜로가 드물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 아닌가. 제2의 전성기라 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 중이지만,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내가 언제까지 선택받을지보다 내가 언제까지 연기할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다. 그냥 문득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 그때, 그냥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다. 연극,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 활동은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 순 있지만, 즐기면서 해보자는 생각이 강해서 정신적으로는 지치지 않는 것 같다. 만약, 내게 (작품) 제안이 없는 순간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할 것 같다.

앞서 ‘엄마’ 윤수를 너머 ‘인간’ 윤수를 표현하고자 고민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전도연은 어떤 엄마일까.
음.. 스스로에게 모성애를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아이와 내게 주어지는 성장의 시간을 수용하는 편이다. 좋은 엄마가 되려 하지만, 어느 순간 좋은 엄마라는 기준이 모호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간에 맡기고 지켜보려 하는 편이다. 사실 엄마라는 게 어렵고 힘들다. (웃음)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6년 1월 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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