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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관객의 무게, 이제야 알았다” <하트맨> 권상우 배우
2026년 1월 23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예전엔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당연하게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그 숫자가 얼마나 무겁고 감사한 것인지를요.” 영화 <히트맨>의 최원섭 감독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권상우의 복귀 소감은 남달랐다. 신작 <하트맨>은 만화 같은 액션 코미디였던 전작과 달리, ‘웃기는 멜로’를 표방하며 가족애와 로맨스를 따뜻하게 버무린 작품이다. 권상우는 비밀을 간직한 채 딸을 키우며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승민’ 역을 맡아,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생활밀착형 코미디에 유쾌한 멜로 감성을 더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 나이를 먹을수록 관객 한 분 한 분이 소중하다”는 24년 차 배우. 과거의 화려한 흥행 기록에 취하기보다 현재의 관객 앞에 서는 설렘과 두려움을 먼저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진심이 느껴진다. 문채원과의 로맨스 호흡부터 실제 경험이 녹아든 부성애 연기까지, 베테랑의 여유대신 초심의 열정으로 관객 앞에 선 권상우를 만났다.

밴드 ‘앰블런스’의 보컬인 ‘승민’의 등장부터 심상치 않더라. (웃음) 장발에 가죽조끼까지 시선을 확 사로잡는데 스타일링과 노래 설정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혼자 한 건 아니고(웃음) 전반적인 설정은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잡았다. 처음에는 아역 배우로 갈까 생각했지만, 직접 해야 감정이 이어질 것 같았다. 승민이 부른 노래는 내가 먼저 제안한 거다. 그룹 이브의 ‘러버(Lover)’로 하면 율동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제목과 가사가 우리 영화와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최원섭 감독과 <히트맨> 이후 다시 작업하게 됐다. 전작과의 차이는. 또 제목이 ‘하트맨’이라 <히트맨>과의 연관성을 떠올리는 관객도 있더라.
<히트맨>이 만화 같은 액션 코미디였다면, <하트맨>은 결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 내 나이에 만나기 쉽지 않은 멜로라고 생각했다. 코미디라기보다 재미있는 멜로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제목은 사실 가제가 ‘우리들은 자란다’, ‘노키즈’ 같은 거였는데 촬영하다가 농담처럼 “하트맨 어때요?” 했는데 진짜 제목이 됐다. <히트맨>을 연상시키는 데서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관심을 끄는 효과도 있고, 영화를 보고 나면 기대보다 더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한다.

최원섭 감독과 벌써 세 번째 작품인데 감독님과 합이 잘 맞다 보다. 또 현장에서 의견을 자주 내는 편인가.
감독님은 막 세밀하게 토론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웃음) 굉장히 편안히 연기하게 해 주는 분이다. 서로 이해도가 높다 보니, 감독님의 디렉팅을 나름대로 자유롭게 이해하면서 작업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코미디 장르를 고수하는 분인데 그 신념을 높이 사고 있고,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다. 큰 틀에서 의견을 낸 건 거의 없지만, 매 신마다 대본에 살을 붙이는 정도는 한 것 같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웃음과 유치함 사이의 경계를 타야 하는 게 참 쉽지 않은데.
그래서 코미디 연기가 보다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하면 은연중에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지 않나. 리액션, 타이밍, 리듬 같은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야 웃음이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쉽지 않다. 좋아하는 장르이고 열심히 하고 싶은데, 이제야 조금 길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코미디 장르는 입소문이 중요하다, 그래서 늘 어려운 것 같다. <히트맨> 1편과 2편이 잘 됐다고 하지만, 막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다. 그것도 입소문을 통해 어렵게 일궈낸 성과가 아닌가 한다. (기자 주: <히트맨> 240만, <히트맨 2> 250만)

‘권상우표 코미디’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성과를 내지 않았나 한다. 그 매력은 뭘까. (웃음) 또 코믹 배우로서 강점은.
감사한 표현이지만, 아직은 성에 찰 정도의 대박은 없는 것 같다. (웃음) 장르에 따라 살려야 할 표정과 리듬이 있는데, 웃겨야 한다기보다는 코믹하지만 정극처럼 접근하는 편이다. 그간 많이 해 와서 익숙한 부분도 있다. 현장에서 내 장점은 즉흥성인 것 같다. 만들면서 ‘이거 좋겠다’ 하는 순간들이 있다. 또 시나리오 안에서 망가지는 데 주저함이 없다. 캐릭터에 빠져 있을 때 신나고 재미있어서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 같다.

연이어 코믹 장르를 하고 있는데 다른 장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한때는 멜로의 주연을 휩쓸기도 하지 않았나.
감사함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멜로 주연을 많이 했지만, 나이가 들고 아이 아빠가 되면서 그런 시나리오가 많이 줄은 게 사실이다. <하트맨>이 모처럼 만나는 멜로라 더 반갑기도 했다. 그래도 코미디로 많이 찾아 주시니 고맙고, 앞으로도 쭉 코미디를 하면서 동시에 액션이나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드리고 싶다.

지난해 설날 연휴에 개봉한 <히트맨 2> 때는 무대인사 중 무릎 꿇은 영상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영화와 배우진에 급 호감을 높였는데, 이번에는 입소문을 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아마 영화계에서는 소문났을 거다. ‘권상우가 무대인사에 가장 진심으로 임하는 배우’라고. (웃음) 개봉하면 따로 홍보 스케줄이 없어도 저녁에 무대인사 가려고 한다. 혼자라도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촬영 못지않게 홍보가 중요할 때도 있는 것 같고, 또 직접 관객을 만나면 좋아해 주셔서 힘이 난다. 요즘에는 집에서 손가락 한 번만 까딱해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 아닌가. 극장까지 보러 와 주시는 건 정말 큰 일이고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일전에 시사회에서 이런 감사한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에는 경쟁작들이 워낙 강해서 솔직히 쫄리지만, 열심히 해보려 한다.

첫사랑 ‘보나’역의 문채원과의 호흡은 어땠나. 키스 신도 여러 번 있는데.
그렇잖아도 감독님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문채원 씨가 키스신에 대해 걱정하더라’ 하시는 거다. 아무래도 여자 배우 쪽이 좀 더 그렇겠지만, 남자 배우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는 건 아니다. 악기점 키스 신에서 특히 그랬는데 다행히 자연스럽게 잘 찍은 것 같다. 그다음부터는 고민 없이 잘해 나갔다. 우당탕탕 키스 신이 많은데 잘 소화해서 괜찮게 나온 것 같다. 배우자(손태영) 입장에서야 신경 쓰일 수밖에 없지만, 잘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하고, 그보다 작품이 잘 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웃음)

아빠와 딸의 진정성 있는 관계가 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이 아닌가 한다. 딸 ‘소영’(김서헌) 과의 호흡도 정말 좋던데, 실제 딸 아빠라서 그런가.
서헌은 극 중과는 달리 아주 차분하고 조용한 친구였다. 나이답게 편안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참 좋았는데, 영화에서도 그런 점이 잘 보이더라. 아무래도 딸을 키우는 아빠라서 자연스러웠던 건 있는 것 같다. 라이딩 한 후 볼에 뽀뽀하는 건 원래 없던 장면인데 저절로 하게 되더라. 솔직히 관객 웃음의 8할은 소영 덕분인 것 같다. 기회가 되면 같이 무대인사 다니고 싶다.

실제 권상우는 어떤 아빠인가. (웃음) 자녀들도 <하트맨>을 봤는지 궁금하다.
음, 개구쟁이 같은 아빠가 아닐까 한다. 아들은 많이 커서 지금 키가 나와 비슷하다. 딸도 좀 컸다고 뽀뽀하려고 하면 이제는 거부한다. 여튼 친구 같은 아빠 같다. 아이들이 아직 영화를 안 봤는데 언젠가 보겠지!

승민과 보나는 두 번 재회한다. 보나가 승민에게 두 번이나 구애하게 하는 승민의 매력은 뭘까.
그런데 승민이 괜찮지 않나? 상대가 꼭 잘 생기고 예뻐서가 아니라 각자 꽂히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보나도 승민의 예전 모습, 순수한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권상우와 승민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음…실제는 술에 좀 약하고, 승민처럼 잘 마시지 못한다. 장르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트맨> 같이 현실적인 이야기는 내 모습이 드러나면서 연기하기 편한 부분이 있다. 승민처럼 유쾌한 부분도 분명히 있고, 치밀하지 못한 면도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나라면 아이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을 것 같다.

승민이 첫사랑과 잘해 보기 위해서 아이의 존재를 숨긴다는 설정은, 한편으로는 불편할 수 있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승민을 연기하면서는, 첫사랑을 만나서 너무 좋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그 심정이 이해됐었다. 촬영하면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시사 후에 ‘불편함을 잘 피해 갔다’는 기사를 보고 감독님이 참 표현을 잘하셨구나 싶었다. 감독님께 ‘우리가 <하트맨>을 찍기 위해 <히트맨>을 찍었나 보다’고 농담할 정도로, 감독님의 연출력을 인정하게 됐다. (웃음)

<하트맨>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
어떤 기자님의 리뷰가 인상 깊었다. ‘익숙한 이야기지만 별빛 같은 사랑 이야기’라고 하셨더라. 이 표현처럼 익숙한 코미디 안에 가족과 멜로가 결합된 이야기라, 내게도 의미가 크다. 이런 가족 코미디가 오랜만이지 않나. 사실 유쾌한 멜로라고 생각해서 시작했고, 이런 멜로가 들어온 것 자체로 감사했다. <하트맨>을 보고 제작사에서 여러 제안을 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말죽거리 잔혹사>(2004) 등 극장의 번성기부터 OTT가 대중화된 현재, 극장의 침체기까지 경험하고 있다. 여러 생각이 들 것 같다.
예전엔 100만이 지금과 다른 숫자였다, 300만은 돼야 한다는 시절도 있었다. 100만 명을 한 줄로 나열하면 엄청나게 큰 숫자인데 그땐 누리던 복을 잘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예전에 당연시했던 것이 지금은 너무 소중하다. 내가 어떤 작품의 중심 배우가 되어 활동한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나이 먹을수록 고마운 마음이 커진다.

앞으로의 계획은.
오래 활동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고립되고 아웃사이더 같은 부분도 있어서 아직 채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액션·멜로 영화가 있는데 올해 안에 메이드하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 내 작품 중 애정하는 게 <통증>(2011)과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 이다. <통증>의 ‘남순’ 캐릭터를 생각하면 뭔가 아쉽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다. 흥행 여부보다 내가 좋아하는 결이라 꽂혀서 했었다. 준비 중인 작품이 <통증>과 비슷한 면도 있는 것 같다.



사진제공. 수팩토리


2026년 1월 23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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