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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와 '젓가락'처럼 서로 의지!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고윤정 배우
2026년 2월 2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눈빛만 봐도 당 떨어졌는지 알았죠." 고윤정의 이 한마디가 김선호와의 '척하면 척' 통했던 찰떡 호흡을 여실히 증명한다. 나이 차가 무색할 만큼 현장에서 두 사람은 ‘젓가락’처럼 서로를 지탱하며 완벽한 시너지를 빚어냈다. 신예 시절 드라마 <환혼>의 ‘낙수’로 홍자매 작가와 인연을 맺었던 그가,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세 배우’가 되어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히로인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톱스타 ‘차무희’와 그녀의 자아 ‘도라미’를 오가는 1인 2역의 변신 뒤에는 배우로서의 깊은 고민이 있었다. 한때는 콤플렉스라 여겼던 낮은 목소리와 지나친 신중함마저 이제는 대체 불가한 자신만의 무기로 승화시키며, 매 작품 놀라운 성장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고윤정. 치열했던 시간의 기록과 촬영 비하인드를 직접 들어봤다.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로 지난해 크게 사랑받았고, 올해는 <이 사랑 통역 되나요?>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글로벌 시청자를 만난 소감은.
작년 2월 촬영을 끝내고 거의 1년 만에 공개됐다. 촬영할 때 너무 재미있게 찍어서 뭔가 여름이나 겨울 방학 일기를 들킨 기분도 든다. (웃음) 시간이 지나서 당시가 기억이 날까 걱정도 했는데, 완성본을 보니 너무 생생히 떠오르더라. 현장에서의 찐했던 케미가 시청자분들께도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개 후 반응은 살펴보는지. 인상적인 반응이 있었나.
홍보하러 자카르타에 다녀왔는데, 김선호 선배님이 ‘인도네시아의 프린스’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웃음) 옆 사람의 목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환호성과 열기가 엄청났다. 그토록 열렬한 반응은 처음이라 정말 대단한 배우구나 싶었다.

여행 욕구를 마구 부추길 정도로 영상미가 좋더라.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정말 장소 하나하나가 예쁘게 나와서 기분이 좋다. 당시 날씨가 다 느껴질 정도로 영상에 잘 담긴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너무 많은데, 일단 1화 일본에서의 장면이다. ‘호진’(김선호)과 ‘무희’(고윤정)가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각자 다른 쪽에 서 있는 장면인데, 옆에 잠자리도 날아다니고 동네 아이들도 돌아다녀서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더라. 자연스러운 동네 풍경 속에 내가 자리했던 기억이 난다. 또 캐나다 벤프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찍은 장면도 있다. 눈으로만 담기 아까울 정도로 영화 같은 배경이었는데, 오롯하게 영상에 잡아내셨더라.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가 된 ‘차무희’와 그의 다른 자아 ‘도라미’, 1인 2역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어느 면에 끌렸는지.
우선 여배우와 통역사의 조합이 신선했다. 게다가 배우라는 같은 업계 이야기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상황이 마치 동화처럼 느껴져서 좋기도 했다. 사실 4화까지 대본을 받고 들어갔었다. 이때까지 도라미라는 존재는 단순히 무희의 망상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4화 끝에서 도라미가 현실로 튀어나오는데 진짜 놀랐고, 역할이 늘어난 데 따른 부담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도라미는 그간 한 번도 해보지 않는 결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 부담보다는 설렘과 재미가 더 컸다.

차무희와 도라미를 어떻게 차별화하고자 했는지.
무희와 라미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도 있어서 너무 다르게 가지 않으려 했다. 결국엔 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 간극이 너무 크지 않아야 시청자도 납득하겠더라. 무희가 속으로만 생각했던 말을 대신하고 대변하는 인물이 도라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라미는 막말과 직설로, 무희는 돌려 말하는 화법으로 차이를 뒀다. 도라미는 순수 악 혹은 악동 같은 모습으로,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애티튜드를 보이려 했다. 개인적으로 화법에 있어서는 도라미와 비슷하다. 돌려 말하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편이다. (웃음) 그래서인지 무희의 말은 그 내포된 의미를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반면 도라미의 말은 한 번에 이해되곤 했다.

무희나 라미는 때때로 직설과 거친 욕설도 서슴지 않는데 어렵진 않았나.
어렵지 않았다. 욕 찰지게 하는 분들을 참고하기도 했다. 가령, 황정민 선배님이라든지! (웃음)

도라미의 발현 계기는 무엇이라 생각했나.
꼭 사고를 당해서는 아니고 사고 자체가 하나의 트리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벼락 인기와 환대를 받으면서 행복과 불안이 공존하고 비례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갑자기 이뤄진 것처럼 갑자기 잃을 수도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고 그에 따라 불안감도 커졌을 거다. 이런 불안감이 도라미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했다. 뭐랄까, 도라미에게 떠넘긴다고 할지.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꺼내지 못하는 말이 마음속에 있는데 이를 도라미가 나서서 대변해 주니까, 무희는 그 뒤로 숨게 된다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무희는 마지막에 엄마를 찾아가는 거로 나온다. 이에 관련한 구체적인 서사는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접근했는지.
엄마를 찾아가는 건 진위여부나 시시비비를 가린다기보다는 외면해 온 과거를 직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무희는 호진에게 ‘지금’ 헤어지자고 하면서 떠나는데, 이 짧은 이별을 통해 호진도 무희도 성장했다고 본다. 엄마나 도라미를 따로 분리하기보다 엄마로부터 기인한 어떤 존재라고 생각했다. 사실 도라미는 주호진이라는 통역사에게 무희의 말을 통역해 주는 또 다른 통역사가 아닌가 한다. 주호진과 차무희의 관계를 개선하는 약이 되는 존재 같다.

도라미의 등장은 다소 뜬금없을 수 있지만 홍자매 작가 특유의 인장 같기도 하다.
4회 엔딩에서 ‘나 도라미야’ 할 때 나 역시 놀랐다. (웃음) 그런데 다시 글을 읽어보니 어느 정도 복선이 있더라. 무희는 호진과 사랑이 이루어질 무렵, 원래부터 가졌던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진다. 혼자 생각으로 넘겨짚고 과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불안감이 커질 때마다 나오는 존재가 도라미인 거다. 중간에 장르가 판타지적으로 바뀌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놀라우면서도 신선했던 것 같다.

홍자매 작가와는 <환혼>에 이어 두 번째 인연이다. 당시 신인에서 이제는 대세 배우가 되어 재회라니, 감회가 새롭겠다.
대세 배우라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환혼>때 잘해줘서 믿고 있다고, 이번에 공개되고 나서는 고생했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환혼>은 1부에서 정소민 선배님이 다져 놓은 기본 골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잘 이어가는 게 관건이었다. 선배님이 쌓아온 틀을 망가뜨리거나 실망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레퍼런스 없이 1인 2역을 만들어야 해서 어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도전의 마음도 컸다. 도라미를 하면서 속이 시원한 느낌도 있었다.

벼락스타가 된 차무희와 대세 배우가 된 당신, (웃음) 같은 직업군이라 공감도가 컸을 것 같다. 무희와 같은 불안감을 느끼곤 하는지.
무희와 달리 불안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시상식이나 큰 자리에 가게 되면 이상하게 긴장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내가 실수하는 건 괜찮은데 나로 인해 모두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긴장도가 올라가는 것 같다. 배우라서 배우 역할이 쉬웠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톱스타 연기는, BTS나 블랙 핑크 등 스타들의 공항 영상, 레드카펫 영상 등을 찾아서 참고했다. 대기실이나 이동하는 차 안에서의 장면은 매일 겪는 일상이라, 이런 부분은 확실히 연기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 얼마 전 마침 인스타 팔로워가 (극 중 무희처럼) 실제로 천만이 돼서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인지 무희에게 좀 더 애정이 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웃음)

작품 성적에 대한 불안감은 없는지.
음…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분이다. 성적보다는 내가 재미있게 찍은 건 재미있게, 슬픈 건 슬프게, 씬의 의도가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전달이 잘 됐다면 충분히 만족하는 것 같다.

김선호와 당신이, ‘호진’과 ‘무희’의 대사를 서로 바꿔 읽어가며 연습했다고. 서로 시너지가 컸던 것 같다.
나는 T(이성적)이고 오빠는 F(감정적)인데, 극 중 무희는 F, 호진은 T의 면모를 보여서 서로를 참고했었다. 오빠가 먼저 ‘나 좀 너무 단호해 보이나?’ 하고 물어봐서 그렇지 않다고 하니, ‘그럼 네가 한 번 읽어봐!’ 해서 바꿔 읽은 게 시작이었다. 나 역시 감이 잘 잡히지 않으면 오빠에게 부탁하곤 했다. 내가 상상한 감정의 폭보다 훨씬 넓게 오빠가 표현해서, ‘아, 저렇게까지 해도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겠구나’ 하면서 수위를 잡아 나갔다. 또 내가 T 적인 발언을 하면 오빠가 짓는 특유의 표정이 있는데, 그걸 보고 호진의 T 적인 발언에 따른 무희의 표정을 참고하기도 했다.

고양이처럼 고개를 까닥까닥하는 등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둘 다 재미있게 만들려는 욕심이 크다 보니 거의 모든 씬에 애드리브가 있었다. 너무 과해서 잘린 것도 많다. (웃음) 오빠를 보니 애드리브를 너무 잘하고 또 주변의 소품도 아주 잘 활용하는 거다. 내가 관찰하고 따라하는 걸 잘하는 편이라 (웃음), 일본 촬영부터 오빠의 습관을 따라 하려 했었다. 고양이 장면의 경우, 기념품 샵에서 냅다 집어 들어서 해봤는데, 다행히 호진이 무희와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 컷이 너무 예쁘게 잘 들어갔더라.

김선호와는 실제 나이 차가 꽤 있는데도 전혀 체감이 안 될 정도로 설렌 케미를 선보였다. 호흡이 정말 좋더라.
처음 미팅에서는 되게 차분하셨고 대선배님 같았다. 실제 대선배님이지만. (웃음) 막상 현장에 들어가니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소품을 활용해 애드리브 하는 걸 보면서 저절로 존경심이 들더라.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많이 친해졌고, 촬영 들어가고 나서는 나이 차이나 어려움은 전혀 못 느꼈다. 정말 많은 걸 배웠고, 나도 한 10년 후쯤에 ‘저런 배우가 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선호는 오히려 자신이 당신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하던데! (웃음)
음, 우리 둘이 젓가락처럼 서로 마주하며 의지한 걸까. (웃음) 로케이션이 많았고, 그렇게 되면 체력전이 되다 보니 눈만 보면 서로의 컨디션이 어떤지 알게 되는 시기가 오더라. 에너지가 떨어져 보이면 간식 같은 걸 주면서 당을 올리기에 바빴다. 캐나다에서 촬영하면서, 휴차를 이용해 바뀐 대본을 한 번에 외워야 할 때가 있었는데 오빠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 서로 엄청 의지하면서 촬영했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관람포인트 중 하나로 당신의 비주얼을 꼽기도 한다. 외모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캐릭터에 도움이 됐다는 말씀 같아 감사할 뿐이다. 예쁘고 화려한 역할이라 그런지 이번엔 착장만 100벌이 다 되더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때부터 함께한 헤어, 메이크업, 의상팀인데, 그때는 매번 의사복만 입다가 이번에는 다양한 컨셉을 소화해 내느라 모두들 신나서 열심히 했다. 다행히 예쁘게 봐 주셔서 다들 뿌듯해하고 있다.

차기작은 박해영 작가의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인데, 이렇듯 유명 작가들로부터 콜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찾아 주시는 이유는 나도 궁금한데 아마도 작품에 계산 없이 빠져 있어서 이 부분을 진정성 있게 봐 주셔서가 아닐까 싶다.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촬영 중인데, 대본에 감동을 받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다채로운 동화 같다면, 박해영 작가님의 이번 드라마는 회색 시멘트 안에 반짝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블랙코미디 시트콤 같은 느낌이다.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다.

차무희의 도라미처럼, 내가 싫어하거나 별로 라고 생각했던 단점이 나에게 도움이 된 순간이 있다면.
신중함인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할 때 매우 신중한 편이다. 이런 성격이 미술 할 때는 도움됐는데 연기하면서도 도움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작품 선택할 때도 그렇고 어떤 결정을 할 때 나름 유효한 것 같다. 또 목소리도 그렇다. 저음이라 살면서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웃음) 캐릭터에 따라 좋게 들린다고 하시더라.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6년 2월 2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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