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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아닌 삶의 이야기, 두 번째 기회가 있는 사회를 꿈꾼다” <그대, 별처럼>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2026년 10월 28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일본 작가 나기라 유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대, 별처럼>은 세토 내해의 섬마을에서 만난 ‘아키미’(히로세 스즈)와 ‘카이’(요코하마 류세이)가 15년에 걸쳐 사랑하고 엇갈리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정통 멜로다. 십 대의 풋풋한 만남에서 이십 대의 꿈과 좌절, 삼십 대의 재회와 이별까지 두 사람의 시간을 따라가며 사랑뿐 아니라 가족과 자립, 사회적 편견 등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문기자>, <남은 인생 10년>, 넷플릭스 시리즈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등을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회파 드라마부터 멜로, 장르물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펼쳐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 아름다운 영상과 절제된 감정으로 두 사람의 긴 시간을 담아냈다. “모든 것을 배제하고 마지막에 남는 것, 눈을 감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라면, 아키미와 카이를 통해 그런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후지이 감독. 한 번의 실패가 평생의 낙인이 되지 않고, 누구나 두 번째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에 대한 바람도 작품에 녹여냈다. 사랑의 본질부터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얼마 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현장의 반응과 소감은 어땠나.
요코하마 류세이 배우와 함께 왔기 때문에 그가 옆에 있으면 반응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웃음) 관객들이 크게 환호해 줘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국어를 잘 모르고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지도 아직 잘 모른다. 가끔 DM으로 직접 감상을 보내주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충분히 실감할 기회는 아직 많지 않았다.

<그대, 별처럼>은 클래식한 일본 청춘 멜로의 정서를 지닌 작품이다. 지금 이 시기에 이 이야기를 영화화한 이유와 작품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일본의 클래식한 멜로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기획한 요코하마 류세이 배우와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단순히 사랑만이 아니라 인생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본 사회의 LGBTQ 문제일 수도 있고, 한국에서 말하는 금수저처럼 사회적 격차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이나 조건, 어떻게 보면 저주와도 같은 것들을 끊어내고자 하는 이야기다. 그런 여러 문제를 모두 걷어내고 나면 결국 무엇이 남을까. 그때 남는 감정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원작에도 그러한 부분이 잘 표현돼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원작 소설을 약 2시간 분량의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각색의 원칙은 무엇이었나.
원작은 워낙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이다. 그 이야기를 2시간 정도의 영화로 압축하면 자칫 원작을 요약하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래서 아다치 마고 작가와 이야기하면서 영화적인 여백을 많이 두기로 했다. 모든 이야기를 설명하려면 원작 소설을 읽으면 된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굉장히 모호하지 않나. 그런 기억의 특성을 살려 영화적인 공백을 더 많이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내 30대의 마지막 영화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삼은 건,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 표현 방식이었다. 관객들이 그 여백에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 생각을 투영할 수 있기를 바랐다. 사실 이러한 방향은 영화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일부 바뀐 부분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은 서로를 통해 위로와 구원을 얻지만,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에도 부딪힌다. 15년에 걸친 관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사랑의 모습, 혹은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싶었나.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모든 것을 배제하고 마지막에 남는 것, 눈을 감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런 사랑의 형태를 아키미와 카이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 만회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한 번 낙인이 찍히면 그 낙인을 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사회적 안전망도 충분하지 않고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삶을 포기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일을 20년 가까이 해오면서 그런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이 부분에서 나기라 유 작가와 생각이 일치했다. 작품을 통해 이런 삶의 태도를 보여줬으면 했다.

아키미는 가족과 사회적 환경에 얽매여 있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고 성장하는 인물이다. 여성 캐릭터로서 특별히 부각하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말했듯이 <그대, 별처럼>은 30대의 마지막 영화라는 점에서도 내게 큰 도전이었다. 지금까지는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을 비롯해 비교적 남성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어 왔다. 일본에서 여성이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회적 지위나 여러 환경 때문에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고충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상황이 어떤 갈등을 불러일으키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여성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표현하고 싶었다. 다만 그것은 여성이라는 성별을 떠나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각본을 쓴 아다치 마고 작가도 여성이고, 히로세 스즈 배우 역시 여성이다. 두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부분을 작품에 반영하려고 했다.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줄지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일본도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 많다. 반면 한국에는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린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한국 관객들이 아키미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영화에는 부모의 선택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화학 교사(하세가와 히로키)는 비교적 좋은 어른으로 보인다. 이 인물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했나.
간단히 말하면 목사님 같은 캐릭터다. 누군가를 절대로 심판하지 않는 목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영화에 숨겨진 테마 중 하나는 원죄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그런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환경, 가정환경 때문에 마치 저주처럼 어떤 조건에 묶여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화학 교사는 카이와 아키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도 간섭하지는 않는다. 곁에서 지켜보다가 마지막에는 직접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영화감독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화학 교사와 같은 마음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지켜보며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다.

세토 내해의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하지만 섬은 동시에 폐쇄적인 공동체로 그려진다. 촬영하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
3년 전쯤 원작자와 함께 불꽃놀이가 열리는 장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 가보고 굉장히 영화적인 장소라고 생각했다. 자연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런데 섬과 외부를 연결하는 다리가 있는데, 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파도가 휘몰아치며 소용돌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더라. 한편으로는 너무나 아름다운 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복잡한 이미지를 받았다. 그 아름다움 속에 고단한 삶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영화적인 장소라고 생각했다. 일본 자체가 섬나라인데, 그 섬나라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섬이라는 점에서도 메타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영화는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의 시간을 세 장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시기마다 카메라와 영상의 질감도 달라 보이는데, 어떤 영화적 시도를 했나.
말씀한 대로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의 세 장에 걸쳐 카메라를 달리 사용했다. 영화감독으로서 나 자신의 주관도 작품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이와 아키미의 인생에 감독인 나 자신의 인생을 겹쳐 보는 부분도 있었다. 영상뿐 아니라 음향에도 신경을 썼다. 청춘일 때 들리는 소리와 어른이 됐을 때 들리는 소리는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개인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중심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리가 인물의 주변에 모여 있는 듯한 느낌으로 연출했다. 2장에서는 주변의 노이즈가 많이 들어간다. 주인공들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힘든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3장에서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고, 좀 더 본질적인 것에 가까워려 했다.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돌이킬 수도 없다는 그 일회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필름이 지닌 특유의 질감도 살리고 싶었다.

불꽃놀이는 두 사람의 사랑과 엇갈림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다. 촬영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영화의 배경인 세토 내해 이마바리의 불꽃놀이는 굉장히 유명하다. 두 사람은 계속 엇갈리면서 불꽃놀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다가 마지막에야 함께 바라보게 된다. 그 순간 어떤 기적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부분을 나기라 유 작가도 원작에서 의식해 설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불꽃놀이 장면 가운데 두 사람이 엇갈리는 부분에는 CG를 활용한 장면도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불꽃놀이 장면은 좀 더 사실적으로 연출하고 싶어서 실제 불꽃을 사용했다. 문제는 촬영 당시가 불꽃놀이 시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갑자기 불꽃이 터지니 이마바리 시민들이 어디서 폭발 사고라도 난 것 아니냐며 웅성거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굉장히 민폐를 끼친 셈이다.(웃음)

요코하마 류세이와는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호흡을 나눴나.
많은 분이 요코하마 류세이가 유명해진 뒤에 알게 됐겠지만, 나는 약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 당시에는 서로 무명이었다. (웃음)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와 감독으로 만났는데, 지금 이렇게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도 변함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다만 요코하마 배우가 나뿐 아니라 다른 감독들과도 계속 작업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여러 배우와 일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싶다. 그러다가 다시 함께할 기회가 생긴다면 더욱 기쁜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지금 연기뿐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이나 직접 영화를 만드는 일에도 도전하고 싶어 한다. 그런 부분은 내가 형으로서 많이 도와주고 싶다.

히로세 스즈와의 작업은 어땠나.
너무 칭찬하면 다른 여배우들이 질투할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다.(웃음) 히로세 스즈는 정말 연기를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디렉션을 주면 단순히 ‘네’ 하고 끝내는 배우가 아니다. 계속 시도하면서 촬영이 진행될수록 연기가 더욱 좋아진다. 사실 그동안 여성 배우들에게 연기 지시를 할 때 조금 어려움을 느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히로세 배우와 작업하면서 중요한 것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배우와 감독이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하면 어려움 없이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문기자>(2019)의 사회적 문제의식부터 <남은 인생 10년>(2022)의 멜로, 넷플릭스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2025)의 장르적 세계까지 다양한 작품을 연출했다. 장르와 소재를 넘어 일관되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창작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내 작품들을 관통하는 가치관을 이야기한다면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문기자>에서는 그것이 좀 더 짙게 드러났다. <남은 인생 10년> 역시 단순한 멜로 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코로나라는 환경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직접 대면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계속 생각했다. 그런 사회적 배경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의미를 두면서 만든 작품이다.

사실 내가 어떤 영화를 잘 만드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구와 함께 작업하느냐인 것 같다. 오랫동안 영화를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 이게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도 기자 여러분과 다르지 않은 월급쟁이다.(웃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으로 10년에 한 편만 만들어도 생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굉장히 열심히 영화를 찍어왔다. 40대부터는 그렇게까지 많이 찍고 싶지는 않다.(웃음)

<신문기자>에서는 심은경과 호흡을 맞췄고, 한국과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해외 영화계와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
한국과의 협업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30대에는 일본 안에서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 어린 시절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일본 감독이면서 동시에 아시아 영화인으로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싶다. 일본과 다른 나라의 좋은 점들을 서로 나누고, 아시아 영화 문화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다. 40대에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영화인들과 만날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사진제공. 대원미디어㈜


2026년 10월 28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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