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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진화한다 <박쥐> 송강호
2009년 4월 30일 목요일 | 하정민 기자 이메일


<박쥐>, 박찬욱과의 10년 숙원작업

알려져 있다시피, <박쥐>는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가 10년 전부터 의기투합한 영화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촬영할 당시 박찬욱 감독은 송강호를 캐스팅했고, 송강호는 10년 동안 기다렸다. 그 동안 송강호는 <복수는 나의 것>(2001)을 함께하고 <친절한 금자씨>에 특별 출연하면서 박찬욱 감독의 세계에 지속적으로 동참했다. 서로의 발전과 변화를 가까이서 모색한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한들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낸 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조금은 흔들리지 않았을까? 기자의 속 좁은 의구심에 송강호는 단번에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2007년 가을 중국 벌판에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의 촬영이 한창일 때 첫 시나리오를 받았다. 말로 들었던 것보다 훨씬 이야기의 구성이 완벽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완성도로 출연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부터 함께하자고 이야기한 영화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와는 상관없이 출연한 것이다.”
송강호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을 <박쥐>로 이끈 것에 대해 “박찬욱 감독에 대한 신뢰도 있지만, 배우로서의 모험과 도전의식이 컸다”라고 말한다.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당시에도 그렇고 현재의 관점에서도 <박쥐>는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영화다. 배우로서 두렵지만 꼭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가 처음부터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용감한(?) 배우의 길로 들어섰던 것은 아니다. “<복수는 나의 것>은 캐스팅 제의를 3번 거절했다. 네 번째에 승낙한 셈인데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나는 도대체 어떤 영화를 기다리는 것인가’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니 흥행과 비평 면에서 안전한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집어 말하면 <복수는 나의 것>이 새롭고 도전적인 영화였기 때문에 주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배우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이렇게 창의적인 영화를 내가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 아닌 반성을 했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박쥐>에 대한 마음도 같은 맥락이다.”

연기, 비우고 또 비워낸다

<박쥐>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상현은 ‘뱀파이어가 되는 신부’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문제적 캐릭터임이 분명한 인물이다. 상현은 뱀파이어가 된 후 종교적 신념과 육체적 욕망 사이에서 고통 받는다. 신앙심을 저버리지 못한 채 본능에 따라 친구의 아내를 탐하고 인간의 피를 갈구하는 그는 성자도 악마도 되지 못한다. 송강호가 고뇌하는 인물을 연기한 적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그는 매번 이데올로기(<공동경비구역 JSA>), 부조리한 사회(<살인의 추억>(2003) <효자동 이발사>(2004)), 광기(<남극일기>(2005)) 심지어는 팍팍한 생활(<우아한 세계>(2007))의 고통에 시달렸다. 그 중 뱀파이어라는 외피를 빌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에 사로잡히는 사제 상현의 고뇌는 더욱 깊고 어두울 수 밖에 없었다. 배우의 고민도 그만큼 커졌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송강호는 그렇기 때문에 상현을 연기하는 것은 그런 고민과 긴장감을 덜어내는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캐릭터의 농밀함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긴장이나 몰입의 정도가 남달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사제의 욕망이나 죄의식, 구원, 사랑이라는 테마들을 일부러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들어가게 되면 복잡한 생각을 빼내려고 노력했다. 아무 생각 없이 연기했다.”
이는 그의 연기관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에게 좋은 연기란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종종 사석에서 후배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연기라는 것이 어떤 비법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느끼는 대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배들의 질문에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지 못하는데 딱 한 가지는 분명하게 이야기해준다. ‘단순해지라는 것’이다. 사실 되게 어려운 말이다. 연기라는 것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단순해지라고 하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하지만 말은 즉 슨, 그 무언가를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거다. 자신의 생각에 묶여 있으면 정말 원하는 연기를 뽑아내기 힘들다.”

<박쥐>가 멜로물이되 멜로물이 아닌 이유

그렇게 치열하게 자신을 덜고 덜어낸 <박쥐>는 송강호의 첫 멜로 영화이기도 하다. 송강호가 그 동안 멜로 연기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반칙왕>(2000), <밀양>(2007) 등에서 순애보를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이야기에 멜로의 정서를 슬그머니 던져주는 정도였지 멜로가 캐릭터를 움직이고 영화 전체를 감싸 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박쥐>에서 상현을 점차 파국으로 몰고 가는 욕망의 한복판에 놓인 것은 태주(김옥빈)에 대한 사랑이다. 한 여자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지만 마지막까지 그녀를 내치지 못하는 상현의 감정과 그에 따른 비극은 그 자체로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물론 송강호가 처음부터 <박쥐>를 자신의 본격 멜로물로 점 찍고 출연한 것은 아니다. “<박쥐>가 멜로물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선택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의 전체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고 나니까 멜로적 구성이 뚜렷했던 영화였던 거다. 태주에 대한 상현의 사랑은 아주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욕망이다. 오랫동안 잊혀진 본능의 분출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단순히 여자만을 좇는 욕망이었다면 태주가 아닌 다른 여자들과도 쾌락을 나눴겠지. (웃음)”
송강호가 <박쥐>를 ‘멜로물이지만 멜로물만이 아닌 영화’라고 의견을 피력했듯이 <박쥐>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어떤 이는 참혹한 치정극으로 혹은 악마가 된 사제의 고해성사로 그리고 단순히 흥미로운 뱀파이어 영화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렵고 난해하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송강호는 바로 이런 점이 영화 <박쥐>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만인이 다 열광하는 영화라면 <박쥐>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관객에게는 난해한 영화일수도 있고 어떤 관객에게는 단순한 뱀파이어물로 다가올 수 있다. 또 취향상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 있을 수도 있고. 하지만 이런 반응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각각의 영화마다 지향점이 있지 않나. 영화를 보는 것은 그런 각각의 것들을 관객이 체험하고 수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쥐>를 보는 것이 새롭고 즐거운 문화적 체험이 될 수 있다면 만족한다. 한 영화를 통해서 모두가 똑 같은 감상을 얻어가야 한다는 것은 경직된 사고다. 모든 예술이 획일화된 감상만을 전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가.”
그의 이런 예술에 대한 깊은 사고를 엿보지 않더라도 대중은 송강호라는 배우가 도전하고 탐구해온 길을 알고 있다. 한번도 같은 길을 답습하지 않았던, 20여 편에 달하는 필모그래피가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그의 독자적인 행보가 대중과 만났을 때 어떤 폭발력을 지니고 쾌감을 선사했는지를 우리는 기억한다. <박쥐>의 강렬함이 사그라지기도 전 송강호의 다음 영화가 기대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2009년 4월 30일 목요일 | 글_하정민 기자(무비스트)
2009년 4월 30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23 )
kisemo
잘 읽었습니다 ^^   
2010-04-04 13:43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7 11:36
ninetwob
잘보고갑니다   
2010-01-22 01:32
shfever
잘 읽었습니다~   
2009-08-06 10:00
wnsdl3
다음작품이 기대됩니다..   
2009-06-01 00:04
seok3300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   
2009-05-11 22:06
sdwsds
이제 대한민국 대표배우다.   
2009-05-11 11:41
gkffkekd333
화이팅~   
2009-05-0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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