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과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하고 싶었다 <전우치> 최동훈 감독
전우치 | 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이제 세 번째 작품이다. 데뷔부터 착착 순조롭게 진행이 잘 된 것 같다.
데뷔할 때부터 생각해보면 그런 편이다. 그래도 착착은 아니다. <범죄의 재구성>때 캐스팅 안 돼서 8개월 정도 그냥 쉬기도 했으니까. 만약 <범죄의 재구성>이 엎어졌으면,(웃음) 아마도 다른 상황이었겠지. <타짜>도 안 했을테고, 그래도 다른 걸 쓰고 있었을 거다.

시나리오를 빨리 쓰는 편인가? 하나 끝나면 바로 다음으로 이어진다.
아니다. <범죄의 재구성>은 2년 걸렸고, <타짜>는 14개월, <전우치>도 1년 걸렸다. 다른 사람 건 빨리 쓴다.(웃음) 많이 고치는 편이라 <전우치>는 7고 까지 쓰고 촬영을 시작했고, 촬영을 하면서도 고쳤다. 어떤 경우는 세 신을 연달아 붙여버리기도 했다. 촬영을 하면서 현장 상황을 보고 느낌대로 바꾸기도 한다. 예전에 썼던 게 있으니까, 잘못된 것 같으면 그냥 미련 없이 고친다. 근데 영화는 재미있게 봤나?

솔직히 기대치가 커서 아쉽다는 느낌도 있었다.
난 별로 잘못한 거 없는데,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가.(웃음) 모르겠다. 언제나 전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감독의 굴레 같은 거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스타일은 조금 달라졌다. 치밀한 시나리오보다는 신명나는 한 판 놀이 같은 분위기인데, 그래서 더 낯설게 느껴진 것도 같다.
근데 웃긴 건, 전작도 그렇게 좋아했던가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거다. 평이 좋긴 했지만 전작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처럼 항상 그런 영화만 찍을 수는 없으니까 변화를 준 거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이런 걸 좋아했다. 만일에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를 못 했으면 이런 장르로 데뷔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근데 진짜 사람들이 전작을 좋아했나? 아닌 것 같던데.(웃음)

영화아카데미 시절에도 삼국유사에서 에피소드를 가져와서 단편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들었다.
근데 돈이 없어서 못 했다.(웃음) 나는 원래 그런 걸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보기엔 사회성은 덜 하고 애들 영화를 찍어놓아서 낯설었나 보다. 모난 영화 안 찍고 둥근 영화 찍으니까 기대랑 달랐던 모양이다.
약간의 배신감 같은 거?
(웃음)그런가?

영화의 성격상 후반작업량이 많았을 텐데, 사실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게 그 부분이니까.
알게 모르게 CG 컷이 무지 많다. 조선 시대도 많고, 대부분이 와이어라 와이어 지우는 것도 많다. 처음엔 와이어 지우는 게 간단한 일인 줄 알았다. 스윽 하면 지워질 줄 알았는데(웃음) 그런 게 아니더라. 어떤 건 크레인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다 지우고 새로운 배경도 넣어야 했다. 또 3D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요괴들이 십이지신을 상징한 것들이라 털이 많은 동물이다. CG는 털이 힘든데.
털 같은 게 제일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서 <트랜스포머>랑 <전우치> 중에서 뭐가 어렵냐고 물어보기도 했다.(웃음) <전우치> 하는 방식으로 <트랜스포머>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아직은 CG 기술력이 <트랜스포머>처럼 만들기엔 좀 어려울 것 같다더라. 어쨌든 CG팀은 최선을 다 했다.

만족이 없는 건 당연하겠지만, CG에 대해 자평을 한다면?
CG에 만족하는 바보는 없을 거다.(웃음) 원래 컨셉대로는 나왔다. 근데 만약 이 영화가 내년에 완성됐으면 CG가 더 좋아졌을 거고, 내후년에 했으면 좀 더 좋아졌을 거다. 근데 CG가 전면에 나오는 영화는 아니니까. 잘된 생각인지 잘못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전우치>는 CG가 전면에 나오는 영화가 되지 않길 바랐다. CG 영화를 찍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어떻게 하면 남들이 안하는 CG를 할 것인가는 고민했지만, 거대한 CG의 위용이 몰려오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개봉 시기가 <아바타>랑 비슷해 걱정도 되겠다.
그냥, 뭐, 가는 거지.(웃음) 근데 <아바타>가 엄청난 독과점이다. 약간 웃긴 게, 한국영화가 그 정도 극장 가졌으면 독과점이라고 욕을 많이 먹었을텐데, 이상하게 <아바타>는 또 욕하는 분위기는 아니더라. 사람들이 <아바타>에 대해서 새로운 기록이나 뭐 그런 이슈들을 바라고 있는 지도 모르지. 근데 어차피 영화는 적들과 함께 가는 거니까. 누굴 탓할 수는 없잖은가.
<전우치>는 캐릭터가 중심을 잡는 영화다. ‘전우치전’의 주인공을 영화적으로 잘 치환한 결과인가?
‘전우치전’은 아주 짧은 이야기다. 그래도 ‘노는 인간’이라는 캐릭터의 원형 같은 것은 있다. 큰일을 하지 않고 대의명분에 휩싸이지 않는 인간형인데, 그게 당시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짓말 같은 거니까. ‘전우치전’은 ‘홍길동전’ 이후에 나왔는데, 이것 역시 허균이 지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 홍길동도 실존 인물이냐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국가에 대항하다가 율도국으로 도망가는 홍길동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들 골탕 먹이고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전우치가 또 당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면도 있고 그랬던 거다. 다른 두 가지 생각들이 있었던 거고, 개인적으로는 전우치가 더 끌렸다.

전우치라는 캐릭터의 맛이 좋았다.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 했다. 처음부터 강동원이라는 배우 외에는 별로 생각해 본 배우가 없다.

캐릭터에 관해서 특별히 주문하거나 요구했던 부분이 있나?
스스로 해방돼서 마음껏 놀라고 했다. 연기를 너무 잘하려고도 하지 말라고 했다.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하니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상황을 즐기라고 했다. 근데 말은 그렇게 해도 배우 스스로는 캐릭터 잡기가 어려웠을 거다. 그런데 궁궐 장면을 찍고 나니, 이 캐릭터가 뭔지 알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이후는 쉽게 갔다.

강동원이라는 배우는 격식을 제대로 갖춘 단정한 이미지가 강해서 마음껏 노는 한량과는 또 다른 느낌도 드는데.
예를 들어 원래 너무 활기차고 잘 노는 배우가 있다고 하자. 근데 그런 배우랑 일하면 너무 적역이어서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어떤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또 다른 성격이 있는, 그런 게 훨씬 좋다. 너무 딱 떨어지면 재미없잖나. 약간 의외인 부분도 있고 그래야지. 흔히 사람들이 코미디 배우라고 생각하는 배우가 진지한 걸 찍는 것이 더 재미있고, 진지했던 배우를 데려다가 망가지는 코미디를 하는 게 더 재미있다. 수많은 배우들이 있지만, 아카데미,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모두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는 전 세계에 딱 한 명 있다. 잭 레몬이라는 코미디 배우인데, 두 개는 코미디로, 두 개는 정극으로 받았다. 약간 뒤틀린 캐스팅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 관객들도 보는 재미가 있다.

강동원 뿐 아니라 다른 캐스팅도 화려하다. 이제 배우들이 최동훈 감독의 콜만 기다리는 분위기 아닌가?(웃음)
그러면 좋겠는데.(웃음) 감독도 배우에게 러브콜을 보내긴 하지만, 배우가 안 한다고 하면 뭐.(웃음) 배우들도 다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으니까. 사람들의 오해는 저 사람은 멜로를 했으니까 멜로를 줘야지 혹은 형사에 어울리니까 형사를 줘야지 하는 식인데, 배우들의 속내는 또 알 수 없잖나. 배우 스스로가 어떤 영화를 하고 싶은데 거기에 맞는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하는 거다. 운대가 맞아야 되는 일이다. 다음 시나리오는 아직 한 줄도 안 썼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평소에 쓸 때는 누가 이걸 하면 잘 할까를 생각한다. 정말 그 배우가 필요하면 설득도 해야 하고. 배우도 두려움이 있다. 본인이 이걸 해서 더 발전하지 못하면 어쩌나, 이것 때문에 CF가 안 들어오면 어쩌나 뭐 그런 고민들. 그런 걱정을 안 하게 만들어줘야 캐스팅이 되는 거고.
<전우치>에는 작은 배역까지 다들 알만한 배우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메인플롯보다 서브플롯이 강한 편이다. 메인플롯이란 얘기만 딱 들었을 때 재미있겠다 싶은 건데, 그것만 가지고 길게 만들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 밑에 서브플롯을 많이 만들어서 움직이는 편이다. 물론 어딘가를 털거나 승부를 하는 그런 얘기는 아니지만, <전우치>도 마찬가지다. 근데 <전우치>를 그런 식으로 만들면 이상하지 않겠나. <전우치>를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처럼 구성하고 싶기도 해서 고민도 했었다. 근데 캐릭터가 나와서 노는, 캐릭터의 향연이라고들 표현하는 그런 식으로 보면 <전우치>의 캐릭터가 더 빛난다.

<전우치>에는 캐릭터가 많기도 하지만, 다들 나름의 비중으로 균형을 잡고 있다.
그게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다음에도 이런 영화를 찍게 되지 않을까? 아직은 여럿이 나와서 각자 캐릭터로 이야기를 만드는 스타일을 좋아하니까.(웃음) 딱 세 명 나와서 하는 영화들 있잖나? 그런 영화를 하면 어떻게 될까? 관객들이 더 배신감을 느낀다고 하지 않을까?(웃음) 근데 어쨌든 나중에는 그런 걸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여럿이 나오는 스타일대로 가는 게 좋다.

전우치와 함께 다니는 개인간이라는 캐릭터는 정말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다. 유해진의 연기도 재미있고.
진짜 연기 잘 한다. 코미디를 하기 위해 별로 애쓰지도 않는다. 그냥 능청맞거나 유쾌하게 연기를 하는 것뿐인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좋아해준다. 어떻게 보면 참 행복한 배우다. 자기는 자연스럽게 하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웃기니까. 나이 40에.(웃음) 게다가 키스신도 있잖나. 매번 유해진씨에게 키스신을 준다.(웃음) 실속 있는 배우다.

애드리브가 많은 편인가? 아니면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통제하는 편인가?
애드리브보다 주어진 대사를 웃기고 유쾌하게 하는 편이다. 해진씨가 하는 걸 보고 대사를 잘못 썼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다. 좀 더 유쾌해질 수 있겠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입에 맞게 대사를 바꾼다. 대사를 먹이는 거지.(웃음) 감독이 그냥 책상 앞에서 시나리오를 쓸 때랑 배우가 말로 그 대사를 뱉을 때랑 느낌이 너무 다르다. 최종적으로 배우가 대사를 뱉었을 때야말로 시나리오를 잘 썼는지 못 썼는지 알게 되는 거다.

시나리오 리딩을 하고 나서 바뀌는 부분도 많이 생기겠다.
리딩을 해보면 뻔한 대사가 뻔하지 않게 될 때가 제일 기쁘다. 반대로 뻔하지 않다고 힘주어 써놓은 대사가 뻔하다는 것을 알 땐 좀 그렇고.(웃음) 배우들이 대사를 치는 방식을 열심히 적어 놓는다. 저 배우에게는 조사나 어미를 다르게 줘야겠다 라든가 웃으면서 하는 게 더 좋겠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보면 내 영화는 감독과 배우가 같이 만들어간다.
그래서 같이 하던 배우들과 계속 같이 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
그런 게 강한 편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어떤 감독이라도 김윤석, 유해진, 김상호, 주진모 선배, 이런 배우들이랑 안하고 싶겠나? 보고 있으면 연기를 너무 잘한다. 다들 연극판에서 갈고 닦은 분들이라 내공들이 세다. 어떨 때는 내가 물어본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거죠? 그렇게 쓰셨잖아요? 아니 쓴 건 쓴 거고, 괜찮은 거 같아요? 괜찮은 거 같은데요. 그럼 대사 한 줄만 바꿀게요. 뭐 이런 식.(웃음) 이러면서 재미있게 찍었다. 고생도 많았지만 재미도 있었다.

액션 장면이 많아서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박쥐> 촬영장에 가서 와이어 컷 찍는 걸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 이걸 어떻게 찍어야 되나 우린 저렇게 찍으면 1년 걸린 텐데 싶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만날 소리 지르고 그랬다. 배우들도 힘들었다. 근데 별로 투덜대지 않고, 멋있게 타야겠다는 일념만 보였다.

담벼락에서 옆으로 서서 싸우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색다른 액션 장면이다.
와이어를 매고 직접 한 건데, 제일 오래 걸렸다. 준비만 5시간, 준비 끝나고 배우가 타기 위해서 줄 매는 데 또 30분. 배우가 타보고 다시 조정하고 다시 찍고…. 세팅이 완성되면 금방 찍는데 준비가 길었다. 그걸 타고 또 반대편 벽으로 가고 계속이다. 힘은 들었는데, 아무도 벽을 타고 그런 식으론 안 했으니까. 중국 무협영화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어려웠지만 그래서 더 고집했다.

시공간을 무시한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런 의도였다. 어차피 도사니까.

특히 조선시대 담벼락 대결 장면이 인상에 남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다 틀리다. 어떤 사람은 그 장면이 길다더라. 난 짧던데.(웃음) 또 오히려 마지막 액션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마지막이 길다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 액션 장면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또 안 좋다는 사람도 있고. 하여튼 의견들이 분분하더라.

원래 자동차 액션을 좋아하지 않나? <범죄의 재구성> 때도 그래서 더 신경 썼고.
지금도 오다가 남이 차 백미러를 치고 왔다.(웃음) 백미러를 딱 쳐서 내리려고 했더니 그 차가 그냥 가더라. 봐줬나 보다.(웃음) 자동차 액션 장면이 영화에 나왔을 때 쾌감이 있다. <범죄의 재구성> 때 찍어보고 너무 어려워서 다음에는 안 찍어야겠다하다가 무슨 마약에 빠진 것처럼 <타짜>때는 기차에 매달리는 걸 떠올렸다.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도심 한 복판의 자동차 액션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액션 장면이었다.
근데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웃음)
굉장히 힘든 장면인데, 서울에서 도로 막고 찍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가산디지털단지 쪽에서 8일 찍었다. 도로 장면은 3블록을 막고 5일을 찍었다. 제작부는 경찰에 끌려가고 난리 났지.(웃음) 허가를 잘 안 해주는데 아주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거긴 주택가가 아니어서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주말에만 찍었다. 근데 그 길을 통과해서 집에 가야하는 분들이 있잖나. 특히 술 드신 분들은 왜 막냐고 화를 낸다. 그 사람은 택시비가 걸린 문제니까 돌아갈 수가 없는 거지.(웃음) 그래서 제작부가 사정 설명하면 멱살 잡고 때리고 막 그랬다. 보통 사람 덩치 두 배쯤 되는 과격한 형님들도 오시고, 그럼 경찰이 와서 제작부랑 형님이랑 같이 끌고 간다. 그 사이 우린 또 찍는 거지.

청계천에서도 찍었는데, 어려운 서울 도심에서 로케이션이 많았다.
허가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결국엔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까 허가가 나오긴 해도 허가된 시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 잠 안 자고 찍었다. 청계천 장면은 낮 장면과 밤 장면이 다 나와서 잠 안자고 찍는 거다. 보통은 낮 찍고 밤 찍고 집에 가는데, 밤 찍고 낮 찍으니 몸이 죽겠더라. 아주 파김치가 됐다.

조선 시대 장면들은 주로 세트에서 찍었나? 액션 장면이라 어쩔 수 없었겠다.
사극을 많이 찍으니까 야외 세트에서 찍기도 하는데, 돌담에서 싸우는 장면은 세트를 지었다. 한옥은 그런 돌담도 없을뿐더러 높이감이 그렇게 안 나온다. 그러다보니 돈이 많이 들었다. 이런 영화는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으니까. 냉정하게 얘기하면 한국에서 120억짜리 영화를 찍는다는 건 엄청난 제작비인데도 갈수록 제작비가 떨어져서 막판엔 김밥 먹고 찍고 그랬다.

완성도를 위해서 안에서는 고생 많이 하고 찍었다.
근데 <아바타> 나오고 이씨.(웃음)

제작비 비교하는 얘기도 자주 나오더라.
우리도 <아바타> 찍을 수는 있다. 3분 30초 정도? 단편 <아바타>.(웃음)

<전우치>는 힘을 좀 뺐다는 느낌이다. 유쾌하고 신명나는 영화이고, 대의명분을 떠난 캐릭터도 자유롭다.
원래 12세 영화를 한 번 찍고 싶었다. 18세 영화만 계속 했다. <범죄의 재구성>이 18세 나왔을 때는 기분이 좀 나빴다. 왜 18세가 나왔는지! 주인공이 범죄자라서? 만약 브래드 피트가 범죄자로 나왔으면 15세 받았을 거다. 근데 박신양이 범죄자 역할을 해서 18세인 거다. 기준은 딱 그거다. <타짜>는 18세로 찍지 않았으면 반칙이었고, <전우치>는 18세로 찍었다면 반칙이었을 거다. 근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주구장창 18세로 찍기만을 원했나? 살짝 당혹스럽기도 했다.

캐릭터만 보자면 <전우치>는 18세로 가긴 힘든 영화가 아닌가?
<전우치>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여야 하는 운명인 거다. 어른들은 원래 그런 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먹고 살기 힘드니까. 어차피 상업영화는 대중을 읽어야 되는데, 대중을 파악하는 게 좀 느리다. 대중이란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애초부터 대중의 변화를 늦게 알기도 하고, 2년씩 이렇게 찍다보면 중학생이던 애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그러니까. 감독은 뭔가 계속 새로운 걸 찍어야만 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안 그러면 계속 머물게 되지 않을까? 다른 걸 도전해보고 안되면 이게 아닌가?(웃음) 그러기도 해야 한다.
최동훈 감독이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도 크다. 기대치에 대한 부담은 없나?
솔직히 별로 없다. 과거는 과거지.(웃음) 33살에 만든 영환데?(웃음) 거기에 맞출 수는 없는 거다. 나한테 맞춰야지. 감독이라면 그런 수순을 겪게 되는 것 같다. 자기 자신한테서 약간 다른 변화를 꾀하기도 해야 할 테고. 몇 번 해봐야 알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전우치>는 충분히 매혹적이다. 전작들과 비교해 개인적인 반성 같은 것이 있는데, 사람들은 반성하지 말고 계속 하던 거 하라고 하는 것 같다.(웃음) 전작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든데, 신을 구성하는 방법과 같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들이다.

<전우치>는 상상력도 필요하고, 재미있게 풀어야 하고, 와이어와 CG도 있어야 한다. 완성도에서 균형이 잘 맞아야 한다.
맞다. 이야기뿐 아니라 볼거리도 많아야 하는 영화다.

촬영할 때, 가장 공을 들인 장면은 어디인가?
초반에 선녀가 궁궐로 내려오는 장면. 그게 두 컷인데, 찍기가 너무 어려웠다. 크레인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와이어 달고 했다. 실제로 다 한 건데 사람들은 그냥 CG인줄 알더라. 이전 장면은 고전을 각색한 판타지의 특징이면서, 영화의 앞부분에 나오는 장면이기도 해서 하루 종일 찍었다.

세 신선은 거의 주인공급이다. 전체 이야기를 만들고, 진행시키고, 마무리하는 역할이다.
그 사람들이 시작해서 그 사람들이 닫아야 한다. 모든 얘기는 그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다.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일반 관객들과의 접점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세 신선이 하고 있다. 사실 세 신선은 너무나도 진지한 인간들이다. 진지하니까 바보 같은 거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 세 신선은 조금밖에 안 나오는데, 항상 촬영장에 있어야 한다. 시나리오 상의 지문을 연기해야 하니까. 전우치가 싸우고 있으면 뒤에서 잘한다 하고 있어야 된다. 10일을 찍으면 10일 내내 뒤에서 그걸 해야 한다니까.(웃음)

화담은 인경에 의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엄밀히 말하면 죽음은 아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전체가 ‘맥베스’에서 온 거다. 예언이 있었고, 예언대로 일이 진행돼 운명이 된 거다. 결국 <전우치>도 운명에 대한 이야기다.

임수정과는 처음인데, 호흡이 어땠나?
좋았다. 박찬욱 감독님이 그런 얘기 하더라. 수정이가 나랑 영화 찍고 은퇴했으면 좋겠다고.(웃음) 해보면 놀랍다. 한국에는 좋은 배우들이 많은데 좋은 시나리오가 없어서 그들을 더 못 놀게 해주는 것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떤 장면을 찍을 때는 어떻게 저런 디테일을 만들어내지? 내가 저런 디테일까지 시나리오로 썼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든다. 아주 섬세한 배우고, 다른 역할로 한 번 더 만나보고 싶은 배우다.
캐릭터들이 많은데, 이야기와 캐릭터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 가나?
우선은 드라마 위주로 쓴다. 그 후에 캐릭터를 손본다. 처음부터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를 생각하는 편이긴 한데, 따지고 보면 이야기를 만들자면 캐릭터가 많이 필요한 게 당연하다. 냉정하게 보면 내 영화가 다른 영화에 비해 캐릭터가 많은 편이 아니다. 다른 영화들도 주요 인물들이 10명씩은 된다. 언제나 그 10명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주인공이 있고, 악당이 있고, 그들 주변에 사돈에 팔촌들 다 있고 뭐 그런 식. 근데 문제는 조연들을 적제 적소에 넣는 거다. 주인공이랑 계속 부딪히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별히 내 영화에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건 아니다.

조연 활용 능력이 좋아 캐릭터의 수가 더 많아 보인다.
그런 경향이 있다. 현대 영화에서 보면 캐릭터 몇 명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게 흔하지는 않다. 예를 들면 <해운대> 같은 영화를 봐도 캐릭터가 많잖나. 스릴러 영화들도 그렇고. 내 경우는 작은 캐릭터도 안 죽이고 잘 만들려고 애를 쓴다. 영화에 나왔는데 사람들이 기억도 못하면 재미없잖나.

현장에선 어떤가? 치밀한 계산으로 현장을 운영할 것 같은데.
현장에서 많이 바꾸는 편이다. 콘티는 아예 안 들고 다닌다. 그냥 그 자리에서 이렇게 이렇게 합시다 뭐 이런 식이다.(웃음) <범죄의 재구성> 때도 콘티 안 들고 다녔다. 콘티는 계획을 세우는 도구일 뿐이지 배우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는 현장에서 다시 정한다. 카메라 위치도 현장에서 정한다. 책상에서 그리는 콘티보다 현장이 정확하니까. 나중에 보면 콘티랑 많이 다르지도 않다. 처음 생각을 애써 굳혀놓지 않는다. 큰 생각은 있지만, 여기서 보니 이게 더 좋다 싶으면 그렇게 가는 거지.

처음 시도하는 액션이 많아서 촬영 계획을 세우는 것도 힘들었겠다.
액션은 정확한 콘티를 짜기가 어려워서 즉흥 액션이 많았다. CG도 CG팀이 콘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오면 콘티대로 하지 말라고 한다. 콘티를 조금 더 동적으로 만들어달라고 요구를 한다. 콘티는 편집된 그림이잖나. 촬영은 편집이 안 된 그림이니까 콘티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 다음엔 좀 더 정확히 계산해서 계획대로 찍어볼까 싶기도 하다. 근데 임상수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촬영하기 4개월 전에 그린 그림 가지고 찍을 수는 없다고. 그 동안 생각이 바뀌니까. 임상수 감독님 밑에서 연출부를 해서 그런 것 같다.

<전우치>가 좋은 흥행 결과를 내기를 바란다.
잘 돼야 되는데, 민폐 끼치면 안 되잖나. 근데 <아바타>가 스크린이 900개다. <아바타>가 극장 뺏기기 싫어할 테니까 <전우치>는 그보다는 작겠지. 근데 900개를 어떻게 이기나. <타짜> 때는 500개 넘었다고 욕먹었는데.(웃음)

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09년 12월 24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총 38명 참여)
again0224
잘 읽었습니다   
2010-03-23 01:09
kisemo
잘봣습니당   
2010-03-02 15:54
youha73
잘 읽었습니다   
2010-02-27 20:33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0:56
wodnr26
전우치 재밋게 보았어요   
2010-01-29 16:19
kisemo
기대되요   
2010-01-25 15:49
ninetwob
잘보고갑니다   
2010-01-21 12:50
norea23

독특했어요ㅋㅋ   
2010-01-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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