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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알다가도 모르겠다! <두여자> 심이영
두여자 | 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지난 주 목요일에 영화를 봤다.
혹시 리뷰 올리신 기자님 맞나? (10점 만점에)오락성 6점, 작품성 5점!

아니 처음부터 이렇게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다니.
기억력 하나는 좋다.(웃음)

리뷰를 챙겨본만큼 <두여자>가 남다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심정은 어떤가?(인터뷰는 16일에 진행되었다.)
18일에 개봉인데, 영화에 관련된 기사는 꼼꼼히 읽는 편이다. (한숨을 내쉬면서)근데 이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웃음)

<파주>때보다는 어떤가? <두여자>에서는 <파주>때보다 더 비중이 있는 역할인데, 부담감이 더 많았을 것 같다.
<파주>때하고는 많이 다르다. 일단 포스터에 얼굴이 나온다는 사실에 중압감이 크다. 사실 <파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갔었는데, 그 때 포스터를 보면서 ‘아! 내 얼굴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이번 영화는 포스터에 얼굴이 나와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래도 영화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멋있는 일이지 않나.
너무 좋다. 근데 막상 포스터에 얼굴이 나오니까 두려움이 앞선다. 사람이 진짜 만족하며 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웃음)
영화 제목이 <얼음비>에서 <두여자>로 바뀐 걸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얼음비>라는 제목이 영화의 느낌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두 제목 중에 어떤 게 마음에 드나?
어! 그랬나. 제작진과 배우들은 <얼음비>라는 제목이 영화의 느낌과 잘 맞지 않는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촬영하면서 제목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고 제목을 바꾸는 것으로 결정했다. 두 제목 중 선택하라고 하면 <얼음비>보다는 <두여자>가 좋지.(웃음)

<두여자>의 원작이 작년 국내에서 개봉한 핀란드 영화 <블랙 아이스>다. 혹시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나?
물론이다. 두 번이나 봤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하고, 촬영 들어가기 직전에 봤다. 원작을 처음 보고 차갑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영화가 그 나라의 배경하고 너무 잘 맞더라. 색감과 배경이 흰 눈과 너무 잘 어울렸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경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원작의 스산함이나 우울함을 오히려 살리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원작을 봤을 때 캐릭터를 더 집중적으로 봤는데, 극중 수지보다 훨씬 거칠었다. 수지는 요가를 하지만 원작에서는 태권도를 한다. 완전 남자인거지.(웃음)

하긴 수지는 거친 느낌보다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헤어스타일이 남자처럼 짧았고, 가죽점퍼에 오토바이도 몰고 말이다.
헤어스타일은 감독님께서 추천해줬다. 근데 감독님은 원래 빡빡 깎은 헤어스타일을 원했다.(웃음)

왠지 잘 어울렸을 것 같은데.(웃음)
어휴! 아니다. 그 말 듣고 너무 충격 받았다. 어느날 감독님은 빡빡 깎은 헤어스타일을 한 어느 해외 가수를 인상 깊게 보고, 사진을 건네주며 이렇게 가자고 말했다. 그 가수의 이미지는 정말 좋았다. 큰 키에 머리카락도 없는데 굉장한 포스가 느껴지더라. 근데 나한테는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했다.(웃음) 그래서 감독님께 우스갯말로 “감독님 전 괜찮은데, 머리에 큰 점이 있어서요. 그냥 나와도 되겠죠” 응수 아닌 응수를 했다. 나 말고도 스탭들도 그 헤어스타일에 반대해 감독님을 설득했다고 하더라.(웃음) 감독님과 상의 끝에 헤어스타일을 숏 컷으로 가자고 했고, 다음날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 때 감독님이 옆에서 오셔서 “더 짧게 더 짧게”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나온 헤어스타일이다.
오토바이는 이전 영화에서 탄 걸로 알고 있는데.
맞다. <열혈남아>에서 탔었는데, 그 때는 굉장히 작은 오토바이였다. 이번에는 오토바이가 생각보다 크고 무거웠다. 그리고 혼자 타는 거면 모르겠는데, (신)은경 언니를 뒤에 태우고 가는 장면이 있어서 열심히 배웠다.(웃음)

요가는 한 달 정도 배웠다고 들었다.
한 달 동안이었지만 열심히 배웠다. 이번에 배운 게 비크람 요가인데, 40도 정도 되는 공간에서 운동을 하는 방식이었다. 온도가 너무 높다보니까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물론 촬영 때는 온도를 올리지 않고 그냥 했지만. 다른 여자들보다 근력이 딸려서 애를 좀 먹긴 했지만, 유연성은 좋다고 들었다.(웃음)

바람난 남편의 아내가 몰래 그의 연인에게 접근한다는 설정은 관객을 끌어당기는 요소 중 하나다. 시나리오를 받고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원래 초고는 더 자극적이고 에로틱한 장면이 많았다. 감독님이 각색을 한 후에 노출수위가 좀 낮아 진거다. 대부분 남편이 바람피웠다 하면 부인이 가족하고 친구를 대동해서 머리끄덩이 잡고 “너 죽고 나 죽자” 하면서 싸우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영화를 찍기 전 결혼한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의외로 쫓아가서 싸우지 않는다고 하더라. 오히려 영화가 현 시대를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있어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유부남을 사랑하는 수지를 연기하면서 감정이입이 쉽지 만은 않았을 것 같다.
힘든 것 보다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특히 평소 사랑에 대한 생각이 많고(웃음), 고민하는 스타일이라 더 혼란스럽더라. 미리 시나리오를 보니까 유부남을 사랑하는 수지 입장과 그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에 접근한 소영의 입장도 알잖나. 이 두 캐릭터의 감정을 알면서 수지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고 불편했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회식하는 자리에서 술을 먹고 운적이 있다. 원래 정말 술을 많이 마시면 가끔씩 아주 가끔씩 우는 버릇이 있는데, 그날도 술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에서 울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하나 둘씩 찾아와서 왜 그러냐고 걱정해줬다. 그러다 감독님이 오시더니 “이영아! 정신 차려. 넌 지금 영화 속 수지가 아니야! 넌 지금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지도 않고, 그 남자가 죽지도 않았어. 얼른 정신 차려”라고 했다. 그 말이 너무 웃겨서 울다가 웃었다.(웃음)

2월 8일부터 4월 12일까지 거의 두 달 동안 촬영했다. 제작보고회 때도 나왔지만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겠다.
촬영 기간이 짧아서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짜인 스케줄대로 그 순간을 몰입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였기 때문에, 제작 환경에 따른 불편함은 많이 못 느꼈다.
다른 배우들은 어땠나? 특히 신은경씨와 함께 나온 장면이 많았는데.
은경 언니랑은 어느 순간, 딱 보면 서로 뭘 말하는지 알게 되었다. 제작보고회 때도 말했지만 연기하는 매 순간마다 연기가 아니고 진짜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진심이 통했다고나 할까!(웃음) 그럴 만큼 언니랑은 죽도 잘 맞았었다. 심지어 감독님도 “둘이 내버려둬 워낙 죽이 잘 맞으니까 연기 잘 할꺼야”라고 하면서 우리를 방치했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연기 주문을 하기 보다는 배우가 알아서 연기하게끔 이끌었다고 들었는데.
감독님은 테이크를 많이 안 가는 편이었다. 많이 간다고 연기가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편집실 가도 다 볼 여유도 없다고 하더라. 우리도 테이크를 5~6번 정도 간 게 가장 많았다. 근데, 준비하는 시간보다 연기하는 시간이 너무 짧으니까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에 적응돼서 짧은 촬영 순간에 좋은 연기를 하려고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되더라.

같이 호흡을 맞춘 신은경씨와 정준호씨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잔뼈가 굵은 선배다. 연기를 하면서 각자의 장점이나 배울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한마디로 은경 언니는 강하다. 그 강해보이는 게 느낌이 세다 보다는 씩씩하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리더십을 발휘해서 현장 분위기를 잡는다. 사람이 많으면 우왕좌왕하고 번잡한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그 때 언니가 딱 나서서 분위기를 탁 정돈해준다. 그리고 되게 잘 챙겨준다. 어느 날인가 언니가 바른 립스틱 색깔이 너무 예뻐서 “언니 입술 색 너무 예쁘다”라고 말했더니 “이거 예쁘면 언니가 똑같은 걸로 사다 줄께”라고 했다, 근데 다음날 진짜 그 립스틱을 사온 거다. 그냥 의례적으로 한 말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사소한 말도 지나치지 않고, 잘 들어주고 챙겨주는 게 언니의 또 하나의 장점이었다.

정준호씨는 어땠나?
(정)준호 오빠는 의외로 재미있다. 요즘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거 보면 진짜 정말 오빠 모습이구나 한다. 현장에서는 이번 캐릭터가 진지하고 심각한 거니까 스탭들하고 장난도 많이 치지도 못하고 불편해 했다. 전작처럼 재미있게 행동하면 안 되니까 항상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옆에서 봐도 너무 어색해 보였다.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매력이긴 하지만.(웃음)
정준호씨나 신은경씨도 이번 영화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마찬가지로 당신도 이번 영화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다.
그게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낸 이유라고 본다. 배우라면 누구나 과감한 노출장면을 찍고 연기변신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근데 모두 열의를 갖고 거침없이 연기했다. 특히 노출이 있는 장면에서는 누구하나 발을 빼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따라가면 따라갔지 두 분 앞에서 신경이 날카로울 수 없었다. 그래도 베드신이니까 조금은 까다롭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준호 오빠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맞춰주고 하니까 너무 고마웠다.

<두여자>는 베드신을 언급 안할 수 없는 영화다. 이번 베드신이 좋았던 건 각 캐릭터의 성향이 베드신으로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잘 보셨다. 그게 바로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주문한 거였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없었겠지만, 약간은 거부반응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거부반응이 있었다면 이 시나리오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두여자> 이외에도 베드신이 있는 다른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은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두여자>를 선택했다. 물론 <두여자>가 시나리오를 받았던 다수의 작품보다 베드신의 강도가 가장 강하지만, 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했고, 후회 없이 찍었다.

일단 베드신으로 신은경씨는 10년차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 심이영씨는 자신의 일에 열심히 하고, 유부남이지만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여자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 그러고 보니 <파주>때도 인상 깊은 베드신이 있었는데.
(침묵이 흐르고)음…….(웃음)

너무 베드신 이야기만 했나?(웃음) 화제를 바꿔서, 극중 소영과 수지가 함께 온천욕을 즐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두 여성이 가까워졌다는 걸 증명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남성적인 코드도 보였다.
왜? 어떤 게? 그래 보였나?
실질적으로 남자들이 친하면 목욕탕을 가지 않는가.
아! 감독님도 솔직히 그 장면을 두고 친한 사람들끼리 목욕탕을 가지 않냐고, 친하지 않으면 같이 가지 않는 거라고 말하더라. 이 장면에서 둘이 같이 탕 속에 들어갈 관계면 정말 두 사람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이라는 걸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근데 처음에는 솔직히 다 벗고 들어가야 되냐고 감독님께 반문했다. 어차피 놀러 간 건데 비키니를 입고 들어가면 어떻겠냐고 말했더니 감독님은 가장 친한 사람이면 속내를 다 드러내는 거 아니냐며 우리를 설득했다.

유부남을 사랑하는 수지라는 인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미움과 동시에 연민도 느껴진다. 소영이 수지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처럼 점점 그 마음이 들더라.
감독님은 관객들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사랑을 선택한 수지를 욕하겠지만, 그럼에도 수지를 안쓰럽게 바라본다면 정말 연기를 제대로 표현한 거라고 말해줬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분 좋다.(웃음)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세 인물이 한 공간에 만나는 마지막 부분이다. 근데 원작보다는 지지부진한 느낌이 있었다. 한국적인 정서를 삽입했다고는 하나 좀 더 쿨하게 갈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독님은 그 장면을 통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빗대어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말로 주변에 삼자대면을 해서 결판을 내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들었다. 정말 현실이 영화 같고, 영화가 현실 같았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 그런지 별로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원작에서는 수지 역할을 한 여자가 남편의 동생을 부인으로 착각해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더 불편했다. 만약 수지라면 저렇게 못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수지는 유부남을 사랑하지만 그의 가정을 깨뜨릴 정도로 강한 여자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영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지만 감독님과 상의 끝에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 장면에서 배우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보이더라.
그 장면은 리허설도 없었고, 리딩 때도 많이 상의를 안했다. 오히려 얘기를 하는 것 보다는 정말 현장 느낌이 중요하다고 감독님도, 준호오빠도, 은경언니도 동의 했다. 솔직히 그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서로 말을 아꼈다.

심이영이라는 배우를 알리게 된 작품은 역시 <열혈남아>라고 할 수 있다. 그 때 되게 강단 있는 신인 여배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때는 그냥 실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 같다. 누군가 그러더라 ‘깡따구’로 연기한다고.(웃음) 다른 사람들처럼 체계적으로 연기를 공부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오기도 부려가며 연기했다.
이후로 <파주>에서 은수 역으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영화 속에서 극중 은수가 중식(이선균)을 사랑하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거둬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 은수가 술 취해서 가는데, 중식이 차를 몰고 따라온다. 그 때 중식은 그냥 동네 주민으로서 걱정되는 마음으로 따라오는 건데, 은수는 그런 중식이 마음에 든 거다. 그 때 중식이 은수를 위해 헤드라이트를 비춰주는데, 그 때 사랑을 느낀 거다. 왜냐면 항상 동생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나서니 너무 행복한 거다. 그래서 거둬주지 않았을까.(웃음)

박찬옥 감독은 심이영씨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했다고 하던가?
감독님이 <열혈남아>를 보시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더라. 그 뒤로 활동이 뜸하다가 광고로 다시 얼굴이 알려졌었는데, 그 때 감독님이 보고 기억한 거다. 그래서 캐스팅 되었다.

영화 뿐만 아니라 2008년도에는 양희경씨와 함께 공연한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를 했다. 연극이란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어떤 것을 배웠나?
연극을 한 후에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대본보고, 연기하는 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던 거다. 완전 잘못된 생각이었던 거지.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아등바등 거렸는데, 연극을 하면서 연출 선생님도 만나고 양희경 선생님 이하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연기가 단순히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 때서야 알게 된 거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연극을 하지 않았더라면 <파주>도 즐겁게 찍지 못했을 것이다. 선균 오빠, 서우랑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그전에 그나마 생각이 바뀌어서 그랬지, 예전 마인드였다면 좋은 분위기에서 작업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카메라가 아닌 무대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연기했던 느낌은 어땠나?
무대는 너~~무 높았다.(웃음) 연극도 처음인데, 극을 이끌어야 하는 주인공이었다. 거기에 양희경 선생님을 상대로 연기해야 돼서 부담감이 있었다. 처음 무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홀로 저기 서서 해야 한다는 게 두려워서 첫 공연 이후 한 달 동안 손에 땀이 줄줄 흘렀다.(웃음) 긴장돼서 말이다. 그래도 너무 값진 경험이었다.

그게 무대의 맛이라고들 하던데.
지금 생각하면 그런데 그 때는 대사를 까먹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연극은 힘들었지만 재미있고, 보람 있는 경험이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공연을 하고 싶다. 노래만 잘한다면 뮤지컬도 하고 싶지만 매니저의 반대가 심해서.(웃음)
요즘에는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에서 악역을 맡고 있다. 매서운 눈빛으로 표독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약간은 어색하기도 하다.
드라마를 봤나?(웃음)

어제까지 1,2,3회 다 봤다.
봐서 알겠지만 요즘 정말 힘들다.(웃음) 오랜만에 드라마를 하는데, 연기를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로 손발이 오그라든다. 촬영 후 매니저한테 미칠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다.(웃음) 첫 촬영이 끝나고 정말로 배우들이 자신에게 맞는 역할이 있구나! 그래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자기에게 맞는 것만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1, 2회를 봐서 알겠지만 그 짧은 대사를 까먹었다. 집중이 안 되니까 순식간에 대사를 잊어버린 거다. <두여자>를 하고 나서 어느 역할이든 잘 할 거라고 자신만만했었는데, <매리는 외박중>을 하면서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웃음)

어쩌면 <매리는 외박중>의 방실장 역은 전형적인 팥쥐 스타일의 악역인데, 그게 어려웠다니 의외다.
방실장은 중간에서 이간질하고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캐릭터지 않는가. 원래 성격하고는 전혀 반대라서 그런가 보다.(웃음)

이제 연기한 지 10년이 됐다. <매리는 외박중>에서도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앞으로도 변화를 계속 추구할 계획인가?
솔직히 <파주>의 은서나 <두여자>의 수지는 실제 모습과 멀다. 그럼에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도록 비슷한 감정을 활용하고, 상상력을 이용해서 연기를 해왔다. 현재 드라마를 찍고 있지만 도망치고 싶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정말 이런 연기해서 밥도 못 먹고 살겠구나 하면서 자포자기했다. 그럼에도 이걸 안하고 도망치면 배우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지금은 새로운 걸 도전하는 기회가 온 것 자체에 감사하다. 이 기회를 통해 안 되는 거라도 노력해서 이겨내는 방법을 터특 할 것이다.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웃음)

두 달 동안 보여줄 방실장의 모습도 기대하겠다.
꾸준히 봐 달라. 본방사수 잊지 말고.(웃음)

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3 )
jhongseok
휘성의 1집 엘범 곡이었더 `아직도`의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으로 나왔을 때부터 눈여겨 봤던 멋진 여배우.. `다시 만난 날`에서도 좋았지만 `아직도`가 더 좋았습니다. 애잖하고 아련한 아픔을 잘 보여줬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군요.. ㅎ   
2010-11-26 12:09
carhye
연기 잘하던데요.   
2010-11-26 00:50
ceojs
이영이누나 넘넘넘 사랑해염   
2010-11-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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