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대한 욕심이 커져만 간다 <마마> 류현경
마마 | 2011년 6월 2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작년 <방자전>으로 영상 인터뷰를 했는데, 기억나나?
그럼 기억난다. 근데 아직 못 봤다. 3D 입체영상으로 찍는다고 해서 나름 액션도 크게 했는데. 아! 그나저나 영화는 어떻게 봤나?

처음부터 당황하게 만들다니.(웃음)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봤다고 하던가?
너무 다양해서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인터뷰 할 때 마다 물어보는 거다. 제발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봐야 하는데.(웃음)

극중 소프라노 엄마와 함께 사는 딸 은성 역을 맡았다. 엄마로 나오는 전수경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일단 학교 선배님이다. 드라마 <떼루아>에서 같이 연기 했었는데, 그 때는 마주치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반가움이 컸다. 연기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다. 수다만 떤 거지.(웃음) 그래도 연기 할 때 호흡은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선배님에게 잘 묻어갔다.

기자간담회 때도 전수경씨에게 잘 묻어갔다고 했는데.
선배님과 17살 차이가 나다보니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부족한 연기가 나오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계속 쫓아다녔다. 다행히 선배님이 그런 나를 잘 이끌어줬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동숙(엄정화)과 원재(이형석)는 눈물을, 옥주(김해숙)와 승철(유해진)은 웃음을 전한다. 그리고 희경(전수경)과 은성은 애증의 관계로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를 볼 때 그 공감대가 잘 느껴지던가?
일단 영화는 좋았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다. 인물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아쉬움만 들더라. 머릿속에 너무 많은 시뮬레이션을 그렸다고나 할까. 원래 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바탕으로 연기를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 감정 잠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아쉽다고 했는데, 전수경씨 때문에 위축되는 건 없었나?
그런 건 없었다. 그 아쉬움은 개인적인 문제다. 연기를 할 때 상황적인 제약이나 변수를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다.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 템포의 속도나 감정의 깊이 등 예민한 부분까지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희경과 은성의 말싸움 장면은 애증의 관계가 확실히 드러나던데.
아마 그 장면은 감정 표현이 서툰 젊은 세대 친구들이 공감을 많이 할 거다. 은성도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기는 하지만 나이가 어리지 않나. 꿈을 접고, 엄마를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매번 엄마가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들고, 싸우기만 한 거다.

은성은 학예회 때 대중가요를 부르다가 엄마에게 천박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 때부터 가수의 꿈을 접은 것으로 나온다.
은성은 천박하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거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에 대한 분노가 극에 치닫는 딸은 아니다. 오히려 엄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영화에서 은성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뮤지컬에 잘린 희경에게 힘을 주려고 노력한다. 이 장면만 보더라도 엄마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만약 자식보다 자신을 위해서 사는 희경 같은 엄마와 같이 산다면 어떨까?
어휴 생각하기 싫은데.(웃음) 딸보다 자신의 인생이 먼저인 엄마와는 정말 못살 것 같다.

아이러니 하게 은성 또한 딸을 키운다.
은성은 아마 딸에게 미안함이 컸을 거다. 사랑은 주지 못할망정 매일 싸우는 것만 보여주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가족 중에 딸 연두가 가장 어른스럽지.(웃음) 엄마와 할머니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조언도 하니까.

VIP시사회 때 어머니가 영화를 본 걸로 알고 있다. 영화에 대해 뭐라고 하시던가?
그 때만 생각하면 너무 웃긴다. 영화 끝나고 전화했더니 집으로 가신다고 하더라. 그래서 영화가 어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응 영화 잘 봤어. 근데 너는 머리 묶는 게 더 예쁘더라”는 말만 하셨다.

엄마에게 보여주기에 딱 좋은 영화인데.
그러니까 말이다. 시나리오 읽고 난 뒤 엄마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이없게 웃음만 나오더라.(웃음) 이제까지 엄마와 상의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선택했는데, 이번에는 자신 있게 촬영한다고 말씀드렸다. 근데 시사회 날 쿨하게 떠나신 거지.(웃음) 그날 친구 분들이 같이 오셨는데, 그래서 일찍 가신 건가.(웃음)
기자간담회에서 엄마를 한마디로 정의할 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오래된 연인이라고 표현했다.
모녀지간은 너무 좋았다가도 귀찮아하고, 금세 짜증내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연인처럼 말이다. 화가 나도 같이 살고, 웃으며 같이 떠들다가도 말싸움을 하는 그런 사이. 그런 게, 모녀지간이 아닐까.

그렇다면 극에 나오는 세 명의 엄마 중 당신의 엄마와 가장 가까운 인물은 누구인가?
희경 빼고는 닮은 점이 있다. 동숙처럼 “내새끼” 할 때도 있고, 옥주처럼 삐칠 때도 있고 말이다. 하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은 다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최익환 감독과 첫 작업을 했는데, 어땠나?
기자간담회 때 봐서 알겠지만 감독님은 말투부터 엄마다.(웃음) 촬영장에서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너무 잘해주시고, 연기 주문도 조심스럽게 하셨다.

다른 두 에피소드 이야기는 어떻게 봤나?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 동숙 엄마 이야기는 너무 슬펐고, 옥주와 승철의 부자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유해진 선배님은 김해숙 선배님을 잘 받쳐주면서 자신의 연기 또한 너무 잘하더라. 부러웠다.

세 편의 이야기가 합쳐진 이야기라서 은근히 경쟁심리도 있었을 법 한데.
그런 건 없다. 세 편 모두가 잘 나와야지. 그래야 영화에 무게가 생기고, 감동이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장점은 엄마라는 한정된 소재 안에서 신파가 배제되어 있으면서, 현실적인 모자·모녀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는 거다.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 좋았다. 근데 다른 분들은 그 점이 아쉬웠다고 하더라. 오히려 감정을 쭉 빼줘야지 가다가 말고 하니까 그게 별로라고 했다. 난 그 점이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걸 단점이라고 보니까 도통 감을 못 잡겠다. 보통 영화를 보면 호불호가 나뉘기 마련인데, 이번 영화는 극중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만큼 의견도 분분하다.
VIP시사회에 온 지인들은 뭐라고 했나?
노코멘트!(웃음) 비밀이다.

안 좋은 얘기만 나온 건가?
에이, 아니다.(웃음) 내가 너무 연기가 부족한걸 알아서 시사회 전날 난리를 쳤다. 아는 사람들에게 심장이 떨려 죽겠다고 말한 거지. 근데 영화를 본 지인들이 왜 그렇게 난리를 쳤냐고 하더라.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잘 다독여줬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그만큼 긴장 한 걸 보니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아 보인다고.

영화에서 극적인 부분은 오디션 무대 위에서 ‘내게 남은 사랑을 다 줄게’를 부를 때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결말을 위한 작위적인 장면일 수 있는데.
만약 희경과 은성의 이야기만 남아있다면 이 장면이 이상할 수 있는데, 또 다른 두 편의 이야기와 함께 맞물리니까 괜찮았던 것 같다. 노래만 좀 더 잘 불렀더라면 좋았을 텐데.(웃음)

우연히 2007년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물좀주소>를 봤다. 개인적으로 그 때 연기가 참 좋았던 걸로 기억된다.
감사하다.(웃음) 선주라는 인물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서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 신용불량자에 애 딸린 엄마인 선주는 정말 박복한 여자다. 근데 매번 그런 캐릭터만 들어온다. 그렇게 박복하게 생겼나.(웃음)

박복까지는 아닌데.(웃음) 그러고 보니 매번 영화를 보면 뭔가가 결핍 된 인물들을 주로 연기한다.
그런 공통점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매번 변신했다고 하더라. 정확히 말하자면 변신은 아니다. 그냥 뭔가에 결핍을 느끼고,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들을 계속 연기한 것뿐이다. 물론 직업이나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그래서 그런지 맡은 인물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람냄새가 난다.
아직 멀었다. 내 연기에서 사람냄새가 나려면.(웃음)
단편 영화 <광태의 기초> <날강도>를 만들었다. 이제 감독으로도 불리는데, 기분이 어떤가?
다들 배우로 어느 정도 인기를 누리니까 감독을 한다고 생각하더라. 그건 절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보다는 연출에 관심이 더 많았다. 연기의 재미를 안건 얼마 안 된다. 연출을 하면서 느낀 건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당분간 안하려고 한다.(웃음) 연출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나 연륜이 찼을 때,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연기에 주력할거다.

영화 연출을 하면서 연기에 도움이 된 게 있다면 무엇인가?
도움이 됐다기 보다, 예전보다 감독님을 이해하는 폭이 커졌다고 할까.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면서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담는다는 일이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맡은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연출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는 찍을 때 힘들지만 완성되고 나면 그 보람이 어마어마하다. 단편 영화를 찍고 난 뒤 시사를 할 때 극장에 모인 사람들만 봐도 행복하다. 그런 기분을 또 느끼고 싶어서 연출을 하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출연한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임필성 감독의 스마트 폰 영화 <슈퍼 덕후>였다.
말도 마라. 임필성 감독님이 하루 전에 전화 와서는 대뜸 “너 여신 할래?” 그러는 거다. 어떤 여신이냐고 물어봤더니 “아이폰 필름 부착을 너무 잘하는 여신이야”라고 하더라. 그래서 “출연하면 아이폰 주는 거예요”라고 했더니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바득바득 우겨가지고 결국 아이팟 받았다.(웃음)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을 줄이야. 극중 사과 먹는 장면이 압권이었는데.
촬영 때 감독님이 사과를 주는 거다. 그래서 멋도 모르고 한 입 베어 문 것뿐이다.(웃음)

다수의 단편 영화와 독립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왔다.
그냥 자연스럽게 한 거다. 시나리오를 읽다가 느낌이 오면 망설이지 않고 출연하곤 했다. 물론 <슈퍼 덕후>는 막무가내로 출연한 거지만 말이다.(웃음) 양익준 감독님하고 찍은 <Departure>은 일본어를 좀 한다는 이유만으로 캐스팅됐다. 그리고 일본어를 좀 한다는 이유만으로 프로듀서도 병행했다.(웃음)
최근에는 정인의 ‘장마’ 뮤직비디오도 찍은 걸로 알고 있다.
그것도 길이 오빠가 전화로 “예산이 부족한데, 니가 좀 해줘라”고 부탁해서 한 거다. 할 수 없이 노래를 들었는데, 너무 좋은 거다. 곧바로 수락했다. 배우를 정인 언니로 가자고 했는데, 길이 오빠가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할 수 없이 (박)시연 언니를 캐스팅했다.(웃음)

<장마>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구성했나?
예산이 없으니까 한 공간에서 찍어야 했다. 그래서 무대를 배경으로 찍었다. 무대 뒤에서 연인을 기다리는 모습이나 연극하는 장면도 찍었다. 근데 연극하는 장면을 찍은 부분이 다 날아가서 할 수 없이 무대 뒤에서 촬영한 부분만 나갔다. 내용은 남자를 그리워하는 여자가 알고 봤더니 귀신이었고, 실제로는 남자가 여자를 그리워 한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다.(웃음)

뮤직비디오를 보고 길씨는 뭐라고 했나?
좋다고 했지. 그 적은 예산으로 최고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는데.(웃음)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 류현경을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이 없다. 앞으로 사람들에게 이름 석 자를 알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한참 주목을 받다가도 잊혀지는 게 배우다. 주연이 아닌 조연이라도 꾸준하게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관객을 비롯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좋아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지금보다 좀 더 연기를 잘해야 되겠지.(웃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까, 그걸 지켜나가면 자연스럽게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2011년 6월 2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1년 6월 2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총 1명 참여)
adew82
류현경씨 연출도 했군요! 새로운 발견^^ 빛나는 조연이라고 생각하는 몇안되는 여배우...   
2011-06-26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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