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의뢰인> 박희순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이런 말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참 고와졌다. 남극 가서 고생하고, 오지에서 뒹굴던 박희순의 모습이 아직도 뚜렷한데 말이다. 시간이 당신만 비켜간 느낌이다.
아유~ 별 말씀을!

접대 멘트로 하는 말, 아니다.
그렇게 봐주니, 고마울 따름이다.(웃음)

어제 술은 한잔 했나? 보통 영화가 첫 공개되고, VIP 시사회가 끝나면 술자리로 이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술자리에서 배우들끼리 어떤 얘기가 오고갔을지 궁금하다.
어제는 내가 위로 받는 자리였다. 하정우와 장혁으로부터 위로를 한 몸에 받았다.(웃음)

어떤 위로를?
편집에 대한 위로? 내가 나오는 큰 법정 씬 두 군데가 잘려나갔다. 법정 용어를 외우는 게 어려웠다고 얘기해왔는데, 대사량 많은 거 두 개가 확 날아가는 바람에 쑥스럽게 됐다. 오랜만에 주연에서 조연을 하니까, 잽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스트레이트가 중요하긴 하지만, 수많은 잽들이 날아감으로 해서 생기는 아쉬움을 오랜만에 경험했달까. 괜히 노후를 걱정하게 되더라고.(웃음)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겠구나’, ‘정신 차리자’ 싶었다.(웃음)

아, 잠깐! <의뢰인>에서 본인이 조연이라고 생각하나?
조연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엔 <의뢰인> 출연제의를 고사했다고 들었다. 고사했던 걸 다시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땐, 뭔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생겼으니까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조연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을 했다고 하니, 그 부분이 더욱 궁금하다.
1년 만에 다시 제의를 받았을 때, 시나리오가 전과 달랐다. 변호사 강성희(하정우)의 아버지가 안민호(박희순)의 아버지로 바뀌어 있었는데, 그 점이 흥미로웠다.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제자 강성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법조인인 아버지는 정작 아들인 안민호에게 쌀쌀맞다. 검찰에 불신을 가지고 있는 어버지는 검찰 꼭두각시가 돼 가는 아들을 다그친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데, 위에서 들어오는 압력 때문에 고민하고. 그런 것들, 그러니까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강성희에 대한 질투, 그리고 정의에 대한 소신 등 이중적인 면들을 살리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사건 중심으로 가다 보니, 개인사들이 증폭되지 못했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
안민호의 개인사를 짐작하게 하는 게, 사진이다. 안민호의 아버지는 아들과 찍은 사진 대신, 강성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은 책상 위 액자에 걸어둔다. 그 사진을 보는 자식 안민호의 마음은 어땠을까. 영화적으로 안민호의 부친은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로 묘사됐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더라. 정의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부정을 그렇게 멀리하면 안 되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하하. 그렇지. 밖에서는 훌륭하지만, 자기 처자식에게 소홀하면 그건 또 아니지. 그런 것들을 묘사하는 부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랬으면 안민호와 강상희 사이에 형성된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같은 관계도 더 풍부하게 보였을 테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역이 처음은 아니다. 전작 <혈투>에서 맡았던 헌명도 아버지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인물이었다. 욕망과 야망도 크고.
그러니까. 이젠 그런 거 지겹다. 나도 사랑받고 싶어, 이제.(웃음)

안민호와 강성희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안민호의 아버지 관계를 보면서, 목화 오태석 선생님과 제자들과의 관계를 상상하기도 했다.(박희순은 극단 ‘목화’에서 10여년 이상 몸담으며 다수의 연극에 출연했다) 목화시절, 박희순은 유독 사랑받는 제자였던 걸로 아는데.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 때, 내가 사랑받는 제자였던 건 맞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것도 많았다. 예뻐는 해 주시면서, 주인공은 다른 사람 주고 그러셨으니까.(웃음) 아, 말하니까, 갑자기 그 때 생각이 난다.(웃음)

개인적으로 안민호라는 캐릭터는 표현하기 굉장히 난해한 인물이라고 느꼈다. 용의자 한철민(장혁)과, 사건을 이끌어가는 변호사 강상희는 시나리오상, 계속해서 내적 변화를 겪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안민호는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믿고 있는 걸 쭉 밀고나가야 했는데, 배우로선 다양한 얼굴을 내보이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꺼리가 부족했지. 처음에 출연을 고사를 했던 것도, 전형적으로 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수정된 대본에서 아버지 캐릭터가 생겼길래, 거기에 기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갔다. 최초의 법정 드라마라는 점도 끌렸고. 그리고 하정우라는 배우가 나오니까, 같이 하고 싶은 욕심도 컸다. 개인사가 위축된 게 아쉽긴 하지만, 기존에 해 오지 않았던 느낌의 캐릭터를 시도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또 영화도 전체적으로는 잘 나와서 다행이다 싶다. 편집도 그렇고 이야기도 그렇고, 기교부리지 않고 묵직하게 밀고 가는 게 전혀 지루하게 않게 나왔더라.
그렇다면, 조금 다른 질문이다. <공공의적 2>의 꼴통검사 강철중(설경구), <부당거래>의 검사 주양(류승범)과 비교하면 안민호는 시나리오상 개성이 떨어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건 시나리오상에서고. 연기에 욕심이 많은 박희순이라면, 촬영할 때 뭔가를 바꿔보려고도 의견 표출을 했을 것 같은데.
표출은 했다. 그런데 감독들이란 도장 찍기 전과 도장 찍은 후가 다르니, 어쩌나.(좌중 폭소) 아, 이거 자꾸 우울해지네. 이제 시나리오 상에 완벽하게 명시돼 있지 않으면 안 믿으려고.(웃음)

감독님은 어땠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웃음)
철학적인 면이 되게 많으신 분이다. 직선적으로 요구하기 보다는, 창의적인 걸 많이 뽑아내려고 한다. 그리고 <의뢰인>이 장르영화고 캐릭터가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홍상수 감독님 조감독 출신답게 리얼함을 추구하셨다. 처음에는 “이래서 되는 거야?” 싶은 적도 있었는데, 상황들을 굉장히 잘 통제했다. 특히 나와 정우, 혁 모두 연기 톤이 달라서 조합이 잘 될까 걱정했는데, 그런 부분들도 명민하게 잘 잡아내더라.

<의뢰인>은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배심원제’를 다뤘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끄는 영화다. 배심원제는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하는 자의 화술이 굉장히 중요한 제도인데, 그렇기 때문에 배우가 어떤 화술을 구사하는가도 눈여겨 볼 부분이 아닌가 싶다. 평소 본인의 화술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나만의 독특한 리듬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극단 목화시절 모셨던 오태석 선생님은 3.4조, 4.4조의 운율과 리듬을 대사에 많이 활용하는 분이셨다. 그 때 체득한 걸, 영화에 많이 활용한다. <의뢰인>에는 문어체 대사가 많았다. 정우의 경우 캐릭터를 만들면서 그걸 자유분방하고 장난스럽게 많이 수정했다. 그런데 나는 문어체 대사로 그냥 승부해 보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정면 돌파했다.

안 그래도 그 부분을 묻고 싶었다. 영화 보는 내내 궁금했거든. “기존에 봐 온 박희순이었으면, 분명 여기에서 맛있는 대사를 구사하려 했을 텐데, 왜 안 그러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일부러 그랬다. 이번 작품은 문어체든 어려운 법정 용어든 대본대로 가보자하는 욕심이 있어서, 안 바꾸려고 노력했다.
왜, 전과 다르게 시나리오 그대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나.
작품마다 추구하고 계산하는 것들이 다 다르다. 지금 촬영 중인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에서는 예전 <세븐데이즈>때처럼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표현도 많이 바꿔본다. 하지만 <외뢰인>의 경우 생각한 게 달랐다. 왜 할리우드 법정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면, 배우들이 수많은 대사들을 노래하듯이 자연스럽게 연기하잖나. 그걸 한번 해보고 싶었다. 어려운 용어라도 내 몸에 맞춤옷인 냥 자연스러워 해보이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걸로 욕을 먹을 수도 있지만 <의뢰인>에서 내가 세운 목표는, 그걸 시도해 보는 거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대본에 충실하려 했다.

그 의도를 가지고 영화를 찍었는데, 그걸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편집 됐으니, 더 서운할 수밖에 없었겠다.
맞다. 솔직히, 다른 거 잘린 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목표했던 걸 보여주지도 못하게 됐으니, 서운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만약 다시 <의뢰인>을 찍게 된다면, 그때도 대본 그대로 연기할 텐가. 아니면, 박희순화 된 검사를 새롭게 만들어서 연기할 텐가.
안 할 거다!(좌중폭소) 한번 해 봤으니까 안 할 거야~(웃음)

(웃음) 갑자기 든 생각인데, 편집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였나?
음. 가장 큰 수혜자라가기 보다, 가장 큰 피해자가 그냥 나였다.(좌중폭소)

이제 주‧조연 가리지 않고,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걸로 안다.
고맙게도 그렇긴 한데, 무조건 주연을 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좋은 작품을 하고, 흥행을 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상업영화에 나오는 배우는 흥행을 시켜야 본인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몇 개 망해버리니까 책임감 느끼고, 자괴감 들고, 뭐가 잘못됐는지 고민도 되고 그랬다. 나를 조금 환기 시킬 작품이 필요하더라. 흥이 나서 할 수 있는 작품이 필요했고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의뢰인>이다.

하정우, 장혁과는 이번 작품이 처음인걸로 알고 있다. 아까 하정우 얘기를 잠시 했는데, 그저 막연하게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던 배우들과 직접 연기해 보니 어떻던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었나.
정우는 타고난 게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는 배우라고 봤는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정우는 무척 영리한 배우다. 철저하게 계산하고 연습하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산된 게 전혀 들키지 않고.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많지만 그거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이 되게 예뻐 보였다. 혁이 같은 경우는 순간 집중력이 대단하다. 내재된 감정을 쭉 가지고 가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그걸 해 나가는 걸 보면서 놀랐다. 선천적으로 끼를 타고난 줄 알았던 두 배우가 모두 노력파라는 걸 알고, ‘이 바닥에서 잘 나간다 싶은 친구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후배지만 배울 지점들이 많은 친구들이다
계산한 걸 들키지 않고 연기하는 건, 박희순의 장점이기도 하지 않은가.
나야, 노상 연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사람이고.(웃음) 말했듯 법정 씬에 목숨을 걸었기 때문에, 그 연습에 힘을 쏟았다. 그런 내 눈에 정우는 별로 연습을 안 하는 것 같았다. 노트만 계속 끼적이는 것 같고. 그런데, 알고 보니까 두 달 전에 그 많은 대사를 다 외웠던 거더라. 그러니까 다 똑같이 연습을 하는데, 정우는 티를 안 내, 티를.

시험 전 날 밤새 공부해 놓고, 학교에서는 공부 안한 척 하는 그런 건 아니었나?(웃음)
하하하. 나는 정우가 정말 타고 난 줄 알았다. 연습도 안 하고, 현장에서 막 여유도 있어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친구도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걸 알고서, ‘역시 내가 하는 방법이 틀리지 않았구나’를 느꼈다. ‘선배들도 그렇지만 후배들도 노력을 하니까 저렇게 좋은 연기가 나오고 좋은 배우 소리를 듣는구나’를 느낀 거지.

박희순이 대사는 참 맛있게 내뱉는 배우라면, 하정우는 상황을 참 맛있게 소화하는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현장은 연기하는 재미도 상당했을 것 같다. 베테랑과 베테랑이 붙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랄까.
그래서 더 아쉽다. 둘이 붙는 씬이 많았으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 텐데, 호흡 맞추는 부분이 많이 없었다. 정우랑은 나중에 코미디 한 번 하면 재미있겠다 싶다.

이번 영화에서 중요한 키포인트가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다. 그런데 심증만 가는 건, 법정에서뿐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굉장히 많이 일어나는 거잖나. 그것 대문에 괜히 오해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박희순 같은 경우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듣고 싶다.
글쎄. 논쟁 같은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나는 잘 참는 스타일이다. 오해를 받아 본 적도 많이는 없는 것 같고.(웃음) 그러니까 존재감이 미비하기 때문에 나에게 ‘딴지’를 걸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또 예전에는 조폭 같은 센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술자리에서조차 나를 건드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나저나, 요즘 걸음이 너무 빠른 게 아닌가 싶다. <의뢰인> 개봉을 알리기 무섭게 <가비> 크랭크인 소식이 들리더라. 또 얼마 안 가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촬영 중이란 소식도 들리고.
아까 얘기의 연장선인데, 원톱이나 주인공을 했을 때의 부담감이나, 그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을 때 오는 자괴감들이 굉장히 많았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지만, 한번 고사한 작품을 다시 한 이유의 70%는 하정우 때문이었다. 하정우라는 배우와 연기해보고 싶기도 했고, 막말로 묻어가서 흥행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모든 걸 객관적으로 쳐다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비>도 그래서 선택한 거다.
<가비>도 한 발 물러선 역인가?
<가비>도 조연이다. 그런데 한 발 물러서서 보니,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이긴 하더라. 주연의 입장에서 어떻게 운용해 나가는 것이 맞는지를 되돌아보고, 재점검하는 시간이 됐다. 그런 노하우들 때문인지, 지금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를 하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내 안에 있는 과제들만 풀어갔다면, 지금은 조금 더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한다.

어떤가? 주‧조연 모두 중요하긴 하지만 이끌어 나갈 때의 에너지와 옆에서 지켜 볼 때의 에너지는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지금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촬영하면서, 의욕이 너무 앞선다. 욕심이 자꾸 생기니까, 감독님과 토론도 많이 하고 하는데, 그 조절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뭐든, 과하면 안 되니까. 자제하려고 노력중이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는 않나?
많이 쉬었다. <가비> 출연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내가 나오는 씬을 미리 찍었었다. 이후로, 4-5달 정도 쉬었으니 많이 쉰 셈이다.

참, 얼마 전에 ‘공정무역 커피믹스 홍보대사’가 됐더라.(공정무역. 제3국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1988년 시작된 무역으로, 친환경적으로 제작한 제품을 제값 주고 사는 방식이다. 어린이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제품은 거래하지 않는다. 커피는 세계무역 거래 품목 중 석유에 이어 두 번째로 공정무역 교역량이 많다.)
<맨발의 꿈> 촬영으로 동티모르를 갔을 때, 거기 친구들이 나에게 준 선물 대부분이 커피였다. 그곳 국민 대다수가 커피 산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커피 외에는 줄 게 없거든. 그들을 만나면서, 커피의 소중함을 알았다. 일반적인 무역의 경우, 중간거래상들이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서 이익을 먹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정무역은 직거래를 함으로서 커피 생산자들이 공정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한다. 동티모르에서의 추억도 있고, 취지도 좋은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

이참에 커피 CF도 들어오면 좋을 텐데, 어찌 광고는 아직?(박희순은 이전 인터뷰에서 CF 출연에 대한 욕심 아닌 욕심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이번 <가비>에서 어떻게!(웃음) <가비>에서 계속 커피 마시는 장면이 나오니까, 그걸로 한 번 노려봐야지.(<가비>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둘러싼 고종암살작전의 비밀을 그린다.)
오지전문배우로 유명한데, <의뢰인>에서는 출연 장면 대부분이 실내씬이다. 몸은 편했겠다.
몸은 아주 편했다. 머리에 쥐가 나서 그렇지.

세트촬영과 현장촬영 중 어떤 게, 본인에게 잘 맞는 것 같나?
사실, 연극배우 출신이기 때문에 세트가 더 편하다. 세트에 있으면 왠지 모르게 집중이 더 잘 되고, 자유로운 기분이다. 박쥐 체질이라 그런지 사람 많고 햇빛 많이 비추는 곳에서는 적응이 필요하다.(웃음)

지금은 어떤가? 햇빛 강하게 내리쬐는 날, 야외에서 인터뷰 중인데.
이제는 많이 적응이 됐다. 지금은 편하다.

요즘 박희순을 들뜰게 하는 건, 뭔가?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지. 들뜨고, 들뜨는 만큼 자제하려고 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안민호가 법정에서 했던 변론을 돌이켜 보자. “나는 지금 이 순간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합니다”라고 안민호는 말했는데, 박희순은 어떤가. 살면서 이것만큼은 지켜졌으면 하는 박희순만의 정의가 있을까.
‘반칙하지 말자.’ 나는 남 뒤통수치는 사람이 잘 되는 게, 너무 싫다. 배역이긴 하지만, 악역을 맡기 싫은 이유 중에 하나도 그것 때문이다. 정직하게 일해서 그만한 대가를 받는 게, 정의라고 생각한다. 반칙하지 않는, 정의의 사회를 희망한다.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총 1명 참여)
pskwin
점점 회춘하시는듯..연애의 힘인가*^^*   
2011-09-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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