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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낭만 <오직 그대만> 소지섭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오직 그대만>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다. 본인이 나온 영화를 첫 공개할 때 떨리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영화제와 겹쳐서 더욱 묘한 기분이 들었겠다.
사실, 처음엔 몰랐다. 사람들이 되게 영광스러운 자리고 큰일이라고 하는데, 와 닿지 않았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싶었다. 레드 카펫을 밟는 순간에야, 딱 알았다. 배우로서 다시 안 올지 모른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것을. 그 때의 긴장이란.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기쁨이란. 그 때 무대에 올라 인터뷰를 하는데, 앞에 앉아 있는 선배님들과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묘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시나리오로 봤을 때의 느낌과 다르던가?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종이위의 글들이 움직이는 형태로 바뀐 거잖나. 이해도 더 되고,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뻔한 이야기지만 끝났을 때 뭔가 가슴이 따뜻하고,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더라. 나만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나도 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봤거든. 영화의 전당에 모인 사람들의 반응을 옆에서 보니, 더 뭉클했다. 더 울컥했고.

촬영을 <M> <마더>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은 홍경표 촬영감독이 했다. 영상적인 부분에 대해 기대가 컸는데, 아닌 게 아니라 잘 나왔더라.
송일곤 감독님 같은 경우는 아직도 동심에서 사는 분이다. 홍경표 촬영감독님은 느와르 전문이시고. 두 분의 다른 점이 믹스가 잘 돼서, 묘한 화면이 많이 나왔다.

당신은 드라마와 영화를 같이 가져가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최근, 영화만 하거나 드라마만 하는 배우 쏠림현상이 심한데 말이다.
첫 영화 <도둑맞곤 못살아>(2002년)를 하고 나서, 영화가 부담스러워졌다. 도저히 스크린에서 내 얼굴을 못 보겠더라. 힘도 없어 보이고, 비어 보이고, 뭔가 연기도 어설프고. ‘오우~ 스크린에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러고 나서, 영화를 피했다. 드라마 위주로만 활동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는 영화다>를 찍게 됐는데, 나이가 주는 느낌이라는 게 있더라. 나름 연륜이 쌓였다고 해야 할까. 스크린으로 비춰진 내 모습이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그렇게 자신감을 얻어서, 또 영화를 하게 된 거다.

<도둑맞곤 못살아>를 찍고 <영화는 영화다>(2008년)를 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그리고 이번 <오직 그대만>이 영화로는 세 번째다. 연기 경력에 비하면 영화가 적은데, 그 건 앞으로 스크린에서 보여줄게 많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제는 드라마와 영화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일부로 기피한 게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굳이 한쪽으로 쏠리고 싶지 않다.
그 동안의 출연작품을 보면, 당신은 크게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로 나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년)나 <영화는 영화다>에서는 여자를 거칠게 다루는 나쁜 남자였다. 반대로 이번 <오직 그대만>도 그렇고 <로드 넘버 원>(2010년)에서는 상대를 보듬는 착한 남자였다. 어느 쪽이 연기하기 편한가?
편한 쪽은 없는데, 굳이 고르라면 나쁜 남자가 더 힘든 것 같다. 지금 액션을 찍고 있는데, 맞는 게 차라리 속 편하다. 얼마 전에 여배우랑 촬영하는데, 정말 많이 때려야 했다. 마음이 안 좋았다. 사람을 때리는 씬이 있으면, 그 전날부터 스트레스 받는 편이다. 현장에서도 불편하고 그런다.

실제 성향은 착한 남자에 가깝나 보다.(웃음)
그렇지 않나 싶은데.(웃음)

<발리에서 생긴 일>(2004년)과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통해 이미 사랑의 화신임을 증명한 바 있다. 이번 작품도 멜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랑이야기인데, 이전과는 다른 디테일을 보여줘야 한다는 고민은 없었나.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비교가 될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긴 했다. 큰 무언가에 변화를 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말투나 걸음걸이, 제스처 같은 행동들에서 차무혁을 최대한 비켜가려고 노력했다.

하지원, 임수정, 이번에는 한효주씨와 연기했다. 당신은 여배우 복이 많은 배우인가. 아니면, 여배우들이 당신을 만나서 복이 생기는 건가. <미안하다, 살아한다>도 그렇고 <발리에서 생긴 일>도 그렇고 드라마를 통해 모두 스타가 됐다.
둘 다 이지 않을까? 그전까지는 나도 그렇고 모두가 스타가 아니었다. 시너지가 좋았다고 본다.

점점 호흡을 맞추는 여배우들의 연령이 어려지고 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진실성이라고 본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예뻐 보인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그런 게 있다. 상대방이 긴장하고 연기를 미숙하게 하면 나도 똑같이 그런 상태가 된다. 반대로 상대가 잘하면, 그 기를 받아서 덩달아 잘하게 된다. 그래서 선배들과 하면 연기가 참 재미있다. 내가 아직 연륜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그렇게 되더라.

요즘은 연기가 재미있겠다. 지금 촬영 중인 <회사원>에서 이미연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걸로 아는데.
재밌지. 이미연 선배님은 일단, 카리스마 최고다. 딱 마주 섰을 때, 상대에게 긴장감이 준다. 남자 여자를 떠나서 연기할 때의 긴장감은 참,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거고. 연기자들은 그런 팽팽한 긴장감에 매력을 느낀다.
그런 매력을 알기에, 당신도 상대에게 어떤 긴장을 주는 배우로 각이 되고 싶겠다.
배우는 세 종류라 생각한다. 주는 배우가 있고, 받는 배우가 있고, 튕겨내는 배우가 있다. 나는 적어는 조금은 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배우들이 굉장히 많거든.

이미연씨에 대한 호칭은?
선배님.

혹시, 누나라고는?
누나라는 말, 잘 못한다. 잘 안 된다.

당신에겐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있다.
아, 그런가?

왜, 놀라나. 스스로는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데.
일단, 나를 자유분방함보다, 어둡게 보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안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나는, 자유분방한 척은 하지만, 고지식한 사람에 가깝다. 옛날 거 좋아하고. 기계도 잘 못 다룬다. 요즘 차를 보면 대부분이 전자식인데, 나는 아직 스틱이 좋다. 그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나에겐 편하다.

혹시 휴대폰이 2G?
얼마 전에 3G로 바꿨다. 번호는 아직 011이다.

만약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나?
옛날식이 좋은데,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지금이 좋다. 배우로서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한두 살 먹는 게 마음에 든다. 나이가 주는 느낌은 무엇으로도 대신 할 수 없는 것 같다.

데뷔를 청바지 브랜드 ‘스톰’으로 해서 그럴까. 당신에겐 제임스 딘과 같은 청춘의 이미지가 있다.
하하하. 그런 얘긴, 처음 듣는걸.(웃음)

진짜 그렇다. 그래서 한효주씨가 당신보고 ‘아저씨’라고 하니까, 개인적으로 놀랬다.(웃음) 그나저나 스톰 모델 당시, 당신의 올백 머리를 잊을 수 없다. 함께 모델로 활동한 송승헌씨도 올백이었더 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아마, 그게 유행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남자들이 미용실 가서 머리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머리를 내리면 드라이도 해야 하고, 손 볼 게 많잖나.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올백 머리였다.
모델이 되기 전에도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에 관심이 많았나?
옷에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소간지’라는 별명이 마음에 들겠다.
‘소간지’보다는 그냥, 소지섭이 좋다.

당신은 자고 일어났더니 반짝 ‘뜬’ 스타가 아니다.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올라온 케이스다. 그런 면에서 스스로에게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
일단은 잘 버틴 것 같다. 만약 <발에서 생긴 일>이나 <미한하다, 사랑한다>를 못 만났으면 생활 연기자가 됐을 거다. 또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려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 물론 앞으로 좌절은 있을 거다. 하지만 인기라는 게 평생 가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미래에 대한 불한감이 없는 이유다. 지금은 그냥, 뭔가 할 수 있는 게 많고, 보여 줄 수 있는 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30대가 참 좋다고 느낀다. 너무 좋은 시기다.

배우로서가 아닌, 인간 소지섭의 30대는 어떤가?
역시 행복한 시기다. 나는 40대를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잡고 있다. 마흔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인생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2009년부터 1인 기업 ‘피프티원케이’(51K)를 세우고 활동 중이다. 새로운 배우를 영입 할 생각은 안 하나?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 옆에서 서포트 해 줄 자신도 없고. 그럴 바에야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성향의 배우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소지섭 같은 성향이라면, 어떤 성향을 말하는 건가?
나는 조금 독특한 편이다. 사람 보는 게 까다롭기도 해서, 원하는 사람을 찾으려고 하면 한참 걸릴 거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나?
배우니까, 연기야 시키면 누구나 늘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인 성향이 착한 사람이 좋다. 그리고 일단 성형을 안 했으면 좋겠다. 미성년자도 싫다. 어렸을 때 연기 하는 건, 개인적으로 안 좋다고 본다. 연기는 성인이 돼서, 뭔가 갖추어졌을 때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이런 식으로 쫙 나열하면 끝이 없다. 모든 걸 조합했을 때, 찾기 힘들 것 같다.
연기자보다, 당신의 이상형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든다.(웃음)
(웃음)만약 배우를 키운다면, 정말 신중하게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거기에 엄청난 기운을 빼앗길 텐데, 지금은 내 연기 하나 하는 것도 너무 힘들다. 그래서 회사랑은 이미 합의를 봤다. 혼자 가기로.

‘피프티원케이’(51K)에서 K의 의미는 정했나? 한동안 여러 의미를 두고 고민 한 걸로 아는데.
정했다. 일본에 있던 사무실 약자가 J여서 사람들이 K를 ‘KOREA’의 약자로 오해하던데, 아니다. ‘킹덤(KINGDOM)’의 K다.

킹덤을 최종 선택한 이유는?
나만의 왕국인거다. 나만의 왕국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혹시 내외적인 의미와 대내적인 의미가 다른 건 아닌가?
그렇진 않다. 무언가를 할 때, 의미를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선택을 하기까지 조금 걸렸다. 내 몸에 있는 문신에도 다 의미가 있다.(그의 등에는 ‘다시 깨어나도 난 변하지 않는다’란 뜻의 문신이, 팔에는 ‘호텔을 만들고 싶다’는 꿈과 ‘51k의 다이아몬드’를 상징하는 문신이 있다.)

<오직 그대만>을 공개한 다음에, 주변에서 들은 평가 중 가장 기분 좋았던 건 뭔가.
가장 부담스럽기도 하고 가장 좋기도 한 건, “역시 소지섭이네”라는 말이다. 그게 항상 부담을 주는데, 또 항상 듣기가 좋다.

“역시, 소지섭이네”라는 건 어떤 의미인 것 같나?
나에 대한 기대들이 함축돼 있는 말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에게 갖는 기대감이, 다른 사람들에게 바라는 기대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사실, 그 기대라는 게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당신에겐 기본적으로 ‘다크’한 느낌도 있다. ‘어둡다’와는 다른 의미인데, 진중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묻는데, 어떤 새로운 영역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어떤가?
일단 상황이 주어지면 어떻게든 최선을 다 한다. 결정을 하기까지가 조금 힘든 성격이지, 결정을 하고 나면 전력투구 한다.
일탈도 자주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무한도전> 출연은 상당히 놀라웠다.
힘들긴 하다. 그런 자리에 나가는 게. 그런데 <무한도전>에서는 내가 한 게 하나도 없다. 너무 재미있으니까 그냥 웃고 있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좋게 봐 준 거다. “소지섭도 웃는 구나” 하면서 놀라시는 것 같고. 실제로는 많이 웃는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많이 비춰지지 않아서 사람들이 나를 어두운 쪽으로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힙합 래퍼로도 변신했었다. 그것도 일탈이라면, 일탈이다.
그렇지.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일부러 촌스럽게 찍었다. 힙합은 일은 아니라, 너무 좋아서 하는 거다. 그래서 그건 일로 포함 안 했으면 좋겠다. 힙합은 내년에도 또 할 거다. 아마.

당신의 노래 ‘고독한 인생’을 보면, ‘한 번쯤은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어. 이렇게 가는 게 정말 나의 길인가’라는 가사가 나온다. 본인의 심경을 반영한 건가? 그렇다면,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는지.
지금도 그런 생각, 한다. 배우를 평생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답답할 것 같다. 내 연기 스타일은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쥐어짜는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생 한다고 생각하면, 지칠 것 같다. 마음속에는 항상 일탈에 대한 게, 꿈틀거린다. 어떤 일탈? 예전에도 자주 얘기 했는데, 호텔리어가 돼 보고 싶은 꿈이 있다.

배우이기 이전에 모델이었다. 이제는 모델이 아닌, 배우로 불린다. 처음 출발할 때와 비교하면, 연기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
처음에는 일로서 연기를 했다. 지금은 좋아서 연기를 한다. 그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발리에서 생긴 일>전까지만 해도 연기는 내게 일이었다. 그런데 그 드라마를 찍으면서 ‘연기가 재미있구나’를 느꼈다. 카타르시스도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었던 것 같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기게 되고 말이다.

<오직 그대만>은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다. 그래서 촌스러운 질문을 하나 하겠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뭔가?
사랑이란 늘 하고 싶은 거지. 너무 아름다운 단어이기도 하고. 하지만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고통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상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만 보려 하고, 강요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다 보면, 싸우게 된다. 그럴 때, 처음 만났던 순간의 설렘과 떨림을 떠올리면 싸우는 일이 조금 적어지지 않을까 싶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이유를 다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착하니까 좋아하고, 예쁘니까 좋아하고, 뭐하니까 좋아하고. 그런 것보다는 그 사람 자체를 보려고 한다.

그럼, 잘 싸우진 않겠다. 누군가와 사랑 할 때.
잘 안 싸운다. 그리고 일단 미안한 게, 너무 많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나. 같이 돌아다닐 수도 없고, 영화를 볼 수도 없고, 같이 밥을 먹을 수도 없고. 내가 못 해주니까 다른 사람들하고 노는 걸 뭐라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공간에서 최대한 잘 해 주려고 노력한다.
스타와 사랑의 딜레마인가.
그렇겠지. 자칫 잘못했다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대에서 큰 피해가 간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땐, 항상, 조심스럽다. 지금? 요즘은, 바빠서.(웃음)

그래도 해야지, 사랑.
그럼. 사랑은 늘 하고 싶다. 어떤 교수님이 말하기를, 사람은 늘 스킨십을 해야 한다더라. 그래야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혼자 있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만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외로움을 덜 느끼기 위한 행동이라고도 했다. 스킨십을 많이 하는 건, 좋은 것 같다.

당신은 스킨십, 많이 하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많이 한다. 정말 많이 한다.(웃음)

(웃음)그게 작품 속에서 발현이 되는 건가? 작품 속의 당신을 보면,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게다가 지금까지 당신이 보여준 사랑은 대부분이 절절한 사랑이었다.
몸이 움직여서 하는 연기가 있고, 마음이 움직이는 연기가 있다. 후자의 경우,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캐릭터에 딱 동화가 되면, 상대를 정말 그런 식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쌍꺼풀 없는 내 눈이 주는 느낌일 수도 있고.(웃음)

어우~ 공감한다. 당신의 쌍꺼풀 없는 눈.
예전에는 이 눈이 콤플렉스였다. 수술 권유도 많이 받았다. 그때는 (장)동건이 형 같은 꽃미남들이 인기가 좋았으니까. 감독님들 미팅 갔을 때 “너는 배우 안 되니까, 그만 둬”라는 얘기도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런 상황을 잘 버틴 것 같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어땠나? 상심이 컸나, 반대로 오기가 더 생기던가.
당시만 해도 일적인 부분들에 있어서 “아님 말지”하는 생각이 컸다. 그때 또 운동(그는 수영선수 출신이다)을 하다 와서 그런지, 이쪽 일에 거부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술 마실 때, 누군가에게 술을 따라야 하고 하는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감독이 “너는 안 돼!” 그러면, “(무덤덤하게)그러죠, 뭐” 이랬다. 그런 성격이어서 매니저가 나를 굉장히 싫어했다. 오디션 갔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나오고 그랬으니까. 인터뷰 도중에 그냥 가 버린 적도 있다. 그 때는 왜 그랬는지, 참.(웃음)
절절한 사랑을 많이 했는데,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해 보고는 싶다. 그런데 그건 조금 더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조금 더 자유로울 때, 몸을 많이 쓰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코미디가 힘들기도 하고. 웃음 코드나 개그적인 연기는 정말 계산이 잘 돼야 하는데, 내게 그런 계산 능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무한도전>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한도전>은 다른 분들이 바탕을 잘 깔아 준 것 뿐이다.(웃음)

아까 말한 ‘역시, 소지섭이네’라는 말. 여성들 같은 경우엔, 당신에게 코미디보다 진한 사랑을 더 많이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모습에서 ‘소지섭이네’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런 게 있다. 팬들이 나에게 바라는 게, 항상 있거든. “다음에는 이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주문을 한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역할을 하면, 예전의 모습. 그러니까 상대를 진실 되게 사랑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또 보고 싶어 한다. 팬들의 요구를 많이 신경 쓰진 않지만, 힘든 게 있다. 어떤 역할이든, 양면성이 있는 거지.

<오직 그대만>은 당신 필모그래프에서 모험이라기보다, 경력의 연장이라고 본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장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데, 스스로는 이 작품을 어떻게 정리했나?
자신감을 심어 준 작품인 것 같다. ‘영화에서도 멜로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말이다. 아까도 말했듯 큰 스크린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확실히 브라운관 사이즈와 스크린 사이즈는 배우들에게 민감한 부분 같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많이 힘들다. 큰 스크린에서는 행동도 크게 보이잖나. 눈 하나 깜박거리는 거, 걸음 하나 걷는 거, 모든 걸 세세하게 잡아낸다. 나중에 욕먹을 수 있는 말인데, 한국 배우들은 바스트에 갇혀서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화면을 타이트하게 잡으니까, 얼굴로만 연기하려 하는 거지. 나 역시 마찬가지고. 온 몸을 모두 사용해서 연기하는 분들이 정말 드물다. 몸으로 표현하는 걸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스스로는 그 부분을 많이 의식하며 연기하겠다.
그러려고 노력한다. 정말 많이들 갇혀 있거든. 바스트 연기는 한국 배우들이 세계 최고일 거다.
배우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촬영 시스템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안 그래도 그 문제에 대해, 촬영 감독님과 얘기 했었다. 결론은 복합적인 문제라는 거다. (감독은) 그런 식으로 찍길 원하고, (관객은) 보고들 싶어 하고, (배우들은) 그렇게 연기하려 하고. 타이트한 건, 중간에 한 번 ‘탁’ 들어갔을 때 힘이 있는 건데, 우리는 그걸 너무 자주 사용한다. 또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타이트 샷이 거의 없다. 우리도 화면 안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오직 그대만> 에서 온 몸을 사용해서 연기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씬은 마음에 들게 나왔는지.
그건 얘기하면 안 될 것 같다.(웃음) 그런 게 있더라. 뭔가를 얘기하면, 그 장면만 집중해서 보려는 심리. 그래서 그 말은 아껴야 할 것 같다.

(웃음)만약 당신의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팬에게 당신 작품을 하나 추천한다면. 그렇다면, 어떤 작품을 추천하겠나.
드라마 <지금은 연애중>(2002년)

의외의 대답이다.
어두운 걸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비즈니스가 엮여 있다면 흥행한 작품이나 내가 멋있게 나온 작품을 추천하겠지만, 그게 아닌 일반 대중에게 추천하는 거라면 <지금은 연애중>을 추천해 주고 싶다.

밝은 모습을 봐 주길 바라는 건가?
그런 것도 있고. 또, <지금은 연애중>의 규인이라는 인물이 나와 닮은 구석이 많다. 재미없어 보이지만 속은 따듯하고. 여자에게는 말을 잘 못하는 소심한 부분도 있고. 그런 것들이 나와 비슷하다.

<발리에서 생긴 일>과 <미안하다, 사랑한다> 얘기가 끊임없이 당신을 따라다니는데, 거기에 대한 부담은 없나?
이제는 없다. 그리고 그 얘길 꺼내는 분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뿌듯하겠다. 당신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니 말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난 것도 있다. 인터뷰 하러 오는 친구들이 많이 어려졌더라고.(웃음) 두 작품을 못 봤거나, 기억 못하는 기자들도 많다. 내가 이제 서른다섯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언제 적이지? 벌써 5, 6년이 지났잖나. 그 사이에 세대가 바뀌었다.

아… 그렇겠네.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했다.
현장에 나가면, 내가 배우 중에 첫 번째인 경우도 많다.
세월 빠르다는 말, 이럴 때 써야 하나.
선배로서 느끼는 부담이 있다. 뭔가를 챙겨주긴 해야 하는데, 잘 챙겨주는 성격이 못 된다. 말을 따뜻하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묵묵히 뒤에서 지켜주려고 하는데, 표현을 잘 못하겠다. 사실, 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사적으로 만나는 동생이 한 명도 없거든. 동갑이거나, 다 형들이다. 하긴, 동갑 친구도 많진 않다. 만나는 사람은 한 두 명? 형들도 (송)승헌이 형, (권)상우 형밖엔.

어릴 적 친구들은?
많이 못 만난다. 바쁘다고 연락을 자주 못하다보니, 만나는 갭이 너무 커져 버렸다. 그리고 우리 나이 또래가 다들 힘들 시기다. 만나면 힘들다는 얘기만 하니까, 멀어질 수밖에 없더라. 또 내 경우는 들어줘야 하거나, 부탁을 받을 때가 많은데, 그런 것들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당신은 지금 이 나이가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당신 또래 사람들은 지금 이 시기를 많이들 힘들어한다.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바라는 것 중에 이런 건 있다. 결혼 한 친구들이 제발 행복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결혼에 대해 물어보면, 좋은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실제로 친구들의 반 정도가 이미 갔다 왔다.

갔다, 왔다고?
그런 모습만 자꾸 보다 보니, 결혼이라는 게 점점 두려워 진다. 갔다 오고, 막…

공감하는 게, 나 역시 주위에 좋은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 별로 없다. 딱히 결혼할 생각도 없지만, 그런걸 보면 더더욱…
그래도 해야지.

글쎄.(웃음) 아까, 결혼은 마흔 전에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이에 대한 욕심도 있나?
욕심은 있는데, 나에게는 와이프가 더 소중하다. 아이가 첫 번째는 아닐 것 같다. 아이에게 못한다는 건 아니지만, 성인이 되면 그들은 떠나잖나. 평생 옆에 있을 동반자가 내겐 첫 번째다. 또, 나도 와이프의 첫 번째이고 싶다.

그런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길 바란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겨도!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 10월 21일 금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4 )
bluesoul007
우어~ 소간지 다움이 느껴지는 사진들이네요~   
2011-10-27 15:57
lydragon
마냥 인기있고 멋진 배우가 아니었네요.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전해진것같아 너무 좋았습니다.   
2011-10-26 13:43
sovija
그냥 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소유한 남자 소지섭 오직그대만을 통해 보여주는 멜로의 냄새에서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따스한 마음이 느껴져 그것이 평소의 그의 모습인 듯한 착각이 든다. 여러모로 여자들은 좋아하고 남자들은 싫어할지도 모르는 극와극의 남자 소지섭. 참 매력적이다   
2011-10-25 09:18
sdbswls
보기만 해도 그냥 아까운 배우 그대이름으 소지섭 !!   
2011-10-2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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