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축복과도 같았던 캐릭터와의 조우 <타짜- 신의 손> 신세경
2014년 9월 3일 수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타짜- 신의 손>은 어떤 점이 끌렸나요?
그동안 해왔던 다른 어떤 캐릭터보다 매력을 너무 많이 느꼈고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성이고요, 꼭 하고 싶고 안하면 정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건 본인과 다른 면이 있어서인가요?
아예 다르다고 할 수 없고, 많이 닮았다고 할 수도 없는데요, 저를 통해 표현된 캐릭터니까 비슷한 점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제가 닮고 싶은 면이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타짜- 신의 손>의 허미나 성격과 많이 닮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닮은 점이 있어요. 욕하는 거 빼고 다 닮은 것 같아요(웃음). 장난이고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까지 능동적이고 멋진 여성캐릭터는 만나기 힘들다고요. 시나리오 읽고 반했어요. 여자가 싫어하지 않을 만한 여성캐릭터이기도 하고요.

10대에 만났을 때는 내성적이고 수줍은 소녀였는데, 성인이 되고 여러 작품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변했다고 하더니 많이 활발해진 것 같아요.
성격이 좀 변했죠.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때보다 여유가 많이 생겼어요. 정말 힘들었을 때가 한 번 있었는데 고비를 넘기고 나니까 확실히 여유가 생기기는 하더라고요.
원작 만화는 봤나요?
봤어요.

원작 만화의 허미나와 신세경의 외모는 그렇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원작의 허미나가 더 독하고 날카로운 느낌이랄까요.
허영만 선생님의 그림체에 따라 다양한 얼굴이 보이는 건 사실인데 만화를 보면서 중간 중간 너무 예쁜 컷이 있어서 핸드폰으로 찍어놓은 것도 있어요. 감독님과 처음 미나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 예쁘지 않냐고 찍어 놓은 걸 보여드린 적도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더 예쁘다고 말씀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웃음).

원작의 허미나는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요.
만화의 몇 장면이 유독 기억에 강하게 남았어요. 원작을 보면 미나는 말이 더 거칠잖아요. 감독님이 필요한, 충분한 매력을 다 담아냈다고 생각해요. 원작과 100% 같지는 않아도 허미나의 매력을 감독님이 충분히 사용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고 캐릭터를 준비하고 연기에 임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요?
예쁜 여자이기보다는 멋있는 여자이기를 바랐어요. 상황이 버라이어티 하지만 미나는 우직한 면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대길과의 관계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사이다처럼 톡톡 쏘는 면이 있더라도 강인하고 우직한 면이 있어야 했어요. 멋지게 임무를 완수하고도 생색내지 않는 점도 멋있다고 생각했고, 과거가 힘들고 기구할지언정 비굴하고 구차한 티를 내지 않는 당당함이 멋지다고 생각했고요.
허미나의 성격이나 성향이 그렇다면 외적인 것, 보이는 부분은 어떻게 잡아갔나요? 함대길이 보자마자 한눈에 반할 정도라면 겉으로 풍기는 느낌도 중요하잖아요(웃음).
뭐 대길이는 미나에게만 반하는 것도 아닌데요(웃음).

관객들도 한눈에 훅 빠져야되잖아요(웃음).
허미나는 캐릭터의 외적 콘셉트가 굵은 선이 딱 하나 정해진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요. 분장팀, 의상팀, 감독님과 함께 다양한 스타일을 해보고 맞춰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어요. 이번 작품에서 예쁜 것보다 멋진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지만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들도 너무나 만족스러운 편이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도박판에 발을 들여놓기 전후의 캐릭터 변화가 있어요.
유령하우스 장면을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신이에요. 이유는 구체적으로 저도 잘 모르겠지만, 미나가 가장 바닥에 있는 상황이라 연민이 느껴지고 안쓰러운 마음에 아끼고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대길이 미나를 찾으러 오는 첫 컷을 찍는데 얼굴이 너무 화사해 보인다는 거예요. 제가 봐도 화사해보였어요. 분장이나 메이크업으로 초췌하게 만들 수는 있는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속상해서 술을 마셨는데, 너무 합리화인가요? (웃음) 며칠 찍는 과정을 지켜보니 하루가 다르게 눈이 튀어나오고 거무튀튀해지고 피부가 거칠어지고 딱 유령하우스에 맞는 콘셉트에 가까워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주 만족해요.

과거 장면과는 달리 도박판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의 첫 등장에서는 화려하게 꾸미고 나오잖아요. 그런 외적 변화들을 통해 그동안 미나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걸 예상할 수 있는데, 그 부분을 표현할 때는 어떤 점들에 신경을 썼나요?
답십리에서 대길과 재회할 때인데, 분장이나 의상 콘셉트는 예뻐 보이려고 꾸민 게 아니라 남자가 자기 의도대로 여자를 꾸민 모습, 장동식이 허미나를 만들어놓은 모습을 재현하고 싶었어요. 사실 여자가 봤을 때 예쁜 모습은 아니거든요. 장동식이 억지로 만들어놓은 모습을 재현한 거죠. 그래서 의상도 전형적인 예쁜 의상이 아니라 억지로 시선을 받는 의상이었어요. 표정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건 화려한 느낌보다는 묶여있는 몸이라는 현실을 드러내야한다고 생각했고, 대길과 만났을 때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 지를 드러내고 싶었어요. 화려한 건 오히려 후반 복수할 때고, 초반에는 오히려 초췌하고 안돼 보이게끔 하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대길이 떠나기 전 고백하고 말장난하는 장면에서 미나는 무심한 듯 대하면서 쌍팔년도 유머도 구사하더라고요(웃음). 즉흥적인 것들이 가미된 건가요?
대사는 일단 시나리오에 있었던 거예요. 감독님이 워낙 센스가 있으니까 텍스트로 봤을 때도 풋풋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이 충분히 살만한 대사지만, 승현 오빠가 약간 그런 느낌이 있어서 대사가 핑퐁처럼 잘 살았던 것 같아요. 그 신에서 담 넘고 하트 그리고 하는 액션은 다 애드리브인데, 아기자기하고 상큼발랄하게 완성될 수 있었던 건 최승현 오빠의 공입니다(웃음).

그런 연기는 개인적으로 어때요? 찍으면서 재밌나요?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오빠와 덜 친해서 불편하고 어색했으면 그런 느낌으로 대사를 완성 못했을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대길과의 감정선, 미나의 대길을 향한 마음의 변화는 어떤 식으로 흐름을 잡아갔나요?
미나의 큰 매력 포인트이기도 한 ‘으리’(웃음) 있잖아요. 디테일한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다보니 처음부터 확 낚아채야하는 기분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 남자다, 라는 우직함, 강직함, 바위와도 같은 단단한 마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야기가 많고 각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너무 다채로운 영화라 어떤 심적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여유는 없잖아요(웃음).

원작을 보며 느꼈던 허미나는 이 정도로 살이 붙어 각인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미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게 해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마다 너무 캐릭터 좋다고 해서 팔불출 같네요. 그래도 너무 좋은 걸 어떡해요(웃음). 저한테 미나는 슈퍼 히어로예요.

캐릭터가 좋다는 건데요, 뭐(웃음).
맞아요. 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그렇다고요(웃음).
내 연기로 완성된 캐릭터가 너무 좋아요, 그런 자기 자랑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들이 별로였다는 것도 아니고(웃음).
그런 건 아니죠(웃음).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좋아하는 여성상! 감독님이 포인트를 잘 살려주셨고요.

그런 캐릭터를 만나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배우에게는 가장 기쁜 일 중 하나겠죠.
그럼요. 엄청난 축복이고 행운이죠.

그런 엄청난 축복과 행운이 흥행으로까지 이어질까요?
글쎄요. 저는 스코어나 시청률은 이미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해서 촬영하는 기간, 홍보하는 기간에 후회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어요. 물론 흥행한다면 너무 좋지만, 어쨌든 저는 허미나를 연기해서 너무 행복해요(웃음).

고스톱도 좋아한다면서요?
재차 강조하지만 끊었어요(웃음).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번 영화하면서 처음 배웠는데 왜 이 재밌는 걸 이제 배웠지, 싶더라고요. 그래서 끊었어요(웃음).

제대로 배웠나요? ‘쇼당’ 이런 것도?
다 배웠죠. 저 타짠데요? (웃음)

영화 속에서 패를 뒤집어 치는 손동작이 보통 야무진 게 아니더라고요. 조만간 판 벌려야겠어요(웃음).
저 끊었어요(웃음).
촬영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촬영하는 동안 저는 고생한 게 너무 없어서요. 고생은 다른 배우들이 많이 하고 저는 힘든 게 하나도 없었어요. 하고 싶은 캐릭터에, 카메라 앞에서 욕도 할 수 있고, 고스톱도 치고, 술도 많이 먹고, 촬영 때문에 술 마시는 거라고 합리화할 수도 있고(웃음). 맘고생 할 만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후반부 아귀와의 마지막 도박 신은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어요.
워낙 중요한 신이고 촬영 기간도 길었어요. 콘티북만 봐도 두께가 꽤 되는 신이었으니까요. 뭔가 다른 촬영에 비해 아무래도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영화를 처음 볼 때 시나리오나 콘티를 통해 본 것보다 콤팩트하고 잽싼 느낌이 드는 재밌는 전개의 신이 완성돼서 너무 만족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얻은 것, 느낀 것들이 있다면요?
일단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었어요. 작품마다 그게 너무 중요하거든요. 실제 그런 것들에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고요. 저는 그게 전부나 다름없어요.

연기적인 측면에서는요?
작품마다 매번 다르기는 한데, 카메라 앞에서 훨씬 편안한 상태일 때 좋은 테이크가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늘 편안하기는 아직 어려워요. 한참 배워야하니까요. 편안하고 풀어져있는 상태일 때 좋은 테이크가 많이 나왔다는 걸 체험했으니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좀 더 하게 될 것 같아요. 드라마는 현장이 달라 어렵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야죠.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그런 질문 너무 어려워요(웃음). 아직 큰 그림을 그리기에는 하루하루가 벅찬 병아리 같은 상태거든요(웃음). 아무리 열망하고 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긴 해요. 주어진 작품, 주어진 캐릭터에 맞게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고 후회 없을 만큼 노력하는 게 일단 중요한 것 같아요. 저 높은 곳을 보기 보다는 일단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데 집중하는 게 아직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2014년 9월 3일 수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