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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노력 <살인의뢰> 김상경
2015년 3월 11일 수요일 | 안석현 기자 이메일

<살인의뢰>는 첫 장면부터 비가 많이 내려요.
<살인의 추억> <몽타주>에서도 비가 많이 내려요. 범죄 스릴러에서 비의 효과는 대단히 큰 것 같아요. 사실 배우들은 비 내리는 장면을 싫어해요. 촬영할 때 춥기도 하고, 찝찝해요. <살인의 추억>은 비 맞았던 때가 11월이랑 1월이었어요. 추운데 비 맞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요(웃음).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역시 비가 오길 잘했구나 싶었죠. 비는 영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 같아요. 꼭 범죄 스릴러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예요. 가령 <클래식>에서도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잖아요. 비는 화면에서 무언가를 굉장히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사랑의 감정이든 암울한 모습이든 비는 좋은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무조건 고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그래서 촬영이 몇 월인 지부터 빨리 봤어요. 겨울에 워낙 비를 많이 맞아본 배우라(웃음).

비 맞는 촬영은 언제 시작했죠?
5월에 시작했어요. 촬영할 때는 비를 잠깐 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8월이 되기 전까지는 비 맞으면 춥고 떨려요. 또 스릴러는 비 내리는 장면이 낮에도 많지만 밤에도 많아서 힘들어요(웃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느낀 매력은 무엇인가요?
배우로서는 인물이 3년 전후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가장 좋았어요. 그리고 영화가 사회적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헐렁헐렁한 베테랑 형사에서 인생이 망가지고 피폐해지는 형사로 변하는 차별화된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배우로서 큰 도전이었어요. 짧은 기간 동안 몸무게를 10kg 감량해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관객에게 한 작품에서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범인을 죽이는 결말이 이미 노출된 시나리오가 특이했죠. <살인의뢰>가 개봉하면 관객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많이 오갈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형사가 사적 복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감독이나 제작자가 영화의 결론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그런 식의 결론을 두려워하는 편이죠. 그렇게 만들기 쉽지 않은데 감독이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결정했다는 점이 좋았어요.

감독의 생각과 영화의 결말에 동의하나요?
지금은 아무래도 피해자 오빠인 태수 역할에 많이 빠져있어서 동의하지만, 만약 인간 김상경으로 <살인의뢰>를 봤다면 과연 태수의 선택이 옳은지 정말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아요. 평상시에는 그런 고민을 별로 하지 않잖아요. 우리나라는 사형제도가 실질적으로 폐지되는 절차에 와 있다고 하더라고요. <살인의뢰>는 사형제도 폐지가 옳은지 질문을 던지죠. 뉴스를 보면 화날 때가 많아요. 강력사건들은 계속 벌어지는데 범죄자의 사회적 처벌은 약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검찰청 홍보대사를 할 때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제공하는 법이에요. 그런데 보상이 굉장히 미약하다고 느꼈어요. 살인은 행복했던 가정을 일순간에 망가뜨리는 행위잖아요. <살인의뢰>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영화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요.

딜레마를 이야기하는 영화네요.
태수는 형사이기 때문에 범인을 죽이면 안 되는 입장이잖아요. 승현이 칼을 들고 강천을 죽이려고 했을 때 승현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형사처럼 태수도 평소에는 피해자들을 말리는 입장이었죠. 그랬던 태수가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잖아요. <살인의뢰>는 관객들을 태수의 시점으로 돌려놓으면서 형사이기 이전에 개인이 피해자가 됐을 때 어떤 결론으로 치닫게 될 것인지를 질문해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엄청나게 혼란스러웠죠. 편집에서 많이 바뀌잖아요. 영화는 편집된 상태, 결과로 봐야 하거든요. 촬영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틀에서 영화를 봐야하는데 아직 제 머릿속에는 몇 개월 동안 촬영한 기억이 남아있어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수경이 살해당한 3년 전후로 태수가 극명하게 바뀌어요. 변화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했나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목소리도 완전히 다른 톤으로 썼고 말투도 바꾸고 체중을 10kg 감량해서 몸도 완전히 다르고요. 살 빼고 처음 촬영했던 3년 후 교도소 장면이 제일 힘들었어요. 강천에게 초콜릿을 주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어서 연기하기 힘들었죠. 감독님과 나눴던 이야기는 3년 동안 태수가 강천에게 별의별 시도를 다 해봤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태수는 3년 후에 목소리 톤, 표정, 눈빛이 피폐해요. 태수가 커피에 술을 타 먹을 정도로 계속 술만 마시잖아요. 그 정도로 피폐해진 감정 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준비가 힘들었어요.

캐릭터를 준비할 때 일지를 쓴다는 과거 인터뷰를 봤는데, <살인의뢰>도 마찬가지였나요?
네, 그렇죠. 저는 어떻게 보면 고전적인 의미의 배우예요. 연극학과에서 연극사와 연기론을 공부하면서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밟았어요. 그런 버릇이 있기 때문에 일지를 써요. 주로 특정한 사건을 많이 써요. 예를 들면 ‘동생이 누구에게 맞았는데 내가 가서 때려줬다. 다른 애가 나와서 또 싸웠다’처럼 사건을 디테일하게 써요. 큰 사건들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연기할 때 좋더라고요. 사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억들이 생겨나서 캐릭터가 점점 살아있는 사람처럼 되는 거잖아요. 한 때는 전생까지 써봤어요. 석 장 이상 특정화된 시간 속에 있는 기억을 펜으로 흘려 써요. 소설처럼 쓰는 건 아니고 기억처럼 써요. 어렸을 적 기억은 남아있지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누굴 때렸거나, 누구에게 맞았거나, 놀이동산에 갔는데 뭘 잊어버렸거나, 물에 빠졌거나 하는 특정한 기억은 있어요. 저는 5살 때 얼음물에 빠졌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란 말이죠. 그런 기억들을 써요. <살인의뢰>에서 수경이 울고 있는데 태수가 다독여주잖아요. 그런데 다독여주는 장면만 있지 부모님이 왜 돌아가셨는지는 모르잖아요. 그 장면을 기본으로 기억을 추가해요. 가령 ‘태수는 중학교 3학년, 수경이 초등학교 1학년이다. 부모님이 야유회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차량이 전복돼서 한꺼번에 돌아가셨다’라고 써요. 디테일을 추가하면 머릿속에 기억이 많이 남아요. 이제 수경에게는 태수밖에 없고 태수가 그때부터 수경을 키웠다고 가정하면, 수경이 죽었을 때 태수의 충격은 더 크겠죠. 사건을 확장해서 준비하면 시나리오에는 몇 개뿐인 수경과 함께한 기억이 저에게는 훨씬 더 많아지죠.

그래서인지 취조실 장면에서 태수가 세 단계로 변화하는 감정이 강렬했어요.
배우는 대부분 그런 몇몇 중요한 신들을 미리 생각하게 돼요. 물론 중요하지 않은 신은 없지만, 경험이 생길수록 이 장면은 반드시 잡고가야 하는 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힘 조절을 하게 돼있어요. 헐렁한 신은 마음가짐 자체를 헐렁하게 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데 취조실 장면은 형사에서 피해자 입장으로 전락하는 아주 극명한 전환이기 때문에 그때만큼은 힘을 줘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화를 냈다가, 무릎 꿇고 부탁했다가, 분노하는 변화의 과정들을 크게 신경 썼어요. 태수를 준비하며 범죄심리분석관들의 연구 자료를 보니 분노단계, 구해주지 못했다는 자책단계, 자살까지 하는 포기단계 등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여러 가지 감정의 단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단계들을 생각하면서 표현하려고 고민했어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인터뷰에서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자신은 운명론자라고 했어요. <살인의뢰>는 어떤 운명이었나요?
SNS에서 팬들이 했던 말 중 가장 와 닿은 것은 ‘형사 3부작’이었어요. <살인의 추억> <몽타주> <살인의뢰>의 데자뷔면서 연결되는 느낌도 있다고 해요. <살인의뢰>에서는 피해자 가족이고 직접 복수를 하잖아요. 이제 형사로는 갈 때까지 가서 앞으로 저에게 형사 역할을 안 줄 것 같은데(웃음), 형사 역할은 은퇴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살인의뢰> 스틸 컷을 <살인의 추억>때 찍은 사진과 착각했을 정도로 두 영화가 느낌이 비슷해요. <살인의뢰>는 형사 역할을 끝맺음하는 운명을 지닌 영화 같아요.

세 형사 모두 선한 역할이에요.
만약 형사 역할을 다시 한다면 코믹 또는 악당이겠죠. <살인의 추억> <몽타주> <살인의뢰>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기본적인 형사 역할은 앞으로 누군가가 저에게 맡기기 부담스러울 것 같고, 저도 선택하기 힘들 것 같아요.

2003년 <살인의 추억>으로 처음 형사 역할을 맡았을 때와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피해자 입장이 됐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죠. 사실 <살인의 추억> <몽타주> 때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형사가 진짜 있는지 조사를 했어요. 의사 역할을 할 때 수술 현장에 견학을 갔거든요. 실제 의사들은 드라마와 달리 전혀 동요되거나 과장되지 않더라고요. 견학을 갔는데 의사가 식도암 환자 수술을 참관하래요. 굳이 안 봐도 되는데, 의사가 환자 몸에 손을 넣어서 뒤적뒤적한 다음 ‘자 이게 간이고요, 자 이게 위장이고요’하면서 설명해주더라고요(웃음). 무서울 정도로 그냥 일인 거죠(웃음). 감정에 동화돼버리면 수술을 집도할 수가 없대요. 그래서 형사 역할을 할 때도 그런 점이 궁금했어요. 과연 형사가 사건에 얼마나 몰입하는가, 그리고 그런 형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실제 우리나라는 사건에 비해 형사의 수가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살인의 추억>이나 <몽타주>는 10년씩 쫓아다니면서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형사가 진짜 있더라고요. 사건에 몰입하다 화병으로 간암에 걸려 죽은 형사도 있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과로로 쓰러진 형사도 있어요. <살인의 추억> <몽타주>는 그런 형사들을 가정해서 연기했는데, <살인의뢰>는 태수가 피해자 오빠이기 때문에 그런 가정이 없더라도 몰입이 됐죠.

베테랑 배우로서 신인 감독에게 큰 힘이 됐을 것 같아요.
감독님이 나긋나긋하게 말하면서도 다 해달라고 하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촬영할 때 가끔 문제를 제기했죠. ‘감독님, 이 장면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감독님 생각에도 그렇지 않아요?’라고 하면 ‘그런데요, 다 해주세요’라고 하는 스타일! (웃음) 어차피 영화는 감독 예술, 편집 예술이라 저는 감독님이 해달라고 하면 다 하는 쪽이었죠. 범인을 감추고 서서히 쫓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라면, <살인의뢰>는 범인의 얼굴을 공개하고 급격하게 시작해요. 3년 전 시퀀스는 일부러 편집을 튀게 했어요. 산에 갔다가 갑자기 건널목 가서 차를 세우더니 범인을 잡고, 걱정될 정도로 장면들이 튀어요. 개인적으로는 영화적인 장치를 전면에 보여줬으면 좋겠더라고요. 드러내놓고 튀는 영화는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감독님께 이야기했어요. 그래도 감독님은 튀는 것이 의도라며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했죠. 저는 옆에서 계속 구시렁댔어요(웃음). 의도해서 튀어 보이는 것과 못 찍은 것처럼 튀는 것은 조금 다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감독님은 그게 더 세련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유연하게 튀게 하자고 아무리 꼬여도 안 넘어가더라고요(웃음). 나중에는 ‘엿장수 마음대로 알아서 해라, 나는 배우니까’라고 생각했죠(웃음).
적극적으로 개입한 장면은 없고요?
글쎄요.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지나가고 난 다음 결과물을 많이 봐요. 편집실에 자주 안 가는 배우 중 하나에요. 영화는 내가 봤던 시나리오와 내가 봤던 틀과 완전히 달라지는 예술이기 때문에 처음을 많이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요. 편집실에 가서 어떠한 발언을 하는 것도 싫어하고요.

영화가 감독 예술이라는 것을 철저히 존중해주네요.
그럼요.

홍상수 감독의 영향인가요?
그럴 수도 있어요. 홍 감독님 영화를 처음 할 때 모니터를 봤어요. 드라마는 모니터를 보지 않거든요. <생활의 발견>에서 처음 모니터를 볼 때 제 모습을 보기가 너무 싫었어요. 찌질한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모니터가 너무 보기 싫어져서 촬영 끝날 때까지 안 봤어요. 그러다 기술시사회를 갔는데 너무 놀랐죠. 분명 제 모습인데, 제 몸과 육체를 사용하고 있는데 제가 모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인 거예요. 그때 배우로서 희열을 느꼈어요. 그때 얻은 힌트가 있어요. 대부분 경력이 되는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 서면 모니터를 안 봐도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요. 어떤 역할에 집중하면 얼굴이 찌그러지잖아요. 모니터를 보고 얼굴이 이상하다 싶으면 사람들에게 각광 받았던 얼굴로 다시 찍자고 해요. 자신이 멋있고 잘나 보이는 안정적인 모습으로 자꾸 변화시키려고 해요. 그러면 점점 더 변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모니터를 안 봐요.

<살인의뢰>에서 새롭게 발견한 얼굴도 있나요?
거의 다죠. 현장에서 처음 슛 들어갈 때 모니터를 한번 봐요. 공간을 가늠하려고 그때 한번 봐요. 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연기할 수 있는지 공간을 보고 촬영을 시작하면 ‘OK’ 사인은 무조건 감독님 몫이에요. 감독님은 제게 괜찮은지 물어보죠. 다시 하자고 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갑자기 자동차 소리 때문에 거슬려서 몰입이 깨지면 한 번만 더 하자고 해요. 그럴 때 말고는 다시 하자고 안 해요. 그래야 내가 새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감독도 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믿고 맡기는 편이네요.
무조건이에요. 캐릭터를 만들 때 새롭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인물 분석을 하고 일지도 쓰면서 캐릭터가 이미 머릿속에 다 자리 잡혀 있어요. 그런데 변화될 얼굴은 모른단 말이에요. 얼굴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감독에게 맡기는 거죠.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단 한 번도 연기 연습을 거울 앞에서 한 적이 없어요. 콘티에 그려진 표정도 보기 싫어서 콘티도 잘 안 봐요.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오가는 배우인데 둘 사이의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완전히 달라요. 저는 홍상수 감독님을 만났기 때문에 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데뷔하고 3년 동안 드라마를 하다가 영화를 했어요. 데뷔 후 1년이 지났을 때부터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2년 동안 단 한 편도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없어서 안 했어요. 영화를 2년 동안 하지 않았는데 첫 작품을 대본이 없는 영화로 한 거죠(웃음). 항상 시나리오를 보고 감독을 만났는데 홍상수 감독님은 시나리오가 없대요. 그게 너무 신선했어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할 때면 열심히 생활하다가 힐링하러 가는 느낌이에요. 한 번씩 머리가 싹 비워지는 느낌. 작품에 들어가면 캐릭터의 과거사부터 쓰면서 철저히 분석하는 배우가 어느 날 아무것도 없이 가서 던져주면 하고 오는 거죠.

힐링을 하러간다고 표현했는데, 필모그래피를 보면 목욕탕에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람 같아요(웃음).
의도를 안 하려 하는데 그냥 우연하게 시간의 흐름이 그렇게 될 때가 많죠. 쉬어야 할 때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쉬고, 바쁘게 일해야 할 때는 의도하지 않게 바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살인의뢰>를 하면서 ‘가족끼리 왜 이래’를 했어요. 40대 중반을 향하는데 영화만 하다 보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다시 각광받았다고 해야 하나요? 요즘 ‘리즈 시절’이라는 말이 있는데 배우들은 가끔 단속하는 게 필요해요. 이름을 확 드러나게 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주말 드라마에 출연한 건 어머니에게 효도하려던 것뿐인데, 시청률이 40%가 넘어버렸어요(웃음). 그래서 운이 참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살인의뢰> 통해서 남기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배우로서 굉장한 도전이었어요. 한 영화에서 3년의 편차를 이렇게 짧은 기간에 보여주기란 힘들었거든요. 연기로 변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체중 조절도 완벽하게 하고 연기 톤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영화 전체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형 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였어요. 그리고 형사 역할로는 맺음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랜 토리노>에서 총을 들고 젊은 시절의 ‘더티 해리’가 됐듯이 세월이 많이 흘러 형사 역할을 다시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웃음).
(웃음) 산전수전 다 겪은 형사? 그때도 주인공이 될 확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륜 있는 형사를 할 수는 있겠죠(웃음).

2015년 3월 11일 수요일 | 글_안석현 기자(무비스트)
사진_권영탕 기자

1 )
ksm18
하지만 왠지 살인의 추억이 오버랩되는건 나만의 기우일까..   
2015-03-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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