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찌질한, 그래서 공감되는 배우 <성난 변호사> 이선균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부산국제영화제, 재미있었나?
부산국제영화제를 1박2일로 다녀온 건 처음이었다. 아쉬웠지만 딱 적당한 기간인 것 같다(웃음).

여독에 시달렸겠다. <성난 변호사> 재미있게 봤다. VIP시사회도 했나?
했다.

주위에서 얘기를 많이 들었겠다.
아직까진 눈치를 보는 중이다. <성난 변호사>를 좋게 보신 분도 있고 아쉽게 보신 분도 있다. 원래 VIP시사회에 가족들을 잘 부르지 않는데 연휴 때 VIP시사회가 열려서 처음으로 조카들까지 올 수 있었다. 조카는 중학생, 고등학생인데 <성난 변호사>를 재밌게 봤는지 카톡도 보내더라. 다행인 것 같다(웃음).

청소년이 영화를 보는 수요층이기도 하잖나. 다른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
아버지가 요즘 영화를 많이 보신다. 실버세대가 영화를 많이 본다더라. 원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부자도 아닐뿐더러 아버지가 영화를 보시고도 잘 봤다는 말씀도 안 하신다. 그런데 <성난 변호사>는 잘 봤다고 말씀하시더라.

<성난 변호사>제작보고회 때 “스크린을 보니 내가 손가락이 짧은데 손동작을 많이 한다. 앞으론 주먹 쥐고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세세한 부분까지 살펴보는 것 같다. 영화 모니터링을 많이 하는 편인가?
나는 많이 하지 않는다. 아내가 모니터링을 많이 한다. 이번에는 <성난 변호사>를 보더니 손동작을 하지 말라고, 하려면 손에 골무 끼우고 하라고 말했다. 와이프 이야기 하지 말자. 부탁한다(웃음).
배우 아내는 어떤가(웃음)?
아내 전혜진도 연기를 간간히 했었다. 최근에는 좋은 작품에 출연해서 좋았나 보다. 사실 아내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해도 육아를 하면서부터 배우 욕심이 그다지 없는 친구였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걸 굉장히 싫어했다. 그러던 아내가 최근에는 인터뷰도 하고 무대인사도 다니더니 ‘배우가 쉽지 않은 길이구나’하면서 내 노고를 알아주더라. 그래서 내가 노는 줄 알았냐고 말했다(웃음). 예전에는 날 보면서 그냥 연기하나보다 하더니 이젠 힘들었겠다면서 나를 이해해준다.

1최근 아내 전혜진 씨의 작품 활동이 많아졌다. 점점 더 활발히 활동을 할 것 같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나?
이제는 전혜진의 남편 이선균이 되는 건가(웃음). 예전과 달라진 건 없다. 솔직히 서로의 대본도 잘 안 본다. 내가 드라마를 찍을 때는 아침, 저녁으로 쪽대본이 나오니 아내가 상대배역을 해주곤 했지만 영화를 찍을 때는 그냥 재밌다고 해 주는 정도다.

부부가 대화를 많이 하진 않나 보다(웃음).
애들이 아직 7살, 5살이다. 그러다 보니 애들 한 명 자면 우리 중 한 명이 자고 그런다. 결혼하면 알 거다.
이제 영화 얘기를 해 보자. <끝까지 간다>가 잘 돼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끝까지 간다>가 잘 돼서 부담이 있다기 보다 항상 모든 영화를 찍을 때 부담은 있다. 매번 부담감과 책임감이 든다.

<성난 변호사>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느낌은? 전작과 약간 비슷하다는 느낌이 있었나?
<끝까지 간다>가 대중적으로도, 작품적으로도 인정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인지 <끝까지 간다> 이후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끌고 가는 영화들이 많이 들어왔다. 내가 좋은 캐릭터, 감독이나 배우를 계속 기다리는 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해야 하는 사이클이 있는 거니까 내게 들어오는 시나리오에 한해 운용을 해야 했다. <성난 변호사>는 <끝까지 간다>보다 분량이 더 많고 법정까지 가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되긴 했지만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부딪쳐 보자. 깨지든 뭐하든’하는 생각으로 부딪쳤다.

영화 마지막에 사설 탐정으로 끝난다. 앞서 개봉한 <탐정: 더 비기닝>과 겹치는 설정이다.
많이 말씀을 드렸지만 허종호 감독과는 동갑내기 친구다. 허종호 감독이 2007년 <카운트다운> 전에 다른 시나리오를 건네 준 적이 있다. 그게 ‘커피프린스 1호점’이 끝난 직후였는데 투자가 잘 안 됐다. 당시 내가 회사(매니지먼트사)를 옮기는 시점이었는데, 영화가 엎어질 때와 맞물리면서 소통이 잘못됐다. 그 친구는 예산을 줄여서라도 들어가고 싶어 했는데 나는 영화가 엎어진 줄 알았던 거다. 허종호 감독은 내가 출연료가 안 맞아 빠진 줄 알고 있더라. 2009년에야 허종호 감독에게서 서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절대 출연료가 안 맞아 거절한 건 아니었다. 여하간 허감독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끝까지 간다>가 끝나고 허종호 감독이 <성난 변호사>시나리오를 줬다. <성난 변호사>시나리오가 잘 나왔으니까 나한테 줬겠지(웃음)? 물론 나도 허종호 감독의 그런 마음 때문에 출연한 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성난 변호사>시나리오를 건네줬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고 변호성 캐릭터도 좋았다. 또 우리가 10년 넘게 영화 쪽에서 운 좋게 버티고 있잖나. 이 인연을 놓치면 같이 일을 하는 게 또 언제가 될 지 모르니까. 내가 출연한다고 결정을 해주면 100% 되는 건 아니지만 허종호 감독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빨리 영화 출연 결정을 해 주려고 했다.

기자간담회 때 ‘친구라서 좋은 점은 잘 안다는 것, 안 좋은 점은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참 재밌다.
사실 허종호 감독과는 학창시절에 아주 가까운 친구는 아니었다. 그 친구는 연출 쪽이었고 난 연기 쪽이었다. 단편을 같이 찍으면서 서로 알게 된 사이였다. 덕분에 배우와 감독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알아가는 과정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굉장히 큰 장점이었다. 나도 주인공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그 친구도 전작 <카운트다운>의 흥행이 안 좋았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 <성난 변호사>가 잘 돼야 다음 영화의 기약이 있는 상황이었다. 단점이라면 친구 대 친구로 잔소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는 스태프를 꾸리기 전에 합류했기에 둘만의 사전 작업이 많았다(웃음).

시나리오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나?
처음 허종호 감독이 건네준 시나리오는 길었다. 사건도, 영화도 좀 어둡고 시작도 무거웠다. 시나리오 길이를 어떻게 줄여나갈까, 어떤 톤으로 갈 것인가를 두고 처음부터 같이 얘기했다. 원래 <성난 변호사>는 웹툰이 원작으로 각색 작가도 있었다. 이걸 나중에 허종호 감독이 기획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 장르가 얽혀 있었다. 법정, 추리, 추격을 모두 모아서 상업적인 영화를 만든 거다. 이 영화를 두고 우리가 어떤 작전으로 풀어 나갈까, 뭘 덜어내고 톤을 잡을까에 대한 회의를 많이 했다. 캐릭터를 다운시킬까 업시킬까, 추리로 갈까 캐릭터 영화로 갈까 이견도 굉장히 많았고. 친구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터놓고 티격태격할 수 있었다. 지금 결정해라, 난 나간다, 늦지 않았다, 그런 얘기도 하면서(웃음). 허종호 감독도 우리 집에 전화해서 ‘네가 애나 보지 뭐 하겠냐, 나와라’하면 같이 소주도 마시면서 해 나갔다(웃음). 하여튼 최고는 아니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마치 학생 때 단편영화 찍듯이 찍자는 마음으로 나름 서로 열심히 했다.
<끝까지 간다>에서는 ‘관 시퀀스’가 인상 깊었다면, <성난 변호사>에서는 지하철 추격신이 꽤나 흥미로웠다.
원래 대본은 지하철 추격신이 아니었다. 이대 앞, 신촌 거리 추격신이었다. 추격신은 허종호 감독이 대학생때부터 좋아했던 것이자 장점이다. 90년대만 해도 홍상수 감독같은 작가주의 영화를 모두가 찍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영화연출부에 유행처럼 번져 있었다. 그런데 허종호 감독은 장르적이고 상업영화를 지향해서 튀는 친구였다. 장면을 쪼개고 붙이고 이런 것도 좋아하고 혁신영화를 비롯해서 장르적인 실험도 많이 했었다. 나는 처음엔 영화 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같이 찍으면서도 ‘추워 죽겠는데 뭐 하는 거야’ 했었다. <성난 변호사>는 초반에 한강신을 먼저 찍었다. 그 다음 추격신이 이대 앞 옷가게에서 옷도 갈아입으면서 도망치는 추격신이었다. 그런데 ‘추격신에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는 앞선 한강신과 겹치지 않나’ 고민이 됐다. 허종호 감독도 술 마시면서 괜히 사람들 많고 복잡한데 찍지 말자 하면서 신촌 거리신을 엎을 얘기도 했고. 그래서 지하철 추격신으로 갔다. 12시간을 찍었는데 시간 대비 잘 나왔다. 밖에서 하루, 지하철에서 하루, 표준 계약에 딱 맞춰서 찍을 수 있었다.

지하철 추격신 아이디어는 어떻게 짰나? 어긋나는 부분은 없었나?
변호성 변호사답게 액션을 짰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또 촬영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찍으면서 ‘도망치다가 내 핸드폰을 던질까?’하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재밌겠다 싶어서 지금 나온 것 말고도 두 가지 버전으로 더 찍어보자 했지만 표준계약 때문에 찍지 못했다(웃음). 그래도 여러 아이디어가 뚝딱 맞아서 심플하게 잘 떨어진 것 같다. 기둥을 사이에 두고 휙휙 움직이는 거나 벽에 부딪치는 것도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원래는 벽 앞에서 멈추는 장면인데 관성의 법칙에 따라 벽에 부딪치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 편집 잘 한 것 같다(웃음).

농구가 떠올랐다. 수비와 공격수가 드리블치는 것 같은.
학교 다닐 때 농구를 많이 했다. 종호가 그런 것 때문에 페이크를 넣은 것도 있다. 지금은 그런 게 잘 안 된다. 종호가 나에게 정말 쓰레기 다 됐다고 말했다(웃음). 몸이 왜 이렇게 됐냐면서(웃음). 종호는 내가 옛날 학창 시절 때 페이크 하던 움직임을 기억해서 ‘너 그때 하던 동작을 영화에서 이렇게 살려보자’ 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몸이 옛날 같지 않으니까 너무 둔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옛날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대신 핸드폰을 던지자고 말해서 지하철 벽에 몸을 부딪치게 된 거다. 20대 때는 잘 했는데 지금은 운동 끊은 지가 10년이라서.

친구니까 스태프 역할도 한 것 같다.
<성난 변호사>의 제작환경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있어서 개방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촬영의 많은 부분에 참여해야 하는 역할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톤이 바뀌고 그러니까. 누가 호흡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끌고 가는 영화니까.

원톱영화인데다 추격신이 있어서 몸도 마음도 부담이 컸겠다.
‘내가 좀더 잘했으면 영화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내가 너무 많이 나오는 건가’하는 부담은 분명 있었다. 사실 몸 고생보다도 심적 부담이 가장 힘들었다. 이건 <끝까지 간다>에서 많이 느꼈던 책임부담인 것 같다. <끝까지 간다>를 할 때는 단독 포스터가 나오면서 쟁쟁한 영화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가 <끝까지 간다>의 고건수 역을 맡아서 영화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내려가면 어떡하지 하는 부담이 너무 컸다. 두려웠다. 그리고 첫 주 예매율을 보면 답이 나오잖나. 첫 주 예매율로 <끝까지 간다>의 배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 미안함이 컸다. 그런데 기적처럼 <끝까지 간다>가 입소문을 타고 박스오피스 순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끝까지 간다>가 나에게는 중요하고 너무나 많은 것을 준 작품이다. 감독님, 스탭들, 진웅이도 너무 좋았고 많은 걸 느끼게 해 줬다. <끝까지 간다>가 작품상을 받고 대중에게 인정도 받고, 나도 말도 안 되게 상도 하나 받았지만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는 다음 영화에 임할 때를 위한 생각과 책임감을 일깨워준 그런 작품이었다. 덕분에 <성난 변호사>를 찍은 지금은 <끝까지 간다> 때보다는 여러 가지 잡생각이나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단단해진 거다. <끝까지 간다>를 안 했다면 지금 아마 미치겠지.
원톱영화인만큼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거다. 변호성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했나?
일단 변호성 캐릭터가 톡톡 튀는 건 이미 시나리오에 잘 나와 있다. 변호성은 승률 100% 등등 여러 가지 장치가 돼 있는 캐릭터다. 톡톡 튀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멋을 부리거나 힘을 주면 추격신이 재미없어질 것 같았다. 약간 더 까불어야지 추격신에도, 진선민 검사와 알콩달콩 할 때도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변호성이 똑똑하긴 하지만 약간 가볍고 뺀질거리는 걸로 밸런스를 맞췄다. 변호성 캐릭터의 소품이나 모양새같은 건 감독님, 의상팀과 함께 여러 가지 회의를 통해 고민한 결과다.

변호성 캐릭터 특성 상, 웃음과 전문성 둘 다 전달해야 했다. 어떻게 균형을 맞췄나?
변호성이 전문적으로 보이려면 법정신만큼은 내 편으로 만드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신은 변호성이라는 인물의 소신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다. 날라리같고 뺀질대지만 변호성의 전문성을 드러내 관객을 매혹시키는 장면이다.

<성난 변호사>는 반전이 있는 영화다. 영화 끝까지 변호성에 현실감을 느끼게 하면서 관객을 속이기 쉽지 않았을텐데.
한민정을 죽이고 우수그룹 대표를 만나서 ‘죽였죠, 믿으시죠’ 이런 얘기를 할 때 원래는 위스키를 마시며 각 잡고 폼 잡으면서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소주를 먹고 정말 취하는 걸로 설정을 바꾸자고 현성이와 감독에게 제안했다. 처음 살인을 저지른 다음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야 관객들이 믿지 않을까 하는 의도였다. 변호성이 과하게 취한 걸 보여주면 ‘정말로 죽였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정말 술을 마시고 찍은 건가?
조금 마셨다. 술을 마셔서 얼굴을 빨갛게 일단 올려놓고, ‘양주를 깠는데 소주 먹고 싶어요, 회장님’하는 설정을 했다. 그러면 결말이 예상 가능하지만 좀 더 진실돼 보일 것 같았다.

평범한 설정은 아닌 것 같다. 정형화된 캐릭터를 싫어하나?
솔직히 리얼 예능만 봐도 진짜 눈물이 나잖나.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눈물이 나지 않는다. 되게 위험한 발언인가(웃음)? 나도 드라마를 하면서 연기를 하지만 눈물이 나도록 하진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장르 작품을 할 때는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지?’같은 고민을 해 본다. 다큐와 드라마의 차이는 결국 공감의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이건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상황에 나를 대입해 보고 나라면 어떨까, 표현하는 방법이 이거 하나일까? 전혀 다른 인물이 이 역을 한다면 어떨까 등등을 생각해 본다. 캐릭터에 있어서 연기의 경우의 수를 나름대로 조금 많이 생각해 둔다. 시간이 많으니까.
그러면 ‘공감’이 본인의 연기관일 수도 있겠다.
공감을 연기관으로 하고는 싶은데 워낙에 (내가) 극적이니까.

극적이라고? 어떤 점에서?
내 목소리에 대해서 호불호가 심하다. 좋아하시는 분도 있는가 하면 싫어하시는 분도 있다. 호불호가 갈리는 목소리라는 것 자체가 내가 극적이라는 것 아닌가. 성우같다는 말도 그렇다. 극적이라는 건 어딘가 꾸민 것 같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캐릭터를 연기할 때 힘을 주고 극적으로 연기를 하면 너무 장르적이고 극적으로 보이게 된다. 그래서 내가 캐릭터를 정형화시켜서 연기를 하면 과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이선균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짜증연기’다. 관객들도 이선균의 짜증연기를 좋아한다. 연관성이 있나?
관객들이 짜증연기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 봤는데, 이것도 결국 공감의 문제인 것 같다. <끝까지 간다>나 <화차>를 보면 인물이 처한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 이들은 상황적으로 끌려오는 인물들이다. 어떻게 보면 <끝까지 간다>와 <화차>의 주인공들은 멋지지도 않고 찌질해 보인다. 나는 그동안 찌질해 보이는 주인공들을 내 호흡과 짜증, 억울함으로 끌고 갔다. 그 짜증이나 억울함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고 공감할 수 있게끔 연기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젠 억울한 역할을 그만하고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계속 억울한 인물을 짜증스런 호흡으로 끌고 가다 보면 연기의 패턴이 보일 거고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다른 역할을 도전해 봐야지. 다행히 내년에 출연하기로 한 두 작품 다 억울하게 끌려가는 역할이 아니다. 멋없게 나올지도 모르지만(웃음).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멜로에도 잘 어울리고 스릴러도, 코미디도 된다. 어색함이 없는 게 무기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어떤 연기가 본인과 맞다고 생각하나?
연기는 매번 나를 고민케 한다. 처음엔 이 역할이 나에게 어울리겠다, 내가 잘 연기할 수 있겠다 싶다가도 막상 디테일한 캐릭터 구상에 들어가면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다른 게 없나?’ 싶어진다. 어려워도 정답을 찾아야 하는 게 연기이다. 연기변신을 왜 하지 않느냐고 질문받기도 하는데 어떤 시나리오가 흥행하면, 이후에는 그런 시나리오만 들어온다. 내 마음대로 시나리오를 선택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끝까지 간다> 이후에 ‘얘 형사 잘 하는구나’하고 형사 역할 한 번 맡겨주신다. 이건 배우의 몫인 것 같다. 내가 어떤 역할을 잘 하는지 하나씩 증명을 하면서 풀어나가야 한다. 내가 다른 연기로 새로운 호흡을 보여주려면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히 내년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 출연이 잡혀 있다.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
느와르다. 나한테는 멜로 감정이 있는.

<무뢰한>같은 느낌의 영화인가?
<무뢰한>보다 더 묵직할 수도 있다. 일단 묵직한 역할인 듯 보이는데 또 캐릭터 설정을 하려고 보니 ‘이게 내 정답인가?’하는 고민이 든다. 감독님과 연기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느와르 영화에서 봐 오던 캐릭터들이 있잖나. ‘저렇게 멋있는 캐릭터로 나도 한 번 가볼까? 내가 느와르의 멋있는 캐릭터가 어울릴까? 어니야, 왜 저런 방식으로 연기하지? 이렇게 꼬아 볼까? 그러다 영화가 망하면 어떡하지?’ 그런 고민들을 하는 거다. ‘왜 깡패들은 다 저렇게 얘기해?’하는 식으로(웃음).

차기작에서의 역할이 최대 변신이 될 것 같다.
그럴 것 같다. 지금은 멋진 역할은 꼭 멋지게 말해야 해?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 굉장히 멋있는 역할인데 꼭 멋있게 해야 하느냐고 감독님한테 쓱 질문을 던졌더니 내게 우려를 표하더라(웃음).

대중들에게 보여 왔던 모습이 있으니까 너무 다를까봐 걱정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니다. 너무 멋져서 너무 전형적이지 않아? 하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좋다. 기대가 된다.
다음 영화 인터뷰 때도 열심히 털겠다.

2015년 10월 19일 월요일 | 글_이지혜 기자(무비스트)
사진_박광희 실장(ULTRA Studio)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