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사람보다 더 따뜻한 괴물가족의 온기 <괴물의 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2015년 11월 20일 금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한국은 언제 왔나?
화요일 밤, 대만에서 왔다.

감독과의 라이브 톡에 뒤이어 인터뷰도 하고 있다. 스케줄이 너무 바쁜 것 같다. 한국 관객을 만난 소감은?
한국 분들이 내 작품을 많이 보고 좋아해준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렇지만 6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기에 정말 나를 좋아해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라이브 톡에서 젊은 관객들을 직접 마주해보니 그들의 얼굴에서 나에 대한 기대감과 환영을 읽을 수 있었다.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한국에서 <괴물의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 같나?
다들 내 작품을 기대한다고 들었다. <괴물의 아이>도 만족하는 분들이 많은 듯해 매우 기쁘다. <썸머 워즈>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모두 가족 혹은 부모와 자식 관계가 주요 테마인 영화다. 특히 <늑대 아이>는 부모와 자식 간의 정, 인연에 대해 표현한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늑대 아이>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는 양국이 일종의 유교 사상을 공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모두의 가슴에 와 닿은 것 같다.

제목이 흥미롭다. 전작이 <늑대 아이>였는데 이번 작품도 <괴물의 아이>다. 전작이 모성애를 다뤘기에 그 후속편으로 부성애를 다룬 건가?
물론 이 두 작품이 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부러 <늑대 아이>와 <괴물의 아이>를 연결시킨 건 아니다. 이 두 작품 모두 현대 사회에서 변화하는 가족의 형태,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서 만든 영화다. 내 문제의식이 내 영화에 담겨 있기에 두 영화가 필연적으로 연관된 듯하다.

모성애를 그린 <늑대아이>와 비교해 <괴물의 아이>를 차별화한 부분은 뭔가?
내게 자식이 있었는지의 여부가 큰 차이점으로 작용했다. <늑대 아이>를 만들 때에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 부모가 되고 싶은 소망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 <괴물의 아이>를 제작할 때는 우리 부부의 소망이 이루어져 아이를 낳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 실제로 그림책을 읽어주며 느낀 것들이 영화에 많이 녹아있다. 대부분의 그림책에서 아이들은 어른과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동물과 놀고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문득, 어쩌면 아이들은 타인과 대화를 나누기 이전에 동물과 대화하고 그들에게서 더 중요한 것을 먼저 배우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들이 동물과 먼저 대화하며 세상의 소중한 것을 배우고 인간으로 성장해나간다는 발상은 하나의 발견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괴물의 아이>에서 큐타가 동물 마을인 쥬텐가이에 가서 성장하는 설정을 넣었다.
<괴물의 아이>에서 혈연관계를 넘어선 가족을 얘기한 이유는?
<괴물의 아이>에 일부러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는 설정을 넣었다. 인간에게는 진짜 아버지보다 많은 마음 속의 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내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내게 아들이 태어났고 아들이 자라나면서 수많은 가슴 속의 아버지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기에 <괴물의 아이>에서도 쿠마테츠 뿐만 아니라 타타라, 카에데 등 수 많은 마음 속의 아버지들이 아이를 키워나가는 대안적인 가족 형태를 제시하고자 했다. 지금 일본 사회는 아이를 적게 낳는 소자화,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화,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10년, 15년 후에는 미혼인 가정의 숫자가 아이를 낳는 가정보다 많아지리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가족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거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날지, 또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쿠마테츠나 햐쿠슈보, 타타라같은 독신의 남자 짐승들이 마음의 부모가 되어주는 것처럼 이 사회에서도 많은 독신, 비혼자들이 다른 아이의 마음의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아이가 적은 사회가 되면 그 사회 커뮤니티 전체가 아이를 키워나가야 된다는 희망을 담아 영화를 만들었다. 한국에도 소자화, 만혼화, 비혼화의 경향이 있나?

한국 역시 꽤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적으로 발전을 이룬 사회는 대부분 소자화나 만혼화를 겪는 듯하다.

쿠마테츠와 이오젠은 둘다 인간을 자식으로 길렀으나 그들의 아이는 각자 다른 길을 간다. 그 이유는 뭘까?
쿠마테츠와 이오젠 모두 아버지지만 쿠마테츠는 아이처럼 미완성된 존재다. 우수한 면도 별로 없다. 반면 이오젠은 늠름하고 씩씩한 쥬텐가이의 영웅이다. 이 둘의 자식인 큐타와 이치로히코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큐타는 처음부터 쥬텐가이에서 혼자 인간이기에 외톨이지만 결국 스스로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반면 이치로히코는 좋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이오젠이 이치로히코가 인간이란 것을 숨기기에 스스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결정적인 차이가 이 둘이 다른 길을 걷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늑대 아이>의 늑대는 일본 사회 내에서 매우 유의미한 동물이라고 들었다. 쿠마테츠를 곰으로 설정한 이유는 뭔가?
쿠마테츠를 곰으로 설정한 이유는 곰이 일본에서 제일 큰 동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쿠마테츠처럼 가슴에 달 문양이 있는 곰보다는 훗카이도의 불곰이 더 크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혼슈, 시부야에는 불곰이 없기에 쿠마테츠를 달 문양의 곰으로 설정했다. 또한 일본에서는 곰과 멧돼지를 가장 강한 동물로 손꼽는다. 하지만 이들은 가을마다 민가로 내려가 농작물을 먹고 할머니들을 해치기에 나쁜 존재처럼 보도되곤 한다. 나는 이러한 곰과 멧돼지가 가엾다고 생각했다. 그 가여운 마음을 담아 쿠마테츠를 곰으로, 이오젠을 멧돼지로 그렸다.

치코는 어떤 동물인가?
치코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의 해석이 존재한다. 하지만 치코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객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처음에는 쥐와 유사한 일본의 야마네를 소재로 잡으려 했다. 하지만 야마네는 천연기념물이기에 자칫 법적으로 걸릴 것 같아 석연치 않았다. 그래서 야마네 대신 치코를 상상 속의 동물로 설정했다.
극중에서 제기된 ‘가슴 속의 검’은 뭔가?
이 영화는 사실 큐타의 성장기다. 인간은 사춘기를 겪으며 내면의 결핍감을 느낀다. 나는 그 결핍감을 마음 속의 구멍, 어둠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 어둠을 견뎌내야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성장의 과제는 ‘마음 속의 구멍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인 셈이다. 나는 가슴 속 구멍을 채우는 성장을 그리는 게 영화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은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마음 속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마음 속의 스승이었다. ‘가슴 속의 검’은 그 구멍을 채워주는 존재를 상징한다.

감독 자신의 가슴 속의 검은 뭔가?
아무래도 나는 영화감독이다 보니 다른 영화감독들이 내 가슴 속 구멍을 채워줬다. 구로사와 아키라, 스탠리 큐브릭, 빌리 와일드 등 수없이 많은 감독들이 내 가슴 속 검이다(웃음). 하지만 가슴 속 검이라고 얘기할 만한 분들은 대부분 다 돌아가셨다. 내가 생각하기에 살아계신 분을 가슴 속 검으로 삼는 것은 이상하다(웃음). 예컨대 나는 지금 살아계신 스페인의 한 영화감독을 몹시 좋아한다. 그 분은 현재 75살이신데 아직 살아 계시기에 마음 속의 검이라고 할 수 없다. 내게 있어 지금 그 분은 그저 스페인에 계신 분일 뿐이다(웃음). 하지만 아마 돌아가신다면 내 가슴 속으로 들어오실 거다.

그렇다면 쿠마테츠는 신이 되기 위해 죽은 건가(웃음)?
그렇다기 보다 신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다. 죽음 역시 초월한 게 아닐까. 따라서 쿠마테츠를 보고 죽었다, 안 죽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괴물의 아이>에서 큐타와 쿠마테츠는 각 마을의 수장을 찾아가 ‘강함’에 대해 질문한다. 그렇다면 감독 본인의 강함은 뭔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감독의 강함이다. 영화와 연관 지어 말하자면, 영화에서 무술을 수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림을 배우는 것은 무술 수행과 꼭 닮아 있다. 내가 제일 처음 도에이 동화에서 애니메이션 세계에 입문할 때만 해도 선배들이 내게 그림을 못 그린다고 지적하곤 했다. 그때는 큐타처럼 어디를 어떻게 고칠지 선배들에게 질문하는 게 일이었다. 그러나 선배들은 내 그림 실력이 단순히 고쳐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처럼 내가 내 그림을 찾게 될 때까지는 아무도 가르쳐줄 수 없다. 오직 스스로 발견하며 발전하는 것뿐이다. 그런 식으로 나는 나만의 독자적인 애니메이션 세계를 만들게 됐고 어느 순간 이 과정이 무술 수행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큐타도 처음에는 쿠마테츠를 흉내내지 않았나. 독자적인 세계는 내 가족과 일상, 내 아이에게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다. 따라서 내 강함은 어쩌면 내게 영감을 주는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들인 것 같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는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깨달음을, <썸머워즈>에서는 가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늑대아이>에서는 육아를, <괴물의 아이>에서는 부모와 자식의 성장을 그렸다. 감독 본인의 경험이 바탕이 되는 건가? 그렇다면 차기작은 지금보다 더 성장한 주인공일 거라 예상해도 되겠나(웃음)?
그렇다. 내가 인생의 체험에서 얻은 깨달음이 작품의 재료가 된다. 예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가족의 영향을 받으며 살게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결혼 이전에는 결혼이 매우 재미없고 한심한 사회적인 계약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으로 인한 친척과의 관계 역시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을 계기로 나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알게 됐다. 아이를 원하는 순간, 아이가 생기는 순간이 달랐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단순히 내 아이니까 예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낳고 나니 매우 힘들었다. 또한 내가 멋진 아버지가 될 거라고 예상했으나 지금도 내가 아버지가 된 건지 아닌지, 좋은 아버지인지조차 알 수가 없더라. 이처럼 실제 인생을 살아가며 느낀 체험, 그 체험이 내게 준 사고 방식의 변화, 그 놀라움들을 솔직하고 신선한 심정으로 영화에 담고자 했다. 그 심정이 앞으로도 내 작품에 드러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아이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 팀 버튼 감독이 아이를 낳고 아이를 위한 영화를 만들었듯 당신도 이 작품을 아이를 위해 만든 건가?
인생에서는 ‘어쩌다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어쩌다가 내 아이가 아들이었기에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 혹시 다음에 태어날 아이가 딸이라면 분명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영화를 만들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웃음).

다음에는 꼭 딸을 낳으면 좋겠다(웃음).
나는 외동이기 때문에 형제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는 여성을 어머니, 연인, 아내로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누나나 여동생, 딸로서의 여성은 그려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만일 딸이 태어난다면 지금까지는 전혀 몰랐던 여자일 것이다. 그 놀라움과 기쁨을 담아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웃음).

쿠마테츠가 큐타를 보며 아버지로서 기쁨을 찾아가는 과정도 감독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건가?
전통적으로 아이들은 미숙하고 어른들은 완벽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를 일방적으로 가르친다. 그렇지만 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것을 동시에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인내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애정을 쏟기 위해서도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 이처럼 육아를 위해 스스로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부모는 본인의 미숙함을 깨닫게 된다. 어떤 면에서 아이가 부모의 스승이 되는 것이다. 쿠마테츠 역시 큐타를 가르치면서 기뻐하고 또한 인격체로서, 검객으로서 성장하게 된다. 전통적인 가치관과는 달리 부모와 자식은 서로 성장하며 상대방에게서 배워가는 것이다.
당신의 작품에서 캐릭터들은 가족이 되는 과정에서 항상 식사를 하더라. 식사, 밥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건가?
이 작품에서는 날계란에 비벼먹는 밥을 그렸다. 꽤 거친 식사다. 누군가는 역겹다고도 하던데, 혹시 한국에서도 날계란에 밥을 비벼먹는 사람이 있나(웃음)?

당연히 있다(웃음).
식습관은 집집마다 다르다. 비단 식습관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풍습까지도 사람마다 다르다. 각기 다른 생활습관을 맞추는 것이야 말로 가족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내 아내는 바다가 없는 나가노 현에서 태어나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 반면 나는 바다가 있는 곳에서 자라 해산물을 좋아한다. 결혼을 하게 되니 그런 식습관을 맞춰가야 하더라. 비슷한 맥락에서 큐타가 쿠마테츠와 가족이 되는 상징으로 날계란에 밥을 비벼 먹는 설정을 넣었다. 때때로 젊은이들이 내게 여자와 가까워지는 법을 묻곤 한다. 그러면 나는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여자에게 제안하는 것 외에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마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밥을 먹는 것 만한 시작점이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밥을 먹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왜 모든 작품의 시간적 배경을 여름으로 설정했나?
내 작품이 주로 여름에 개봉하기 때문이다(웃음). 나는 도에이 동화에서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했다. 도에이 동화는 1년 내내 하는 TV애니메이션을 주로 제작하는 회사로, 계절감을 매우 중시한다. 때문에 방영 시기가 봄이라면 벚꽃놀이를, 여름이라면 물놀이를, 가을이라면 축제와 군고구마를, 겨울에는 눈 내리는 설정을 넣곤 한다. 과거 도에이 동화에서 ‘비밀의 아코짱’이라는 TV애니메이션을 1년 동안 연출하면서 방영 시기와 작품 상의 계절을 맞추는 게 습관이 됐고 지금은 이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름은 생명력이 넘치는 계절이다. 학교 다닐 때에도 여름 방학이 지나고 나면 비실비실했던 친구도 튼실해져 돌아오고 갑자기 어른스러워지기도 했다. 여름은 사람이 바뀔 정도로 큰 변화의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가을은 잠잠해져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시기이자 감정에 기대는 느낌이 있는 계절이다. 봄은 졸업과 입학의 계절이니 이별과 만남을 의미하고, 겨울은 설날이 있어 새로운 부활과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라는 느낌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계절 별로 기대하는 바가 확실히 정해져 있다. 그렇지만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괴물의 아이>가 가을에 개봉한다고 들었다. 한국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지 않을까.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 <늑대 아이>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작품을 내며 명성이나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흥행 부담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부담감을 많이 느끼지는 않는다. 영화는 나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 한 작품의 흥행은 내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프로젝트, 비즈니스적 결과라고도 생각한다. 때문에 내 작품이 흥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남의 일처럼 느끼고 있다. 내가 중시하는 건 내 영화가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슴 속으로 와 닿는지의 여부다. 나는 관객을 즐겁게 해 주고 싶고 그들을 감동시키고 싶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서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다. 좋은 예로, 얼마 전 일본의 한 학생이 내게 영화를 본 감상을 얘기해줬다. <괴물의 아이>가 자신의 마음 속 구멍을 메워줬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돈은 벌어야 한다(웃음). 돈을 벌지 못하면 차기작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웃음).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처음에는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말이 너무나 듣기 싫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불러서 이제는 나 스스로도 ‘내가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인가봐’라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웃음). 물론 나는 어릴 적부터 그의 작품을 많이 봐 왔고 정말로 좋아한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영화감독으로서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그의 작품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 누군가 내게 미야자키 하야오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도 그러한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영화감독은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그 개성과 스타일이 영화계의 풍요로움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만의 독자적인 영화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2015년 11월 20일 금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 무비스트)
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