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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고 부드럽고 활기찬 시너지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 홍종현, 정소민, 정연주
2015년 12월 2일 수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영화 소개를 부탁한다.
홍종현: 우리 영화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전혀 없는 ‘혜중’이 살아남기 위해 펜션으로 찾아가 기억을 되찾는 내용이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반전이 숨어 있는 영화로, 반전을 알게 되면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하게 될 거다. 이 과정에서 슬프고도 무서운 감정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각자 어떤 캐릭터를 맡았나?
홍종현: ‘환’이는 24년 동안 한 여자를 기다리며 순애보를 바치는 남자로, 굉장히 순수한 인물이다. 순수함 그 자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또한 ‘수련’과 ‘혜중’ 사이에서 때로는 맞서 싸우고 일방적으로 지켜주기도 하는 소년이기에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많은 희생을 하는 캐릭터다.
정소민: ‘혜중’이라는 캐릭터는 일단 4살 이전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때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원인 모를 악몽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기억을 찾고자 모험을 떠나는 인물로, 원더랜드 펜션에서 ‘환’과 ‘수련’을 만나면서 잃어버린 게 뭔지를 찾아가는 능동적인 캐릭터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정연주: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수련’이다. ‘환’이 옆에서 그를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싶어 하는 캐릭터다.
홍종현: 비밀이 많아서 소개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것 같다. 이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웃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홍종현: '환'이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과 어려워했던 부분이 똑같다. 24년 동안 한 사람만을 기다리면서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감정이 없다는 게 신기했다. 또한 그 사람을 기다리면서 겪는 힘듦이나 고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덕분에 촬영 하면서 ‘환’이의 감정에 조금씩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정소민: 촬영을 하면서 신경을 가장 많이 썼던 것은 홍종현과 정연주와의 호흡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눈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게 됐다. 마음을 나누는 경험들이 좋았다. 때때로 연기가 잘 되지 않을 때에는 두 사람에게 의지하면서 해냈다.
정연주: 일단 ‘수련’은 ‘환’이를 지켜줘야 한다는 목적이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목적에 충실히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보통 서울에서 많이 촬영하는데 이번에는 강원도에서 촬영하게 됐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연기하다 보니 캐릭터에 더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었다(웃음). ‘수련’ 캐릭터의 목적을 잃지 않고 깨끗한 정신으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
홍종현: 첨언하자면, 정연주는 본인의 촬영 분량이 없어도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계속 우리와 함께 있어줬다. 덕분에 한 공간 안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캐릭터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정소민: 내가 이런 역할을 언제 다시 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의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혜중’이 능동적인 여자캐릭터라는 점이 매력 있었다. 물론 내가 ‘혜중’과 동일한 경험을 한 것은 아니기에 완벽하게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혜중’의 아픔에 동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래서 ‘혜중’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치유하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심했다.
홍종현: 정소민의 말에 동의한다. ‘환’이라는 캐릭터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한 사람만을 위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 이 캐릭터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혜중’ 한 사람에게 큰 의미를 두고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다는 마음에 동의하고자 노력 하면서 촬영에 임했다. 또한 ‘환’이의 대사가 매우 시적이었다.
정연주: 일단 정소민과 홍종현이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 같이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의 대사나 캐릭터도 매우 독특했다. 우선 이 시나리오의 대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말들을 주로 사용한다. 예컨대 ‘지켜줄게’라는 표현은 동화나 만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가 아닌가. 그런 대사들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상황에 끌려가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뛰어가는 느낌의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에 꼭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정소민: 나같은 경우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한 번에 다 읽었다. 몰입도가 좋았기에 중간에 그 시나리오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홍종현: 무엇보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속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게끔 잘 설명해주셨다.

세 사람 다 동년배다. 연기호흡은 어땠나?
홍종현: 처음에는 이 두 사람이 당연히 어색했다. 그래서 함께 대본리딩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촬영 전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또한 강원도의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자고 하면서 저절로 친해졌다. 문제는 사이가 좋을 때는 다같이 좋았지만, 대립하는 신을 촬영할 때는 신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정소민과 정연주가 알게 모르게 실제 대립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잘 됐다, 싶었다. 나 역시 현실에서도 극중에서처럼 행동했고 촬영할 때는 그런 감정들을 잘 이용했다.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으면 더 잘 연기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정소민: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나는 ‘환’과 붙는 신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초반에는 좋아하는 감정이 충분히 고조되지 않아서 홍종현과 손을 잡고 눈을 보면서 눈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리허설을 했다. 그러면서 많은 감정들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촬영 중후반부터는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고 보고만 있어도 내 연기의 미숙한 부분들이 채워지는 듯해서 홍종현에게 고마웠다.
정연주: 서로 원하는 게 다르지만 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서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을 촬영하며 새롭게 배운 부분은 뭔가?
정연주: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제한된 공간에서 다같이 작업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웃음).
홍종현: 정연주가 못 본 사이에 많이 뻔뻔해진 것 같다(웃음).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스탭들이 가족같은 분위기로 지냈다. 거의 한 두 달 넘게 한 공간에서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나. 그 곳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서로에게 의지도 하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도 무척 커졌다.
정소민: 상대배우와 호흡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밀도 있게 상대배우와 감정을 나누는 역할을 처음 맡았는데 그런 부분이 매우 좋았다.

정소민은 이전에 배우의 이름이 아닌 캐릭터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캐릭터로 대중에게 기억될 것 같나?
정소민: ‘혜중’은 어른들이 겪고 있는 것과 똑같은 아픔을 이야기한다. 비록 영화 속 사건은 상당히 세지만, 그 외에는 다른 어른들처럼 점차 기억을 잃어가고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채 살아간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 그렇지만 정체성을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 등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로 남았으면 좋겠다.
정소민은 일명 모델 어벤져스와 호흡을 맞췄다. <스물>에서는 김우빈과, ‘디데이’에서는 김영광,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는 성준,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홍종현과 함께했는데 어땠나?
정소민: 내 키가 작은 게 아쉬웠다(웃음). 모델 어벤져스 중에서 이수혁 씨하고만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팬들이 이수혁 씨의 사진을 올리며 다음 타깃이라고들 하더라(웃음). 네 분 다 매력도 색깔도 다 달라서 할 때마다 재미있었다. 홍종현의 경우에는 처음엔 친해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트니까 장점이 많은 친구란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모델 배우와 비교했을 때 홍종현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연주: 자기 중심이 잘 서 있는 배우다.
홍종현: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좋게 말하면 흔들리지 않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똥고집이 세다는 것(웃음).
정소민: 홍종현에게는 순수한 면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 환경이 힘들었을텐데도 자연환경을 진심을 다해서 즐기더라. 두더지와 교감하고 새총을 쏘는 모습들이 요즘 청년 같지 않았다(웃음). 그래서 '환'이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담이 되는 순간은 없었나?
홍종현: 지금까지 배우를 하면서 항상 들어왔던 질문인 것 같다. 나는 모델 출신이라는 점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수많은 배우 선배님들 중에는 평범한 회사원, 학생이셨던 분들도 많다. 모델이라는 직업 역시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특별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모델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작품으로 인사를 드리기 전에 나를 알고 계셨던 분들의 기대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배우도 모델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영화에서 홍종현이 맡은 ‘환’이만 유난히 뽀얗게 나오더라.
정소민: 감독님의 의도다. ‘환’, ‘혜중’, ‘수련’의 색감 자체를 다르게 표현하고 싶어하셨다. ‘환’같은 경우는 하얗고 몽환적인 느낌을, ‘혜중’은 유화같은 느낌을 원해서 애초에 미술적으로 다르게 표현하고자 노력하셨다더라. 일종의 영화적 장치, 설정으로서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은 그런 디테일한 장치가 많은 영화다.

‘환’이의 의상이 독특했다. 흰 셔츠와 짝짝이 양말만 신고 나오잖나.
홍종현: ‘혜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의상으로 슬픈 이유에서라는 것 외에는 말씀 드리기 어렵다.
정소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연관된 장치로, 알 수 없는 기묘한 일들과 관련있다.

롤모델이나 갖고 싶은 연기색이 있나?
홍종현: 롤모델이라고 딱 못 박아 둔 분은 없지만 최민식 선배님을 존경한다. 다만 내 욕심은 어느 캐릭터를 맡든지 그 캐릭터에 자신의 색깔이 묻어 있는 특색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캐릭터는 내 안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잖나.
정소민: 나도 롤모델이라고 꼭 집어 생각해 둔 분은 없다. 각 선배님마다 고유한 색깔이 있기에 그것을 배우고 흡수하려고 한다.
정연주: 내 롤모델은 얼마 전에 생겼다.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 언니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오더라(웃음). 배우로서도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롤모델은 줄리아 로버츠 언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 주길 원하나?
홍종현: 영화에서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강렬하지만 아름답고 슬프기도 한 감정으로 표현돼 있다. 아마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을 보다 보면 더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슬퍼해도, 무서워해도 된다. 보고 느끼는 감정 그대로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캐릭터의 연기가 진심으로 잘 느껴졌으면 좋겠다.
정소민: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어른을 위한 동화다. 누구나 기억을 잃어가며 어른이 된다는 원초적인 질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소연: 영화를 보고 어떤 캐릭터에 이입이 되는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웃음).
홍종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떤 캐릭터가 더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지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될 거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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