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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남는 작업 <그날의 분위기> 유연석
2016년 1월 18일 월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내일도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공연이 있는 걸로 안다. 컨디션은 어떤가.
아직 잘 버티고 있다(웃음). 컨디션 조절을 하는 중이다. 내일은 저녁 공연이 있다. 주중 공연이 주말 공연보다 힘든 편인데 내일은 괜찮다.

<그날의 분위기>는 어떻게 봤나.
VIP 시사회 때 지인들의 의견을 많이 듣곤 하는데 영화를 본 배우들이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여성분들이 영화를 조금 불편하게 여길까봐 걱정했는데 옆자리에 앉았던 유다인, 류현경 모두 재밌게 봤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손)호준이도 내가 재현 역에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설정은 발칙한 영화인데 재현이 예상보다 훨씬 지고지순한 인물로 나와 아쉽다.
사실 <그날의 분위기>는 <비포 선라이즈>처럼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엮이게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작진이 그리고 싶은 영화의 톤은 <연애의 목적>에 가까웠다. 그런데 발칙하지만 조금 더 귀엽고 어린 친구들도 공감해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처음 계획한 대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한 공간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재현의 말도 안 되는 대사로 인해 엮이게 되는 게 신선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재현을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재현을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재현의 바람둥이 같은 모습이 잘 살려면 오히려 그의 사랑에 대한 진정성이 잘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반부에서의 재현의 모습이 잘 잡힌다면 재현이 전반부에서 까부는 가벼운 모습은 오히려 인물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는 요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후반부에서 재현의 진정성이 드러나는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처음 본 사람에게도 무작정 하룻밤 자자는 재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능숙한 작업남처럼 섹시하게 보이는 것보다 일반 사람들은 쉽게 꺼내지 못할 발칙한 농담을 밥 먹었냐는 일상 대화처럼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남자의 모습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보이려는 노력을 했다.
재현의 되바라진 모습이 당신의 기존 이미지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어색할 수도 있다.
‘응답하라 1994’에서의 칠봉이 이미지로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재현의 모습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고 본연의 모습이 아니냐는 분들도 있었다(웃음). 나 역시도 재현 같은 성격이 아니어서 처음 연기할 때는 어색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고 보니 나에게도 재현과 같은 모습이 있더라. 오랜 지인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에 재현의 모습이 있었다. <그날의 분위기>에서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예전 작품에 대한 인상 없이 <그날의 분위기>를 보는 분들이 재현을 어떻게 볼지가 궁금하다.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갈 때 재현의 캐릭터 변화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면이 있는 것 같다.
과거에 재현이 가진 본래의 성격을 장면으로 디테일하게 보여주지 못해 그럴 수도 있다. 재현 역시도 수정과 같은 사랑을 해 봤을 거다. 오랜 만남을 가져온 연인에게 받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남은 거다. 그래서 진지한 연애를 거부하다시피 하고 자유연애를 고집하게 된 거다. 그런데 수정을 만나면서 자신이 거부하던 옛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 셈이다. 자신의 연애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사랑을 다시 바라보게 된 거다. 시간적으로 재현의 예전 모습을 영화에서 모두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에 기존의 장면이나 대사 속에서 재현의 상처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모텔에서 수정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나 진철에게 사랑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부정하는 모습에서 말이다.

다른 여자도 많은데 왜 꼭 수정이어야 했을까.
그렇게 따지면 왜 꼭 그 두 사람이 기차역에서 만나게 됐느냐부터 시작한다. 실제 상황이라면 수정은 재현 옆자리를 단숨에 박차고 일어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설정부터가 달리는 기차 안에서 두 캐릭터가 만나게 되는 거다. 같은 방향으로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된 두 사람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그날의 분위기에 조금씩 젖어들어간 거다.

촬영에 있어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 시나리오에는 여름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이 늦어지면서 가을 풍경을 담게 됐다. 그런데 실제 촬영은 거의 겨울이 다 되어서야 시작했다. 촬영하자마자 전라도에 먼저 내려간 것도 조금이나마 따뜻한 곳에서 가을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옷은 가을 옷이지만 촬영은 한겨울에 하다보니 추위가 견디기 쉽지 않았다. 또 재현은 내가 해 본 연기 톤이 아니어서 캐릭터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 다행히 기차 신은 지방에서 다른 신들을 촬영하고 난 뒤 찍은 장면이다. 그래서 더 능청스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연애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
자유 연애를 고집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한 번 만나면 시간을 두고 오래 만나는 편이다. 선뜻 헤어지자는 말도 잘 못한다. 그런데 내 주변에도 재현 같은 사람이 있다. 7년 만난 여자친구가 자신과 헤어지고 난 뒤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기 낳고 사는 걸 보고 장기 연애에 대한 거부 반응이 생겼다. 장기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면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는가 보더라. 재현 같은 사람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재윤은 직접 섭외를 추천했다 들었다.
지방에서 ‘구가의 서’를 함께 촬영할 때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 가까워졌다. <그날의 분위기>의 강 선배가 재현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선배이길 원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선배와 친해져서 촬영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친한 선배와 촬영하는 게 더 자연스럽고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재윤 선배가 떠올랐는데 작품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적극 추천했다.

함께 작업한 여배우 중 연기 호흡이 특히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모두 좋았다. 그런데 (문)채원이는 연기하는 스타일이 나와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하다. 본인이 미리 구상하고 계획한 연기를 현장에서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내가 채원이의 연기에 조금 맞춰가거나 의견을 내서 합의해 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근래 두 작품을 함께 해서 그런지 (한)효주와 소통도 잘 되고 연기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뷰티 인사이드> 때도 느낌이 너무 좋았고 <해어화> 때도 좋았다.

드라마보다 영화를 주로 하는 이유가 있나.
연기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매체인 것 같다. 드라마는 많은 시간을 연기에 할애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이뤄지기 힘든데 그런 빠른 호흡이 익숙하지 않다. 영화는 다른 사람들과 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하며 촬영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 과정이 좋다. 드라마는 시간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과정이 생략된다. 그래서 영화가 조금 더 잘 맞는 것 같다.

<그날의 분위기>도 감독님과 시나리오 수정 작업부터 소통을 많이 했다 들었다. 시나리오 작업에도 관심이 있나.
그렇지는 않다. 사실 <오늘의 연애>(문채원의 전작) 촬영 때문에 <그날의 분위기>에 채원이의 합류가 조금 늦었다. 내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건 봄쯤이었는데 촬영하기 전에 시나리오를 다시 보니 각색 작업을 통해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가다듬어졌더라. 수정된 시나리오가 오히려 영화의 본래 색깔을 살리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새빨갛게 가도 될 것 같은데 어느새 분홍색이 되어 있는 거지. 그래서 감독님에게 본래의 색깔을 조금 더 살리자고 의견을 냈더니 감독님도 굉장히 흔쾌히 받아 주셨다. 영화는 물론 연출자가 만드는 것이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건 배우의 몫이기도 하지 않나. 그렇게 감독님과 디테일을 하나 둘 만들어 갔다. 새로 쓰인 신도 있고 대사도 있었다.
본인의 제안이 크게 반영된 신이 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수정이 재현에게 ‘오늘 웬만하면 그쪽과 자려한다’는 대사는 내가 제안한 거다. 첫 만남에서 재현이 수정에게 한 대사인데 원래대로라면 마지막 장면은 수정이 재현의 오해를 풀기 위해 말하는 대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기차역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익숙한 그림이라서 그 장면을 조금 더 맛깔 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대사의 힘을 빌리기로 한 거다. 기차역은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있던 공간이기도 하니 처음 만났을 때 재현이 한 대사를 수정이 똑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채원이는 본인이 따로 고민해 온 부분이 있다 보니 처음에는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배우가 그런 대사를 하는 게 어색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정이 마지막 장면에서 장황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보다 영화를 관통하고 극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대사 한 마디 남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가 재현으로서 그 말을 다시 할 수도 있었는데 수정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고 위트 있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결말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꽤 잘 어울렸다.
둘의 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는 캐스팅 기사를 보고 주변 사람들이 채원이와 내가 닮았다며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영화가 더 기대됐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땐 수정이 재현의 발칙한 농담도 잘 되받아치고 밑도 끝도 없이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고 수정을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로 상상했다. 아마도 ‘굿 닥터’에서의 채원이 이미지가 나에게 남아 있었나 보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채원이는 오히려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더라. 중성적이라기보다는 본인만의 세계와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었다. 그래서 채원이와 내가 생각한 수정의 이미지가 조금 달랐다. 채원이는 수정을 조금 더 여성적이고 보수적인 캐릭터로 그리고 싶어했다. 그래서 내가 촬영할 때 불쑥 불쑥 다른 시도들을 하니 채원과 나 사이에도 실제로 연기 밀당이 있었다(웃음). 그게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수정과 재현의 모습처럼 그려진 것 같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2003년 <올드보이>로 데뷔하고 난 뒤 크고 작은 역할을 해 오면서 개인적으로는 흥행에 조금 초연해진 것 같다. 얼마만큼 캐릭터가 잘 그려졌나 혹은 나에게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였나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주변의 기대가 커지다 보니 흥행에 대한 부담이 없지는 않다. <그날의 분위기>는 새해를 여는 작품이기도 하고 근래 무거운 소재의 영화가 많다 보니 영화의 흥행을 기대한다. 잘 됐으면 좋겠다.

이미지가 강한 얼굴은 아니다.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장점도 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는 단점도 될 수 있다.
예전에는 그게 나도 컴플렉스였다. 이 작품, 저 작품 했는데 사람들이 영화 속 인물들이 모두 나라고 생각을 못하니까(웃음). 그래서 반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오히려 사람들이 유연석이라는 배우를 떠올렸을 때 특정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사람 뭐지? 실체가 뭐야? 이번엔 이런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런 궁금증이 드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30대 배우로서 조금 더 묵직하고 선 굵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
특정 장르나 분위기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악역을 해도 어딘가 정돈되고 반듯한 이미지, 스마트한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비슷한 선상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준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와 또 다른 이미지 무엇이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조금 흐트러져 있는, 거칠고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

흐트러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황해>와 같은 느낌의 영화!
<황해>까지는 아니라도 <해어화>에서 살짝 흐트러지기는 했다. 조만간 악취가 날 정도로 사람 냄새 많이 나는 작품을 해 보고 싶다(웃음). 구수한 냄새가 나는 작품도 해 보고 싶고.

생각해 놓은 캐릭터가 있나.
딱히 그렇지는 않다.

요즘 가장 집중하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은 <그날의 분위기>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웃음). 올해를 활기차게 시작하고 싶다. 올해를 맞이하면서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고, <그날의 분위기>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관객을 찾게 됐다. 지금은 <그날의 분위기>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꾼 걸로 아는데 배우로서의 길이 예상과 달랐던 지점이 있나.
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어릴 적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한다. 다른 걸 생각해 본 적도, 연기를 포기하려 한 적도 없다. 그런데 배우는 사람과 사람이 계속해서 만나는 일이다. 사람에 대해 탐구하고 사람을 표현하는 일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이 남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간혹 여건의 어려움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어 안타깝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그런 경우가 없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사람으로 남는 배우,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배우가 되면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한정적일 것 같은데 어떤가.
특정 분야에 국한되는 면은 있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다양한 사람과 접촉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밌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만남이 하루로 끝나지 않고 매일로 이어지는 지속적인 관계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편한 사람들과 있는 게 익숙하고 좋아지는 것 같다.

연기를 위해 실제로 스포츠 에이전트를 만나기도 했나.
에이전트를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제 농구 선수와는 연습을 했다. 원래 진철(박민우)과 같이 농구하는 신도 있었다. 힘들게 촬영했는데 안타깝게도 편집돼서 DVD에서나 보기를 기대해야 할 것 같다(웃음). 에이전트의 모습은 미국 드라마 ‘앙투라지’에 나오는 에이전트 대표 아리 골드의 모습을 참고했다. 바쁜 와중에 빠르게 대사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그래서 에이전트 사무실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에서는 그의 이미지를 조금 떠올렸다.

회사 후배인 박민우에게 연기 조언을 많이 해 줬다고 하더라.
첫 영화다 보니 긴장을 많이 하더라(웃음). 사실 <그날의 분위기>는 재현과 수정이 진철이를 찾으러 가는 게 영화의 출발이다. 그래서 진철이가 나오는 신은 작지만 굉장히 임팩트가 있는 신이다. 민우 본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데다가 같은 회사 배우다 보니 계속 다그쳤다. 밤새 촬영을 했는데도 불러내서 농구 연습도 같이 하고(웃음).

함께 작업한 다른 배우들과 친목을 잘 다지는 편인가 보다.
결국에는 사람이 남는 작업을 하고 싶다.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작품이 끝났다고 해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날의 분위기>는 유연석에게 어떤 작품인가.
조금 발칙한 도전이다. 유쾌한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를 조금 더 통쾌하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됐으면 한다.
간만의 로맨틱 코미디라 흥행했으면 좋겠다.
요즘 무거운 작품이 많다 보니 <그날의 분위기>를 반겨주는 분들이 많더라. 새해를 웃으며 조금 달달하게 시작했으면 하는 분들 또는 썸 타는 분들이 함께 보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작은 바람이지만 영화를 본 뒤 사람들이 돌아가는 길에 옆 사람에게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면 좋겠다(웃음).

현실에서 재현처럼 행동하면 뺨 맞지 않을까.
물론 대사를 똑같이 하면 안 된다(웃음). 인사 정도 건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대중교통, 엘리베이터와 같이 한 공간에서 낯선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용기가 사라진 것 같다. 솔직히 그게 너무 안타깝다. <그날의 분위기>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

그날이 매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행복한 일이 최근에 있다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첫 뮤지컬 공연날이 그랬다. 뮤지컬은 첫 도전이었다. 사실 갑자기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첫 공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커튼 콜 때 내가 무대로 튀어 나가며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성공이야, 오 멋지게 해낸 거야!’ 다. 그때 다른 배우들이 나를 소개하며 박수를 치고 관객들이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관객들 전체가 기립한 적도 있었다. 앞줄의 관객부터 모두가 갑자기 쭉 일어서기 시작하는데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좋고 짜릿했다. 물론 맨 앞자리에 앉은 팬들이 먼저 일어나니 다른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기 시작한 걸 수도 있지만 어쨌든 너무 감동적이었다(웃음). 그래서 그 가사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됐다. 작품에 대한 성공을 의미하기도 하고 배우로서 또 다른 도전에 대한 성공의 의미도 있었다. 그런 순간은 정말 매일로 이어졌으면 한다.

2016년 1월 18일 월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_김재윤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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