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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사랑을 꿈꾼다 <남과 여> 전도연
2016년 2월 26일 금요일 | 이지혜 기자 이메일

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남과 여>의 장면 장면이 정말 아름답더라.
카메라 감독님이 <남과 여> 시나리오를 좋아하셔서 그렇다. 화면을 보면 애정이 느껴지지 않나.

카메라 감독님과는 이전에 어떤 작품을 같이 했나?
같이 작업한 건 처음이다.

공유는 당신과 꼭 멜로영화를 해 보고 싶었다면서 이번에 소원성취 했다고 말했다(웃음). 현장에서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주고받는 호흡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 특히 ‘기홍’과 ‘상민’만 오롯이 나오는 핀란드신이 그랬다. 촬영 이전에 감독님께서 이 둘의 사랑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힘듦에 의한 도피로 서로를 찾게 된 게 아니라 그저 둘의 사랑이 마치 사고처럼 시작된 거라 하시더라. 그래서 이 둘이 처음 만나 사랑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상민’과 ‘기홍’의 감정에만 집중했다.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 다만 현실로 돌아왔을 때도 이들의 사랑이 설명돼야 하기에 그런 부분들은 공유도, 나도 고민되더라.

이 영화를 2년 동안이나 기다렸다던데.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정말 홀가분할 것 같다. 너무 오래된 작품이다. 이걸 끝내면 뭔가 홀가분하게 새출발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영화의 어떤 부분에 이끌린 건가?
<남과 여>를 크랭크인하고 개봉하기까지 2년이 걸린 거지, 이 작품은 나한테 10년도 더 된 작품이다. 중간에 거절한 것도 여러 번이다. 처음엔 감독도 없이 대본만 있는 상태였다.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지만 아무래도 여러 가지 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윤기 감독님이 영화를 맡게 되셨다. 이 뜨거운 사랑 이야기를 이윤기 감독님이 연출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더라. 공유도 내가 있어 영화를 선택했다고 말은 하지만 이윤기 감독님의 <멋진하루>를 잘 봐서 출연한 것이기도 하다. 공유도 이윤기 감독님의 <남과 여>가 궁금했던 게 아닐까.

<남과 여>는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단 담백하게 요점만 말한다. 이윤기 감독님 특유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여백이 많아 배우의 입장에선 어려웠을 것 같다.
‘기홍’과 ‘상민’ 캐릭터를 설명해 줄 수 있는 현실적인 설정들이 더 있긴 했지만 편집됐다. 그건 연출자가 선택할 몫이다. 이 사랑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뭔가 설명해서 친절하게 갈 건가, 둘만의 사랑에 집중할 것인가, 가 이윤기 감독님의 고민이었던 거다. 감독님은 후자를 택하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평들도 있었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사랑이 던지는 온기가 더해진 느낌이라고들 하더라.
공유가 ‘기홍’ 역을 맡으면서 대리만족적인 느낌이 더 커진 것 같다. 공유가 갖고 있는 특유의 이미지가 있잖나. 따뜻하고 자상하고 감미롭다. 그런 부분들이 ‘기홍’ 캐릭터에 섞여 나서 대리만족의 기대치가 커진 게 아닐까(웃음).

영화의 소재가 불륜이다. 사랑이라는 게 이성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니 납득은 되지만 사실 부담스러운 소재이긴 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불륜이 영화의 소재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기도 하다. 감독님은 <남과 여> 제작보고회에서 ‘사랑’에는 법적인 제재나 잘못이 있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단지 표현의 문제이고 드러내느냐, 드러내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도 하셨다. 아마도 사랑이란 감정을 사회적인 잣대와 사람들의 인식으로 재단하고 싶지 않다는 말인 것 같다. 오롯이 사랑 얘기를 하고 싶었다는 감독님의 말에 공감이 됐다.

그런가.
‘불륜도 사랑이다!’라고 공식적으로 조장하는 게 아니다. 불륜을 부추기거나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니잖나(웃음). 이 영화는 불륜 자체를 떠나서 위험한, 안타까운, 슬픈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영화다. 설마 이윤기 감독님이 <남과 여>로 ‘자, 여러분! 마음껏 사랑하십시오!’ 그러겠나.

그렇지만 네티즌 중에서는 영화의 소재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게 아니다. 나는 다만 감독님이 통상적인 불륜얘기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는 데에 동의한다는 거다. 그렇지만 불륜에 대한 논란을 충분히 이해도 하고, 감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해피엔드>도 <남과 여> 못지 않게 논란이 됐었다. 그때도 세게 한 번 갔었잖나(웃음)
그들이 처한 현실보다 사랑 자체에 동감이 됐다. 오롯이 그들이 느끼는 사랑과 감정에만 집중했던 거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계산해야 한다. 사실 그런 측면에서 공유가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공유도 엄밀히 말하면 공인적인 부분이 있잖나. 아마 공유도 불륜을 떠나서 ‘상민’과 ‘기홍’의 사랑에 공감하고 감정이입 됐기에 <남과 여>를 선택한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결말에 ‘상민’이 혼자 택시를 타고 가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관객들이 “‘기홍’이 결국 ‘상민’한테 돌아오겠지” 했다더라. 그런데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불은 자기가 질러놓고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기홍’이 의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상민’이 ‘기홍’이었더라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상민’은 ‘기홍’과 반대의 입장에 놓여 있는 사람이다. ‘기홍’의 가족들은 본인이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상민’은 본인이 가족을 포기해야 가족들이 온전해진다. 예컨대 ‘상민’은 아픈 아이를 두고 있다. 그런데 ‘상민’만 아이가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집착한다. 온전히 있는 그대로 자기 아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못하는 거다. 그걸 두고 사랑이라 할 수도 있지만 사랑과 집착은 정말 알 수 없는 거다. 난 ‘상민’의 사랑이 집착이라고 생각했다.

‘기홍’은 보호자, ‘상민’은 보호받는 사람의 입장이라는 건가.
‘상민’ 부부의 관계가 정확히 설명된 건 아니지만 ‘상민’의 남편이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직업적으로도 정신과 의사라서 독특하긴 하다. 그렇지만 남편이 “이상민, 너 여기 와서 앉아봐봐”가 이 둘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남편은 ‘상민’을 따뜻하게 보호하고 이해해주며 감싸주기 보다는 상담사나 보호자 역할을 한다. 거기에서 ‘상민’이 남편에게 다가갈 건가, 다가간다면 어떻게 다가갈 건가를 감독님과 얘기해 봤다. 그런데 만일 ‘상민’이 남편에게 다가가 시키는 대로 앉았더라면 밖으로 못 나갈 것 같았다. 많은 것들을 남편에게 설득 당하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겠나. 어쩌면 ‘상민’은 단 한 번도 자기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여자인 것 같다. 일도 언니를 대신해서 하고, 집에서도 아이한테 집중하며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준다. ‘기홍’과 비슷해 보이지만 정 반대의 삶을 사는 여자인 거다.

그대로 집을 나간 후 ‘상민’은 이혼하고 ‘기홍’과도 만나지 못했으며 결국 혼자 남은 상태가 됐다. 그녀가 이후에 어떻게 살 거라고 생각하나?
자기에게 집중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지 않았을까? 나는 ‘상민’이 집을 나왔을 때 처음으로 자기 감정에 집중하며 자아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기홍’은 ‘상민’의 자아를 찾아줬으나 그녀에게 곁을 내주진 않았다. 아마 ‘상민’은 굉장히 '기홍'을 궁금해하는 1년을 보냈을 거다. ‘기홍’이 어떻게 된 건지 확인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홍’이 떠난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을 거라고 본다. 그렇지만 잘 살 것 같다. 상실감이나 여러 가지 슬픔도 있겠지만 남편과도 “별 일 없지? 잘 지내?” 하잖나. 남편과도 친구처럼 잘 지내고 아이도 아이대로 존중하며, 자기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았을 거다.
핀란드 장면에서의 영상미가 인상적이다. 굉장히 수려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심리와 어우러졌다. 촬영하기에 힘들진 않았나?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해외촬영을 해 봤는데 해외촬영이 쉽고 편한 스케줄은 아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작업을 마쳐야 하고 나중에 다시 촬영할 수도 없고. 더 집중해야 하고 예민해지기도 한다. 핀란드에 촬영하러 갔을 때는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핀란드, 하면 설원이 생각나잖나. 그런데 정작 눈이 없어서 눈을 만들어 가며 찍어야 했다. 허벅지까지 눈이 와 있대서 단단히 준비했는데 날씨가 따뜻하고 눈도 없었다. 오히려 한국이 추워지고 폭설이 왔다더라. ‘도대체 우리는 여기에 왜 있는 건가’ 싶었다. 계획이 많이 틀어졌다. 그런데도 감독님께 왜 핀란드라야 했느냐고 물으니 이국적인 느낌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면 핀란드에서 동양사람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그 부분이 이국적이고 낯설더라. 덕분에 만일 여기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상민’과 ‘기홍’처럼 서로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공감대도 생겼다.

핀란드에서 사랑의 시작과 끝을 찍었다. 감정을 쌓아가며 연기하는 스타일인데 몰입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어려웠다. 그리고 조심스러웠다. 핀란드에서는 사랑의 시작과 끝은 있는데 중간이 없었던 거잖나. 아이에 대한 것이나 서로 스치는 장면만 촬영할 때는 도대체 내가 무슨 촬영을 하고 있는 건지 잘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 결말 부분을 찍을 때 감정의 맥락이 탁 잡히더라. ‘상민’이 택시를 타고 가고 ‘기홍’이 따라 나서려다 아이의 시선에 잡혀 돌아가는 장면 있잖나. 그 장면을 옆에서 지켜 보고 있는데 ‘아, 우리가 찍고 있던 게 이런 장면이지’ 싶었다.

택시 안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어땠나?
감독님이 남편의 대사를 해 주셨다. 핀란드에 아역배우도 있어서 아이가 직접 노래도 불러줬다. 되게 슬프더라. 왠지 아이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그때 처음 했을 것 같았다. 기홍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건네고도 싶었을 것 같고. 그런 게 느껴져서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밀양>의 오열신이 포개지더라.
<밀양>의 오열신은 드러내는 오열이 아니라 들이 마시는 오열이다. 이창동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목놓아 드러내는 울음이 아니라고 하셨다. 둘다 그런 오열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웃음). 반면 서울 촬영은 좀 가볍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멜로가 흥행되지 않는 것에 반해 많은 배우들이 멜로영화를 찍고 싶어 한다. 배우 입장에서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야 하기에 감정소모도 크고 그만큼 희열도 클 것 같다. 멜로영화를 많이 해 본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웃음).
멜로연기를 많이 해 본 배우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 사랑은 되게 본능적인 감정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누구나 본능적인 끌림을 느끼지 않나. 어떤 형식, 어떤 모습이든 그런 끌림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멜로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거겠지.

황정민도 당신과 멜로영화를 찍고 싶어 하더라.
의외다(웃음).

노출신도 있고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소재인데도 출연했다. 오롯이 여배우로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하면서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받아들이는 거다. 부담이 훨씬 더 크다. 선뜻 선택하는 게 쉽지만은 낳다. 나 혼자일 때와 비교하면 그런 자유로움이 없다. 선택의 무게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난 사랑을 항상 꿈 꾸지만 앞으로 또 <남과 여>같은 작품을 하라면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다. 닥쳐봐야 알겠지만. 앞으로는 멜로를 해도 좀 편한 멜로를 하고 싶다(웃음).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나 <너는 내 운명>, <약속> 같은 것을 말하는 건가?
그런 영화들은 20대 배우 전도연이니까 가능했던 거고. 난 지금 더 나이 들어 40대 여배우가 됐잖나. 20대가 표현할 수 있는 사랑과 40대가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이 다른 것 같다. 물론 지금 해도 잘 할 자신은 있다. 그런 작품이 주어진다면야 감사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다. 그때와는 또 다른 스테이지의 배우가 된 것 같다.

본인의 청춘은 돌아본다면?
나는 할 만큼 다 했어, 혹은 내가 뭘 더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을 굳이 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내가 50대가 돼서 <무뢰한>이나 <남과 여>를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겠지.

뭐가 부족하다는 건가?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시절에,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은 지금에 와서 억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애를 가진 엄마 역할만 주어진다기 보단 내가 아이를 가진 엄마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거다. 물론 나이대나 세월을 거슬러서 해도 연기적으로는 잘 할 거다. 연기적으로 내가 못할까봐서가 아니라 억지를 쓰면서까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되돌려 하고 싶진 않는 거다. 내가 나이를 먹듯 자연스럽게, 그 나이에 맞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

40대 여배우다. 그럼에도 이렇게 예쁜 멜로에 출연했다는 게 자랑스럽지 않나?
물론 뿌듯하다(웃음). 그렇지만 ‘상민’이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예뻐 보일 수 있었던 요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옷의 스타일이나 직업적인 부분도 그렇고.

이전작들에 비해 특히 예뻤다. 보면서 역시 전도연은 죽지 않았어, 했다.
이제 촬영 감독님이 바빠지시겠지(웃음). 촬영 감독님도 멜로는 처음 하시는 것 같은데 <남과 여>라는 작품 자체가 너무 좋았다며 애정을 갖고 계셨다.
차기작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 TVn에서 ‘굿 와이프’로 드라마 복귀 예정이라고 들었다.
복귀나 이런 말들은 너무 거창한 것 같다. 원래 나는 드라마를 할 의향이 있었다. 다만 사극은 내가 자신이 없어서 기피하고 싶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의 드라마를 하고 싶었는데 ‘굿 와이프’가 들어왔다. 처음엔 이게 미국드라마 리메이크작인 줄 몰랐다. 그러고 대본을 봤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밌더라. 읽으면서 내내 ‘이 다음에는 뭐지?’ 했다. 정말 좋았다. 대본을 받자마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되게 설렌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 뵀는데 그 분들도 신선하더라. 영화는 훨씬 더 많은 생각과 깊이, 이야기들이 있는 반면에 ‘굿 와이프’ 대본에는 대본에 있는 게 전부인 것처럼 가벼웠다. 그런 가벼움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극받는 느낌도 들고. 나만 잘 하면 되겠지(웃음).

극중 이름은 뭔가?
‘김혜경’이다. <무뢰한>이랑 똑같다. 나도 이름이 똑같아서 좀 걸리긴 하지만 똑같은 이름은 많잖나.

극중 역할이 변호사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나?
아직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진 않다. <남과 여>가 다 끝난 다음에 본격적으로 준비하려 한다. 아직 캐스팅도 나만 된 상태다. 뭘 해야 할지 좀 걱정이 되긴 한다. 드라마가 워낙 오랜만이라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그 많은 대사들을 초인적으로 외울 수 있을지도(웃음).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갑다. 이영애, 김혜수에 이어 전도연까지 거물급 여배우가 나오니까.
그렇게 좋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웃음).

데뷔 이후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다. 공백기도 별로 없다.
내가 아무리 연기하고 싶다고 해도 동기부여가 되는 시나리오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좋은 작품들이 내게 들어와서 감사하다. 그렇지만 <집으로 가는 길>도 오랜만에 했었다. 그래도 그만 하면 공백기가 없는 편이긴 하다. 다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작을 하고 싶나?
우스갯소리로 남자 배우들은 회사 출근하듯 한다고 한다. 앞으로 몇 편이나 꾸준히 예정돼 있잖나. 그런 게 부럽다.

황정민이 대표적이다(웃음).
사실 <남과 여>, <무뢰한>, <협녀, 칼의 기억>을 몰아서 찍어 보니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내가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쉴 시간이 필요하고 이런 타입은 아니다. 그런데도 내 스스로가 많이 지쳐 있더라. 이 작품들이 다 감정적으로 무거운 작품들이잖나. 그래도 1년 넘게 쉬었다. 작년 1월 말, 2월 말에 촬영이 모두 끝났다. 개봉시기가 각기 달라 홍보를 꾸준히 해서 그렇지. 최근에 다작을 한 것 같아 보여도 사실 그렇지도 않다.

2015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을 것 같다. <무뢰한>으로 상을 받는가 하면 <협녀, 칼의 기억>이 흥행하지 않아 속앓이도 했을 것 같은데.
다사다난 했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한 해 였다. 나도 몰랐는데 내 영화가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은 거더라. 그동안 작품상을 받은 게 없었다.

<밀양>으로도 못 받았나?
<밀양>도 작품상은 못 받았다. 지금까지 여우주연상만 있지, 작품상은 없었다. 그래서 <무뢰한>이 작품상을 받았을 때 정말 감격스럽더라. 작품상은 종합선물세트인 거잖나. 좋은 작품 안에 내가 있는 거니까. <무뢰한>도 있고 <협녀, 칼의 기억>도 있었지만 작품상이 주는 감격이나 의미가 컸다. 소중한 한 해였다.

<협녀, 칼의 기억>이 너무 흥행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에서 아픈 손가락인가?
그렇진 않은 것 같다. 흥행의 성패와 관계없이 작품적으로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모든 작품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특히 <협녀, 칼의 기억>이 그랬다. 사실 그때 내 스스로의 욕심으로도 안 되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하던 상황이었다. 더 힘들었다. 마음으로는 뭔가 더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됐다. 맹인 연기도 그렇고 검 연기도 그랬다. 그런 것들이 쌓여 내 스스로한테 아쉬움이 많았다. 내가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이 있는데 극복이 안 되는 게 있구나, 하고 깨달은 영화가 <협녀, 칼의 기억>이었다.

내려 놓는 연습이 됐겠다.
‘안 되겠구나, 나는.’ 하는 생각이 들어 나 스스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그간 내 영화가 정말 흥행이 잘 된 건 아니잖나. 난 흥행에 상관없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진다. 요새는 눈 뜨면 500만, 1,000만 하는 영화들이 많아져서 <협녀, 칼의 기억>이 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속상해 한 건 아니다. 나도 안 되는 게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소중했다. 내 욕심이었던 거다.

그러고 보면 전도연의 영화는 다 예쁘다. 미장센 좋은 영화를 선호하나?
<협녀, 칼의 기억>은 영상적으로 정말 예뻤다. 그런 부분을 박흥식 감독님이 원했다. <무뢰한>은 좀 다른 식의 스타일리시다. 거칠고 힘이 있는 느낌. 오승욱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님의 호흡이 잘 맞았던 거겠지.

현재 차기작으로 예정된 영화는 없나?
영화는 드라마 ‘굿 와이프’ 이후에 천천히 고르기로 했다.

최근에 있었던 즐거운 일은?
내 즐거움은 딸인 것 같다(웃음). 근래에 초등학교 입학도 했다. 아직 8살이라 많이 어리지만 서로 이야기가 되는 느낌이다. 딸이 생각한 걸 들으면 때때로 신기하기도 하다.

배우를 시킬 생각은 없나?
칸의 여왕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시킬 거다(웃음).

엄마가 배우 전도연인 건 아나?
얼마 전 아이와 <쿵푸팬더3>를 보러 갔다. 그런데 영화 예고편으로 <남과 여>가 나오더라. 난 아이들이 보는 영화 예고편으로 <남과 여>가 나와도 되는 건가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더라. 엄마 얼굴을 극장에서 처음 본 거였다.

신기했나 보다.
얼마 전 스케줄을 끝내고 아침에 깨니까 딸이 그러더라. “엄마, 어제 저녁에는 집에서 밥 안 먹어도 됐겠다. 공유 오빠가 엄마 밥 차려줬잖아” 하더라(웃음). 아직 영화와 현실을 잘 구분하진 못하는 것 같다.

아이가 생기기 전과 후로 가장 달라진 게 뭔가?
바빠진 거? 일을 다시 시작한 이후로 엄마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완벽하진 않지만 아직까진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엄마를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도 오겠지.

많은 배우들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중과 소통할 생각은 없나?
신비주의는 아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일과 공적인 일을 구분하고 싶다. 작품을 통해서 시청자와 가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야지(웃음).

2016년 2월 26일 금요일 | 글_이지혜 기자 (wisdom@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imovist.com)
사진_ (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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