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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오다. 한중미 프로젝트 <드라마월드> 크리스 마틴 ②
2016년 4월 22일 금요일 | 최정인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최정인 기자]
본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박 준 역의 션 리차드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션은 2010년에 그가 ‘아테나: 전쟁의 신’을 촬영할 때 만났다. C-47이라는 후반작업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C-47이 ‘아테나: 전쟁의 신’의 후반작업을 담당했다. 그래서 뒤풀이 파티에 갔더니 스텝들이 영어를 할 수 있는 우리 둘을 한 자리에 모으더라(웃음). 거기서 처음 만난 다음 션과 친구가 됐다. 그리고 이후로도 서로의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한 비키 광고에 션이 출연한 적도 있다. 션은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어 미국에서도 오디션을 보고 있었다. <드라마월드>는 조쉬와 함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션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다.

션의 연기는 어땠나.
정말 잘했다. 박 준은 아마 <드라마월드>에서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역할이었을 거다. 박 준은 한국인이지만 클레어와 영어로 소통할 수 있어야 했다. 어떤 사람들은 나더러 한국에서만 지낸 한국배우를 박 준으로 캐스팅하는 게 연출하기 조금 더 편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캐스팅도 재밌을 수 있지만 <드라마월드> 후반의 이야기는 박 준과 클레어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일들이다. 따라서 박 준과 클레어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굉장히 중요했고 이는 언어가 달라지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션은 한국어 연기와 영어 연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정말 잘 해준 션이 너무 고맙다.

한국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국 드라마에는 냉소적인 시선이 많이 녹아 있다. 어둡고 반영웅적인 인물들이 주로 나오는 드라마가 많다. 예를 들어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정말 멋진 쇼지만 내용은 굉장히 어둡다. 인류의 어두운 면에 집중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반면, 한국 드라마는 훨씬 더 밝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인데도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우습게 여기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 행복해지고 싶은 욕망, 사랑을 찾고 싶은 욕망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해 준다. 조금은 순진한 구석도 있는 것 같다(웃음). 한국 드라마에서는 첫키스가 마지막 에피소드도 될 수 있는 반면, 미국 드라마는 첫 번째 에피소드가 벌어지기 한참 전에 주인공들이 이미 섹스를 마친 상태인 경우도 있다(웃음).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다른 거다. 그리고 모든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정말 완벽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지 않나(웃음).

<드라마월드>의 촬영기간은 얼마나 길었나.
24일간 촬영했다. 170 페이지를 24일간 촬영한 거다. 하루에 8~14 페이지를 찍은 거지. <드라마월드> 같은 경우는 예산도 시간도 넉넉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W호텔에서 촬영해야 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 공간이 제작진에게 허락된 시간은 하루뿐이었다. 그래서 박 준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장면을 하루 만에 찍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드라마월드>를 너무 짧은 기간 동안 촬영해야 했다고 불평하기는 하지만 한국 드라마를 하는 사람에게 물으면 한국 드라마는 <드라마월드>보다 훨씬 더 빨리 찍는 일이 태반이라고 하더라. 또 한가지 상황은 <드라마월드> 같은 경우 영화와 드라마의 혼합형태였다는 점이다. <드라마월드>는 카메라도 한 대였고 영화처럼 찍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영화처럼 찍는데 환경은 드라마와 비슷하니(웃음). 얼마 전에 <드라마월드>보다 훨씬 예산이 큰 영화의 촬영장에 갔는데 부럽더라.
무슨 현장이었나.
이재한 감독의 <인천상륙작전>의 촬영현장에 갔다. 그걸 보고 내가 원했던 환경은 이런 거였어! 싶더라(웃음). 부러웠다. 하지만 이재한 감독은 오랫동안 활동하며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난 이제 겨우 처음이지 않나. 나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촬영환경에서 연출하게 되길 바란다(웃음). 어쨌든 나는 <드라마월드> 제작진이 정말 너무나 멋진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드라마월드>를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게 너무 기대된다.

<드라마월드>의 제작진은 한국인이었나?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현장에서 미국인은 촬영감독뿐이었다. 그리고 촬영감독 보조가 한인계 미국인이었다.

한국 제작진과 함께 작업한 경험은 어땠나.
예전에 미국에서 작업하던 것과는 분명 조금 달랐다. 일단 현장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두개니까.

언어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어땠나.
그것도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단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 방식이 조금 다르다. 촬영하면서는 두 영역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했다.

문화보다는 매체의 특성에서 오는 차이를 더 크게 느꼈다는 말인가.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드라마월드>는 영화와 드라마의 특성이 모두 필요한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드라마 제작진은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지 않나. <드라마월드>는 예산과 기간이 제한돼 있어서 드라마 제작진의 근성이 분명 필요했다. 하지만 평소에는 영화의 촬영방식을 좋아한다.

언어로 인한 어려움은?
AD든 누군든 연출할 때는 내 옆에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두는 게 좋다는 걸 배웠다(웃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카메라 감독에게 통역까지 해 줘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어떤 면으로는 일을 수월하게 만들기도 했다. 언어가 통하면 많은 부분을 논의해야 하는데 언어가 안 통하니 원하는 걸 전달하기만 하면 대체로 큰 이견 없이 수행됐다(웃음). 결국 잘 진행된 것 같다.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뭔가를 만들기를 원했었거든. 미술감독, 편집감독과 한국어로 소통했는데 그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한국어가 서툰 나를 재촉하지 않고 인내하고 기다리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모국어로 연출하는 게 훨씬 쉬웠겠지만 외국어로 연출하는 것도 좋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다른 언어를 쓰는 배우들과의 작업이 힘들지는 않았나?
그래서 캐스팅이 굉장히 중요했다. 캐스팅할 때 정말 까다롭게 굴었다. 정말 딱 맞는 사람을 찾고 싶었던 거다. 실제로 촬영하는 현장에서는 연기에 대한 많은 논의를 하고 싶지 않았다. 촬영 전에 캐릭터를 이미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김사희를 오디션에서 보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연기도 완벽했다. 그리고 서연 역은 배우를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더라. 예쁜 배우는 많았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한국에 로케이션 스카우트를 하러 왔을 때 배우를 찾고 있었는데 배누리를 드라마에서 보고 만나고 싶어 연락을 했는데 그때는 배누리 스케줄이 허락하질 않았다. 대본리딩을 할 때까지도 아직 서연 역 배우가 캐스팅 안 됐었다. 다시 한 번 배누리가 어떻겠냐는 말이 나와 프로듀서가 전화를 했다. 그때 배누리를 만나게 됐는데 그 다음부터는 일이 순조롭게 됐다. 누리는 완벽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당신 말이 맞다. 다른 언어로 무언가를 깊이 논하는 것에는 한계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확히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월드>는 출연진이 모두 완벽했다. 잘못된 사람을 캐스팅하면 세트장에서 생각해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적합한 사람을 캐스팅한다면 80%의 연출이 끝난다. 세트장에 어울리는 적합한 사람을 캐스팅 하는 거다.
세트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나?
섹시한 장면을 찍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는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말하지 않겠다. 그런데 사실 드라마월드는 매일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웃음).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촬영하는 건 처음이었다. 단편이나 광고가 단거리라면 드라마는 마라톤이었다. 그래서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했다. 어떤 감독은 열 달씩 촬영한다고 하는데 상상할 수가 없더라. 너무 많은 결정들이 내려져야 했고 정말 모든 부분을 세심하게 다루면서 지지치 않아야 했다. 스태미나가 필요했다. 그래서 정말 많이 배웠다. 물론 그 부분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신의 질문에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웃음). 이번에 배운 것들로 다음 번 프로젝트는 더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넘어가도록 하겠다(웃음). ‘드라마월드’를 통해 무엇을 배웠나.
영화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난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힘들었지만 열 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성공을 통해 다음 프로젝트를 더 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월드’는 장편영화를 위한 더 좋은 연출가로 나를 거듭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이제는 특정한 것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 안다(웃음). 난 다음 작품을 더 잘하고 싶다. 다음 작품이 너무 배고프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이었나.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예산으로 드라마를 촬영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만일 다시 촬영할 수 있다면 사전제작 기간을 조금 더 길게 가질 거다. 사전 제작에서 대부분의 요소들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때 잘 준비하면 현장에서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월드의 어떤 장면이 가장 좋나.
너무 많다. 그런데 연출하면서 가장 재밌고 신났던 건 양동근이 카메오로 출연하는 장면이다. 드라마를 보면 왜 그런지 알 거다.
한국에서 또 영화, 드라마를 만들고 싶나?
당연하다. 지금은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책의 판권을 사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 소설인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월드 시즌 2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

박찬욱 감독을 많이 좋아하는 걸로 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일하는 게 목적이었다. 연세대학교 어학당에 있을 때 ‘한국어 레벨2’ 수업에서 연설문을 써야 했는데 어눌한 한국어로 박찬욱 감독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웃음). 재미난 건 한국에 처음 와 부산에 도착했을 때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 촬영현장을 목격했다. 차들이 충돌하는 신이었는데 정말 내가 한국에 도착한 지 몇 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게 나의 운명이라고 확신했었다(웃음). 사실 내가 처음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은 박찬욱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 잠시 한국을 떠나 싱가포르에 있는 뉴욕 영화학교를 다녔는데 졸업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가게 된 미장센 단편영화제 뒤풀이에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한 한국 감독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나의 아이돌이 모두 그 곳에 모여 있었다. 최동훈 감독,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신하균, 전도연까지 한국 영화인들이 모두 있었다. 입이 떡 벌어지고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더라. 그때 최동훈 감독과 이야기 한 것도 기억난다. <도둑들>이라는 영화를 작업 중인데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너무 어렵다고 했다(웃음). 심지어 내 옆에 전도연이 있었는데 신경이 하나도 안 쓰였다. 왜냐면 그 곳에는 정말 엄청난 감독들이 모두 있었거든. 물론 전도연은 너무나 아름답고 연기를 잘하는 대단하고 엄청난 배우임에 틀림없지만 말이다(웃음). 너무나 오랫동안 동경하던 사람들을 모두 본 날이었다.

마치 <드라마월드>의 클레어처럼 말이다.
맞다! ‘무비월드’에 온 것 같았다. 물론 그날 밤이 지나고 나서는 단 한 번도 그들과 재회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웃음). 아! 봉준호 감독과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다시 한 번 봤다. 봉준호 감독이 나보고 낯이 익은 것 같다고 하더라(웃음). 어쨌든 난 한국 감독들의 영화가 나올 때 항상 기대된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영화가 한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아마존에 팔리고 <옥자>가 넷플릭스에서 배급되지 않나. 플랫폼이 발달해서 예전에는 영화관에서만, 그리고 한국에서만 머물렀던 콘텐츠들이 이제는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왜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국은 정말 멋진 팝 컬쳐를 만든다. 신기하다. 5,000만 명의 국민들이 만드는 코리안 웨이브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 중국은 한국 연출가를 데려가려고 노력하고 일본, 미국, 유럽은 모두 한국 콘텐츠를 소비한다. 난 내가 이런 한류를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눈치 챈 안목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싶다(웃음). 멋지지 않나. 그리고 한국은 언제나 내 마음에 어딘가 있을 거다. 미국에서 활동하게 되더라도 기회만 된다면 계속해서 한국에서 뭔가를 만들고 싶다. 기왕이면 다음 번엔 조금 더 큰 프로젝트를…(웃음).
조만간 당신이 로버트 커크먼의 프로젝트보다 큰 예산의 작품으로 한국을 다시 방문하리라 믿는다. 얼마 전 미국의 인기 드라마 ‘워킹 데드’의 작가 로버트 커크만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한다고 해서 주목 받지 않았나.
고맙다. 일단 로버트 커크만이 시작한 프로젝트의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알아봐야겠다(웃음). 그런데 정말 대단하지 않나. 할리우드의 가장 인기 많은 TV 쇼 작가의 차기작이 한국을 배경으로 하다니! 션과 내가 회사를 함께 만든 것도 보다 이처럼 글로벌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터넷만 있으면 세계 그 어느 곳의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다. 페이스북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의 소식을 접하고 카카오톡으로 태국의 친구에게 새로운 영상을 소개할 수 있다. 샌디에고에 있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일본에 있는 지인과 화상채팅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글로벌 월드’다. 전 세계 시장의 잠재력을 봤기 때문에 회사의 이름을 써드컬쳐콘텐트라고 지었다. 이제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세계적이다.

최근 행복한 순간은?
말레이시아에서 아내와 보낸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내는 캐나다인인데 아내의 부모는 말레이시안이다. 그래서 페낭에 있는 처갓집에 갔다.

페낭에 맛있는 게 정말 많다고 들었다.
정말 너무 많이 먹었다. 5킬로그램 정도는 찐 것 같다.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그녀를 볼 수 있는 순간은 언제나 행복한 시간이다.

한편, <드라마월드> 10부작은 세계적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비키(VIki.com)를 통해 전세계에 4월 17일부터 매주 2회씩 공개된다. 26개국 언어로 번역돼 서비스되는 <드라마월드>는 한국과 중국에서는 5월 이후 공개 예정이다.

2016년 4월 22일 금요일 | 글_최정인 기자(jeongin@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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