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는 한국적 히어로 <판도라> 김남길
2016년 12월 9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영화 <판도라>의 시작은 4년 전이었다. ‘한국에서 지진이?’ 라는 의문이 들던 시기다. 그럼에도 김남길은 <판도라>의 매력에 끌렸다. 다름아닌 주인공 ‘재혁’(김남길 분)에게서 새로운 영웅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 속 흔히 볼 수 있는 시크한 영웅이 아닌, 무서워 엄마를 찾지만 그럼에도 도망치지 않는 ‘사실적’ 영웅 말이다. 또, 그 동안 만들어진 사연 있는 나쁜 남자 이미지를 깨뜨리기에도 속 정 깊은 둘째 아들 ‘재혁’은 적역이었다. 그래서 사투리를 배우고 수더분하게 보이기 위해 살을 8KG 정도 찌웠다. 차도남 이미지처럼 무심하게 보일 듯 말 듯 미소 지을 듯 한데 순박하게 함박 웃고, 까칠하게 말이 없을 듯 한데 조근조근 만담을 하는 김남길. 이 남자 반전 있다.


(본 인터뷰는 영화 <판도라>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체중을 늘렸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작품 속에서 도시적이고 차가운 이미지가 많았는데 이번엔 순박한 역할이라 관객들이 어색하게 느낄 수 있을 거 같아 수더분하게 보이려고 살을 좀 찌웠다.

영화보고 깜짝 놀랐다. 분장인가 싶더라. 얼마나 어떻게 찌웠나.
그 당시 만성 편도염으로 열을 내리기 위해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었다. 한데, 약의 부작용으로몸이 붓는 거다. 게다가 먹을 걸 많이 먹으니 잘 찌더라. 한 8Kg 정도 불렸다.

<판도라> 시나리오를 본 후 첫 느낌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물론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배우 입장에선 한, 두 장면이라도 꽂히는 장면이 있으면 욕심을 내게 된다. 일단 확 꽂히는 매력이 있더라.

영화의 어떤 점에 꽂혔나.
마지막 엔딩신이다. 할리우드식 재난 영화나 다른 나라의 히어로물처럼 엄지 척, 윙크하며 ‘내가 널 위해 죽을 테니 넌 걱정하지마’ 이렇게 쿨하지 않아서 좋았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동양적 정서 혹은 한국만이 갖고 있는 정서라고 할까. 아주 사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적이지만 신파로 느껴질 수도 있다.
외롭게 갇혀서 죽어가는 상황에서 사람이 쿨하게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 고독하고 무서운 것이 사실 아닌가. 감독님도 나도 ‘사실적으로 표현해보자’ 였다. 처음에는 동료애나 가족애에 초점을 맞출까 했는데 어떻게 보면 그런 모습도 이기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좀 더 포괄적으로 인간애를 담으려 했다. ‘재혁’(김남길 분)이 ‘내가 왜 죽어야 되냐,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대사를 한다. 제3자, 그러니까 타자가 봤을 때 ‘재혁’이 영웅일지 몰라도 그 스스로는 영웅이 되고 싶지도 영웅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재혁’을 잘 표현한 대사다.

‘재혁’은 전작들에 비해 많이 소박한 이미지다.
많이 소박하지.

재난영화가 장르상 배우가 부각되지 않는 면도 있다.
영화를 고를 때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스토리를 깨면서 배우가 돋보이는 건 아닌 거 같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 감독님이 ‘너 알아서 편하게 해’ 하셨다. 그것만으로도 좋다. 예전에 비해 욕심을 많이 내려놔서 내가 돋보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감독님과 어떤 방법으로 캐릭터를 분석했는지.
감독님과 작업실에서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우리 영화가 지진과 원전 등 재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가족애를 깔고 가지 않나.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 얘기할수록 감독님은 감독님 가족 욕, 난 내 가족 욕을 하고 있고, 서로 상대방 가족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웃음) 그래서 내가 ‘우리 이래서 괜찮겠어요?’ 했더니 감독님이 ‘아니, 우리 초심만 잊어버리지 않으면 돼’ 하시더라.
‘재혁’의 마지막 대사, ‘사느라고 욕 봤다’ 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렇다. 그(재혁)가 피폭된 상황이 점차 악화되면서 결국 죽으러 가는데, 감독님한테 ‘죽으면서 너무 말이 많은 거 아냐’ 이렇게 묻기도 했다. 하지만 말이 많다고 느껴져도 그냥 가기로 했다. 재혁이 요즘 소위 ‘츤데레’에다 철 없는 둘째 아들이다 보니 평소 가족들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못했다. 또, 무섭고 두려운 상황에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심이 되고 용기가 나지 않나. 처음에는 호기롭고 여유로운 척하려고 전화를 했던 거 같다. ‘ 나 괜찮고 다들 잘 살라고. 나도 여기서 아버지와 형님 모시고 잘 살고 있을테니까’ 이러려고 시작한 거다. 그런데 결국 속마음이 들키고 무너져 내린다. ‘사느라 욕봤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모든 감정이 해소된다고 느꼈다.

재혁의 그 대사에 공감할 사람이 많을 듯 하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전하는 위로의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인생에 대한 억울함이 재혁 한 사람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이야기로 접근하고자 했다. 그래서 마지막 대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사실 영화를 촬영할 당시는 잘 몰랐는데 언론배급시사회 하면서 영화를 보니 ‘사람들이 답답하고 안타깝고 화도 나는 감정에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 있겠구나’ 싶더라. 물론 다 해결되진 못하겠지만. 그의 상황이 나를 보는 거 같고, 우릴 보는 거 같더라. 내가 연기를 잘 해서가 아니라 ‘잘못은 지들이 해놓고, 수습은 우리보고 하라고?’ 이런 대사들이 크게 다가왔다.

영화가 완성까지 4년이나 걸렸다. 완성 후 개봉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힘든 점은.
개봉까지 1년이 더 걸렸다. 그런데 힘든 건, 음, 사실 난 다른 영화를 찍고 있기에 그렇게 힘들다고는.(웃음) 다른 분들, 그러니까 감독님이나 제작하시는 분들이 많이 힘드셨겠지. 내가 찍은 다른 작품도 아직 개봉을 안 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거 같다. 이상하게 내가 영화 찍으면 개봉이 자꾸 미뤄지더라. (웃음)

공백이 아닌데 공백처럼 보이는 거다. 조바심은 없었나.
영화 촬영 외에 다른 활동을 안 하니까 처음에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내가 찍은 영화를 빨리 개봉해서 관객들에게 선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기도 한다. 그런데 마음을 내려놓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편하게 마음 먹자’라고 생각하니 크게 힘든 건 없었다.

개봉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는.
감독님과 투자배급사가 개봉 시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영화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했으니까. 가상현실에서 ‘이정도 지진이면 어떻게 될까?’ 이런 걸 촬영장에서 많이 의논 했다. ‘지진 강도를 4.5 라고 할까, 5라고 할까, 6이면 난리 나는 거 아냐’ 등등. 가상이라고 생각을 하고 촬영을 했는데 막상 지진이 난 거다. 그래서 그 지진 강도에 대한 설정을 다시 수정해야 했다.

혹 지진 당시 진동을 느꼈나.
그 당시 감독님과 느꼈냐고 통화를 했다. 난 살짝 흔들림을 감지했는데 경주 근처 사시는 분들이 쓴 글을 보니 트라우마가 심한 거 같더라. 잠깐 ‘쿵’ 소리나 조금 흔들리는 느낌만 있어도 자다가 뛰쳐나갈 정도로 힘들다고 하시더라. 그런 글을 보니까 이 시기에 <판도라>를 개봉하는 게 맞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들더라. 그런데 감독님이나 내가 개봉시기에 대해 왈가불가 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있이 아니라서.

원전의 폭발은 처음 보는 재난의 모습이라 더 무섭게 다가오더라.
그렇잖아도 감독님한테 진짜 터질 수 있냐고 물어봤다. 전문용어를 사용해 얘기해서 정확히 못 알아 들었지만, 영화와 관련해 자문을 주신 분들 말로는 진짜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런데 또 다른 분들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시나리오에 나온 건 현실 가능성 없다고 하더라. 그 부분에 대해 의견이 갈라진다.

4년 전 영화 촬영 당시와 지금은 작품에 대한 감정이 다를 듯 하다.
감정적이나 정서적으로 전달하려는 부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제 지진이 발생했기에 현실적으로 무서움을 체험한 거다. 예전에는 지진이 무섭다는 생각은 솔직히 안 했었다.

영화를 보니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보인다고 했다.
아마 촬영하고 바로 개봉했으면 몰랐을 수도 있는 건데 촬영 후 시간이 지나고 다른 영화도 찍고나니까 객관적인 시점에서 보게 되더라. 물론 영화를 마치고 나서 본인 연기에 대해 아쉬운 점이 없을 순 없다. 마지막 엔딩신을 세 번 촬영했는데 두 번째 찍었을 때 부담감이 상당했다. 당시 스탭들이 농담처럼 ‘네가 이 정서를 잘 전달하면 영화가 살고 그렇지 못하면 그냥 시끄러운 재난 영화에 불과해진다’ 고 그러더라. 초반에 그 말을 들을 때는 ‘걱정 하지마, 내가 잘 표현해 줄게’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되는 거다.

마지막 장면을 위해 어떻게 감정을 만들었는지.
‘재혁’의 몸이 아주 안 좋은 상황을 표현하려고 마지막 장면을 찍기 위해 이틀 정도 굶었다. 또 죽는 다고 생각을 해보며 그 감정에 대해 깊이 빠져보려 했다. 술도 먹어보고, 동영상도 찾아보고, 혼자 울어보기도 하며 촬영 전에 준비를 해서 갔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처럼 매끄럽지 않은 거다. 그 당시엔 촬영 현장에 대해 구구절절한 상황을 자막으로 띄우고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 사실 촬영 후 스탭들의 눈을 보면 지금 한 연기가 어땠는지 다 알 수 있다. 또, 그들의 얘기가 유난히 잘 들린다. (웃음) ‘좀 아쉽지 않아?’ 이러면, 다른 얘기일 수도 있는데 ‘아쉽다’ 란 단어에만 꽂히는 거다. 또 감정연기이기에 정신적으로 소모가 크더라. 감독님이 아쉬우면 한 번 더 해보겠냐고 물어보는데 너무 미안한 거다. 그런데 내가 날 제일 잘 알지 않나. 그래서 ‘미안한데 내가 날 잘 아는데, 서울 사람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정서적 전달까지 하는 건 이게 나한텐 최선인 거 같아. 더 이상 안 나올 거 같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장면이 나온다면 얼마든지 하겠는데 그렇지 못할 거야’ 이랬다. 감독님이 알았으니 쉬라고 하고 가시더라.

그래서 마무리 된 건가.
아니다.(웃음) 감독님이 쉬라더니 다시 와서 ‘한 번 더?’ 이러시는 거다! 그때 찍어야 할 다른 장면들이 많이 있던 터라, 내가 ‘감독님, 좋아요. 그럼 다른 장면 먼저 촬영하고 마지막에 다시 셋팅해서 할게요’ 했다.

감정적으로도 힘들지만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겠더라.
그때 입은 옷이 폐쇄공포증을 불러온다. 계속 입고 있으면 몸 어딘가가 폭발할 거 같아 초반엔 참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빨리 벗겨달라고 한 적도 있다. 그 당시 누군가가 몸에 손을 대면 터져 버릴 정도로 예민해지더라. 그러니까 동시 녹음 기사님이 ‘너 잠깐 밖에 나가 바람 좀 쐬라. 귀신 들린 거 같이 이러고 있지 말고’ 하시더라. ‘지금 것도 괜찮으니 못 하겠으면 하지마’ 하는 거다. 근데 죽으면 정말 그런 감정이 들 거 같기도 해서 준비가 채 안됐음에도 ‘이 모습 그대로 그냥 해 볼게요’ 했다. 다행이 스탭도 나도 만족할 만큼 잘 나왔다. 15분 정도 장면이었는데 ‘좋다, 좋다’ 했다. 그런데 그걸 안 쓰셨다.(웃음)

반전!
감독님 말씀이 마음에도 들고 사실적이긴 한데 너무 길다고 하시더라. 배우 입장에선 욕심 나서 내가 ‘앞 부분을 줄이고 이걸 좀 붙여줘’ 하니까 감독님이 ‘그 정도로 좋진 않아’ 하는 거다.(웃음) 앞부분은 초반 촬영한 걸 사용하고 그 장면의 뒷부분만 잘라서 쓰셨더라. 그래서 그 장면이 초반은 좀 쌩쌩해 보이는데 뒷부분은 확 늙어보인다!
마지막 엄마한테 얘기하는 게 참 먹먹하더라.
누가 말하길 ‘거기서 엄마를 왜 끌어오냐고, 반칙 아니냐’ 하더라. 원래는 조카한테 하는 얘기도 있다. 감독님이 촬영하면서 대본을 줄이는 작업을 계속 하셨다. 그런데 줄이면 감정 전달이 아쉽고 그렇다고 다 넣자니 너무 길어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좀 빨리 해 볼게요’ 하고 대사를 빨리 했더니 그 맛이 하나도 안 살더라. 죽어가는 상황에서 대사가 긴 것도 웃긴데, 말도 빨리 해, 호흡도 엄청 빨라 이러니 우스워지더라. 결국 있는 그대로 표현 해보고 편집으로 좀 잘라보자 했다.

엔딩신 외에 마음에 드는 장면은.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기억에 남는 게 병원에서 복구조가 발전소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할 때나오는 대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좀 길긴 한데 ‘재혁’이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충동적으로든 논리적으로든 움직이는데 그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때도 ‘대사가 너무 길지 않아?’ 이런 말이 나왔다. 그러니까, 감독님이 ‘아니, 그건 또 다른 얘기야’ 하더라.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서 울컥한 게 있었다.

어떤 점인가.
‘잘못은 지네들이 해놓고 해결은 우리가 하고’ 이러지 않나. 재혁은 너무 억울한데 가족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재혁이가 ‘나를 따르라’ 이런 식으로 얘길 하니 동료들이 하나씩 일어난다. 그래서 또, 내가 ‘그건 좀 그렇지 않아?’ 차라리 슥하고 일어나든지, 안 일어나더라도 슬그머니 따라가던지 이게 낫지 않아?’ 그러니까 감독님이 ‘아니, 우린 신파야. 무슨 상관이야’ 이러시더라. 사실 영화 속에는 안 나오지만 복구조가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때,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와서 한 명씩 악수하는 장면이 있었다. ‘미안합니다’ 이러며. 그럼 재혁은 ‘진짜 죄송하냐, 이게 어디 나랍니까, 진짜 잘 좀 합시다’ 이런다.

대통령이 오는 장면을 편집으로 잘라낸 게 감독님의 신의 한수다!(웃음)
나중에 감독님한테 왜 편집했냐고 했더니, ‘아니, 근데 우리 영화가(김남길의 감독님 성대 묘사!) 어쨌든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과 미래의 아이들을 위한 메시지도 담고 싶은 거잖아. 만약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 장면을 편집 안 했을 거야. 근데 현실이 이러니까 마치 영화가 일부러 대통령 비꼬는 거 같잖아. 우리가 얘기하고자하는 본질이 왜곡될 수 있겠어’ 하시더라. 굳이 대통령을 비꼬는 게 목적이 아닌데 대놓고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다고.

개인적으로 원전의 무서움을 알린 거 자체가 <판도라>의 미덕이라 본다. 다른 재난과는 달리 수습하고 종식 시키려면 상당한 시간과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점이 무서웠다.
사실 지진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는데 발생하지 않았나. 감독님이 자료 조사를 할 때 원전에서 사고 나서 부상당한 사람들, 정부 기관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정말 가지각색이라고 하더라. 정부 기관 사람들은 ‘절대 사고 안 난다’고 하고, 실제 일하는 분들은 ‘사고 난다. 조심 해야한다’ 하고. 그런 식으로 옥신각신 하는 게 많았다고 들었다.

방사능 피폭이 정말 끔찍하더라.
영화에서는 수위를 다운시켜서 표현한 거다. 피폭되면 일단 세포가 죽고 재생이 안되니까 뼈나 이런 것들이 다 녹아 내린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오히려 스토리에 집중이 안될 수도 있고 거부반응이 생길 수도 있어서 기본적인 피해만 묘사했다. 초기 피폭 증상인 반점이 올라오거나 구토, 코피 등등.

방사능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게 힘들었겠더라.
촬영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이다. 불이나 물처럼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 표현하기 애매하고 분진가루가 사방으로 멀리 퍼지고 나면 그 후 다시 표현하기 힘들더라.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 요소에 휩쓸려 가는 군중을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심해지면 마치 좀비떼처럼 보이기도 할 듯해서 수위 조절하는데 애먹었다.

영화 속에서 사투리를 구사하고, 마스크를 쓰고 얘기하는 장면이 많아서 대사 전달하는 데 힘들지 않았나.
맞다, 마스크를 쓰면 서로의 대사가 잘 안 들린다. 또 현장이 시끄러워서 장진영 선배님과의 장면에서도 안 들리니까 서로 대사를 한 지도 모르는 거다. 연기할 때는 ‘이게 호흡이 맞아 보일까’ 이런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나왔더라.

그래도 생각보다 대사가 잘 들리더라.
그런데 어제 봤을 때 대사가 좀 뭉겨져서 들리지 않던가. 소리가 뭉겨지는 거 같다 했더니 ‘마스크를 착용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어’ 하더라. 좀 웅웅거리는 느낌이 있더라도 리얼리티를 살리는 게 낫다고.
사회적 기업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길 스토리’ 다. 처음 목표 자체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 인데 거창한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나 배려를 하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솔직히 별거 없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길’을 소개하고 있다. ‘길을 읽어주는 남자, 10인 10색’ 이라고 전혀 다른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길을 걷고 홍보하는 일이다. 크라우드 펀딩도 하고 있는대 지금 막 시작하는 단계다. 신, 구가 공존하는 지역인 성북동 길을 소개했고, 그 후 서울 성곽을 소개했다. 그러고 나니 제주도나 통영 이런 곳에서 계속 연락이 오더라.

‘길’이 당신의 이름에서 따온 건 줄 알았는데 진짜 ‘길’인 건가!
길에 대해 이야기 하자에서 또, 내가 아무래도 제일 유명하니까 내 이름에서 따서 겸사겸사 회사명을 정한 거다.

최근 관심사나 기쁜 일은.
요즘엔 ‘나 자신은 내가 지켜야 된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때문에 자연히 사회 현실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 기쁜 일은 촬영은 여러 편 했지만 아직 개봉한 게 없기에 <판도라>를 개봉해서 관객들하고 만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사실 요즘 기쁜 일이 뭐가 있겠나 싶기도 하다.

2016년 12월 9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_올 댓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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