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 그런데 의뭉스럽다 <여교사> 이원근
2017년 1월 2일 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첫 인상은 앳되다. 간혹 어린 아이 같은 말투를 쓴다. 그런데 잦은 미소 속에 속내를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표정이 불쑥, 하고 드러난다. 이원근은 그 얼굴을 무기로 <여교사> 오디션을 통과했다. 그러고는 지저분한 세상 일 따위는 아직 모를 것만 같은 천진난만한 소년과, 연상의 여인에게 극도의 굴욕감을 선사하는 영악한 남자의 모습을 오갔다.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은 아니지만 볼수록 여려 층의 분위기가 겹쳐있는 듯하다. 이 배우, 앞으로 이 분위기를 어떻게 무기화 할지 궁금해진다.

(이 인터뷰에는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웃고 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을 준다. <여교사>의 김태용 감독도 비슷한 말을 했다.
김태용 감독님이 괜히 그런 말을 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다. 내가 웃으면 꼭 가짜로 웃는 것 같다는 말을 해가지고.(웃음) 난 정말 느낀 그대로 반응하는 사람인데… 웃을 때도 정말로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웃는 거다. 외부로 보여지는 모습이나 내 누나나 친구들에게 하는 행동도 거의 똑같다. 물론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얘가 사람을 가리나…’ 하는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사실 그건 내가 낯가림이 심해서 생기는 일이다. 다른 사람한테 너무 빠르게 다가가면 실례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만난 사람에겐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하니까. 그건 인간관계를 해나가는 내 입장에선 풀어나가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근데, 친해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편해진다.(웃음) 비밀도 없고.

‘해를 품은 달’이나 ‘발칙하게 고고’같은 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다가 2015년 <여교사>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렇다. 영화 촬영 순서만 보자면 <여교사> <그물>(2016) <그대 이름은 장미>(2016) <환절기>(2016) <괴물들>(2016)이다. <여교사>같은 경우는 시나리오를 다 읽고 이 감독님, 이거 무슨 생각으로 쓴 걸까?(웃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나중에 실제로 물어봤더니 사회적으로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상황을 반영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라. 물론 고등학생 시절 해볼 법한 상상력도 조금은 가미됐다고 했다.(웃음)

당신이 맡은 ‘재하’ 역할은 이른바 금수저 교사와 흙수저 교사 사이를 오가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게 김태용 감독님의 의도다. ‘재하’는 본래 엄마 없이 자랐고 아버지에게도 그리 보살핌을 받지 못하며 자란 소년이다. 영화에서는 편집됐지만 욕 먹고, 얻어 맞은 적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금수저 정규직 교사 ‘혜영’을 만났으니 그녀를 마치 엄마처럼 따르게 된다. 한마디로 그녀의 꼭두각시가 된 거다. 자기가 하는 일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모르면서 그녀의 뜻에 따라 ‘효주’에게 접근하는 거다.
두 연상의 여인을 대할 때 다소 어린아이 같은 말투와 표정을 구사한다는 느낌이다. 의도된 설정인가.
당연하다. 그 부분이 내 역할에서 엄청 중요한 지점이다. 분명하기보다는 흐릿한 느낌을 주는 어린애 같은 톤으로 대사를 해야했다. 감독님이 원한 게 그런 거였다. 오죽하면 술자리에서 나에게 휴대폰 녹음을 키라고 한 적도 있다. 켜놓고 마시라는 거다. 그렇게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황급하게 녹음을 끄라고 하면서 바로 그 말투야! 라고 알려 줬다.(웃음) 내가 다시 들어보고 나서는 나도 좀 놀랐다. 어? 나한테 이런 목소리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어린 애같은 톤이더라.

어떤 말을 할 때 그런 톤이 흘러나오던가.
‘아 왜 다들 술 안 먹고 나만 먹어…’라고 꿍얼대는 문장이었는데.(웃음) 나도 모르는 내 말투를 감독님이 발견해준 셈이다. 그 느낌으로 ‘재하’를 소화했다. 만약 내 컨디션이 좀 저조하거나 몸이 아파서 평소의 낮은 목소리가 나오면 바로 NG였다. 다시 어린애 같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쉬고 갈 정도였다. 특히 ‘혜영’에게 이별 통보를 듣는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떠나려는 여자를 붙잡는 다 큰 남자의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가 바로 지적을 당했다. ‘재하’는 사랑도 제대로 안 해본 고등학생인데 거기서 어떻게 성인의 호흡이 나오냐는 거다.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이 강조됐지만 ‘효주’에게는 큰 좌절감을 안기는 나쁜 남자이기도 하다. 한 작품 안에서 두 얼굴을 동시에 소화했는데 스스로는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 궁금하다.
인상적이었던 건 어느 한쪽 역할이라기보다, 오히려 어떤 장면이다. 체육관에서 ‘효주’에게 ‘저한테 뭘 바라고 베푸신 건 아니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대목이 우리 영화가 반전을 꾀하는 지점이지 않나. 내가 정말 나쁜 캐릭터로 보여야만 ‘효주’가 충격을 받고 돌변해서 혜영에게 복수를 하는 클라이맥스로 향해갈 수 있다. 본래는 무표정으로 다소 건조하게 말하는 설정이었는데 감독님이 ‘더 나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그럼 웃을까요?’라고 제안했다. 감독님도 오케이 했다. 웃으면서 말 하면 재하가 얼마나 어마어마한 짓을 한 건지 관객들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나는 그 장면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김태용 감독과 관계가 꽤 좋았던 것 같다.
감독님과 내가 네 살 차이밖에 나질 않는다. 촬영 말미에는 형 동생 하는 상당히 친한 사이가 됐다. 서로 장난스럽게 욕을 하거나, 자기가 더 술을 잘 먹는다고 우기기도 한다.(웃음) 감독님이 어디서 신조어를 배워 오면 나는 그게 뭐냐고 코웃음 치고.(웃음) 그런데 정작 촬영 당시에는 의견 충돌이 꽤 있었다.

어떤 점 때문인가.
내가 한 연기를 못 보게 하는 거다. 그래서 작품 끝날 때까지 내 연기에 대한 모니터를 한 번도 못했다. 그 문제 때문에 같이 술도 많이 먹었다.(웃음)

모니터를 못 하게 한 감독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내가 영화를 처음 찍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모니터를 하게 해주면 연기보다는 내 얼굴이나 외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쓰게 되지 않겠냐는 걱정을 하더라. 그렇게 되면 영화에 결코 좋을 게 없으니 감독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라오라는 말이었다.

배우로서는 불만이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배우인 나는 내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너무너무 궁금해서 선배가 모니터 할 때 몰래 훔쳐보고 그랬다.(웃음) ‘보여주세요’하고 감독님한테 직접 말한 적도 꽤 많은데 아무튼 그쪽에서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당신이 잡은 톤과 색깔에 맞아 떨어져서 오케이 사인을 낸 건데 대체 왜 자기를 못 믿고 확인하려 드냐는 거다. 현장에서 그렇게 옥신각신 하다가 밤에 숙소에 들어가면, 괜히 마음이 불편해져서 서로 방문 앞에 가서 ‘똑똑똑’ 두드리고.(웃음) 어떨 땐 감독님이 나한테 ‘나와’ 그러고 또 어떨 땐 내가 감독님한테 ‘나오세요’ 해가면서 순대국에 소주 한 잔씩 들이키고 그랬다.
결과적으로 첫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일단 촬영한 지 좀 된 상태에서 언론시사회를 했더니 오히려 내 연기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표현력이 많이 아쉬웠다. 그때로 돌아가면 표현 방식을 달리 시도해봤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배우 역시 자신이 내놓은 결과에 대해 늘 만족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또 다른 사람에게 늘 좋은 평가만 들을 수도 없고 말이다. 맨날 좋은 소리만 들으면 물론 너무나 감사하겠지만 그러면 성장이 더디지 않을까. 쓴소리를 들을 때는 고통스럽고 슬프지만 어쨌든 나는 그런 이야기들도 다 감사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마음에 남은 쓴소리가 있나.
늘 있다. 특히 회사에서 많이 들었다. 워낙 연기적 재능이 뛰어난 분들이 많이 모여있는 집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입장에서는 내가 일종의 상품인데 그간 기대치에 못 미쳤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쓴소리를 들을 때면 매번 속상하고, 또 죄송하기도 하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찍은 <환절기>때의 사례를 보면 스스로는 분명 조금이나마 성장했다고 느낀 점이 있었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스탭들과 함께 여러 문제들을 상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러지 못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요즘 회사에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이라도 분명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니 그 노력에 대해서 만큼은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나는 재능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노력을 해야 한다.

그간 작품에 임하면서 각별히 노력해온 부분이 있다면.
대본을 다 외운다. 여태까지 출연한 모든 영화들의 대본을 다 외웠다. 물론 복기하라고 하면 상대방의 대사는 조금 틀릴 수 있겠지만 ‘씬 넘버 31’이라고 말 하는 순간 ‘아 그 씬’하고 기억이 날 정도로 숙지한다. 내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려면 대본의 앞 뒤 맥락을 다 익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내 역할에 대해 미리 준비해 두면 현장에서 시간적 여유도 생긴다. 그렇게 되니 작품과 장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제시도 할 수가 있더라.
김기덕 감독과 함께 한 <그물>에서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게 가능했던 건 <그대 이름은 장미> 촬영 때부터였던 것 같다.(웃음) 게다가 김기덕 감독님과의 촬영은 정말로 빨리 끝났다. 일단 오디션에 합격한 후에 내 이미지에 맞게 캐릭터를 조정해 주셨다. 본래 30살이었던 ‘오진우’의 나이를 25살 정도로 낮추고, 몇몇 장면은 아예 뺐다. 그러고 나서 바로 다음날 전체 리딩을 했고, 이틀 뒤에 촬영에 들어갔고, 일주일 뒤에 모든 게 끝났다.(웃음)

일주일? 정말 빠르다.(웃음)
진짜다. 일단 김기덕 감독님은 거의 디렉션이 없다. 찍고 나서 모니터하는 과정도 없다. 첫 테이크에 오케이. 화면에 마이크가 나와도, 사람들이 지나가도 다 오케이.(웃음) 솔직히 당시에는 너무 빠르게 찍으니까 이 영화가 잘 나올까 내심 걱정도 했는데, 잘 나오더라. 너무 신기했다.(웃음) 감독님 머릿속에 모든 콘티가 다 있어서 배우가 오면 ‘어 왔어. 얼른 와 여기 앉아. 조명은 필요 없고. 자 시작’ 하는 식이다.(웃음) 근데 그렇게 촬영하니까 새벽 늦게 끝날 일이 없더라. 무조건 10시에는 끝났다. 게다가 김기덕 감독님, 얼마나 젠틀하신 분인지 모른다. 촬영할 시간도 부족했던 상황이라서 궁금한 게 생기면 화장실까지 쫓아가 이것저것 여쭤보곤 했는데 단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았다. 스탭에게 무조건 존댓말을 쓴다. 화도 안 내고 욕도 안 한다. 그의 영화가 워낙 세기 때문에 감독님도 센 분이 아닐까? 하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정말 좋은 분이었다.

<여교사>와 <그물>을 비롯, 지난해와 올해 내내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첫 영화인 <여교사>를 찍은 후 1년 반 동안 드라마, 영화를 쉬지 않고 찍을수 있었다. 특히 <환절기>라는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영광스럽게도 관객상까지 받았다. 내 자랑을 하는 것 같아서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여교사> 당시 함께했던 관계자가 그 영화를 보고 ‘그때보다 연기가 훨씬 좋아졌다. 무슨 일이 생긴 거냐?’라는 말을 하더라. 김태용 감독님도 전화를 걸어서 ‘너 인마 <환절기>에서 연기 잘 했다며. 너 내가 다 키워 놨는데’ 라고 말씀하시고.(웃음) 그래서 내가 그랬다. 우리는 그때 최선을 다 하지 않았느냐. 당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이끌어줬고, 그러면서 감독님 스스로도 성장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웃음)
본인이 김태용 감독에게 교훈을 준 격이다.(웃음)
엇! 그런가. 그만큼 친하다.(웃음) 아무튼 그 후로 감독님 뿐만 아니라 <여교사> 스탭들 하고도 서로 ‘아쉽다’는 말만큼은 많이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나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1, 2년 하고 그만 둘 것도 아니고 송해 선생님 나이가 됐을 때도 배우를 할 텐데, 한번에 만족할 만큼의 결과를 낼 수는 없지 않겠나. 차차 실력을 쌓아 나가고 싶다. 그래서 어떤 쓴소리도 항상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연기 활동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쉴 틈이 없어서 좀 힘들었을 것 같다.
‘굿 와이프’를 찍을 당시에 그런 생각을 조금 했다. 당시에 <두근두근 스파이크 2>라는 중국 드라마와 <환절기>를 동시에 촬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굿 와이프’ 촬영장에도 1주일나 2주일에 한 번씩 가고, 심할 때는 한 달 만에 간 적도 있다. 선배들과 좀 친해지려고 하면 ‘다음에 봬요’ 라고 말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환절기>에서는 맨날 울고 자살 시도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굿 와이프’ 촬영장에 와서는 깐족깐족 거리는 인물을 소화해야 하고… 배우가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그러다 보니 놓치는 것도 하나씩 생기더라. 부끄럽지만 대본을 착각해서 엉뚱한 걸 외워 간 적도 있다. 사람들과 호흡을 나눌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들면서는 병행하던 다른 작품이 끝나고 여유가 좀 생겼다. 특히 전석호 선배랑은 정말 많이 친해져서, 발 아프다고 촬영장에서 신발도 안 신고 있고.(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현장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 여러 작품을 병행하는 선배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는 건지, 너무 신기하다.

그러다보니 요즘 쉬는 기간이 상당히 즐겁겠다.
<괴물들>이라는 영화 끝난 지 한 달 정도 됐다. 그런데 그렇다고 마냥 놀지는 않는다. 계속 다른 영화를 찾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연기했을 것 같은지 생각해본다. 발음이나 발성처럼 배우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것들도 계속 연습한다. 그저 쉬고만 있으면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다시 연기에 불을 붙여야 하는데, 이렇게 늘 약한 불이나마 유지하고 있으면 금방 작품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최근 본 영화들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주 인상적인 영화가 있었는데, 뭐였더라.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 꼭 말 해야겠다.(웃음) 아!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나오는 <이퀄스>(2015)란 영화다. 그 영화가 얼마나 좋았는지 내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다. 감정이 없는 인간이 사랑을 알게 되는 이야기인데, 영화에서 사용된 조명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었다. 감정이 있는 사람을 조명할 때는 주황색의 따뜻한 빛을 쓰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나올 때는 파란 빛을 쓰는 거다. 그 둘이 복도에서 대면하는 장면이 참 기억에 남는다. 또 자비에 돌란 감독의 <로렌스 에니웨이>(2012)라는 영화도 기억 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영화의 뒷 배경에 모나리자 액자가 등장하는 순간이 있다. 사람들이 모나리자에 대해 늘 궁금해하는 게 모나리자가 대체 남자인가, 여자인가 하는 점이지 않나. 감독이 그런 것까지 의도하고 소품으로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찰스 비나메 감독의 <엘리펀트 송>(2014)도 기억에 남는다. 정신병원 원장과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대화를 한다. 처음엔 원장이 책상 위에 발을 올리고 앉아서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화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전세가 역전돼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똑같이 책상 위로 다리를 올려버린다. 요즘은 이런 영화적 연출과 구도들이 너무나 흥미롭게 느껴진다. 오, 저건 또 뭐야?(웃음) 해가면서 영화를 본다.

앞으로 당분간은 많은 홍보 일정을 소화해야 할 거다. 관객이 <여교사>를 어떻게 봐주면 좋겠나.
제목도 그렇고 교사와 제자라는 관계에서 오는 묘한 느낌 때문에 야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스킨십이나 베드신은 영화의 일부일 뿐이다. 주인공 ‘효주’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한 인간의 열등감과 질투심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금수저와 흙수저와 관련된 문제들도 현실적으로 와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 소소하게 즐거운 일들이 있다면.
내가 꽃을 좋아한다. 이대에서 꽃꽂이를 배우는데, 처음에는 아무 꽃이나 막 집어다가 이렇게 만들면 안돼요? 하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전문가에게 배우다 보니까 눈이 조금 틔었는지 어떤 꽃과 어떤 꽃을 함께 두어야 조화롭고 어울리는지 알겠더라. 그게 너무 재밌다. 꽃 내음도 좋고, 사진 찍으면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웃음) 그러고 나서 집에 가져다 두면 우리 강아지들이 킁킁 물어뜯어버린다.(웃음)


2017년 1월 2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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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이종훈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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