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크러시? ” <그래, 가족> 이요원
2017년 2월 20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드라마 <황금의 제국>(2013)부터 최근의 <불야성>(2016)까지 그간 이요원은 욕망에 충실하고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4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그래, 가족>에서 그녀가 연기한 ‘수경’도 똑 부러지고 당찬 면에서는 비슷한 캐릭터다. 하지만 허당끼 다분한, 가족 때문에 고통 받지만 외면하지 못하는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요원은 ‘걸크러시, 혹은 센언니’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본인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단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생김새 어딜 봐서 ‘걸크러시’가 연상되냐고 반문하며, 작품 속 여성 캐릭터가 점차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하고 있기에 그런 역을 연기할 기회가 많아졌을 뿐이라는 그녀. 객관적이고 솔직하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떤가.
개인적으론 괜찮더라. 걱정했던 부분이 다행히 좀 더 잘 나왔다.

어떤 부분을 걱정했는지.
어딜 거 같나, 오이냉채 부분.(웃음) 그 장면이 가장 걱정 거리였다. 시나리오에는 더 과장되게 써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는데 영화 한 편이 완성되려면 투자를 비롯 여러 면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의논 끝에 최대한 담백하게 가자고 했다.

촬영했는데 편집된 부분이 꽤 있다고 들었다.
내가 방송에서 리포팅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주 잠깐 TV를 통해 나오고 나머진 편집됐더라. 그리고 시골 원두막에서 ‘낙이’(정준원 분)가 tv를 통해 ‘수경’(이요원 분)이 방송하는 걸 시청하는 장면, 초반부 시골에서의 모습이 편집됐다.

잘나가는 기자임에도 흑수저라서 뉴욕 특파원 자리에서 밀려나는 점이 부각되려면, 기자로서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좀 아쉽겠다.
내가 연기를 잘 했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리포팅하는 부분이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긴 했다. 나름 연습을 많이 해갔기에 편집돼서 아쉽긴 하다.

남편과의 사연도 더 있을 듯 하던데.
맞다, 남편 얘기도 한 장면 더 있었다. 남편이 ‘수경’과 ‘낙이’를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 주고, 낙이를 먼저 집에 들여보내고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역시 편집됐더라.(웃음)
시사 때 영화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그래, 가족>에 눈물 포인트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솔직히 보면서 그렇게까지 많이 울줄 몰랐다. 사실 시나리오 읽고 울어서 그냥 눈물이 조금은 나겠지 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내가 연기를 어떻게 했나를 보는 게 아니라, 그냥 영화 자체로 몰입해서 보다보니 눈물이 펑펑 나더라. ‘낙이’, 그러니까 ‘준원’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 아이가 우는 부분에서 나도 따라 울게 되는 거다. 두 번째 볼 때도 처음 볼 때 다 울어서 안 울거라 생각했는데 첫날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물이 또 나더라.

원래 영화를 보고 잘 우는지.
평소에 눈물 날만큼 슬픈 영화를 찾아 보진 않는 편이다. 그리고 잘 우는 편도 아닌 거 같다.
이번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지 않나.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빠이고, 동생이고 언니이고 하니까. 그래서인지 부모님과 동생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나더라.

영화를 촬영하면서 형제가 적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고.
촬영하는 동안 내가 수경이라면 정말 힘들겠다 싶더라. 오빠도 답답한 상황이고 철없는 여동생에, 거기다 꼬맹이까지 등장한다. 그런 수경을 보니 난 여동생이 한 명이라 다행이다 싶기도 하더라. 그 아이가 비록 철이 있든 없든 한 명만 돌보면 되지 않나.

동생한테 영화를 보여줘야겠다.(웃음)
그렇잖아도 동생한테 개봉하면 꼭 보라고 했다.

수경이 가족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까칠하고 이기적인 면이 많다. 감정이입이 잘 됐는지.
영화보고 수경이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더라. 내가 형제가 많지도, 둘째도 아니지만 수경이 처한 상황이 굉장히 현실적이라 공감하기 쉬웠다. 그래서 캐릭터적으로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그들의 상황이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막내가 갑자기 등장할 때 그 남매들의 반응이 다소 뻔하더라도 관객들이 상황과 반응 그 자체에 공감할 거 같았다.

수경의 캐릭터 구축을 위해 신경 쓴 부분은.
‘수경’은 마냥 까칠하게만 보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불쌍하게만 보여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초반부 그러니까 시골에 형제들이 모인 장면에서 수경의 인간적인 모습이 있는데 편집돼서 아쉽다. 감독님도 그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하시더라. 다행히 집안에서 수경은 밖에서 일할 때 보이는 수경의 모습과 달리 아주 인간적이지 않나. 지저분하고 요리도 못하는 등 일 외에는 허술함이 많다. 그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낙이’가 집에 오면서 수경의 인간적인 모습이 점점 더 드러나는데 자연스럽게 보였으면 했다.
실제 나이차이 많이 나는 동생이 있다면.
내가 수경의 상황이 된다면 부모님한테 당황스러울 듯하고 진짜 형제인지 이복인지 머릿속이 복잡할 거 같다. 멘붕이 오지 않을까. 수경처럼 똑 부러질 자신은 없다.

여동생이 있다고 했는데 스스로는 어떤 언니인가.
어릴 때는 많이 싸웠고 잘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둘 다 30대가 된 지금은 서로 가장 많이 의지하는 친구 같은 자매다. 어릴 때 못해줬던 거에 대한 보상심리하고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한 잘해주려고 노력한다.

‘수경’은 표현을 잘 안 하고 반면 ‘주미’(이솜 분)는 감정을 잘 드러낸다. 스스로는 어떤 편인가
난 약간 츤데레 스타일이다. 대놓고 잘해주고 이런 거 잘 못하고 상냥하게 말도 못한다, ‘너 이거 먹을래?’ 혹은 ‘너 이거 입어라!’ 하며 툭툭 던지는 편이다.

드라마를 비롯해 이번 작품에서도 똑 부러지고 당찬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많이 하게 되는 이유가 뭘까.
아마 드라마 <황금의 제국>(2013) 이후부터인 거 같은데, 사실 <황금의 제국>이 내가 처음으로 하는 기업드라마였고 재벌을 연기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후로 여성 캐릭터 성향이 많이 바뀌기도 했고 그런 역이 많이 들어온다. 요새는 ‘걸크러쉬, 센언니’ 이런 캐릭터가 유행이지 않나. 예능에서 먼저 시작한 캐릭터가 드라마로 옮겨온 게 아닐까 한다.

다른 역도 있을 텐데 그런 역을 선택하는 이유는.
일단 다른 게 많이 들어오지는 않고(웃음), 그런 멋있는 캐릭터를 보면, 내가 실제는 그렇지 못하기에, 되게 멋있고 부럽기도 하고 좋다. 그래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영화는 오랜만에 출연이다. 드라마에 집중해서인가. 혹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어서인가.
드라마에 집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별로 없었고 거기다 내가 할 수 있는 역은 더 없더라. 그러던 차에 <그래, 가족>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출연하게 됐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자신을 보니 어떤가.
큰 스크린을 통해 나를 보는 건 항상 신기하다. TV에서 보는 거하고는 느낌이 다르더라.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이런 생각도 생각이 들기도 하고.(웃음) 영화는 보면 볼수록 아쉬운 점이 생긴다. 드라마는 촬영하다 아쉬운 점이 보이면 보완이 되는데 영화는 수정할 수 없어서 더 그런 거 같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중점적으로 끌고 나가는 만큼 분량도 많은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작년 여름이 더워서 그 점이 힘들었다. 더위 말고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다.

촬영시기가 드라마 <욱씨 남정기>와 겹치는데 비슷한 캐릭터라 고민하지 않았나.
처음 시나리오를 보며 ‘요새 여자 캐릭터가 이렇구나, 아, 희한하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당연히 너무 비슷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내가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달리 보이게 할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런데 수경은 잘나가는 기자지만 4남매의 한 명 아닌가. <그래, 가족>은 가족영화고 4남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욱씨 남정기>의 ‘욱다정’은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대변해주는 정말 영화적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 같다. 그렇기에 상반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더라. 또, 수경이가 집안에서는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나와서 더 차별화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아주 좋았다. 사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듣고 되게 특이한 조합이다 싶었는데, 오히려 이 배우들과 함께해서 우리 영화가 살지 않았을까. 워낙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 남 같은 형제의 모습 말이다. 누가 봐도 형제 자매 같은 배우들이 연기했다면 오히려 너무 뻔했을 거 같다. 처음 모르는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해서 오히려 남 같은 형제가 더 잘 표현된 거 같다. 초반 낯설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친해졌는데 그건 극 중 4남매가 잊고 있던 형제애를 깨닫는 과정과 비슷했다.

정만식의 애드립이 많았다고 들었다.
원체 영화 경험도 많아서 아주 잘 하시더라. 그런데 처음에는 아직 덜 친해졌기에 정말 각자 연기를 했었다. 그러다가 친해지면서 마지막 사진 찍을 때 손 얹는 거, 소주 따라 줄 때 등 무심코 같이 즉흥 연기를 하고 있더라.

그(정만식)가 같이 작품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폰 번호를 모르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 얘기 계속 하는데 아마 웃기려고 일부러 그러신 거 같다.(웃음) 원래 (평소)연락처를 주고받지 않는 편이다. 왜냐면 열심히 주고받았는데 그 뿐, 다시 연락 안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더라.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이 덧없게 느껴졌다.
데뷔가 빠르다 보니 벌써 20년차 배우다.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전문직 포함 많은 역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못해본 직업이 많더라. 변호사도 그렇고 경찰, 검사 등 말이다. 한 번 해보고 싶다. 또, 지금까지 딱 정형화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기에 내 또래의 지극히 평범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여자를 연기하면 흥미로울 거 같다. 아무래도 센 역을 하면 실제 기분도 무거워지고 평소에도 힘이 들어가게 된다. 힘 뺄 수 있는 역할, 유쾌한 역할을 하면 좋을 거 같다.

드라마 <불야성>의 ‘서이경’ 역으로 여성팬, 특히 중국팬이 많이 생겼다고 들었다.
아마 ‘서이경’ 캐릭터를 보며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을 그들도 느낀 게 아닌가 싶다.
대본을 보고 이런 여자가 진짜 있을까 싶고, 그녀처럼 살고 싶더라. 이 여자 정말 멋있다 했다. 여성분들이 대리 만족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솔직히 시청률이 높지 않음에도 팬덤이 생겨서 놀랐다. 팬덤이라는 건 대박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만큼 걸크러시역을 잘 소화하는 거 아닌가.
그 단어가 나랑은 전혀 상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봐주는 게 너무 신기하다. 내 얼굴 어디가 걸크러시 같게 생겼나!(웃음)

걸크러시말고 달달한 역은 어떤가.
지금은 말랑말랑한 로맨스 드라마도 하고 싶다. 사실 20대때 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그때는 관심이 없었다. 당시는 정극이 좋았고 선배님들과 호흡 맞추면서 연기하는 게 재밌더라. 그런데 이제는.. 음, 앞에 ‘4’자 붙기 전에 도전해 보고 싶긴 하다. 그런데 너무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고 아까 말했듯 내 또래의 여자의 현실적 멜로를 하고 싶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는.
최근에로 한정한다면 <라라랜드>다. 뮤지컬 영화라고 해서 <레미제라블> 등 요새 뮤지컬 영화를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전 분위기 나는 게 특이하고 좋더라. 또, 점점 남자 주인공이 멋있어 보이는 것도 신기했고, 남녀의 상황과 선택이 너무 이해가 되더라. 순간순간 선택의 상황을 상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하고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이 긴 영화였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주변 친구들은 학교 다닐 때라고 하는데 난 별로다. 단지 20대 때, 그때만이 할 수 있는 걸 좀 더 많이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일찍 결혼을 한 영향도 있겠다.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도 그 중 하나다. 어차피 정극은 나이 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예전엔 정극이나 시대극에 완전히 꽂혀 있었는데 지금은 안 해본 거 하고 싶다. 나도 모르던 새로운 모습들, 이런 걸 보여줬으면 싶다. 어떤 배우든 자기한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싶지 않을까.

계획 중인 작품이 있나.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관객들이 <그래, 가족>을 보고 어떻게 느꼈으면 싶나.
형제 자매, 혹은 부모님이 생각나서 가족에게 전화 한 통 할 수 있게 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요즘 기쁜 일이 있다면.
음, 어제 오랜만에, 진짜 오랜만에 VIP시사회를 했다. 셀럽들이 많이 와줬다. 또, 내가 드라마 함께한 동료들을 초대한 건 처음인 거 같다. 그런 점이 신선하면서 설레고, 재밌지만 좀 창피하기도 했다. 동료들이기에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조심스럽기도 했고. 생각할 수록 어제가 참 즐거운 하루였다.

2017년 2월 20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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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 불야성문화산업전문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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