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걸음마를 뗐다, 40대는 돼야지! <프리즌> 김래원
2017년 3월 27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살, 영화 <청춘>(2000)으로 청룡영화제 최연소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의 유례없는 히트로 ‘김래원’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30대 초반, ‘청춘스타’로서의 유효기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깨닫고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재정비했다. 그가 선택한 건 배우 ‘김래원’으로서 살아 남기로 한 것. 스스로에 대한 의심의 시간이 있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펀치>(2014)는 내면의 힘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실어준 고마운 작품이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똈을 뿐이라며, 40살 즈음에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지 않겠냐는 김래원, 그의 집요한 열정이 느껴진다.

(해당 인터뷰는 <프리즌>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떤가.
가편집한 걸 보긴 했지만, 시사때 기자간담회 준비로 끝부분을 잘 못봤다, 다들 좋다고 해주시는 편이다. 훌륭한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럽지는 않은 정도인 거 같다. 또, 지금 홍보에 박차를 가하느라 모두 으싸으쌰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촬영시기가 <아수라>(2016) 개봉 시기와 얼추 겹치는데 혹시 비슷한 류의 영화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사실 배우 입장에서는 ‘비슷한 영화가 많다’ 이런 걸 의식하지 않는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럴 거고, 내 경우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 영화가 어느 부분에서 <아수라>와 비슷한가.

하드보일드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게 그럼 로맨틱 코미디라고 하면 다 비슷한가, 그렇지 않다. 영화 장르는 몇 개 안되지 않나! 같은 장르라고 비슷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전작 중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에서는 조직이 키운 형사였는데, 이번에는 반대 역할이다.
당시는 그냥 패기만 가지고 열심히 할 때였다.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작품 자체의 무게도 다르고.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경우는 코믹성이 강한, 그 당시 김래원의 레벨에 맞는 무게감을 지닌 캐주얼한 작품이었던 거 같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내가 당시 20대 중반이었는데 그 나이에 어울리는 역이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작가로 좋은 작품을 보여줬던 나현 작가의 입봉작이다.
맞다. 이전 작품들을 좋아했었고,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셨기에 더 마음에 들었다.

나현 감독과의 첫만남은 어땠나.
일단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본 상태였다. 그리고 직접 쓰셨다고 하기에 더 믿음이 갔다.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배우한테, 적어도 나한테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본인이 하나하나 그리면서 시나리오를 썼고 그대로 연출하실 거라 생각됐기에 어떻게 풀어가실지만 여쭤봤다. 상세한 대답에 더 믿음이 가더라. ‘아, 나를 활용해서 잘 살려낼 수 있겠다’ 싶었다.

시나리오의 어떤 면에 끌렸는지.
처음보고 굉장히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감옥이라는 곳이 영화나 TV로만 접할 수 있는 낯선 공간 아닌가. 더구나 난 TV를 잘 보지 않기에 더 그랬다. 또, 원래는 교도관들이 죄수를 통제해야 하는데 그게 바뀌어 있고, 심지어 바깥 세상을 움직이기도 하는데 그런 면이 새롭더라.

상대역 ‘익호’ 를 연기한 한석규와 친분이 두텁다고 하던데.
평소에 선배가 “우리 언제 한번 같이 하냐” 이러셨다. 마침 한선배가 캐스팅 돼 있는 상태였고, 내가 합류한다면 날 환영하는 입장이었기에 기꺼이 함께 했다.

상대역도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겠다.(웃음)
맞다.(웃음) 다만 걱정 된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진정성과 무게가 있는 영화인데 내가 정말 죄수복을 입은 전직 형사를 사실성있게, 현실감 나게 잘 해낼 수 있을까였다. 물론 하는 건 할 수 있다. <미스터 소크라테스>(2005)도 어린 나이였지만 제복입은 모습이 막 어색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20대이고 지금은 30대 중반이다. 좀 더 신중히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원하는 만큼을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열심히 한 만큼 100점은 아니라도 비교적 잘 해낸 거 같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어떤 면이 힘들던가.
단순히 액션, 이런 건 사실 몸으로 때우면 되는 거다. 이번에는 후반부 이야기를 전반부에 어느 정도 깔아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들이 너무 뜬금 없다고 느낄 수 있느니까 말이다. 뒤에 감춰진 이야기를 조절하는 거와 그런 요소들을 티 나지 않게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 예를 들면 ‘창길’(신성록 분)과 결투 후 마지막 표정이다. 평소 ‘유건’(김래원 분)같으면 막 신나서 환호하고 기뻐할텐데 돌아서 가는 ‘익호’(한석규)를 멍하니 깊은 눈으로 본다. 이런식으로 의도된 장면들을 디테일하게 조절하는 게 힘들었다. 또, 감독님과 의논해서 극의 재미와 반전을 위해 ‘유건’의 본 모습을 감추기 위해 전반부 캐릭터를 약간 바꾼 부분도 있다. 유건의 꼴통스러움을 보강했다고 할까.

원래 더 무게감 있는 캐릭터였나.
맞다. 꼴통이 아니라 악질 정도로 좀 더 어두운 분위기였다. 더 웃음 나는 장면도 있었는데 편집 된 것도 있다. 감독님이 음악으로 분위기를 누른 것도 있고.

이례적으로 세트가 아닌 직접 교도소에서 촬영했다. 촬영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
음... 일단 시나리오를 여러 번 읽는다. 그리고 촬영 전에 항상 전체적인 느낌에 대해 감독님과 의논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도 처음 갔기에 교도소라는 공간이 생소하더라. 낯설고 싸늘하고 음산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날씨도 추웠다. 지방에서도 동떨어진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평상시처럼 행동하다가 촬영장에 가서 갑자기 죄수복을 입고 죄수 연기를 한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자연스럽게 한다해도 화면 상에서는 어색하게 보일 수 있겠더라. 그래서 현장에 좀 일찍가고 촬영 후에도 한 두시간 늦게 떠나고 했다. 계속 근처에 머물렀기에 내 촬영이 없는 날도 가서 죄수복을 입고 다른 배우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화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나고 싶어서 말이다.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웃음)

<낭만 닥터 김사부>의 한석규, <닥터스>의 당신. 우연히 둘 다 의사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석규와 함께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같이 해보니 어땠나.
선배님이 우리는 언제 한번 만나니, 만날 기회가 있을까, 이런 말을 하셨었다. 나야 하고 싶고 하면 영광이다 이런 마음이었는데 좋은 기회를 만난 거다. 평소에는 너무너무 가까운 형, 동생으로 지냈지만 일터에서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주변 스태프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는 정말 대선배 아닌가! 그래서 더 예의를 갖췄던 거 같다. 그랬더니 한선배님이 그냥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하시더라. 우린 동료고 파트너라고 먼저 마음을 열어 주셔서 소통이 더더욱 좋았다. 다른 배우들도 너무 훌륭하고 좋았다. 특별 출연하신 이경영 선배도 명연기를 선보이셨다. 과하지 않게 웃음을 주시더라. 대사가 너무 재미있었다.

이경영의 재미있는 대사 예를 든다면.
원래 이경영 선배 대사가 별로 없었다. 원예실 장면은 “원예실도 있어?”하고 그냥 걸어가는 거였다. 그런데 선배가 “원예실도 있어? 감성 교도소구만” 이렇게 애드립을 하신 거다. 청소하다가 먼지 검사하는 상황도 현장에서 만든 거고 말이다.

한석규가 말그대로 대선배인데 어떻게 친분을 쌓았는지 궁금하다.
낚시하는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 영화 시작하기 바로 전에도 함께 다녀왔다. 그 당시 내 소속사말고는 내가 영화에 캐스팅된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영화사, 배급사보다 선배님이 먼저 알고 있었다. 내가 “저 하기로 했어요” 하니 “잘했다” 하시더라. 선배도 그 사실을 아무한테도 말 안했고, 참 과묵하시다.(웃음) 낚시가서는 “형~” 이러며 정말 형, 동생처럼 지낸다.

영화 속 ‘익호’는 절대 악인이다. 하지만 ‘유건’은 그를 잡기위해 악인이 되려한다.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을 거 같은데.
그런 여러 감정을 잘 분배하려 했다. 잘 모르겠다 싶을 때는 감독님께 물어보며 여러 버전으로 연기를 해 봤다. 어떤 배우든지 연기 후에 아쉬움은 있다. 나도 몇 군데 그렇다. 미련이 많은 건 아니지만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아쉽나.
최종적으로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회의를 해서 결정을 한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론 음악 등이 너무 무겁지 않나 싶다. 좀 더 보기 편하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거기에 따른 장, 단점이 분명히 있다.

개인적으론 억지 웃음이 없는 게 좋더라. 무겁고, 공표영화가 아님에도 무섭더라. 요즘 선보인 남성 중심 영화 중에서 가장 센거 같았다.
그건 의도된 거다. 좀전에 말한 너무 무겁지 않나 싶다는 게 억지 웃음을 넣어 가볍게 하자는 게 아니다. 그건 나한테 맞는 연기도 아니고. 드라마 <닥터스>에서 내가 막 대놓고 웃기지 않지 않나! 가볍과 미소지을 수 있을 정도의 연기다. 더군다나 이번 ‘유건’은 뒤에 감춰놓은 사연이 있기에 내가 너무 가벼워 버리면 후반부 진정성을 잃을 수 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초반 음악부터 너무 웅장하게 가다보니까 자꾸 무서워지는 거다. 원래는 조금 더 ‘유건’이나 ‘창길’의 웃음포인트가 많고 확실했다.
‘유건’은 꼴통 죄수이지만 사실은 정의편에 선 인물이다. ‘익호’같은 진짜 악인을 연기하면 어떨거 같은지.
‘익호’ 같은 절대 악인역을 한다면 자신있다. 임팩트가 강한역이지 않나. 배우라면 욕심을 낼 법한 역할이다. 이게 <프리즌>의 ‘익호’역이 자신있다는 말이 아니다.(웃음) 내가 하는 모든 말이 기사화 되는 것이 아니기에 얘기할 때 조심스럽다. 전후 맥락없이 만약 누군가 ‘김래원, 익호역 자신있다’ 이렇게 쓴다면, 한선배는 얼마나 황당하겠나. 악역을 일부러 하고 싶진 않지만 들어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정도다.

‘유건’이 교도소에 들어간 걸로 결말을 맺는게 특색있다.
감독님께서 엔딩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셨다. 중, 후반부까지 촬영할때만 해도 결말에 대해 구상 중이었고, 영화의 결말처럼 할 계획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사건 해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저지른 죄에 대한 응징이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죄는 죄다, 처벌받아야 한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하면서 결말에 대한 의견을 듣고 생각해보니 감독님의 보일 듯 말 듯한 여러가지 의도가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푸른 죄수복을 입었던 ‘유건’이 결말에서는 갈색 죄수복을 입고 있지 않나. 갈색 죄수복은 유일하게 ‘익호’만이 입었던 색상이다. 사실은 파란 죄수복을 입고 촬영한 버전도 있다.

결말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정말 모범수가 된 건지, 아니면 ‘익호’의 뒤를 이어 감옥의 지배자가 된 건지 등 말이다. 스스로는 어떻게 해석하고 싶나.
‘악’이 이어지는 건 영화의 결과 맞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감시탑에서 익호와 유건이 대결한 후 내려와 형사들 차에 실려 가면서 끝났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좀 더 가볍게 갔으면 싶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두 영화가 나오도록 촬영을 했다. 더 가벼운 버전도 있었다.

<프리즌>은 느와르 느낌 물씬 나는 무거운 분위기가 매력인데?
약간 가벼워져도 느와르가 없어지진 않는다.(웃음) 다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만일 내가 감독이었다면 약간 가볍게 하지 않을까 싶단 거지.

<마이 리틀 히어로>(2013)에선 순한 역을 했는데, 그런 순한 역과 이번처럼 센 역을 할 경우 차이점은.
순한 역이 훨씬 편하다. 이렇게 센 역이 아무래도 감정적으로 힘들다. 일단 죄수복을 입는다는 거 자체가 내 일상하고는 거리가 먼 얘기고, 누구를 죽이려고 복수의 칼날을 갈고 그런 경험이 없기에 어렵다. 더 집중해야 하고 시나리오 안에 더 젖어있어야 한다.

드라마 <펀치>, <닥터스>로 연속 흥행을 했고 연기력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감사하다. 예전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어디선가 ‘갓래원’ 이런 표현을 한 거다. 진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 후 다른 배우들한테도 ‘갓’이란 수식어가 너무 흔하게 사용되더라. 그래서 아~ 이랬다. ‘갓’은 오직 한 분인거 아닌가! (웃음)
드라마와 영화 모두 상복이 많은 편이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상이 있다면.
너무 많이 주셔서... 농담이다.(웃음)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있던 상은 故 곽지균 감독의 <청춘>(2000)으로 받은 상이다. 지금 친구들은 야한 영화로 인식하는데 그렇지 않다.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그 영화로 청룡영화제에서 최연소 신인상을 받았다. 전년도 신인상이 박신양 선배, 후년도 신인상이 정준호 선배였다. 내가 정말 어린 나이에 수상한 거였다. 그렇기에 내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컸다. 진짜 냉정하게 보면 좋은 감독님과 작품을 만난 게 행운인 작품이다.

20살에 최연소 신인상을 탔고, 그 후로 드라마와 영화로 승승장구했다. 슬럼프는 없었나.
슬럼프라고 무겁게 표현할 정도는 아니지만, 신인상 수상 후 쭉쭉 잘 나갈거라 생각했는데 그 후 2~3년은 별로 일이 없었다. 이런 저런 작품을을 조금씩 하긴 했지만, 그후 <옥탑방 고양이>로 시청자들한테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 당시 시청률이 40%에 육박했고, 동거를 다룬 드라마라 해서 사회면에서 다루기도 했었다. 그때 한달동안 광고를 7편을 찍기도 했다. 시간이 없어 더 못찍을 정도였다.

무서울 게 없던 시기겠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마음 가짐이라 할까, 뱡향이 올바르진 못했던 거 같다. 무슨 소리냐면 ‘청춘스타’ 라는 호칭에 얽매어 그걸 지키려고 하고 내가 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찾지 않은 거다. 물론 그건 20대만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일 수 있다. 또 그 시기가 소중하기도 하다. 이제 30대가 되니 자연스럽게 배우로서 다른 목표를 가지게 된다.

어떤 목표인가.
음... 20대와 30대 모두 드라마와 영화를 계속 반복해왔지만, 20대와 30대에 전혀 다른 직업의 일을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장이나 제작하는 분은 그대로이지만 나 스스로는 정말 달라졌다. 장르가 아주 크게 바뀐 거 같다. 내가 예민해서 과장되게 표현한다 느낄 수 있지만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말로 딱 짚어 말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김래원’을 어떤 배우로 인식했으면 싶나.
그냥 ‘김래원’, 어떤 생각을 미리 안가지면 좋겠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그 모습으로 봐주길 바란다. 그런데 아마 그게 힘들겠지. 나도 영화를 더 하다보면 너무 비슷한 모습아닌가 이런 평도 나올 거다.
드라마 <펀치>(2014)가 연기 전환점이 된 듯하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그 이후부터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왜냐면 내가 31살 이때 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이젠 청춘스타가 아니구나 깨달으며 그럼 다른 뭔가를 준비했어야 했는데 못했네? 이런 생각이 강했다. 다행이 연기를 열심히 하고 평도 좋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뭐를 해야 하나, TV 에 나오다가 그냥 그런 배우로 나이듦에 따라 역할을 바꿔가야 하는 건가. 이런 생각도 했는데 그건 또 아닌 거 같더라. 내 집요함과 열정에 비해서 그 정도로는 만족을 못할 거 같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내가 배우로서 가야 할 길이 확실히 보이더라.

어떤 길인가.
영화를 해야겠구나 싶었다. 그 순간 내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내가 영화배우 김래원으로 손에 꼽힐 수 있을까. 주변에 물어보기도 많이 했다. 내가 십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연기로 승부하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럼 대부분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는데, 유독 한 분이 그걸 어떻게 아냐고 하더라. 그분이 지금 소속사 대표시다.(웃음)

일부러 도발한 건가.(웃음)
진실이라도 너무 솔직히 말하니까 약오르기도 하더라. 그래서 <강남 1970>(2014)을 하게 된 거다. 그 이전에는 주로 원탑 주연이 많았는데 <강남 1970>은 센 역할이라 해보고 싶기도 했다. 당시 로맨스물을 거절한 것도 있다. 하던 거를 계속하기보다는 목표를 위해 다른 역에 계속 도전한 거다. 회사에서는 좀 가벼운 로맨스물을 권하기도 했다. 잘하는 걸 하라고, 자꾸 무겁고 깊은 것만 하려고 하지 말고! 그러다 <펀치>로 올백하고 슈트 입고 검사하겠다고 하니 대표님이 “명품 연기 하려고! 얼마나 잘하나 보자!” 이러셨다. 다행히 잘 돼서 좋아하셨다.

큰 무대(해외진출)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일단 여기서 잘 하고 싶다.(웃음) 때가 되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목표를 향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여기서 뛰고 날으려면 시간도 5년 이상 필요할 거고, 40대가 돼야지 더 깊은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잘 만들어가야지.

최근 인상 깊은 일이나 즐거운 경험이 있다면.
황당한 질문이다. 음...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영화를 좋게 봤다니 기쁘다. 그거 말고 기쁜 거 별로 없는데 진짜 사소한 거 있다! 이사를 했는데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라인에, 층만 바꿔 이사했다. 지금 있는 그대로, 가구 위치도 완전히 똑같이 이사를 해서 기쁜(?)가!

2017년 3월 27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_(주)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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