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고 싶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
2017년 7월 21일 금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김수진 기자]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는 25주년 기념작답게 남다르다. 인생에서 친구라고는 떡잎마을 방범대 멤버뿐이었던 ‘짱구’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외계인 친구 ‘덩덩이’가 생긴 것. 서정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두고 펼쳐지는 이들의 우정 쌓기 로드트립은 이전 시리즈에선 다소 느끼기 힘들었던 따뜻함을 전한다. ’짱구’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 그의 눈에 비친 ‘짱구’는 과연 어떤 아이일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가 시작된 지 25주년이 됐다. 기분이 어떤가.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시리즈 세 번째 연출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을 맡은 게 아니니 소감이 특별할 수 없다.(웃음) 그저 25주년을 맞이한 시리즈의 역사 속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 사실에 기쁠 뿐이다.

그러고 보니 국내 개봉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시리즈는 8편뿐인데, 당신의 작품은 한국에서 모두 선보였고 좋은 반응도 끌어냈다.
감사하다.(웃음) 제일 처음 참여한 시리즈가 21번째 극장판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2014)이었고, 두 번째는 23편이었던 <나의 이사 이야기 선인장 대습격>(2016)이다. 의도한 바는 아닌데, 한 편 걸러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작업했고 이렇게 매번 한국 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서 행복하다.(웃음)

25주년 기념을 위한 것이었는지, 지금까지 극장판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기도 했다.
25주년 기념 팬 서비스 차원으로 등장시켰다. 오랫동안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더라. 과거 시리즈의 캐릭터를 등장시키자는 말은 이번 시리즈 기획단계부터 나온 이야기였다. 이왕 등장시킬 거면 24편까지 등장했던 캐릭터 모두 중간중간 넣으면 어떨까 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는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한 곳에 응축한 작품 같아 더 의미 있다.
이번 시리즈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길 바라는가.
이번 작품에서는 무언가를 각별하게 표현하려고 주력하지 않았다. 앞서 내가 작업했던 21, 23기 시리즈에서 시도했던 것들을 한데 담아낸 결과물이 바로 이번 시리즈라고 보면 된다. 물론 25주년을 기념하는 극장판이니까 ‘짱구’의 친구들보다는 가족과의 관계를 부각시켰다. 직접 보면 어떤 부분에 치중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극중 아기 외계인 ‘덩덩이’가 ‘짱구’의 아빠와 엄마에게 ‘꼬마꼬마 파워’을 발사한다. 이들은 25살이나 어려지는데.
맞다. 25주년을 맞이해서 25살 어려지도록 설정했다. 알겠지만 엄마와 아빠가 나이차가 있다. 그래서 엄마는 유아가 되고 아빠는 초등학생으로 변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엄마와 아빠의 나이차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가 아이가 되니 비로서 나이 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데 이런 상황들이 제법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아이가 된 엄마, 아빠라는 설정은 <짱구는 못말려> 팬들에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일 듯싶다. 오랫동안 다뤄지길 기다려왔으니!
엄마, 아빠가 어려지는 모습으로 귀여움을 전하고자 한 것도 있지만, 부모가 아이로 변함으로써 힘을 잃어버리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부모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러한 의도가 관객들에게도 통한다면 아마 이번 작품은 거의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짱구는 못말려> 연출을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매 시리즈에 참여할 때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걸 도전하자’는 모토를 세웠다. 이번 편의 경우에는 ‘덩덩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시켰다. 지금까지 시리즈 중 한 캐릭터가 계속 등장하는 건 처음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혀 다른 스타일의 스토리가 완성된 것 같다.
‘덩덩이’를 구상할 때 무엇에 주안점을 뒀는지.
일단 너무 귀여워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 보는 분들이 어느 정도 무서움을 느꼈으면 했다. 동시에 알면 알수록 납득이 가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결국 ‘덩덩이’라는 인물에 대해 좋지 않은 첫인상을 심어주는 게 첫 번째 목적이었고, 이후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덩덩이’가 좋은 아이로 보여지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두 번째 목적이었다.

‘짱구’는 처음 본 외계인 ‘덩덩이’의 무엇을 믿고 여정을 함께 한 것 같나.
엄청난 계기가 있기보단 단순한 직감이 발동한 것 같다. ‘아 얘는 나 같은 부류의 아이구나’하고 말이다. ‘짱구’가 사실 민폐 캐릭터이지 않나. ‘짱구’네 집 지붕에 불시착한 ‘덩덩이’도 마찬가지 민폐 캐릭터니까 서로 통하는 구석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회상해봐도, 또래 친구들과는 금방 친해지지 않았나. 어른들이야 당연히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들, 특히 짱구는 조건을 따져가며 친구를 사귀는 캐릭터가 아니니 더욱 친해지기 수월했을 것이다.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마도 변함없는 모습 때문이지 않나 싶다. 시리즈 고유의 색깔을 지키고, 시대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묵묵히 마이웨이를 갔던 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짱구’라는 캐릭터의 매력도 한 몫 했다. ‘짱구’의 내면에 탑재된 ‘이기심’이 우리 시리즈에서는 통쾌하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게 그려진다. 이 같이 독특한 캐릭터의 성향이 오랜 시간 사랑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았나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짱구’는 어떤 아이인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이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땐 굉장히 바보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그런 캐릭터가 어느 순간 동생 ‘짱아’를 만나게 되고 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갖게 되는데 그럼에도 ‘짱구’는 바보스러운 성향을 잃지 않는다. 결코 애늙은이 캐릭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아마 시간이 흘러도 ‘짱구’의 이런 면모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편의 이런 요소는 꼭 지키자 했던 게 있는지.
앞서 말한 것처럼 ‘짱구’라는 캐릭터가 똑똑해지고 어른스럽게 변하지 않도록 견제했다. 일반적인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짱구’는 다르다. 매사 바보 같고 어떤 목표를 이루려고 하거나 위기를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캐릭터의 개성을 시리즈 내내 지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반대로 당신만의 색깔을 불어 넣은 대목은 어떤 부분인가.
기본적으로 다른 시리즈와 차별점을 지니려고 한 부분이 있다면, ‘짱구’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강렬한 나만의 색깔을 의도적으로 시리즈에 불어 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짱구’의 행복한 모습이 부각되기만을 원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감독으로서 개인적인 욕심은 덜게 되더라. 시리즈의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도 이런 결정이 좋았고 말이다. 그런데 프로듀서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서 내게 ‘감독님답게 작품을 끝냈다’고 말해서 놀랐다. 물론 그 분이 ‘당신의 생각이 또렷하게 묻어나는 건 아니다. 어렴풋이 드러났다’고 덧붙이긴 했지만.(웃음)

외계인들이 인간으로 위장한 모습에선 <화성침공>(1997)이, 거대한 달을 배경 삼아 ‘덩덩이’와 ‘짱구’가 지나가는 모습에선 <E.T>(1982)가 떠올랐다. 패러디를 적극 활용한 것 같던데.
요소요소 패러디했던 장면이 꽤 있다. 대표적으로 창문을 통해 방을 엿보는 신은 스탠리 큐브릭의 호러 무비 <샤이닝>(1980)을 패러디한 것이다. 다양한 작품을 차용했으니 영화를 감상하면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스토리의 모티브가 있는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모티브는 없다. 배경보다는 중간중간 패러디한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야기를 구성했다.

극중 ‘덩덩이’ 아빠가 지구에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는 등 강렬한 디스를 일삼는다. 영화가 본질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인지.
특별히 부각됐으면 하는 메시지는 아니었다.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웃음) 그저 시나리오 상 그런 대사들이 나와야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 한층 설득력 있게 그려질 것 같았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덩덩이’ 아빠가 끝내 반성하지 않는 이유는 왜인지.
아빠 외계인이 ‘덩덩이’를 엄격하게 교육하는 모습들이 영화 속에서는 굉장히 부드럽게 표현된 편이다. 본래 아빠는 자식들을 지구 침공의 도구로 사용할 정도로 악랄한 캐릭터다.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반성을 하고, 또 가족에게 용서를 받게 된다면 죄가 가벼워 질 것 같았다. 간단히 용서하는 모습을 담고 싶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덩덩이’가 자연스럽게 아빠를 용서할 것이라는 상상의 여지를 던지고 싶더라. 아빠 외계인은 좀 더 벌 받아도 된다.(웃음)

다음 시리즈도 연출을 맡은 의향이 있는가.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세 편이나 연출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도 감독 제의가 들어 온다면…(웃음) 당연히 하고 싶다. 현재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물론 이 자리에선 공개할 수 없으니 양해 바란다.(웃음)

한 편 걸러 연출을 맡았으니 이번 구상 중인 작품도 2년 후에 볼 수 있는 건가.(웃음)
(하하하) 글쎄…

최근 가장 행복했던 적은 언제인가.
지난 5월에 결혼을 했다. 이런 인터뷰 자리에서 말하지 않으면 아내에게 혼날 것 같아 이렇게 밝힌다.(웃음)

축하한다.(웃음)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혹시 ‘짱구’ 같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떨 것 같나.(웃음)
엄청 고생 할 것 같다.(웃음)

마지막으로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 외계인 덩덩이>만의 강점이 있다면.
우리 영화는 연령대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대목들이 다양하다. 아이만, 혹은 어른만 알 수 있는 요소요소가 가득하다. 함께 손잡고 극장에 놀러 와 웃으면서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우리 영화를 통해 부모 자식 간 공감을 나눌 기회를 갖길 바란다.

2017년 7월 21일 금요일 | 글_김수진 기자(Sujin.kim@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 제공_CJ엔터테인먼트

(총 0명 참여)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