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No! 실제 성격은 정반대 <7호실> 신하균
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악녀>(2017)를 통해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 ‘중상’으로 비정함의 극치를 보여줬던 신하균. 그가 다혈질 자영업자 DVD방 주인 ‘두식’으로 돌아왔다. 놀라운 건 ‘두식’을 만나니 <악녀>의 ‘중상’은 이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것. 수시로 버럭 하고 때론 음흉하고 비굴하며 아주 가끔 아이 같은 천진함을 보이곤 하는 ‘두식’을 맞춤옷을 입은 듯 멋지게 소화한 신하균. 그는 ‘두식’이 자신의 실제 성격과 너무 달라 오히려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그런데 ‘두식’도 이미 벗어 버린 옷일까. 선한 미소를 띠며 얘기하는 그에게서 ‘두식’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마치 옷 갈아 입듯 자유자재로 다양한 얼굴을 보이는 그, 천상 배우다.

(해당 인터뷰는 <7호실> 관련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7호실>에서 DVD 방 주인인 ‘두식’역을 맡았다. DVD 방에 실제 가 본 적이 있나. 갔다면 그곳에서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우리 때는 비디오 방이다! (웃음) 그때 뭘 봤더라.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홍콩 영화를 많이 봤던 거 같다. 그런데 대학교가 명동 근처라 오히려 극장을 자주 갔었다.

완성된 <7호실>을 본 소감은.
뭐, 대부분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고 민망하고 쑥스러운 부분도 있고 하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민망하고 아쉬운지? (웃음)
그거야 내가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어서 그런 거지.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는 색이 뚜렷이 잘 나와서 만족한다.

시나리오에 대한 첫 느낌과 이용승 감독과의 호흡은.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의 전작을 다 찾아봤는데 디테일이 너무 좋아서 기대하고 있던 차에 만났었다. 직접 뵈니 아주 진중하신 분이더라.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작년 8월에 바로 출연 결정하고 올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감독님이 작품이 많지 않아도 오랜 기간 활동을 해왔기에 워낙 내공이 깊다. 우리 영화에 애드립이 많은데 이게 잘못하면 위험한데 감독님이 균형을 잘 잡아줘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시나리오 선택 기준은.
일단 내가 공감하는 이야기여야 한다. 내 세계관이라고 할까,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상통하면 더욱 좋다. 거기다 영화적 재미가 있어야 하고 내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

<7 호실>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고 연극으로 해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연극 중에서 소동극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또, 항상 다양한 영화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규모가 큰 영화뿐만 아니라 고유의 색을 가진 영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관객의 선택 폭도 넓어지고 말이다.

평소 연기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연기는 주고받음이 가장 중요하다.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내가 모자라는 부분은 상대방이 채워주고 나 역시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려 노력한다. 사실 현장에서는 외롭다. 왜냐하면, 카메라가 돌아가면 각자 알아서 해야지,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생각만큼 연기가 나오지 않아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또, 배우 간의 호흡뿐만 아니라 배우, 연출자, 스탭의 앙상블이 좋아야 한다. 그런 게 다 맞아 떨어질 때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온다.

상대역인 ‘태정’을 연기한 도경수의 첫인상과 함께 작업한 느낌은.
그가 아이돌 그룹 출신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솔직히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전부터 연기 잘한다는 소리는 여러 번 들었었다. 처음 만났는데 눈이 아주 좋더라. 말수가 적고 진중한 친구같아서 ‘태정’ 의 모습이 확 보였다.

극 중 ‘한욱’역의 김동영 배우 연기도 좋더라.
이번에 처음 작품을 같이 한 건데 너무 잘 해서 깜짝 놀랐다. 연변 사투리가 잘못하면 이상한데 섬세하게 잘 표현하더라. 또, 역할이 그 친구가 가진 선한 기운과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기에 극 중에서 죽은 후에도 여운이 남아 영화에 큰 힘이 돼줬다.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정말 기대된다.

극 중 DVD 방 주인 ‘두식’은 다혈질에 버럭하는 성격이다. 아주 실감 나게 연기하던데 혹시 실제 성격도? (웃음)
오~ 전혀 아니다.(웃음) 오히려 술 한잔하고 삭히지 사람들한테 분노를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워낙 다른 성향을 가진 캐릭터라 한편으로 재미있었다. ‘두식’은 감정 변화가 극명하지 않나.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더라.

그럼에도 닮은 점을 굳이 꼽는다면?
음....굳이 찾자면 가끔 아이 같은 모습? 내가 장난감을 좋아해서.... 감독님도 어른이지만 소년 같은 면이 남아 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하셨고, 성격이 모났지만 가끔 귀여운 모습을 보이면 관객도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몰락한 영세 자영업자인 ‘두식’을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내가 그 상황에 처한 적은 없지만, 많이 봐왔고 들어왔던 이야기라 최대한 그를 이해하려 했다. 관객에게는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공감을 주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거기다 ‘두식’은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나. 주변에서 봄 직한 인물인데 다혈질,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재미있는 캐릭터가 나올 거 같았다. ‘두식’은 선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악하지도 않다. 한편으론 비굴하고 그런 모습에 공감하지 않을까.

‘두식’의 감정 표현이 극명하다 보니 익살스러움을 넘어 오버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기도 한다.
음.... 감독님이 현실적인 톤으로 가라고 주문을 하셨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코미디 요소가 깔려 있기에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보여주려 했던 거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 절실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상상하며 몰입하곤 했다. 사실 촬영하면서 더 세게 감정이 표출된 장면도 있는데 다양하게 시도하고 모니터링하며 톤을 조정했다.

극 중 ‘두식’의 상황이 꼬일수록 그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 게 인상적이었다.
사실 시간 순서대로 촬영하지 않았는데, 후후, 절묘한 분장의 힘이라고 본다.

영화의 대부분이 DVD 방에서 진행된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3분의 2 정도가 세트 촬영이라 아무래도 좀 답답했다. 카메라 동선 등등을 고려해야 해서 신경도 쓰이고. 나중에는 빨리 야외 촬영 나가고 싶더라.

그런데 야외라고 하지만 DVD 방이 위치한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 게 거의 전부다. ‘두식’이 걸어 다니는 모습이 마치 실제 주민같더라. 압구정 로데오 거리던데 자주 가는지?
전혀 아니다. 난 완전히 강북 출신이다. 이번 촬영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가 봤다.

장소를 압구정 로데오 거리로 한 이유는.
음, 감독님이 미리 가보시고 주변 환경을 확인해 본 결과다. (웃음) 실제 DVD 방도 있고, 또 임대 문의가 많이 붙어 있기도 하다.

후반부 ‘태정’(도경수 분)과 그야말로 난투를 벌이는데, 부상은 없었나.
다행히 특별히 다치지 않았다. 사실 정식 액션신은 사전에 합을 맞추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적고 부상 위험도 크지 않다. 오히려 이런 자잘한? 싸움신이 더 어렵다. 이것저것 손에 집히는 대로 던져야 했는데 내가 집은 것들이 페브리즈 빈 통 이런 것들이라 다행이었다.

난장판 싸움을 하는데 대선배를 상대로 도경수가 어려워 하지 않던가. 또, 젊은 도경수를 상대로 싸우려니 힘에 부치진 않았는지? (웃음)
서로 정신없는 상태라 어려워하고 그런 건, 내 생각엔 없었던 거 같다. 그리고 음.... 아직 그렇게 힘에 부치진 않는다! 당시 누가 밑에 깔리고 누가 위에 올라오고 이런 것만 정해 놓고 그야말로 자유롭게? 싸웠다. 아, 그런데 힘든 게 있었다.

자세히 들려 달라.
경수가 내 등에 엎이는 장면이 있는데 성인 남자를 엎는 게 허리에 부담이 가니까 와이어를 이용했었다. 영화에서 봤다시피 그 좁은 공간에서 와이어라니! 그 장면이 좀 어려웠다. 그런데 시나리오 지문은 딱 한 줄로 표현돼 있었다. ‘마치 로데오 경기하듯이’ 라고.... 그 지문을 보고 어떻게 해야 로데오 같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두식’을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정신적으로 힘든 거는 크게 없었다. 다만 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줘야 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육체적으로 좀? 힘들었던 거 같기도 하다. 글쎄, 예전에 비해서 밤을 잘 못 새겠더라. 전에는 오전 촬영보다 밤 촬영을 선호했었다. 왜냐하면 어두워지면 감정이 더 잘 나오니까. 그런데 점점 낮 촬영이 좋아진다. (웃음)

이제 슬슬 관리할 때가 된 거다! 평소 건강 비법이 있다면?
뭐, 특별히 관리하는 건 없고 밥 잘 먹고, 많이 걸으려 하는 거 정도. 술을 좋아하다 보니 아무래도 택시를 많이 타게 되는데 미리 내려서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는 편이다. 원체 걷는 걸 좋아한다. 또, 담배는 원래 안 피운다.

이번에도 애드립이 많았다고 하던데.
지금 딱 떠오르는 건 누나 집에 가서 조카한테 갖고 싶은 게 없냐고 묻는 장면에서 조카가 ‘닌텐도’ 라고 대답하자 그 이후 ‘우리 어렸을 때는.... 구슬치기하고...’ 이렇게 덧붙이는데 원래는 없던 거였다. 또 ‘태정’에게 들킨 후 ‘두식’이 혼자 커피 원두가 비싸다든지, 고백하니 이제 마음이 편하다든지.... 혼자 중얼중얼하며 하소연하는 거 정도.

극 중에서 ‘두식’이 시체가 담긴 캐리어를 계속 옮기는데 정말 무거워 보이더라. 실제 뭐가 들어있었는지? 괜히 혼자 궁금했었다. (웃음)
이것저것 넣었었는데 나중에는 무게감이 너무 안 느껴진다 해서 벽돌을 넣기도 했다.

극 중 아르바이트생 태정’은 학비 마련을 위해 빚을 지고 범죄 조직에 연류되기도 하는, 어떻게 보면 암울한 20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당신의 20대는 어땠는지.
요즘에 비하면 우린 땐 행복했지. 게다가 나는 운 좋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배우로, 바라던 일을 할 수 있었다.

‘두식’의 앞날은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나.
글쎄, 잘 살았으면.... 그런데 그가 가게를 뺐어도 아르바이트생에게 나눠주고, 빚도 갚고 해서 남은 돈이 얼마 안 된다. 보시고 판단해 주시길!

평소 영화를 챙겨 보는 편인지.
지인의 시사회에 참석하거나 초청 있으면 가곤 한다. 극장을 자주 가진 않고 주로 집에서 보는 편이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특히 지인들과 같이 보는 건 민망해서 못하겠더라.

그간 많은 작품을 했는데 특별히 아끼는 작품과 캐릭터는.
그거야 당연히 <7호실> 이지! (웃음) 많은 분이 기억해 주는 게 <지구를 지켜라>(2003), <복수는 나의 것>(2002) 인데 나 역시 그렇다. 어린 나이였고 또, 힘든 역할이기도 했고. 아마도 그 시대가 아니었으면 나오기 힘든 캐릭터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스스로와 가장 닮은 캐릭터는 누굴까.
부분부분 비슷한 면은 있지만 완전히 닮은 캐릭터는 없었던 거 같다. 나랑 비슷하면 너무 재미없어서 영화 캐릭터로 사용 못 한다. (웃음)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워낙 많다. 안 해본 역할은 다 해보고 싶은데 나한테 오는 시나리오 중에서 선택하는 입장이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으로 계획은.
드라마는 아직 계획 없다. <7호실> 개봉하고, <바람바람바람>은 이제 막 촬영을 끝냈으니 내년에 개봉하지 않을까.

요즘 인상 깊은 일이나 기쁜 일이 있다면.
음.... 최근엔 기억나는 게 없고, 영화 개봉하는 다음 주에 운이 좋아졌으면 좋겠다!

예비 관객에서 공약 한마디 한다면.
요즘은 ‘공약’ 이런 거 잘 안 묻던데? 어쨌든 이번에 잘되면 다음에 더 열심히 하겠다. <7호실> 은 근래에 보기 힘든 확실하게 차별화 되는 영화로 크게 공감하실 수 있으니 많이 봐주시길!

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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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앤드크레딧&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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