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성세대가 될지 고민한다 <강철비> 정우성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불편할 수도 있어요. 제 나이 또래 남자들이 저를 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죠. 사회생활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어린애 같은 자기 모습을 감춰야 하고 그렇게 아재가, 꼰대가 돼 가는데 쟤(정우성)는 (하고 싶은 말은 하니까) 그런 피곤함이 없는 것 같다고. 그래도 부당한 건 부당하다고 말해요. 한 명의 시민으로서, 한 명의 남자로서 후배 세대에게 미안한 기성 세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1월 <더 킹>으로, 12월 <강철비>로 한해 국내 극장가를 여닫으며 ‘열일’한 정우성. 작품과 연기만큼이나 자신의 평소 생각을 드러내는 데 거침없는, 그렇기에 더욱 사랑받았을지 모를, 그의 면모를 잠시 들여다본다.


남한 1호와 북한 1호를 모시는 두 남자의 이야기, 곽도원과 함께 <강철비>로 돌아왔다.
어떤 항해를 할지 모르는 배를 바다 위에 띄워 놓는 심정이다. 그래도 언론배급 시사회와 VIP 시사회에서 모두 좋은 얘기를 들었으니, 호응에 어울리는 관객 반응을 거뒀으면 하는 기대는 있다.

요즘은 개봉 이후 관객 반응이 상당히 빨리 돌아온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 업계처럼 대중과 솔직하게 소통하는 ‘문화 상품’이 어디 있나.(웃음) 소비자 고발센터 같은 곳에 의견 한 번 접수하려면 얼마나 긴 싸움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 업계는 댓글 한 번이면…(웃음)

(웃음) 작품마다 선택하는 이유가 분명한 편이다. <강철비>를 선택한 이유는.
긴 세월 영화를 찍어오면서 사랑을 받은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다. 시류를 읽지 못하고 순진하게 내가 하고 싶은 작품만 찾다가 (관객 평가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작품마다 내가 챙겼던 의미는 있다. <강철비>는 재미있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참여한 의미가 있다. 주제의식이 명확하다면 그것이 어떤 주제이든 간에 배우는 일단 이끌리게 되어있다.

예비 관객에게 당신이 말하는 그 ‘화두’를 조금 더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강철비>는 남한과 북한의 인물을 설정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지만, 주된 목적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관점을 다루는 것이라고 본다.

핵개발을 완료한 북한의 최근 상황을 성실히 반영한 영화인 만큼, 촬영하는 동안 북한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촬영지 중 한 곳이 철원이었다. 북한이 바로 저기에 있구나 싶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인데 감정적인 거리는 멀게 느껴지더라. 극 중에서 내가 연기한 ‘엄철우’와 곽도원이 연기한 ‘곽철우’가 하나의 수갑을 같이 차는 장면이 있다. 쇠사슬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마치 남과 북, 한반도의 형태 같더라.

평소 북한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무덤덤하고 담담하다. 다만 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던 것 같다.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도 있고, 무엇보다 서로 같은 민족이다. 분단 때문에 대한민국이라는 반도가 마치 섬나라처럼 나누어져 있는 상황에서, 통일이 된다면 얼마나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우리는 근대국가고 그쪽은 봉건국가에 가까운 왕조 형태를 계승하고 있으니까, 그쪽에 속해있는 국민이 얼마나 착취당하고 있을지 우려도 된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서라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좀 더 나은 삶을 줘야 하지 않을까?

‘역시 정우성이네’ 싶은 발언이다.(웃음)
초반에는 (이런 말을 하면)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 그런 말 왜 했어?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안 그런다. 인터뷰를 하기 전 영화 홍보팀에서도 정치적인 발언은 자제해달라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무슨 정치적 발언을 했어요? 하고 답한다.(웃음) 한동안은 국민이 정권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 ‘정치적 발언’이라고 규정지었다. 입을 닫게 만들기 위해 좌익이나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들이대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했고, 그 당시의 피해의식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게 아닐까 싶다. 시민단체가 사회적 불합리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듯, 국민도 정치인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고 사회를 바꿔야 다 같이 발전하는 것 아니겠나. 음… 또 정치적 발언이라고 할지 모르겠다.(웃음)

때로는 작품이나 연기 외적인, 예컨대 당신의 사회적 발언 같은 것이 더 집중 받기도 한다.
(무슨 소리냐는 듯) 나, 청춘의 아이콘이다. 무려 20세기 배우다. 연기로 너무 오랫동안 인정받았더니 이제 다른 거로 부각되나 보지!(하하하) 농담이다. 농담.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이슈를 말하기 때문에 도드라지게 보일 것이다. 유명인이니까 파급 효과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꾸준히 자기 생각을 밝히는 이유가 있다면.
유명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또 중년에 접어든 남자로서 어떤 기성세대가 되어야 할지 고민한다. 후배 세대에게 미안한 기성세대는 되지 말았으면 한다. 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싶거나, 내가 유명인이니 이러이러한 문제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계산 때문은 아니다.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누구나 느끼는 불합리에 대해 말했을 뿐이다.

누구든 당신처럼 멋있게 발언하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 싶다.
동시대를 사는 내 나잇대 남자들한테는, 어쩌면 정우성이 좀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린애 같은 자기 모습을 감춰야 하는 피곤함이 있을 텐데, 나에게는 그런 피곤함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다들 그렇게 (원치 않는데도) 아재가 되고 꼰대가 된다고들 한다.

음.(웃음) 하지만 화려한 당신의 인생이 감내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분명할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내 모습을 감추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영화의 특징적인 몇몇 지점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남북 정세를 시종일관 균형 있게 다루다가 다소 도발적이고, 비현실적인 결말을 맞는다는 느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감성적인 면모가 들어간 결말일 수는 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남북 정세 안에서 어떤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결과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했다.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전문가적인 견해가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말이다.

서브 캐릭터로 출연하는 조우진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전반부에 한 번, 후반부에 한 번씩.
우진이가 강해 보이도록 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물론 우진이가 훈련을 많이 한 단단한 몸 상태로 촬영장에 왔지만, 액션신이 처음이기 때문에 분명히 순간적으로 눈앞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나와 체격도 다르지 않나. 촬영 전부터 많은 연습을 부탁했고 실제로도 합을 맞춰보는 시간을 가졌다.

상대를 돋보이게 받아주는 입장에서는 분명 고충이 있게 마련이다.
다음 액션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내가 먼저 자세를 틀어줘야 하니까, 내 체력소모가 더 많아진다.


극 중 평양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때로 발음이 부정확하게 스쳐 지나가는 신도 있다.
안 그래도 스태프들이 그 부분을 걱정하더라. 과연 관객이 내 평양 사투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제주도 사투리를 잘 못 알아 듣는 것처럼, 억양 센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듣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편안하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대사 연기를) 타협하고 싶지는 않았다. 평양 사투리 고유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무뚝뚝한 내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사투리인 것 같더라.

<아수라>(2016) 때는 엄청난 양의 욕 대사를 소화해야 했는데, 그에 비하면 어떻던가.
(단호하게) 사투리가 훨씬 편하다. 욕은 편치가 않다.

(웃음) 당시 함께했던 곽도원과 <강철비>에서 빚어낸 케미스트리도 좋은 편이다.
<아수라>를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서 그런지 편했다. 도원이와는 카메라 움직임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움직임을 맞춰봤을 뿐 특별히 리허설을 한 적도 없다. (GD 노래가 흘러나오는) 차 안 시퀀스에서는 잡담도 안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서로 숨만 쉬고 있다가 ‘액션’ 소리가 들리면 각자의 기운을 느껴가며 툭툭 대사를 뱉었다. 그러니까 더 살아있는 장면처럼 보이더라. 시답잖은 얘기인데도 큰 웃음이 나왔다는 걸 보면, 촬영 당시의 공기과 온도까지 관객이 느끼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GD 노래 ‘삐딱하게’에 맞춰 흔드는 곽도원의 격렬한 몸 사위(?)가 큰 웃음 포인트다.
정말… 한심했다. 얘 왜 이래?(하하하) 농담이다. 원래 ‘곽블리’다. 애교가 많다. <아수라> 때도 주변 환경이 편하고 동료들과 분위기가 좋으니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안 되는데…(웃음)

반면 당신이 맡은 ‘엄철우’역은 GD 노래를 듣고 정색하는 게 포인트다.(웃음) 평소에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가.
빅뱅 노래는 알긴 하지만 자주 듣지는 않는다. ‘삐딱하게’도 후렴구 ‘삐딱~하~게’만 쫓아가는 거다.(웃음) MBC가 파업하면서 라디오 채널에서 주야장천 노래만 나올 때가 있었는데, 그때 들어보니 내가 놓친 좋은 가요가 너무 많더라. 요즘엔 ‘헤이즈’ 노래를 즐겨 듣는다.

파업 당시 MBC 라디오를 들었군.
외국에 가면 노래만 24시간 나오는 채널도 있으니까. 이동할 때는 다른 어떤 말보다 노래만 나오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다.

2017년 1월은 <더 킹>으로, 12월은 <강철비>로 마무리한다. 메시지가 분명한 작품으로 한 해 극장가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 셈이다. 소감은.
솔직히 인지 못 하고 있었다. 의미를 부여해줘서 고맙다.(웃음) 두 작품 다 탄핵 정국이 시작되기 전에 쓰인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거다. 영화계는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기류를 작품에 담아내려는 욕구가 센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뭔가를 저격하려고 기획했다기 보다는 그저 그런 기류를 담아내는 거다. 다만 정권이 바뀌고 나서 보니, (그런 작품을 준비한다는 게) 정말 위험한 일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하다.

김지운 감독의 <인랑>까지 개봉을 앞뒀다. 상당히 ‘열일’ 모드다.
작정하고 ‘열일’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아수라>는 내가 영화의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이었지만 <더 킹>은 일정 부분만 담당하면 됐다. <강철비>에서도 ‘엄철우’의 인간적인 스토리라인을 책임지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다른 배우들과 함께 책임졌다. <인랑>도 마찬가지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연이어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좀 쉬어야 할 것도 같은데. 인터뷰 내내 처져 보인다.
여느 때보다 체력이 달린다. 스케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안 그래도 요새는 좀 쉬고 싶다고 생각한다. 일이 많으니 상대할 사람이 많고, 자리도 많아진다. 혼자 있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인데 그럴 때가 거의 없다. 지치는 것 같다.

작품 활동 외에도 할 일이 많다. 회사 ‘아티스트 컴퍼니’를 꾸려 나가는 문제라든지…
다행히 얼마 전 새로운 대표를 모셨다. 소속 배우가 늘어날수록 회사 직원도 늘어난다. 한숨 돌린 상황이다. 한발 물러서서 편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를 세운 사람인 만큼) 책임 주체이니 손을 완전히 뗄 수는 없다.


그런 중에 로힝야족 난민 캠프가 형성된 방글라데시에도 다녀왔다고 들었다.
이전부터 UN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난민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내가 속한 사회에 그들의 상황을 알리는 게 주 업무다. 미얀마와 로힝야족의 갈등은 영국 제국주의 시절을 거치며 시작됐다. 모두 제국주의의 희생자들이다. 올해 8월부터 미얀마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다수 로힝야족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방글라데시로 넘어왔다. 약 9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 모든 게 다 부족하다. 식수, 식량, 연료, 의료지원까지…

올해 전 세계 영화계가 가장 집중한 문제 중 하나도 바로 ‘난민’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이고, 오랫동안 지속될 문제라고 본다. 난민 문제 안에는 정치, 종교, 아동, 여성까지 모든 문제가 집약돼 있다. 보통은 그런 문제를 공동체 차원에서 해결하지만, 난민은 돌아갈 공동체를 잃어버린 이들이다. 국제 사회의 이해와 관심, 정치적 조정이 필요하다.

인권 활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는.
그런 일을 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또 다른 방식으로 알릴 수 있다고 본다. 우리도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나라 아닌가.

(끄덕끄덕)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은가.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원 없이 사랑을 받았으니 아쉬울 건 없지만, 그래도 내 이름으로 연출작 하나는 남겨보고 싶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두긴 했지만!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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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NEW

(총 1명 참여)
dp6824
정우성...   
2017-12-2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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