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사극에 도전하다 <흥부> 정우
2018년 2월 22일 목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꾸러기’. 정우라는 배우가 풍기는 이미지가 딱 그렇다. 허세 폭발 고등학생이 건달 뺨치는 존재로 묘사되던 학교물 <바람>(2009)의 ‘짱구’로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받더니, 슬그머니 브라운관으로 세를 확장해 능청스러운 남자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쓰레기’로 대중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도저히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장난꾸러기, 능청꾸러기로 마력을 선보인 그가 최근에는 꽤 진지한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서는 중이다. <재심>(2016)에 이어 이번에는 <흥부>다. 생에 첫 사극 도전인 이번 작품에서 그는 천재 작가 ‘흥부’역을 맡아 제 형을 찾아 나서고, 어떤 깨달음을 얻기에 이른다. 흥부전을 완전히 각색한 이 사극,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흥부>로 첫 사극 도전이다. 이 영화, 우리가 아는 ‘흥부’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
‘흥부’는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래서 오히려 끌렸다. 변화의 폭도 큰 캐릭터다. 사극에는 도전해본 적이 없어 작업 과정도 궁금했다. 사실 선뜻 선택하지는 못했다. 본래 작품 선택을 상당히 빨리하는 편인데도 말이다.

고민이 좀 됐나 보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
용기가 나질 않더라. 시나리오를 보니 누가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느낌이 달라질 것 같았다. ‘흥부’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조혁’과 ‘조항리’를 누가 연기하느냐도 상당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또한 우리 영화의 핵심 인물이다. 고민 중에 ‘조혁’역에 김주혁 선배가 참여한다는 말을 듣고 참여를 결정했다.

현대극에만 출연해왔던 만큼 좀 낯선 느낌도 있다.
기존의 자연스러운 내 캐릭터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가야 했다. 사극의 말투, 손짓과 행동, 호흡이 적절하게 묻어나면서도 내 색깔을 보여줄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이 많았다.
당신이 워낙 ‘꾸러기’같은 느낌을 잘 소화하지 않나. <바람>의 ‘짱구’도 그렇고,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그렇고.(웃음)
지난 작품을 이야기할 때는 아주 쑥스럽고 부끄럽다. 물론, 내 입으로 먼저 말하지는 못하지만 잘 해낸 대목도 당연히 있다.(씨익)

반면 지난 작품 <재심>에 이어 이번 작품 <흥부>까지, 상당히 진지한 인물을 맡았다.
꾸러기 같은 느낌도, 진지한 연기도 마냥 편하고 즐겁지는 않더라. 감독님은 내가 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하는 스타일이라 준비도 편히 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다고 인터뷰하셨더라. 겉으로 티를 덜 내려고 할 뿐 뒤에서는 나도 상당히 치열하다. 아마 그 치열함이 좀 드러난 것 같다. 내가 좀 투박해서…(웃음)

음. 의외로 자신을 괴롭히면서 연기하는 스타일인지도.(웃음)
나도 한동안 몰랐다. 좀 피곤한 스타일이다.(웃음) 그래도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즐기는 걸 어떻게 노력으로 하나!(웃음)
그러니까 말이다.(하하하) <바람>도 또래 배우들과 어울려 부담 없이 촬영한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프리 프러덕션 단계에서 6개월 이상을 공들였다. 그래서 현장에서 즐겁게 ‘놀’ 수 있었던 거다. 10년 이상 지났으니 이제는 말씀드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은 생각과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백지상태에서 연기를 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연기에 정답이 없다. 그래서 참 어렵다.

언론시사회 당시 촬영 도중 자신의 한계를 느껴 힘들었다는 말도 꺼냈는데.
‘흥부’는 다른 사람과 부딪히고 관계를 맺는 장면이 적은 것에 비해서 표현해야 할 감정은 깊은 인물이었다. 그게 참 힘들더라.

예컨대.
가령 ‘흥부’는 ‘놀부’형을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고 ‘조혁’이라는 어른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흥부’에게는 형에 대한 애정이 어떤 일을 벌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그런데 정작 ‘흥부’에게 형이 얼마큼 소중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적은 편이었다. ‘선출’(천우희)과의 관계 역시 비슷했다. 서로의 관계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니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흥부’에게 들이닥치는 위기가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는 하더라.
소중한 사람을 똑같은 공간에서 잃게 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순식간에 두 차례나 찾아오니, 어떻게 차별을 두고 슬픔을 전해 야할지 어렵더라.

그런 고충을 감독에게 표현해봤는지.
말로 하지는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연기는 내 몫이다. 다만 내 표정이나 내 연기의 에너지를 보고 느낌으로 아셨을 수는 있다. 그래도 믿고 맡겨 주셨다.

연기적 고민이 클 때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나.
보통 함께 연기하는 분들께 조언을 얻는다. 배우, 촬영 스태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예컨대 정진영, 고 김주혁 배우 같은.
맞다. 고 김주혁 선배는 기회가 된다면 꼭 작품을 함께하고 싶었던 분이다. 정진영 선배는 어릴 때 <초록물고기>(1997) <약속>(1998) 같이 워낙 훌륭한 작품에 출연하는 걸 많이 봐 왔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두 선배의 연기를 보고 호흡의 균형을 찾아가고자 했는데… 그게 뭐, 잘 되겠나.(웃음) 두 분 다 같은 소속사지만 함께하는 연기는 처음이었다. 느끼는 바가 많았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고려해 연기하시더라. 같은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다.

왕 ‘헌종’을 연기한 정해인 배우와도 같은 소속사인 동시에, 첫 호흡이었다.
해인이와도 묵묵히 호흡을 맞췄다. 후배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본인이 해석해온 연기를 존중했다.

초반 출연하는 정상훈 배우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깊다고 들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덜 어색하더라. 둘만이 아는 웃음 포인트로 연기한 대목도 있다. 이유도 명분도 없는 웃음이었지만.(웃음) 회차가 너무 짧고 함께 부딪히는 장면이 적어 아쉬웠다. 그 외에도 (김)원해 선배는 <히말라야>(2015)로, 진구는 <쎄씨봉>(2015).으로 합을 맞춰본 적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인가 보다.
나는 그렇다. 작품마다 고민 지점이 조금씩 다르고 그럴 때마다 한계에 부딪힌다. 이런 수준 이상으로는 더는 표현해내지 못하는 걸까? 싶은 생각 때문에 힘들다. 그런 나를 도와주는 건 때로 감독님일 수도, 상대 배우일 수도, 친구일 수도, 가족일 수도 있다. 그래서 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전형적인 대답이지만 이게 사실이다.(웃음)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사람이 관계되어있는지가 꽤 중요하겠다.
막상 선택할 때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맞다. 내 속에 잠재된 기준인 것 같다.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작품을 제안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시나리오를 읽으며 그 사람이 어떤 이일지 상상한다. 가끔 지레짐작하기도 한다.(웃음)

선택의 이유는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시감이 큰 작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진영이 12년 전 주연한 <왕의 남자>(2005)가 주로 언급되는 듯하다.
<왕의 남자>와 비교된다면 영광이다. 내 경우에는 굳이 레퍼런스를 두고 연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왕의 남자>뿐만 아니라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관상>(2013) <사도>(2014) 등을 인상적으로 봤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마치 잔재처럼 남아있었던 것 사실이다. 특히 <사도>는 연기자의 에너지가 무엇인지 정공법으로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백성이 주인’이라는 메시지가 우회 없이 전달된다는 점 또한 고민해볼 만한 지점이다. 촛불 정국과 정권교체를 경험한 관객에게는 다소 노골적인 답습처럼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메시지 면에서는 <광해, 왕이 된 남자>나 <변호인>(2013)과 어느 정도 비슷했다고 본다. 어떤 작품이든 메시지가 좋다면 꼭 새롭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다만 미장센을 비롯한 감독의 연출에 따라 많은 장면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연출자가 아니니까.(웃음) 연기자 입장에서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한 발자국씩 이야기를 앞으로 진전시킬지가 중요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말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미덕이 있다. 당신도 올해 희망이 있는가.
영화를 개봉할 시점의 희망은 늘 관객이 내 작품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겠지.(웃음) 밝고 신명나면서도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평소의 희망 사항은 늘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자는 거다. 그 노력만큼은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 영화를 촬영 중이기도 하다. <제5열>은 무기한 연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제 5열> 소식은 나도 모른다.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알면 좀 알려달라.(웃음) 그래도 다른 촬영 덕분에 새해가 왔다는 걸 제대로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서울도 오랜만에 왔다. 어쩌다가 올라와도 짐 싸서 금방 다시 떠나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국민도 이렇게 바쁘게 살고 계시지 않을까 한다. 바쁘다는 건 어쨌든 참 고마운 일이다.

다음 작품을 어서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군.(웃음) 하지만 제대로 된 휴식도 꼭 필요하다.
쉴 때는 정말 지루할 정도로 가만~히 있는다. 이렇게 가만히만 있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까지 아무 생각도 안 한다.(웃음) 그러다 보면 에너지가 좀 찬다.

쉴 때는 영화를 즐겨 보는지.
<베이비 드라이버>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택시운전사>가 좋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라라랜드>다. (감탄을 연발하며) 이야… 정말. 뮤지컬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라라랜드> OST는 아직 듣는다.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뭐라 뭐라 말한다.) 기사에 쓸지 말지는 잘 판단해달라.(웃음)


2018년 2월 22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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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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