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개인 유전체 정보로 행복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라” EDGC 이민섭 박사
2018년 5월 6일 일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시대의 100인을 만나다”

외연을 확장한다. 영화배우와 감독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인터뷰에서 보다 분야를 넓혀 피플 리스트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으로 우뚝 선 존재감의 이들은, 현실에 발을 붙인 흥미진진한 영화적 캐릭터에 다름 아니다.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우리 시대 100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유전자가 어렵다는 건 편견! 쉽게 접근해 보자,
저서 ‘게놈 혁명: 호모 헌드레드 게놈 프로젝트’로 대중과 소통 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 정보 분석 분야,
개인 유전체 분석이 주축인 유전자 4차 혁명으로 건강한 100세 시대 준비,
후천적 기억과 선천적 유전체. 당신을 특정 짓는 두 가지,
유전체에 기반한 적성 검사, 자녀 진로 지도에 유효하다,
상상이 곧 아이디어,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이론적 기반 없이도 원하는 앱을 만들 수 있다,
정보의 권리는 개인에게, 정보 주권 시대의 도래는 당연한 것,
MGB로 빅데이터 선점에 나서다,
Box에 내 유전자 정보를 담고 활용하는 것이 MGB의 존재 이유,
개인적 아픔의 시간을 극복하는 중, 책을 집필하며 위로받다,
‘유전자’ 단어만 나오면 수다쟁이가 되는 아빠,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 그게 소망


# 게놈혁명: 호모 헌드레드 게놈 프로젝트

최근 저서 ‘게놈혁명: 호모 헌드레드 게놈 프로젝트’을 출간했다. 유전자 관련 전문 지식이 어렵지 않고 쉽게 설명돼 있더라.
오, 쉽게 읽었다니 고맙다. 다 읽어 봤는지?(웃음) 미국에서 유학 후 연구와 사업을 하며 27년 을 지냈다. 2013년 한국에 와서 다소 당황했던 점이 한국에선 유전자 검사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생각이 강하다는 거였다.

100% 이해는 못 했지만, 유전자 관련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흥미로웠다. 한국 특유의 부정적인 생각이라 하면.
유전자 검사 자체를 꺼리고 쉬쉬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보통 유전검사를 한다고 하면 떠오르는 게 세 가지 정도일 것이다. 과학 수사, 친자확인, 기형아 검사가 그것이다. 그렇기에 남들이 알면 안 되는 것으로 혹은 집안의 수치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일부 기형아나 희소질환이 유전적으로 관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 유전체 검사가 포괄하고 있는 범위는 아주 광범위한데도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한다.

그 점이 저서를 집필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저서의 수익금은 인천대학교 ‘건강 게놈 프로젝트(HGP)’에 기부되어 100세 장수를 위한 질병 예방 연구에 쓰인다고 들었다.
흔히, 유전자 혹은 유전체라 하면 일상에서 동떨어진 개념으로 인식하더라. 게다가 기존 도서 대부분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거나 한국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번역서 위주였다. 우리 곁에 유전자 시대가 도래했음을 쉽게 알리고 싶었다. 결국, 논문이나 과학 기사만 쓰던 내가! 평소 지식과 생각, 철학을 나누고자 책 쓰기에 도전하게 됐다.

책의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유전자 검사 관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1990년대 시작한 ‘게놈 프로젝트’가 13년에 걸쳐 13조억 원의 비용으로 인간 유전체 지도를 완성한 것에 비해 이제는 10만 원대 유전체 검사 시대를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흔히 비약적으로 기술이 발전하는 분야로 IT나 반도체를 떠올릴 것이다. 널리 알려진 ‘무어의 법칙’ 혹은 이후 ‘황의 법칙’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자 주 ‘무어의 법칙’: 반도체 집적회로와 그에 따른 컴퓨터 성능이 18개월에서 24개월마다 대략 2배로 증가하고 가격은 같은 기간에 반으로 떨어진다는 인텔의 공동 창업주인 ‘고든 무어’의 말에서 인용된 것, ‘황의 법칙’: 1년에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 늘어난다는 2002년 당시 삼성전자 총괄사장이었던 황창규의 말에서 인용된 것) 하지만, 가장 빠른 기술 진보는 유전체 관련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유전체 분석은 2007~2014년 불과 7~8년 동안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이하 NGS)기술 개발로 1년에 10분의 1 수준으로 유전체 해독 비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플래틀리’ 법칙이라 한다.

NGS와 ‘플래틀리’ 법칙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음, 좀 얘기가 길어질 수 있겠다. 최대한 간략하게 말해 보겠다. 학계에서는 보통 유전체 혁명 단계를 4차에 걸쳐 구분하고 있다. 1990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시작이 1차 유전체 혁명으로 그 결과 우린 최초로 인간 유전체 지도를 가질 수 있었다. 이후 다양한 유전자 기반 질병과 특성 연구가 시작됐는데 이를 2차 유전체 혁명이라 본다. 이때는 많은 논문과 바이오 마켓에 다양한 특허가 나왔지만, 그 내용들이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환자에게 사용되지는 못했었다.

3차 유전체 혁명은 좀 전에 언급했던 2007년경 차세대 유전자 분석이라는 ‘NGS’ 기술의 보급으로 임상 유전체 시대를 열었다. NGS 기술은 비용의 빠른 하락을 끌어내 유전체 분석을 저렴하면서도 짧른 시간에 가능하게 했다. 또, 분석 테이터의 양도 엄청나게 증가해서 유전체 정보로부터 희소질환의 원인을 찾아내고, 태아의 유전체를 산모의 혈액으로부터 정밀하게 분석하는 산전 유전적 질환 진단, 유전적 변이에 기인한 새로운 암 진단법과 치료법 등이 제시되었다. 바로 이 기간에 유전체 분석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데이터의 증가가 기존의 기술 발달 법칙을 완전히 파괴했고 그 결과 매년 10배의 기술 발달과 가격 하락 현상이 일어났다. 이를 ‘인간 유전체 10’의 법칙 혹은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인 일루미나의 사장 이름을 따서 ‘플래틀리 법칙’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4차 유전체 혁명은?
개인 유전체 분석이 주가 되는 4차 유전체 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주로 환자의 질병 진단 및 치료에 국한 되었던 유전체 분석의 활용 범위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해졌다. 요즘 100세 시대를 말하지만, 그 누구도 아픈 상태로 100세를 맞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것이 인간의 희망 아닌가. 이를 도와주는 것이 4차 유전체 혁명, 즉 개인 유전체 혁명이다.

그렇게 급격하게 기술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기술 발전에는 변곡점이 있다. 그 변곡점을 지나며 혁신이 발생한다. 우선 시장에서 기술을 필요로 해야 하고 개인이 그 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이 저렴해야 하며 기술적 접근이 쉬워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맞아 떨어진 시기가 2007년부터라고 보면 된다. 미국의 경우 작년 한 해에 유전체 검사 이용자가 25명에 1명으로 기록된다. 현재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앞으로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지닌 시대가 올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유전체 정보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게 무엇인가.
스마트폰에서 중요한 건 기계가 아니라 폰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다. 유전체 정보도 마찬가지다. 유전체 정보 자체는 하드웨어라 할 수 있다. 그 하드웨어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운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대략 요지가 이해된다. 소프트웨어 운영에 대해 질문하기 전에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유전자와 유전체의 차이가 무엇인가. 흔히 혼용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
유전자라는 건 DNA상에 위치한 특정 기능을 하는 하나의 단위다. 가령 유방암 유전에 관여하는 ‘브라카’(BRCA)는 브라카 유전자라고 부르지 유전체라고 부르지 않는다. 즉, 유전체라 하면 유전자 전체가 어떻게 발현하고 상호작용하고 질병과 특질로 연결되는지를 총칭하는 전체적인 개념이다.

유전체는 모든 유전자를 포괄하는 개념이고, 유전자는 특정 기능을 지닌 유전체를 지칭하는 개념이라 이해된다.
그렇게 이해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현재 30억 쌍의 유전체 중 기능이 알려진 유전자는 불과 2만 5천 개~3만 개로 전체의 2% 수준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고 보면 된다. 또, 사람의 유전자는 고정적인 게 아니라 계속 환경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 기능했던 유전자가 없어진 것도 있고, 지금은 유전자로 발현 안 했지만 앞으로 발현할 것도 있을 거다. 유전체는 개인의 가장 근원적인 정보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겠다. 당신은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를 대표하는 것이라 하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그간의 수많은 경험이 아닐까 한다.
나는 딱 두 가지를 꼽고 싶다. 바로 기억과 유전자(체)다. 기억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은 유전자(체)밖에 없다. 좀 전에 경험이 자신을 만들어간 토대가 되었다고 했는데, 당신이 겪었던 순간순간에 (당신이) 인식하지 못했겠지만, 유전자가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선천적인 나를 알게 되면 후천적이 나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 유전체 검사하면 질병 검사가 떠오르겠지만, 유전체 검사로 선천적인- 흔히 타고난 기질이라고 하는- 자신의 성격과 특성을 알 수 있다. 이는 나아가 적성 검사로 이어진다.

유전자에 기반한 적성 검사 리포트를 본 적이 있다. 일반 적성 검사와 유사점이 많던데....
유사한 것이 아니라 현실형, 탐구형, 예술형, 사회형, 진취형, 관습형 6가지 카테고리는 일반 적성 검사와 완전히 같다. 이는 일반 적성 검사를 이론적 틀로 하여 유전자 특성과 연결했기 때문이다. 공격성, 사교성, 충동성 등등 성격을 결정하는 유전자 마커는 이미 알려져 있고 검증돼 있다. 다이애그노믹스가 제공하는 ‘Aptitude(적성) Match’는 이러한 유전자 마커를 이용하여 일반 적성 검사 유형과 매칭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일반 적성검사는 주로 학생들이 설문에 답하고 상담을 통해 결과를 얻어 낸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모범적으로 답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 많은 학생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스스로 외향적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내성적일 수 있다. 설문에 답하는 본인도 그렇지만 부모도 자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유전적으로 타고난 천성에 무조건 따르라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의 성향을 파악한다면 향후 진로를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과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 두 측면이 동시에 고려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라면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이애그노믹스의 ‘Aptitude(적성) Match’, 즉 유전자 적성 검사가 현재 어느 정도 보편화 됐는지. 유사한 검사가 있는지.
다이애그노믹스의 ‘Aptitude(적성) Match’와 똑같진 않아도 유전체 검사 결과를 성격과 연관해서 카운셀링 하는 곳은 있다. 다만, 다이애그노믹스가 직업과 관련하여 좀 더 특화된 분석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까지 유전체 검사 활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좀 전에 미국의 경우 25명 중의 1명이 유전체 검사를 한다고 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조상찾기를 많이 한다. 그들이 조상찾기에서 나아가 좀 더 다양한 분석을 시도한다면 굉장한 규모의 빅데이터가 축적될 것이고 그 때 유전체 분석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될 거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현재 미국 다이애그노믹스와 이원의료재단의 한미 합작 법인인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이하 EDGC)를 이끌고 있다. EDGC의 사업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EDGC는 한마디로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이다. 비침습 산전 검사(NICE®), 신생아 유전자 검사(bebegene®), 안과 질환 유전자 검사(MyEyeGene®), 암·질환 예측 서비스(gene2me® Plus), 가족성 유방암 검사(BRCARE®),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분석 서비스(gene2me®), 대사증후군·유전자 융합 서비스(마이젠플랜™) 등 전생애주기를 커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 사업은 바이오산업이라기보다는 아이티 산업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듯,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것보다 분석된 정보를 해석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다이애그노믹스 본사가 유전체 전문 분석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웃음)

(솔직히) 안 된다.(웃음) 실험실이 없다면 유전체 분석은 어디에서 하는가?
유전체 분석, 즉 유전체를 읽어 내는 것을 보통 ‘해독’이라고 한다. ‘해독’을 일루미나사가 하면 그 결과를 받아서 다이애그노믹스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을 담당했었다. 당시는 해독한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회사가 없었다. 그게 일루미나사가 우리와 손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일루미나의 기술력으로 30억 개의 유전체를 읽어내면(해독), 그 자료를 우리가 분석했다고 보면 된다.

유전체 해독과 분석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유전체 해독은 보통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일단 유전체를 다 정렬시킨다. 이후 내 유전자와 기준 유전자와의 차이점인 ‘변이’를 찾는다. 마지막으로 그 차이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를 해석한다. 1990년대부터 시작한-13년 동안 13조를 들여서 완성한 -휴먼 게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표준 게놈 레퍼런스’다. 이 표준과 비교하면 공통으로 300~400만 개의 차이가 나온다. 흔히 인간의 유전체는 99.9% 동일하고 단 0.1% 차이가 난다고 알려져 있다.


# 빅데이터 & 머신러닝 그리고 MGB

해독된 유전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많은데 그걸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인 게 현실이다. 내가 주목한 부분이 바로 그 점이다. 컴퓨터의 운용 원리를 전혀 몰라도 대부분이 컴퓨터 자판을 칠 수 있듯이 유전체 기반 소프트웨어를 모아서 일반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전체 공유 플랫폼인 마이지놈박스(MyGenombox, 이하 MGB)를 설립했다.

하긴 유전체 정보를 손에 쥐어준다 한들 활용법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니! 향후 유전체 관련 분야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련 업계에 종사하기 위해서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된다. 유전체 분야는 그야말로 융합 분야이다. 우리 회사만 해도 BIO, IT,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모여 있다. 하나 예를 들어 보겠다. 좀 전에 흥미롭다고 얘기한 다이애그노믹스의 ‘Aptitude(적성) Match’ 경우 미국에서 아동 상담을 하던 분의 아이디어로 만든 것이다. 그녀는 유전체와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전혀 모르던 분인데, 유전자로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존의 적성 검사를 참고로 유전체에 기반한 적성 검사를 설계한 거였다.

흥미롭다. 다른 사례가 있다면 좀 더 들려달라.
음, 와인앱의 경우도 비슷하게 탄생했다. 소믈리에가 말하길 보통 와인 선택 시 기준이 되는 5가지 특성이 단맛, 신맛, 쓴맛, 바디감, 향기라고 하더라. 단맛, 쓴맛, 신맛 등 맛의 선호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익히 알려진 유전자이고, 향기 유전자 또한 잘 알려졌기에 세계 최초 유전자에 기반한 와인앱을 개발했다.

내가 2년 전에 한국에서 고등학생 대상으로 5주 동안 바이오 캠프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캠프 마지막에 학생들에게 미래 사업 계획을 짜보라고 했는데 그 중 한팀이 개인 유전자에 기반한 맞춤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가령, 피부가 쉽게 잘 타는 사람에겐 창문 썬팅을 좀 더 짙게, 관절염이나 요통이 있다면 시트를 보강한다든지 등 단순한 것부터 세세한 인테리어까지 말이다. 그 학생이 유전체에 사전 지식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캠프를 통해 짧게 교육을 받은 게 다였었다. 이렇듯 유전체 관련 분야는 상상이 곧 아이디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인천대에서 일부러 전공이 아닌 교양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것도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은 지놈아트라고 염색체 배열을 이용해서 그림을, 고유의 유전자 지도를 바탕으로 시계를 만들기도 하더라. 덕분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시계와 그림을 선물 받았다. (웃음)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다
그 꿈을 현실화하는 것, 즉 유전체 정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쉬운 것으로 만드는 게 우리 EDGC의 궁극적 목표이자 내 철학이다. 더 꿈같은 얘길 해줄까.(웃음)

좀 전에 얘기한 유전자 기반 적성 검사, 와인앱 등은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앱을 만든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심리 상담가와 소믈리에가 적성 검사 유형과 와인 선택 기준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면 그에 관련된 유전자 마커를 찾아 이론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앱을 개발했다. 앞으로는 당신이 말한 대로 유전자 관련 지식뿐만 아니라 이론이 없어도 원하는 앱을 만들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한가.
바로 머신러닝이라 불리는 인공지능을 통해서다. 현재 바이오 석학 김성호 박사님과 협업 중에 있다. 예를 들어, 유전체 정보를 확보한 100명을 대상으로 멜로, 공포, 액션 등 다른 장르의 영화를 5편 보게 하고 재미 순위를 매기게 한 후, 그 결과를 머신러닝에 돌리면 유전체 정보와 영화 선호도의 연관성을 알아서 파악하는 거다. 즉, 특정 유전자를 지닌 사람은 멜로를 좀 더 선호한다든지, 공포를 기피한다든지 말이다. 이후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제공하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영화를 추천해 준다. 지금 이 과정에서 그 어떤 이론적 지식이 필요한가? 전혀 필요치 않다. 인공지능과 빅테이터 시대에서는 논리 없이도 많은 것들이 예측 가능해진다. 물론 대중화까지 여러 난제가 있긴 하다.

음, 난제를 추측해 보자면... 아마도 유전체 정보 데이터의 확보가 아닐지.
맞다. 표본이 클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기에 데이터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의 주권이 각 개인에게 있어야 한다는 거다. 현재 의료정보냐 개인정보냐에 따라 사용 범위가 결정되는데 의료정보로 분류되면 하나도 사용할 수 없다. 개인정보이면 개인의 동의만 있으면 가능하다.

정보 주권이 개인에게 있다는 가정하에,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EDGC의 해법은.
세계적으로 유전자 관련 규제가 점차 축소되는 추세이고 당연히 한국도 규제 완화와 유전자 정보 사용 범위가 넓어지리라 본다. 이후는 유전자 데이터 확보가 관건인데, (좀 전에 말한) MGB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 유전체 검사 후 그 정보를 MGB에 넣기만 하면 된다. 마이지놈박스에서 ‘박스’는 내 정보를 보관하는 상자라는 의미가 있다.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길 원하는 사람이 MGB에 자신의 정보를 올리고 활용하는 것이 MGB의 일차적인 목표다. 나아가 전문인이 아닌 일반인도 앱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내가 주말에 8시간 강의를 듣고 웹페이지를 만드는 것과 같이 유전체에 관해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도 반나절만 교육을 받는다면 가능하게 하려고 한다.

선뜻 개념이 다가 오지 않는데.... 개인 유전체 정보를 어떤 방법으로 보관하는지.
유전체 검사 후 개인에게 파일 형태로 전달해 줄 수는 있는데, 그 자체로 보관하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다. 보통 검사 후 의뢰인이 원하면 B2B로 MGB에 넘기는 방식이다. 왜냐하면, 전장 유전자 검사인 경우 파일 용량이 거의 100GB에 달한다. 개인이 직접 올리기 힘드니 요구하면 대신 MGB에 올려주는 방식이다.


# 이민섭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 그곳에서 자리 잡았다. 하버드 의과대학 게놈 센터, 코네티컷의 제네상스(Genaissance), 샌디에이고의 시쿼놈(Sequenom) 등에서 다양한 유전자 관련 상품 개발 및 서비스 런칭하고 비침습 산전 진단 검사 개발(NIPT) 등을 거쳐 2011년 다이애그노믹스(Diagonmics)를 직접 설립했다. 연구를 업으로 하다가 실제 창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연구자였지만, 기술의 발달에 관심이 많았다. 2009~~2010년 사이 유전체 분석 비용 1000만 대가 깨졌다. 그전까지 유전체 분석은 단순한 연구일뿐 실생활과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었는데, NGS라는 차세대 혁신적 기술로 가능해졌다. 개인유전체 라는 말이 그때부터 사용 됐다. 어찌보면 꿈과 같은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 순간을 목도했던 나로서는 개인 전장 유전체 정보 분석 회사인 다이애그노믹스를 설립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흔히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고 하는데, 유난히 힘들었던 시기가 있다면.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유학 이후 미국에서 계속 생활했기에 외동 자식으로서 부모님 곁을 너무 오래 떠나 있었고, 이후 한국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며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었다. (책 서문에 썼듯이) 가족을 잃은 시기가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었다. 책을 쓰며 나를 추려 나갔던 것 같다. 그렇기에 이번 책이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얘기하는 모습이 참 다정한 아버지일 것 같은데, 자평한다면.(웃음)
우리 아이들이, 모두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데, 아빠는 유전자 얘기만 나오면 화색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그리고 아주 수다스러워진다고!

혹시 영화도 ‘유전자’를 소재로 한 영화만 골라 보는지?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하하! 이것저것 많이 보는 편이다. 인상적인 영화는.... 좀 오래된 작품인데 <가타카>(1997)다. 당시만 해도 유전자 관련해서 너무 과장됐다고 여겨졌었는데, 이제는 상당 부분 수긍하게 된 것 같다. 직업, 신분, 능력 등 모든 게 타고난 유전체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임에도 열등 유전체를 갖고 태어난 ‘빈센트’(에단 호크)가 꿈을 갖고 의지로 극복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유전체 정보를 통해 취약한 부분을 미리 파악하고 예방과 관리로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최근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음, ‘게놈 혁명’ 집필을 마치고 출판한 날 아주 기쁘고 보람찼다. 솔직히 글쓰기에 자신 없었는데 그럼에도 도전해서 내 꿈과 평소 생각을 담아낼 수 있어서 좋았다.


2018년 5월 6일 일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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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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