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실수와 서투름이 있다 <목격자> 이성민
2018년 8월 21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공작>에서 북한 엘리트 경제통 ‘리명운’으로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성민이 <목격자>로 또 관객을 찾는다. 이번에는 살인 현장을 목격했지만, 살인범의 보복이 두려워 침묵을 선택한 평범한 가장 ‘상훈’으로 분해 <공작>에서의 차가운 연기가 아닌 뜨거운 연기를 선보인다. 서로 다른 시기에 촬영했음에도 공교롭게 동시기에 개봉하게 된 두 작품 덕분에 이성민은 유난히 무더운 올여름을 그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고 있다. <미생>, <골든 타임>을 비롯한 스무 편이 넘는 드라마와 <바람 바람 바람>, <보안관>, <군도> 등 40여 편의 영화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손꼽히는 그이지만, 여전히 엄격하게 자신의 연기를 돌아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연기력으로 호평 받은 <공작>도, 현실 밀착 스릴을 잘 살린 <목격자>도 완성물만을 보는 관객이 미처 모르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실수가 있다고 이성민은 말하며 대중의 칭찬에 쉽게 편승하려 하지 않는다. 그의 이런 객관적이고 엄정한 자기 평가가 아마도 많은 사람이 박수치는 ‘이성민 연기’의 출발점이 아닐지. <공작>과 <목격자> 사이 평소보다 두 배 세 배 바쁜 이성민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공작>에 이어 <목격자>로 또 관객을 찾게 됐다. 누구보다 바쁘게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축하할 일이겠지? (웃음)
<공작> 끝낸 후 <목격자> 촬영에 들어갔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게 됐다. 평소 드라마도 겹치기 출연은 지양하는 편인데, 정말 요번엔....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중심을 잡는 중인데, 두 영화 번갈아 무대인사와 홍보 행사 다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제는 심지어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무대인사를 하기도 했다! 다행히 홍보 요정 (곽)시양이, 형사를 연기한 (김)상호 등이 같이 다니며 부담을 많이 덜어주고 있다.

<목격자>에 대한 주변 반응은 어떤가.
나야 다 아는 내용에 익숙한 장면이니 별로 무섭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대체로 무섭다는 게 주변 반응이다. VIP 시사에 참석했던 딸이 그나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게 자기 취향은 아니지만, 무서웠다고 하더라. 아내도 그렇고.

<목격자>의 시나리오를 본 첫 느낌은.
아마 작년 초여름 <공작> 촬영 끝난 직후로 기억하는데, 일단 느낌이 아주 좋았다. 깔끔하고 잘 만들면 물건 하나 나올 수 있겠다 싶었지. 그래서 오래 고민 안 하고, 심지어 감독이 누구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었다. 이후 조규장 감독을 만났다.

<목격자>는 조규장 감독의 전작 <그날의 분위기>와 장르도 분위기도 180도 다르다.
감독과 만난 후 <그날의 분위기>를 찾아봤는데, 처음에는 정말 뭐지? 이런 느낌이었다. 알다시피 <목격자>와 너무 달라서 말이다. 그리고 처음 시나리오 읽을 때는 별 생각 없이 지나갔었는데, 두 번 세 번 보니 물음표가 달리는 지점이 생기더라. 이후 감독님과 배우들이 모여서 여러 차례 회의하고 의견을 교환했었다.

고민한 지점은.
개연성이 문제였다. 당시 우리 대화의 화두가 뭐였냐 하면 극 중 살인 현장을 목격한 ‘상훈’(이성민)이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하지 않는데, 관객이 이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만약, 관객이 ‘상훈’의 침묵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즉 관객이 ‘상훈’이 왜 신고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영화가 동력을 상실하니, ‘상훈’에게 정서적, 상황적, 감정적 개연성을 부여하려 했다.

고민한 결과 도달한 해법은.
감독님께 일단 살인자가 아주 무섭게 보여야 한다고 의견을 냈었다. 또, ‘태호’(곽시양)의 여러 살인 중 특히 첫 번째 살인 현장은 매우 잔인하고 끔찍했으면 좋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만류하더라. 아마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피하려는 의도 때문이었을 거다.

잔인하고 끔찍한 현장을 주장한 이유는.
극 중 첫 번째 살인 현장만큼은 더 강렬하길 바랐는데, 그래야 ‘상훈’(이성민)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여될 것 같아서였다. 살인범이 보여준 잔인성에 제압당해 신고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로 관객을 설득해야 하니 말이다.

<공작>의 북한 엘리트 경제통 ‘리명운’과 <목격자>의 살인을 목격했으나 가족의 안위를 위해 침묵을 선택하는 평범한 중년 가장 ‘상훈’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 캐릭터 구축에 각기 어려움이 있었을 거다.
<공작>은 쉬어 보이는데 어려웠던 작업이었다. 처음에 윤종빈 감독이 ‘구강 액션’이라고 할 때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조용한 가운데 역동적인 한마디로 정중동의 묘미를 살리는 게 힘들었다. 오로지 대사로만 그 공기와 정서, 리듬과 템포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배우의 기술적인 연기력이 필요하더라.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 내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반면 <목격자>는 주어진 명확한 상황 위에서 다이나믹함을 만들어야 할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즉흥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때그때 상황과 반응을 포착하는 연기가 필요했다. <공작>이 차가운 연기라면 <목격자>는 뜨거운 연기라고 할 수 있겠다. <목격자> 역시 막상 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에너지 소모가 많았었다.

에너지가 필요했던 대표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상훈’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사 뒤에 살인범 ‘태호’(곽시양)가 서 있는 장면이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인데, 내가 실제로 그 상황에 빠졌다고 상상하니 그 압박감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 신을 촬영하며 이 영화 장난 아니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또, 극 중 ‘태호’와 ‘상훈’은 직접 부딪치는 경우가 거의 없고 항상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인데, ‘상훈’을 반기는 아내와 딸 뒤에서 ‘태호’가 망치를 들고 서 있는 장면이 있다. 내가 가족에게 뛰어가는 게 빠를지, 그가 망치를 내려치는 게 빠를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 그 장면이 ‘상훈’으로서 가장 두려웠던 순간이었다.

극 중 ‘상훈’의 집이 아파트 6층인데 살인자와 눈이 마주칠 경우 과연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나도 그게 의문이어서 촬영하면서 저녁에 귀가할 때마다 밖에서 우리 집을 쳐다봤던 것 같다. 조규장 감독이 명확하게 보이는 것도 그렇다고 아예 안 보이는 것도 아닌 상황을 의도했는데, 6층이 딱 그런 애매함을 지닌 층수였다.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지 아리송한 거리로 ‘상훈’도 살인범 ‘태호’도 상대가 자신을 알아볼지 확신이 없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영화 초반 누구나 목격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감이 사실적 공포를 끌어올리는 데 반해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지며 장르적 쾌감이 커진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다.
전반부의 현실에 밀착한 스릴이 영화의 미덕이라고 본다. 나쁜 놈을 응징하여 통쾌함을 안기는 후반부가 촬영할 때는 확 몰아치는 쾌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완성본을 보니 ‘상훈’이 좀 더 평범하게 행동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

얄팍한 사회안전망 속에서 각자 안전을 도모하는 개인, 이기적인 속성을 드러내는 아파트 주민의 모습 등 현 세태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도 <목격자>의 특징이다.
방관자적인 시선, 즉 집단 속에서 이기적인 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비단 아파트 주민들뿐만 아니라 형사 집단 내에서도 전력을 다해 수사하는 형사가 있는가 하면, 실적 내는 것을 보다 중요시하는 형사도 있다. 후반부 산사태도 마찬가지다. 안전에 대한 경고가 몇 번 있었음에도 아파트 가격의 하락 혹은 아파트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쉬쉬하고 문제를 외면한다.

촬영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음, 제일 마지막에 촬영한 에필로그의 경우, 조규장 감독이 확연하게 계절의 변화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촬영하는 중간 눈이 오기 시작해서 계절감을 아주 잘 살려줬다. 그러다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촬영 못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더니 밤에 딱 그치더라. 덕분에 정해진 스케줄 내에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눈이 알아서 와주고 정말 행운이었다.

배우 김성균이 극 중 4층 여자의 남편으로 특별 출연했다. 혹시 <보안관>에서 다진 인연 덕분인가.
성균이가 나와줘서 정말 고맙다. 나와의 친분 때문은 아니고 차지현 대표(기자 주 <목격자> 제작사인 AD406 대표)와의 인연 덕분이다. 어느 날 술 먹고 특별 출연하기로 했다고 전화 왔더라. 그(김성균)가 다른 작품에서 죽일 만큼 죽였으니 살인범 자리는 차세대에게 물려줘야겠다면서 말이다.

차세대 살인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연쇄 살인범 ‘태호’로 분한 배우 곽시양을 ‘아기’라 부르며 아주 살뜰히 챙겼다고 들었다. 곽시양 배우가 자신은 ‘아기’ 아니라고 하더라. (웃음)
한번은 영화 홍보차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데 시양이가 너무 인터뷰를 잘하는 거다. 속으로 공부 많이 해왔구나 싶었는데, 다 외워왔더라. 미리 외워서 인터뷰하는데 아기 맞지, 뭐.(웃음) 내가 그냥 있는 그대로 편안히 말하라고 조언?했다. 또, 후반부 산사태 장면 촬영하는데 덩치는 큰데 얼마나 (추위에) 떨던지....정말 안스러울 정도였다.

일전에 <보안관>(2016) 관련 인터뷰에서 <보안관>을 메인 재료로의 시험대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보안관>이 관객을 260만 명 정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이번 <공작>과 <목격자>까지 훌륭한 메인 재료임을 입증했다고 보는데, 자평한다면.
그거야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라 나를 써주는 혹은 불러주는 이들, 그러니까 감독이나 제작사가 판단할 몫인 거 같다. 예전보다 출연료가 오른 걸 생각하면...꽤 괜찮은 메인 재료가 된 걸 수도.(웃음) 확실한 건 받는 게 많으면 그만큼 책임감도 커진다는 거다! <공작>이 (황)정민이가 주도한다면 <목격자>는 내가 주도해 나가는 만큼 아무래도 부담감이 더 크다.

음, <공작>의 ‘리명운’(이성민) 연기에 대해 호평 일색이다. 작품을 한층 살렸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지만, 관객은 완성된 결과물만을 보지만, 나는 그 결과물이 만들어진 과정을 잘 알고 있지 않나. 나만 아는 실수와 서투름이 있다. 윤종빈 감독의 손을 거쳐 보완되고 다듬어진 거지. 그래서 부끄럽고, 오롯이 내 역량의 결과는 아니다.

평소 즐겨 보는 장르가 있다면. 스릴러는 즐기지 않는다고 했었다.
스릴러를 일 때문에 보긴 하지만, 별로 즐기진 않는다. <어벤져스>, <슈퍼맨> 등 히어로물을 잘 보고 가끔 예술 영화를 보기도 한다. 밤에 혼자 TV 앞에 앉아 이리저리 영화를 선택하는데, 처음에는 가격대 높은 동시 상영작부터 시작해서 점점 가격대 낮은 영화들을 둘러보다 결국 TV 시청하곤 한다. 이상하게 금방 선택 못 하겠더라. 최근에는 러시아 우주 정거장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테이션 7>(2017)을 인상 깊게 봤다.

생각해 보니 그간 스릴러 장르에 많이 출연하지 않은 것 같다.
많이가 아니라 거의 없다. <손님>(연출 김광태, 2015)의 경우 스릴러라기보다는 드라마에 가깝고 그간 평범한 회사원, 검사, 의사, 판사 등 나름 지적인 직업군을 주로 연기했었다. 형사나 조폭으로 나온 작품도 별로 없다. <목격자>는 평범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스릴러라서 무엇보다 좋았다. 사실 시나리오 볼 때만 해도 이렇게 평범한 아파트에서 촬영할 거라고 생각 못 했었다. 아, 누군가 우리 영화를 부동산 스릴러라고 하더라!

부동산 스릴러! 맞는 말이다. (웃음) 인터뷰 초반에 딸의 반응에 관해 얘기했는데, 평소 가족이 당신의 영화를 모니터링 해주는 편인가.
영화마다 다른데 보통 딸아이한테서 여론을 전달받는다. 가령, 딸이 와서 <부산행>에서 마동석 아저씨 짱이래! 이러면 아, 그 영화가 잘 되겠구나 싶은 거지. 아내의 경우 40대 중년의 평범한 감상을 아주 짧게 얘기하곤 한다.

아내의 <공작>과 <목격자>에 대한 짧은 감상이 궁금하다. (웃음)
<목격자>는 무섭다고 했고, <공작>은 칸에서 봤는데 시차가 안 맞아서 고생했지만 좋다고 하더라. 하긴, <공작> 덕분에 프랑스 여행까지 갔는데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겠지! (웃음)

차기작은.
김태윤 감독의 <미스터 주>로 곧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중국 특사로 온 ‘판다’의 경호를 맡게 된 남자가 우연히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는 내용인데,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어서 기대 중이다.

마지막 질문! 최근 인상적인 일이나 행복한 순간이 있다면.
음... 칸영화제에 갔다 온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사실 처음 간다고 했을 때만 해도 별로 감흥이 없었거든. 정민이도 나도 굳이 가야 하나 식의 반응이라서 윤종빈 감독이 당황할 정도였는데, 막상 가니 아주 좋았다. 그곳에서 우리 동료를 보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고, 배우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2018년 8월 2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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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 NEW

(총 1명 참여)
yeoA0227
너무 좋은 배우. 믿고보는 연기력이죠! 목격자에서도 그 간장감과 떨림이 다 전해지더라구요ㅠㅠ   
2018-09-0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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