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덩어리’로 보이면 성공이다 <상류사회> 수애
2018년 9월 2일 일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드레수애’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드레스가 잘 어울리고, ‘단아’하면 떠오르는 배우, 바로 수애다. 그간 사극과 현대극, 로맨스물부터 스포츠물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줬던 그녀가 ‘상류사회’ 입성을 꿈꾸는 ‘욕망덩어리’로 관객을 찾는다. 미술관 관장 자리를 꿰차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부관장 ‘오수연’으로 분한 수애는 드글드글 끓는 욕망을 마음껏 당당하게 펼쳐 보인다. 새로운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자신 안에 있는 어떤 모습을 끌어내고 싶다고 말하는 배우 수애, 이번에 그녀가 끄집어낸 것은 ‘욕망’이다.

<상류사회>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인물이 더 가지려는 이야기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2등이 1등이 되고 싶은 이야기’라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 학창 시절을 생각해 봐라. 시험 못 봤다고 우는 애들은 대체로 2등이나 3등 즉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시험 결과에 크게 관심이 없거든.(웃음)

<상류사회>에서 미술관장 자리를 욕심내는 부관장 ‘오수연’(수애)을 맡았다. 그녀는 어떤 인물인가.
그녀는 능력은 좋으나 가진 게 없기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거로 본다. 그러다 보니 욕망이 점차 나쁜 방향으로 변질됐겠지. 흔히 ‘속물’이라고 지칭하며 욕망을 표현하는 것을 떳떳하지 못한 거로 생각하는데,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다.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변혁 감독님이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작품인데, 감독님과 호흡은.
감독님을 포함한 스태프와의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꼈었고, 감독님을 만나서 ‘수연’ 캐릭터와 배우 ‘수애’에 대해 많은 얘길 나눴었다. 5년 전부터 기획한 작품이라서 그런지 작품에 애정이 크셨다. 평소 새로운 작품에 참여하며 감독님이 내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내 주길 바라곤 하는데, 감독님께서 충분히 끄집어내 줄 수 있을 것 같더라.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낀 지점은.
좀 전에 말한 ‘2등이 1등이 되고 싶은 이야기’라는 메시지가 정확히 이해됐고 마음에 들었다. 또 요즘 영화적으로 잘 다뤄지지 않는 소재와 드라마라서 좋았다.

이번에 변혁 감독님이 끄집어낸 것은 당신의 어떤 면일까.
욕망? (웃음) 욕망과 민낯을 드러내는 ‘수연’은 내게 새로운 캐릭터였고, 이전에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사실 그간 ‘상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사는 사람들 소위 ‘재벌들의 갑질과 문란한 성생활 등은 여러 작품에서 단골로 묘사됐던 모습들이다. <상류사회>의 차별점을 꼽는다면.
지금도 잘 사는데 더 잘 살고 싶어서 한없이 욕망하는 심리를 잘 납득시킨 것 같다. ‘태준’(박해일)을 보면 그는 이상 높았던 교수였지만, 아내 ‘수연’(수애)의 자극으로 정치에 욕심내고 점차 변해 가는데, 인간인지라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수연’의 경우 큐레이터로 열정을 가지고 일했지만, 문외한인 재단 이사장 아들이 차기 관장이랍시고 나타나니 자극받아 욕망이 왜곡됐겠지. 굳이 상류사회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에 관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극 중 남편 ‘태준’(박해일)과는 ‘상류사회’에 입성하기 위한 동지적 관계로 보인다. 상대의 외도에 대해 아주 쿨하게 넘어간다.
‘동지적 관계’가 중요한 포인트다. 원래 시나리오상에는 두 사람 관계가 훨씬 날 서고 불꽃 튀었었다. 같은 목적을 지닌 파트너 같은 성격이 강했는데, 극 중 모습처럼 티격태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단순한 동지적 관계가 아닌 그걸 넘어선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것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방에서 각자 싱글베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각방을 썼을 것 같다.

당신과 박해일 배우, 어딘가 닮았던데.... 잘 어울리더라.
그렇지 않아도 감독님이 촬영 들어가기 전 미팅에서 핸드폰으로 우리 모습을 찍으신 후 너무 닮았다고 하셨다. 묘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박해일 배우와 다음 작품에서는 남매로 만나자고 농담하기도 했었다.

실제 ‘태준’(박해일) 같은 남편이라면.... 어떨까. (웃음)
너무 좋다! ‘수연’이 동영상 얘기하며 치부를 드러내도 떠나지 않고 ‘나 뼛속까지 한국 남자야’라고 말하지만, 자신도 잘못한 게 있으니 서로 덮고 넘어가자고 하는데 그런 온전한 내 편이 어디 있을까.

‘태준’역에 박해일 배우를 추천했다고 들었다.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고 시상식에서 간단히 인사말 정도 건네는 사이였다. 영화 제안을 4월에 받고 10월에 크랭크인해서 2월에 크랭크업했는데, 영화 제안을 받은 후 우연히 뒤풀이 장소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부담은 주고 싶지 않지만, 이런 작품이 있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셨다. 내가 낯을 좀 가리고 말수가 적은 편인데, 그런 내 성격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제안했으니 작품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할까. 그렇게 오케이 했고, 감독님께 그 소식을 전하니 너무 좋아하셨었다.

극 중 딱 떨어지는 정장을 입은 ‘수연’(수애)의 걸음걸이를 잡는 풀샷이 자주 등장한다. 의상 컨셉은.
커리어우먼으로서 전문적이고, 일뿐만 아니라 외모적으로도 완벽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감독님이 ‘수연’의 목선이 나오지 않도록 요구하셔서 자세히 보면 그녀가 터틀넥을 자주 입고 있다. 그런 식으로 여성성을 배제하려고 했다. 또, 추운 날씨에 촬영했지만, 두꺼운 옷을 입지 않았는데 날 선 예민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의상 소재와 디자인에 섬세하게 신경 썼다. 내 개인 의상도 몇 벌 들어가 있다.

극 중 ‘수연’(수애)은 옛 연인 ‘지호’(이진욱)를 만나고, 외도를 한다. 그를 이용한 것에 불과한 건지 혹은 정말 마음이 흔들렸던 걸까.
영화를 보자면 이용하는 쪽에 가깝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와 있을 때 ‘수연’은 의상 등을 비롯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전문적인 커리어 우먼에서 좀 더 자유로워 보인다고 할까. 꾸미지 않은 본연의 모습으로 만난 거로 생각한다. 현재 행복하지 않으니 함께 떠나자는 ‘지호’(이진욱)의 제안에 아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극 중 옛 애인, ‘이진욱’ 배우와의 호흡은. 애정신도 있는데...
함께한 회차가 많진 않았지만, 너무 반듯한 분이더라. (웃음) 사전 준비를 많이 했기에 아주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상류’란.
남이 기준이 아닌 내가 기준인 것, 한마디로 남의 눈으로 나를 평가하지 않는 거지. 그렇게 산다면 그것이 진정한 ‘상류’ 아닐까.

그렇다면 당신은 ‘상류’일까. (웃음)
배우라는 직업상 비교와 평가를 많이 당하게 된다. 그 가운데 나만의 기준으로 가지고 평정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전작 <국가대표 2>(2016) 에선 탈북자 출신 아이스하키 선수였는데, 이번에 180도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정적인 이미지를 깨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갈증이 많고, 이미지 때문에 몸을 사리고 싶지 않다. 내가 지닌 고유의 결을 지키면서 각 캐릭터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싶다. 이번 <상류사회>의 경우는 욕망덩어리로 보이면 성공한 거다.

배우 ‘수애’의 고유의 결은 뭘까. (웃음)
어렵다. 지금 찾아가는 중인 것 같다. 일단 주어진 배역에 충실하려 한다.

당신의 고정 이미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단아’였다. 내가 가진 모습 중 단정한 모습을 부각해 보고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

음, ‘단정’과 ‘단아’는 다른데.... 단아한 이미지에 관해 자평한다면.
나는 주변에서 ‘의외’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집순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돌아다니고, 여행은 잘 다니면서 의외로 집순이고.... 이런 식이다. 콕 집어 표현하기 힘든데 ‘의외’의 요소가 많나 보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운이 좋게도 대부분의 장르와 역할을 해 본 것 같다. 좀 전에 말했듯이 ‘단아’라는 범주에 갇혀 있었던 때는 팜므파탈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웃음) 이번 ‘수연’ 캐릭터로 좀 근접하지 않았나 싶다.

휴식기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아침형 인간이라서 일찍 일어나서 뭐든 하는 편으로 딱히 특별한 건 없다. 이번 <상류사회> 끝난 후부터 명상을 배우고 있다. 배우로서 열심히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려가겠지만 개인적인 나도 잘 챙기고 싶다. 명상이 도움이 되는 게 뭔가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되더라.

다음 활동 계획은.
드라마와 영화 모두 검토 중이고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마지막 질문! 최근 행복한 순간이나 인상적인 일은.
고양이에 빠진 지 3개월 됐다. 입양은 신중해야 하기에 고민했는데 우리 ‘콩새’를 본 순간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이 집사를 자처하는지, 한 마리 입양하면 이후 두 마리, 세 마리 계속 들이게 된다고 하는지 너무 공감하는 요즘이다. 볼 때마다 행복하다.


2018년 9월 2일 일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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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광희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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