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시대의 100인을 만나다”
외연을 확장한다. 영화배우와 감독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인터뷰에서 보다 분야를 넓혀 피플 리스트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으로 우뚝 선 존재감의 이들은, 현실에 발을 붙인 흥미진진한 영화적 캐릭터에 다름 아니다.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우리 시대 100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충남문화산업진흥원, 클래식 제외한 문화산업 전반을 아우르다,
충남도만의 정체성을 찾고자,
지역 청년들이 떠나지 않도록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싶어,
생소한 분야에 발들이며 망설였지만, 옳은 선택이었다
강우석 프로덕션과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캅스>(연출 강우석, 1993), <왕의 남자>(연출 이준익, 2005), <라디오 스타>(연출 이준익, 2006) 등등 수십 편의 영화를 제작.배급하며 현장을 누비다가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점이 이례적이다.
현장에 있었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는 오래된 관계였다. 녹음, 장비, 촬영 등 현장 영화인과 영진위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시네마서비스 대표직을 내려놓고 잠시 쉴 때였는데 당시 영진위가 혼란(?)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1년 동안 위원장이 두 명이나 나가떨어졌었거든. 새 얼굴이 필요했고, 김의석 감독이 위원장을 내가 사무국장을 맡아 2011년 8월에 영진위에 들어갔다. 이후 영진위가 2013년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부산에서 근무하다가 새로운 위원장 체재로 개편되면서 나왔다.
그렇게 부산에 자리 잡았는데 현재는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으로 충남문화산업을 이끌고 있다.
2015년에 충남영상위원회가 설립됐는데 내가 초대 운영위원장이었다. 당시는 규모가 작아서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소속이었고, 그 계기로 충남문화산업진흥원과 인연을 맺게 됐다.
‘문화’와 ‘산업’이 융합된 점이 특이한데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면.
영화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영화 외에도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클래식만 빼고 문화 산업 전반을 아우른다고 보면 되고 주로 문화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충남지역이 게임과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성취가 높은 지역이기에 이를 지역 특화 콘텐츠로 개발하여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거나 VR 영상 제작 등 업계 매칭을 주선하고 있다. 비단 영상물뿐만 아니라 캐릭터 개발과 충남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 홍보 역시 담당하고 있다.
특산물이라, 가령...
충남 쪽에 지역 명주를 만드는 술도가가 많다. 몰랐지? 하하! 그중 우리가 지원할 술도가를 선정해서 디자인과 BI (Brand Identity), 상품 출시 후 마케팅까지 전반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오, 영화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업무다!
사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분야도 있었다. 문화산업진흥원이 뭐 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힘든 정도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업력 높은 직원들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재원과 인적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현재 40여 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재원은 국비, 시비, 도운영비를 합쳐서 보통 100억 원 안팎이라고 보면 된다. 상당 부분이 국비인데, 정액을 지원받는 게 아니라 공모 사업에 응모하여 따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정원(정규직)인 경우 도에서 급여 지원을 한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에 입사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다.
보통 한 명을 뽑으면 백여 명이 지원하는 수준이다. 출신 지역, 학교, 학력 등을 다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인사위원회가 따로 있어서 채용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이 실력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고 선호한다.
입사 희망자에게 조언한다면. 가령, 채용 시 중요하게 보는 점 등.
분야가 많다 보니 그때그때 요구하는 사항이 다르다. 일단 해당 분야에 대한 스펙을 중점적으로 본다. 융합 문화 시대이니만큼 문화산업에 대한 다양한 식견이 필요하다. 책을 통해서든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청년 창업, 즉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들을 지켜보며 느낀 점이 일단 관심 있는 분야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을 맡으면서 지향한 바는.
좀 전에 이야기했듯 3년 전 설립된 충남영상위원회를 맡으면서 충남에 자리 잡았고, 만 3년간 운영하며 영상 분야를 성공적으로 세팅했다. 이후 진흥원장을 맡으며 앞으로 추진할 사업에 대해 고민했었다. 천안 인구만 65만 명, 아산시와 합하면 100만 도시임에도 뚜렷한 특성이 없다.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할까. 충남도 하면 흔히 산업이 아니라 역사문화를 많이 거론하곤 한다. 전통적인 역사를 소재로 최첨단 산업과 접목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게 우리 진흥원의 몫이라고 본다.
역점을 둔 사업이 있다면.
천안 지역에만 13개 대학이 소재하지만, 졸업 후 대부분의 학생이 서울로 떠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지역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이곳에서 배출된 청년들이 굳이 직장을 찾아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아도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다. 그 일환으로 콘텐츠 기업 육성센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위치는 천안아산역 바로 옆으로 교통 편의성이 높다. 국비 사업으로 올해 시작했고 내년 3월 개소 예정이다.
오랜 시간 영화를 업으로 하다 새로운 분야에 발 들여 놓았다고 할 수 있는데.... 해보니 어떤가.
사실 영화 이외의 분야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고민을 좀 했었는데 해보니 좋다. (웃음) 영화가 늘 새로운 기술과 접목하기에 최첨단 테크놀러지에 관심이 많았거든.
인생 2막이라고 해도 좋을까. (웃음)
음, 굳이 그 시기를 찾자면 영진위에서 3년 반 동안 행정인으로 일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영화 현장 작업하는 사람들은 자부심도 자존심도 대단해서 기관에 들어가서 일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활동하다가 공공기관의 실무자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은 당시 선택의 그 연장과 확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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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7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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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