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할 때는 나를 집에 두고 온다 <안시성> 남주혁
2018년 9월 20일 목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2016) <역도요정 김복주>(2016~2017) <하백의 신부2017>(2017)로 최근 2년간 브라운관 활동을 이어온 남주혁이지만, 스크린 앞에서는 한 번도 관객을 만나본 적 없는 완전한 신인이다. 그런 그가 2018년 추석 연휴 개봉하는 명실상부 하반기 최고 기대작 <안시성>으로 제 얼굴을 드러낸다. 비중 역시 적지 않다.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있는 태학도 수장 ‘사물’역을 맡아 안시성 성주 ‘양만춘’(극 중 조인성)을 죽이고 돌아오라는 ‘연개소문’(극 중 유오성)의 명을 받든다. 목숨이 오가는 안시성 전투를 경험하며 변화하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건 물론, 연기 베테랑인 선배들과 현장 스태프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했던 만큼 그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고. 그래도 촬영 현장으로 향하는 날만큼은 걱정 가득한 자신을 과감히 집에 두고 왔단다. 온 힘을 다해 자신감을 끌어올려 연기한 뒤 홀로 ‘아이고…’하는 앓는 소리를 냈을지언정 말이다.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안시성>은 당신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제작비, 캐스팅, 개봉 시기 면에서 전부 주목받는 대작으로 관객을 만난다.
막연히 꿈꿨던 전쟁 영화에 출연하게 돼 좋기도 하고 성취감도 있었지만 그에 따르는 부담도 컸다. 어떻게 하면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내가 맡은 ‘사물’이라는 역할이 극의 시작과 끝을 담당해서 더 어렵게 느껴진 것 같다. 다행히 현장에서 너무 좋은 선배들을 만났다. 막내라고 편하게 대해 주셨다. 나 역시 촬영하는 날만큼은 내 모든 걸 집에 내려두고 갔다.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오면 ‘아이고…’ 하더라도.(웃음)

당신이 맡은 ‘사물’역은 ‘연개소문’의 명을 받고 안시성 성주 ‘양만춘’을 죽이려 한다. 하지만 책임을 다해 안시성 전투를 성공으로 이끌고 성민을 지켜내는 그를 보며 심경의 변화를 경험한다.
‘사물’은 학도병이다. 나이로 봐도 굉장히 젊다. ‘연개소문’의 말만 믿고 ‘양만춘’을 이기적인 반역자로 생각했지만 막상 그를 실제로 본 뒤에는 빠르게 마음이 변한다. 그 과정에서 한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개소문’에게 지원군을 요청하러 가는 맨 마지막 장면에서는 관객이 ‘사물’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다.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사실 그게 더 부담된다. 실제로 연기를 못 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그런 말을 듣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를 다잡았다. 하지만 도리어 칭찬을 받으면 ‘큰일 났네’ 싶다.(웃음) 앞으로 그것보다 더 잘해야 할 텐데 어떡하지 싶어서.

영화 촬영 현장은 어떻던가. 줄곧 드라마 촬영 현장만 경험했을 텐데.
드라마 현장은 워낙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무엇이든 집중력 싸움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데 영화 현장은 맡은 캐릭터를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더라. 덕분에 인물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촬영을 한다는 것 자체는 같지만 서로 너무 다르다.

어쨌든 지난 2년간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2016) <역도요정 김복주>(2016~2017) <하백의 신부2017>(2017) 등 다수의 드라마 현장을 경험했으니, 연기 면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겠다.
당연히 큰 도움이 됐다. 연기를 처음 할 때는 카메라보다 나를 바라보는 수많은 스태프가 더 신경 쓰였고, 그러다 보면 시선이 흔들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도 많았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워낙 대충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는 성격도 못돼서 많은 노력을 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으로 유오성, 박성웅, 조인성, 박병은, 배성우 등 그야말로 베테랑 선배와 함께하는 기회를 얻었는데.
아직 배우로서 나는 너무 어린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울 게 더 많았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의 각기 다른 연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그런 것들을 당장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저런 방식으로도 연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아직도 나는 많은 부분에서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양만춘’역의 조인성과는 많은 분량을 함께 소화했다.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성격 때문인지 다시 촬영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 조용히 (조)인성이 형에게 가서 이러이러한 부분을 다시 연기해보고 싶은데 괜찮으시냐고 물어보곤 했다. 나를 대신해서 다시 촬영하자고 말해 주신 적도 있다. 인성이 형뿐만 아니다. 배우 선배님들이 스태프와 주변 사람들 대하는 태도를 보고 많은 걸 느꼈다.

예컨대 어떤 모습들인가.
선배님들은 주변의 누구 하나 놓치지 않는다. 하나하나 다 챙긴다. 현장 분위기가 다운돼 있으면 나서서 분위기를 푼다.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님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더라. 나에게 직접 좋은 사람, 겸손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신 분은 없지만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다들 몸소 그렇게 살고 계시니까. 내가 어디서든 잘 나서는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추석 극장가는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중장년 관객의 유입이 큰 때다. 아무래도 <안시성>으로 당신을 처음 인지하게 되는 관객이 많을 듯싶다.
나 역시 이번 영화로 남주혁이라는 배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들 그런 나를 어떻게 봐 주실지 너무 궁금하다. ‘사물’이 너무 중성적으로 보이는 장면도 있긴 하지만.(웃음)

중성적이라…
현장에서 내 머리가 너무 기니까 형님들이 자꾸 장난을 치셨다. 여자인 줄 알았는데 얼굴 보니까 주혁이라고.(웃음) 그때는 거짓말 마시라고, 제가 어딜 봐서 여자 같냐고 딱 봐도 남자라며 큰소리를 쳤는데 막상 영화의 특정 장면에서 내가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왜 저렇게 청순하지?’ 싶더라.(웃음) 하지만 그런 모습마저 대중이 판단해줄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그 배우 꽤 괜찮네?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번 작품은 CG 분량도 상당한 편이다. 당나라 20만 대군이 쳐들어오는 장면 등 상상에 의지해 연기한 대목이 꽤 많다고 들었다.
당나라 20만 대군이 쳐들어오는 장면을 촬영할 당시에는 눈앞에 전봇대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배우들이 모두 감독님께 당나라 군대가 얼마나 쳐들어오는 거냐고 물었는데 그저 “많이” 온다고 하시더라. 얼마나 많이 오느냐고 되물으니 “엄청 많이” 온다고.(웃음) 결국 각자 상상하기 나름 아닌가. 한 줄로 서 있는 건지, 그 대형이 세로인지 가로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상상으로 연기하는 게 좀 어렵기도 했다. 나중에 CG가 입혀진 장면을 봤을 때는 ‘와 이렇게 많이 쳐들어 왔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상상을 더 크게 할 걸… 싶었다.(웃음)


누구라도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웃음)
뭐든지 하나하나 알아가는 상태다. 흥행도 어느 정도가 돼야 성공적인 거냐고 형님들께 물어보니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그래도 괜찮은 거라고 알려주셨다. 첫 영화다 보니 모든 게 낯설고 또 걱정된다.

그래도 연기하는 재미를 느낄 때가 있을 텐데.
나는 아직 연기할 때마다 모든 게 새롭다. 다만 좋은 선배들을 보면 연기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지는 거 같다. <안시성>의 모든 배우 형님들은 연기를 참 재미있고 즐겁게 하신다.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려> 에서 함께한 강하늘 형도 참 진지하고 멋진 배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앞으로도 그들처럼, 후회 없이 이 길을 걷고 싶다.

앞으로도 영화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을까.
솔직히 그동안은 많은 작품을 제안받지는 못했다. 천재가 아니니 앞으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연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여러 영화를 많이 찾아보며 좋았던 장면을 돌려보고 대사를 외우기도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인 만큼,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아닌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서른 살쯤 되면 어느 작품에서든 안정감 있는 배우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보고 싶다. 그동안 허투루 배우 생활한 애는 아니구나 하는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은.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하늘도, 노을도 정말 예쁘다.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해가 나를 비추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2018년 9월 20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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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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