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① 정상화된 ‘2018 부산국제영화제’ 새롭게 도약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
2018년 9월 30일 일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시대의 100인을 만나다”

외연을 확장한다. 영화배우와 감독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인터뷰에서 보다 분야를 넓혀 피플 리스트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으로 우뚝 선 존재감의 이들은, 현실에 발을 붙인 흥미진진한 영화적 캐릭터에 다름 아니다.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우리 시대 100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자 주


정상화된 2018 부산국제영화제,
화합, 정상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을 기치로!
외환은 끝났지만 내적 앙금은 남았다. 점차 치유해 나갈 것이다,
혼자만의 판단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무엇보다 소통을 중시한다,
부국제는 ‘아시아 영화’,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영화제,
현재도 앞으로도 중국 영화 시장을 주목한다,
경쟁영화제로의 전환? 실패가 자명하다,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권력 분산이 필요,
국제 심볼 제작은 숙원사업, 꼭 하겠다


지난 몇 년간 내우외환 진통을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가 정상화된 모양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후 사정을 간략히 정리한다면.
한국영화 감독조합을 포함하여 세 개의 영화인 단체가 보이콧을 유지했었는데, 지난 6월 오거든 부산시장께서 영화인들에게 사과함으로써 원인 무효 상황이 돼 버렸고 자연스럽게 보이콧이 철회됐다. 그럼으로써 부산영화제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었던 마지막 장애가 제거됐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것은 오로지 부국제 사태가 3년 이상 지속되면서 발생했던 내부 갈등 문제다. 일전에 밝혔듯이 조금 시간이 걸릴 거로 본다.

9월에 진행된 공식기자회견에서 해소되지 않은 내적 앙금에 대해 언급했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정치적 외압에 맞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노선의 차이였고, 진정 어떤 노선이 맞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냉정하게 제삼자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당장 영화제에 복귀한 집행위원장 입장에서 화합과 포용의 영화제를 목표로 ‘화합과 정상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라는 기치 아래 열심히 준비했다.

부집행위원장으로 2016년 21회 부국제를 치룬 후 잠시 영화제를 떠났다가 지난 2월 집행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중책을 맡으며 생각이 많았을 거 같다.
영화제 초기부터 함께 했고 영화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돌아오며 두 가지 생각은 확실했다. 신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우선 모든 사람이 반대한다면 설령 그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나 혼자만의 판단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모든 이에게 귀를 열어 놓고 누구나가 접근하기 쉬운, 소통하는 집행위원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현재까지 잘 지키고 있는 중이다. (웃음)

부국제 같은 방대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 행정적· 조직적인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부국제 정도 큰 규모의 영화제인 집행위원장이 페스티벌 디렉터와 이그제큐티브(executive)디렉터를 겸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성과 예산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사무처장’ 직책이 있어 그가 행정 실무를 맡아 집행위원장의 업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본다. 집행위원장이 더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재의 정관으로는 어렵고, 이번 부국제가 끝난 후 정관 개정을 거친 후 논의될 것으로 본다.

‘화합, 정상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을 기치로 한 올 2018부국제의 특징을 꼽는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 보이콧 철회와 영화제 정상화 ▲ 지역 커뮤니티와의 결합을 통한 관객체험 및 참여 프로그램 확대 ▲ 아시아독립영화 네트워크-플랫폼부산의 성공적 론칭과 새로운 도전 ▲ 아시아 필름마켓, 한국과 아시아 콘텐츠 거래의 장으로 외연 확장 ▲ 부산 클래식 섹션 신설로 요약된다.

부천영화제는 ‘판타스틱’, 제천영화제는 ‘음악’, 전주영화제는 ‘독립과 실험정신’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는데, 부국제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뭘까.
정말 몰라서 질문하는 거 아니지?(웃음) 부국제의 정체성은 ‘아시아 영화’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324편의 작품 중 100편이 아시아권 영화다. 부국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유명한 영화제일 뿐만 아니라 유일한 메이저 영화제다. 이 메이저 영화제 개념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이 꽤 있더라.

메이저 영화제란.
보통 영화제 하면 경쟁 영화제는 칸과 베니스와 베를린을, 비경쟁 영화제라 하면 로카르노나 산세바스티안 등을 떠올린다. 메이저 영화제는 영화제 규모, 상영 작품수, 관객수, 영향력 크기 등 일정 기준에 모두 부합되는 영화제를 의미한다. 공식적인 메이저 영화제는 칸, 베니스, 베를린, 로테르담, 토론토 그리고 부국제 단 여섯 곳뿐이다.

부국제의 세계적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겠다. 아시아 국가 중 영화적으로 주목하는 국가를 꼽는다면.
올해도 그렇고 앞으로도 중국이다. 곧 세계 1위 영화시장으로 등극할 것이다.

중국이라, 상당히 의외의 답변이다. 중국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 외면받은 지 오래인데…
국내에서의 인기와 영화의 퀄리티 문제가 아니라 영화 산업 측면에서 한 얘기다. 이미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 영화의 우산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언어적인 이질감과 거리감에 시차가 있을 뿐, 그들의 거대 자본의 침투가 시작될 것이고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로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현재 한국 영화계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손익분기에 못 미치는 영화가 다수이고 흥행 예측도 힘들다. 일부에서 (영화산업에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 영화와 협업을 통해 같이 발전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단지 한국에 하청을 주고 싶어 한다. 인재만 데려다 쓰겠다는 거지. 불확실한 한국 영화 시장에 중국 자본이 들어와 넷플릭스같이 실력 있는 감독들에게 손을 뻗친다고 치자. 우리 감독이 만든 작품을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대중이 그 작품을 과연 외면할까. 그렇지 않을 거로 본다. 그렇게 서서히 잠식되는 거지.

폐막작이 위안허핑(원화평) 감독의 <엽문 외전>인데,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선정인 건가. (웃음) 올 부국제에서 초청된 중국 영화는 몇 편인가.
그렇진 않다. 폐막작의 경우 축제를 즐겁게 마무리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오락적인 작품을 선정한 거다. 중국 영화는 부국제의 또다른 도약을 위해 중요하기에 중국 영화인과 중국 영화가 아시아 필름 마켓에 많이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번에도 중국 영화의 비중을 줄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영화의 비중을 줄이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16편을 초청할 수 있었다. 특히, 갈라 프레젠터이션 섹션에 초청된 관금붕 감독의 <초연>의 주역인 여배우 바이바이 허, 정수문, 량융치, 앤지 치우가 부국제를 방문한다. 그중 두 배우는 개막식에 참석할 것 같은데, 눈여겨 봐달라.

이번 부국제를 마친 후에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고 했었다. 그 방향성은.
우선 부국제가 끝난 후 정관 개정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후 본격적으로 스터디해봐야 겠지. 영화제에서 중요한 건 무엇보다 영화선정위원(프로그래머)이라고 생각한다. 부국제가 세계로 더 뻗어 나가기 위해선 영화선정위원도 국제화가 필요하다. 현재 부국제와 같이 내국인으로만 구성된 경우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리고 좀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관리에 노력해야겠지. 좀 전에 잠깐 말했듯 사무처장 직책 마련 등도 포함된다. 이게 국내 조직과 비교가 아닌 선진 조직과 비교해서 효율성과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니 오해는 말길! 현재 부국제의 많은 권한이 몇몇 인물에 편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많은 부분 내려놓으려고 한다. 스스로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 (웃음)

혹시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 계획이 있는지.
경쟁 영화제로 전환하는 순간 망조로 접어든다고 본다. (웃음) 사실 부국제가 초기에 기대 이상의 이른 성취를 보였을 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당치도 않은 생각이라고 확신한다

이유는.
부국제가 메이저 영화제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게 물론 아시아권에선 유일하고 규모가 큰 이유도 있겠지만, 칸이나 베니스 등과 친분이 두터운 것도 한몫했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경쟁 상대가 아니니 그들이 잘 돌봐 줬거든. 부국제가 경쟁영화제로 전환한다는 건 한마디로 아우가 경쟁하자고 달려드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된다면 바로 도쿄영화제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당시 도쿄영화제가 경쟁 영화제를 표방하며 유럽에 칸이 있다면, 아시아엔 도쿄가 있다고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그게 일본이 1980년대 이룬 강력한 경제력을 등에 업고 야심 차게 경쟁영화제로 출발했던 거지. 아마도 영화 전문가나 문화 전문가가 주축으로 참여했다면 그렇게 방향을 설정하지 않았을 거다. 영화산업을 주도하던 메이저 영화사 사람들이 아전인수식 짧은 생각으로 저지른 일이다. 25년이 지난 지금 도쿄영화제 현실이 어떤지에 대해 너무 잘 알지 않나. 일단 유럽 경쟁 영화제와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75년 된 공방과 25년 된 공방인데 그 제품이 비교될까.

75년과 25년 사이 그 격차는 영원할 테니 그럼에도 시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걸까.
아직도 여전히 그런 낡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게임의 룰을 모르니 그런 주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전 서울 시장의 대선 플랜과 맞물려 실제로 서울을 중심으로 국제 경쟁영화제를 만들겠다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에서 만든다고 선언하고 도와 달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다시 말하지만, 경쟁영화제로의 전환은 부국제 몰락의 시작일 것이다. 영화제는 돈과 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그 나라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과 미학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부국제가 23회를 맞음에도 아직까지 페스티벌의 국제적인 심볼이 없는 실정이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라고 인장처럼 새겨진 로고만 있을 뿐이다. 부국제의 국제 심볼을 만드는 것은 집행위원장으로서 숙원 사업 중 하나다. 꼭 재직 중에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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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30일 일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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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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