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재미 반 책무 반,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
2018년 11월 5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비전향 장기수의 이야기를 그렸던 <송환>(2003)과 팔순 농부와 마흔 살 늙은 소의 동반자적 삶을 담았던 <워낭소리>(2008). 전혀 다른 내용을 전하지만, 모두 ㈜인디스토리가 배급한 다큐멘터리로 사회적 울림과 먹먹한 감동을 안겨줬던 작품들이다.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는 <송환>은 초심 같은 작품, <워낭소리>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각별한 애정을 표한다.

독립영화를 만들어도 개봉할 곳을 찾기 힘들었던 1990년대 후반 독립영화 배급사가 절실했다. 시네필로 20대를 보냈던 곽용수 대표는 이러한 사회적 필요에 부응, ㈜인디스토리를 만들고 독립영화의 체계적인 배급에 노력,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10주년 15주년을 지나 어느덧 2018년 11월 11일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독립’이라는 수식어에서 예상되듯 그리 녹록한 20년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버티었고, 이왕 버티었으니 재미 반 책무 반으로 끝까지 가보려 한다는 곽용수 대표의 농담 같은 한마디 한마디에는 그간 겪은 노고와 독립 영화를 향한 애정이 녹아있다. 그는 자본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어떤 무엇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겠지만, 시대 정신의 반영 역시 독립영화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덕목임을 강조한다. 가끔 받는 손편지와 손 엽서에 웃게 되는 요즘, 그런 인간 관계를 맺게 해준 영화일이 소중하다는 그를 만났다.


독립영화의 체계적인 투자 배급을 책임져 온 ‘㈜ 인디스토리’(이하 인디스토리)가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소감은.
10주년 15주년 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거 같다. 독립영화계에서 버티는 게 알다시피 쉽지 않았지만, 이왕 이렇게 왔으니 이젠 책임감도 어느 정도 느껴진다. 앞으로 독립영화계 전반에 걸쳐 여건이 나아지지 않을지 그 방향성에 기대하고 있다. 혹자는 농담같이 ‘60주년까지 가야지’ 하는데, 그럼 내가 몇 살이냐. (웃음) 그렇게까진 아니고 책임감을 가지고 할 젊은 친구가 있다면 적당한 시기에 넘겨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단, 빚 정리가 끝나야겠지만 말이다!

‘인디’라는 말에서 그간 녹록지 않았을 세월이 예상되는데, 20주년을 맞기까지 가장어려웠던 점은.
이런저런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용 문제다. 운영상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

지난 8월 개최된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 이어 오는 11월 1일 개막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도 ‘㈜인디스토리 20주년 특별전’이 마련됐었다. 이번 특별전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최근 단편 영화시장이 문제점과 동시에 흥미로운 점이 있기에 부천에서는 배급사와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자 했었다. 이번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는 방향을 좀 바꿔 우리가 지금까지 배급했던 단편들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인디감독展’, ‘인디배우展’ 그리고 최근 주목할 만한 단편들을 소개하는 ‘인디PICK!’을 준비했다.

이번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 혹은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기보다 예전 필름으로 제작된 작품들 중 디지털화되지 않은 영화들이 있어 화질과 사운드가 부분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상태로 상영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상영시스템은 모두 디지털화돼 있거든. 또, 우리가 의미 있게 준비했다해도 관객의 호응이 미진하면 아무래도 자리를 마련해준 영화제측에 면목이 없다는 거. (웃음) 믿고 맡겼는데 말이다. 그래서 부천에서는 김태희의 초기작을 이번에는 이선균, 변요환 등의 초기작을 골라봤다. 관객이 신기하고 흥미롭게 바라보지 않을까 한다

인디스토리는 제작과 투자, 국내외 배급과 마케팅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인력 구성은 어느 정도인가.
가장 많았을 때는 나를 제외하고 11~12명이 함께했었다. 말했듯 국내외 배급, 제작, 홍보 마케팅을 자체 소화했다. 당시는 매년 12~13편 배급, 즉 한 달에 1편꼴로 배급했는데 이제는 구성원이 많이 줄었다. 활동 영역은 그대로이고 작품 수가 줄었다고 보면 된다. 보통 두 달에 한 편꼴로 배급한다. 여력이 없는 경우 외부에 홍보를 의뢰하기도 한다.

여러 사업 영역 중 효자(?) 영역은 무엇인가. 소위 돈벌이가 되는 부문은.
흠, 배급 베이스지만, 사실 배급은 손해 안 보면 다행인 거고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제작 같은 경우 현재까지 22~23편 정도 했는데, 그 중 손익 분기점을 넘은 게 한두 편밖에 없다. 이익이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그럼에도 제작에 손을 놓을 수 없는 게 그나마 이익 창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디스토리에서 투자 배급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방송 적합성이 선정 기준 중의 하나였었다. 지금은 작품의 완성도와 선정하는 자의 취향에 따라 결정된다. 누가 봐도 만듦새 뛰어난 작품이라면 이견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선정자의 각 취향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또, 우리가 독립영화 배급사이기에 작품의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다소 의무적으로 마치 책무처럼 배급하는 작품도 분명 있다.

‘독립영화’ 하면 언뜻 떠오르는 배급사가 인디스토리 외에 ‘인디플러그’, ‘시네마달’, ‘무브먼트’ 정도이다. 인디스토리만의 차별점과 강점을 꼽는다면.
다 잘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그 중 ‘무브먼트’는 신흥 강자다! (웃음) 후발 주자이지만, 독립 영화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봐도 안 될 영화임에도 배급하더라. 그런 면에서 훌륭하고 우리 업계에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본다. 독립영화 배급을 하는 곳이 우리밖에 없을 당시 다큐멘터리 배급 요청이 많이 들어왔음에도 여력이 없어 다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시네마달’이 다큐멘터리 배급의 많은 부분을 맡아줬다. 예전보다 작품 수가 많아졌기에 어느 한 쪽이 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지금처럼 나눠서 배급할 수 있는 게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물론 좋은 작품의 경우 유치 경쟁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

최근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블랙리스트 청산 현황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블랙리스트 책임자 문책 미비와 영화진흥위원회(이후 영진위)가 약속했던 독립영화 관련 예산 증액 불이행이 주요 골자였다. 인디스토리 역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정권 교체 전후 변화를 체감하나.
매년 받아왔고, 블랙리스트의 영향을 받았던 당시도 지원에서 아예 배제되진 않았었다. 사업마다 지원 규모와 대상이 다르기에 일괄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2000년대 초 중반,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정부가 발표, 독립 영화 시스템을 영화 산업 안에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그 시작으로 인디스페이스 독립영화 전용관도 마련했었다. 이후 정권이 바뀌며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지속되지 못하고 없어지거나 약화되거나 명맥만 유지한 채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을 지나왔다. 이후 다시 정권이 바뀌었다.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되고 이후 영진위가 새로 구성돼 정책을 생성하고 반영하기까지 어디 쉽게 되겠나.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독립영화 예산 증액은 영진위 측도 이 정도까지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품의 올렸는데, 깨져버린 것 아닌가. 사실 아는 사람들은 기재부 통과 못 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지난 20년간 현장에 몸담으며 독립 영화계의 많은 변화를 경험했을 거다. 최근 트렌드는.
지난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었다. 올해 파티가 여러 개 있었지 않나. 그곳을 돌아다니며 느낀 게 ‘한국에서 영화일 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라는 거였다. (웃음) 그만큼 자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본다. 품앗이 개념으로 작업하는 창작 집단 ‘광화문 시네마’나 ‘아토ATO’, 공동 작업하는 장우진 감독과 김대환 프로듀서 등이 그렇다. 쉽지 않은 구조와 여건임에도 꾸준히 작품을 내놓고 있어 흥미롭다. 초창기 단편 독립영화계에도 이런 제작 집단 혹은 창작 집단이 있었다. 파격적이고 젊은 단편들이 주를 이뤘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거나 개인적으로 풀어내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영화 한 편 찍고 몇 년을 기다리다가 상업영화로 나가 소비되는 구조로 선순환이 되지 못했었다. 또,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작품이 점차 길어지고 있는 것 같다. 단편 같은 단편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장편의 경우, 제작사나 집단이 아니더라도 홍상수 감독 등 꾸준하게 작품을 내놓고 있지만, 그들 역시 시장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아니면 투자가 안 돼서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창작자 본인은 힘들겠지만, 그렇게라도 계속 작품을 내는 감독이 있다는 건 분명 한국 영화의 힘이다. 다만, 그렇게 소규모로 작업했던 분들이 최저 임금과 근로 시간 적용을 받게 되면서 여러모로 힘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겠지만 영화 촬영 현장이 워낙 변수가 많으니 문제다.

흔히 자본으로부터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기에 ‘독립영화’라고 하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독립영화란. ‘독립영화’ 하면 저예산에 난해하다는 느낌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난해하다는 건 편견이다. 재미없고 투박하다는 것 역시 선입견이고! 독립영화 중에도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웃음) 정말 다양한 영화가 많은데 여러 여건상 소개되지 못해서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그 시대 정신을 얼마나 잘 반영했느냐가 독립영화의 중요 덕목이라고 본다. 꼭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문제를 다루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것, 그 시대의 삶을 담는다면 독립영화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상업적이면서 시대 정신을 잘 반영했다면 그건 좋은 상업 영화겠지.

흠, 그렇다면 좋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차이를 꼽는다면. 최근작 중 좋은 상업 영화를 추천한다면.
글쎄, 굳이 그 차이를 든다면 제작비? 최근작 중 <1987> 그리고 얼마 전 개봉한 <공작> 역시 좋은 상업 영화라고 할 만하다.

개인적 질문을 좀 하겠다. 인디스토리를 시작한 계기는.
1992~93년 즈음 20대 청년 시네필로서 영화 보고 토론하고 프로그래밍하는 등 시네마테크 활동을 했었다. 그땐 국내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한정적이라 외국에서 영화를 많이 구해 봤는데, 세계 영화사를 공부하기 위해 구했던 영화들이 대체로 일어 자막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영화 보는 구조가 왜곡됐다고 느끼고 이를 극복해야 한국 영화가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독립, 단편영화의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힘들 게 영화를 만들지만, 개봉할 곳이 없더라. 다들 배급에 목말랐던 시기라 독립영화 배급사가 필요했다. 독립 영화 기획 쪽에서 일하던 사림이 모여 지금까지 왔으니 (말했듯) 재미 반, 책임 반으로 이끌고 있다.

배급이 아니라 실제 연출에 도전할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아도 95년도 연출해서 인디포럼에서 상영했었다. 그 필름이 냉동고에 아직 있다. 영상자료원에서 복원 가능할지 실험해보겠다고 연락 왔더라. (웃음) 내 욕심 채우는 것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을 키워주고 싶었고, 그렇게 밀어주다가 여력이 생기면 직접 연출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머리는 굳고 하고 싶던 아이템을 누군가 먼저 하고 있더라. 먼저 만드는 게 장땡이다. (웃음) 나중에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도전할지 모르겠다.

그간 인디스토리를 거쳐 간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10주년 때도 15주년 때도 그렇고 20주년인 지금 역시 <송환>(2003, 연출 김동원)이다. 인디스토리를 시작한 이유를 상기하고 이후 버티는 동력이 돼준 영화다. 우리 정체성을 고민하고 되돌아 볼 때 생각나는, 내 초심 같은 작품이다. 또,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줬던 <워낭 소리>(2008, 연출 이충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인디스토리의 차기 라인업은.
일단 고봉수 감독과 그 배우들이 뭉친 <다영씨>가 개봉 준비 중이다. 2019년에는 정제원, 김보라 주연의 <굿바이 썸머>, 이세영, 박지영 주연의 호러 <링거링>으로 인사드릴 것 같다. 특히 <링거링>은 <걷기왕>(2016), <최악의 하루>(2016)의 조감독 출신인 윤은경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기대해도 좋다.

마지막 질문! 최근 행복한 기억 혹은 당신을 웃게 하는 건 뭘까.
개인적으로 여행하는 걸 좋아한다. 공적으론 감독과 배우 등 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 그 관계 속에서 누군가가 작은 손편지나 손 엽서를 전하곤 하는데 그럴 때 행복하다.


2018년 11월 5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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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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