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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이야기이자 어머니 이야기 <인어전설> 오멸 감독
2018년 11월 16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죽은 자들이 마지막에 들른다는 미륵도에 머물며 이승에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전하는 떡을 찧는 노인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했던 <눈꺼풀>(2016)에 이어 오멸 감독이 새로운 이야기 <인어전설>로 관객을 찾는다. 제주도 해녀와 싱크로나이즈드, 색다른 조합을 시도한 <인어전설>은 초반 깨알 웃음의 시기를 지나며 점차 묵직해진다. 이후 바다를 대하는 어머니의 여러 모습과 파괴되는 자연환경, 토속적인 민간 신앙, 제주도의 현재를 사는 신세대 등 제주도의 오늘을 다각도로 비춘다. 오멸 감독을 만나 <인어전설>과 전작에서 근간을 이뤘던 몇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제주도

제주도는 감독의 고향이자 <뽕똘>(2009), <어이그 저 귓것>(2011), <지슬: 끝나지 않은 이야기 2>(2012) 등 그의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된 공간이다.

“제주도는 가장 크게는 어머니이고 어떨 때는 친구이자 애인 같은 곳이다. 안식처이자 동시에 탈출하고 싶은 곳이다”

<지슬: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2012


# <지슬: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역사적 비극인 제주 4.3 당시의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선댄스 독립영화제 심사위원 수상 등 평단과 관객 모두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지슬>은 내가 만든 영화 중 한 편으로 단지 그 아이가 나보다 유명할 뿐이다. 덕분에 제주도 주민들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하고, 제주도 4.3을 이야기할 때 <지슬>을 보라고 말하곤 한다. 역사의 영화적 기록이라고 본다. 감춰졌던 역사적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된 시점에 나온 작품으로 영화를 통해서 제주 4.3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인어전설>, 2016


# <인어전설>

<인어전설>은 ‘제주 해녀들의 싱크로나이즈드 도전기’라고 한 줄 요약하기엔 무리가 있다. 좀 더 깊고 넓게 제주의 오늘을 그린다.

“제주에서 해녀는 어머니이자 역사이며 문화이고 산업이다. 해녀는 제주인에게 생명력 넘치는 의지와 정신을 만드는 데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그들이 어떻게 제주의 역사를 지켜왔는지를 알려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영화를 제작했다”

“수영 종목의 꽃이 싱크로나이즈드인 것처럼 제주 바다의 꽃은 해녀다. 수중에서 그들이 추는 아름다운 춤이 마치 해녀의 자맥질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물속의 행위가 다르면서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보통 다큐멘터리에서 해녀의 어둡고 힘든 면이 부각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그리고 싶었다. 사실 해녀는 흥도 끼도 넘친다. 그들이 <인어전설>을 보고 유쾌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인어전설>, 2016


“<인어전설>은 어머니의 이야기다. 태어난 아기가 처음 보는 풍경이 바다이고 그 아이가 커서 해녀가 되길 바랄 정도로 해녀임에 자부심을 느끼는 엄마, 바다에서 죽은 남편을 만난다는 마음으로 물질하지만 해녀가 되고 싶다는 딸을 극구 만류하는 엄마, 남편과 아들 때문에 속 썩으면서도 억척스럽게 생활을 꾸려가는 엄마 그리고 해녀는 아니지만 두려움에 모성을 포기했던 엄마 등 여러 모성이 나온다.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기에 영화를 절망적 혹은 희망적이라는 한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닌 극히 일부분만을 보는 것이다”
<눈꺼풀>, 2016


# 세월호

지난 4월 개봉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작품 <눈꺼풀>에 이어 오멸 감독은 현재 또 다른 세월호 추모 영화를 준비 중이다. 현재 3분의 1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다.

“세월호 이야기를 또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는데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 한 편으로 다 풀어낼 수 있느냐고 말이다. 마음의 앙금이 쌓이고 쌓여 이야기로 나오는 거다. 세월호 이야기를 안 하는 순간이 진짜 두려운 순간이 아닐까 한다. 현재 작업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다. 제목 역시 정하지 않았다”
<뽕똘>, 2009


# 영화
그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내 전작 <뽕똘> 안에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있다. 한 번 봐 달라. (웃음) 영화는 내 인생의 놀이 중 하나라고 본다. 젊은 시절 영화 보는 걸 좋아했고, 타르코프스키와 에밀 쿠스트리차의 작품을 즐겼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영화일을 하게 됐다.

“혹자는 내게 왜 매번 영화 형식과 방식이 다르냐고 묻는다. 하지만, 난 장르와 스토리를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취할 뿐이다”
# 행복

최근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 혹은 그를 웃게 만드는 것들.

“스태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즉 촬영할 때 행복하다. 어쩌다가 좋은 장면이 나오면 신나고, 배우가 연기 잘 해주면 아주 기쁘다”


2018년 11월 16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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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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