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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흑백 무성 로맨스다! <다영씨> 고봉수 감독 & 신민재 배우
2018년 12월 5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아는 사람은 안다는 ‘고봉수 사단’, 고봉수 감독과 백승환 김충길 신민재를 중심으로 한 배우들을 부르는 애칭이다. 각본 연출 촬영 편집까지 도맡아 하는 재주꾼 고봉수 감독과 연기 외에 투자자로 스태프로 함께했던 배우들이 네 번째 작품 <다영씨>로 깜짝 즐거움과 따뜻함을 준비했다.

그간 ‘고봉수 사단’은 네 루저들의 중창단 도전기 <델타 보이즈>(2016), 몸보다 마음이 더 튼튼했던 고등학교 레슬링부의 전국체전 1승 도전기 <튼튼이의 모험>(2017)에서 독특한 소재로 소박한 웃음을 제조해왔다. 로맨스 영화라는 점에서 일찍이 기대를 높였던 <다영씨>, 뚜껑을 열고 보니 흑백 무성 포맷으로 세상 보기 드문 짠한 짝사랑을 노래한다. 대사의 공백을 표정으로 메운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과 감독의 재기발랄한 시선이 어우러져 완성된 <다영씨>. 그 주인공 신민재 배우와 고봉수 감독을 소개한다.


무성 멜로극인 <다영씨>를 아주 흥미롭게 봤다. 메이킹 필름이 보고 싶을 정도였다. 총 몇 회에 걸쳐 촬영했는지. 또, 흑백 무성 포맷을 선택한 이유는.

고봉수 감독 (이하 고 감독) 백승환 배우, 김충길 배우에 이어 이번엔 신민재 배우가 주인공을 할 차례(?) 였다. 그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던 차에 옛 무성 영화를 좋아하는 데다 러브스토리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기자 주 백승환 김충길 배우는 각각 감독의 전작 <델타 보이즈>(2016), <튼튼이의 모험>(2017)의 주인공을 연기했었음)

신민재 배우(이하 신 배우) 감독님의 예전 습작 중에 무성 단편 영화가 있었다. 그게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나서 아이디어를 냈고 의논 끝에 흑백 무성 영화 형식으로 만들기로 했다.

고 감독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거의 한 공간에서 진행되기에 그렇게 길게 촬영하지 않았다. 2회에 걸쳐 촬영했는데, 나중에 편집하다 보니 좀 미흡한 부분이 있어 후에 한 번 더 촬영했다. 총 3회차다.

오, 3회 촬영으로 이런 놀라운 결과물이 나오다니! 정말 대단하다.(웃음) 배경 공간이 된 사무실이 상당히 익숙해 보이던데 어디인가. 또, 촬영시기와 예산 규모는.

고 감독 하하! 그동안 <델타 보이즈>와 <튼튼이의 모험>의 배급과 마케팅을 담당했던 ㈜인디스토리 사무실에서 촬영했다. 작년에 사무실을 사용해도 되는지 곽용수 대표님께 물어보니 흔쾌히 사용을 허락하셨었다. 그래서 추석 연휴에 찍었다. 제작비는 음…

각본과 연출, 촬영과 편집까지 도맡아 하는 거로 유명하다. 영화 보면서 내내 궁금했던 게 시나리오였다. 대사 없이 지문만으로 구성했는지 아니면 시나리오상에는 대사가 있었는지.

고 감독 시나리오상에도 상황만 있고 대사가 없었다. 보통 무성 영화의 경우 나중에 대사를 글로 제공하는데, 우린 그 글을 빼버리자고 생각했다. 워낙 배우들의 연기력이 출중하니 표정과 행동만으로 승부 보고자 했다.

인정! 특히 김충길 배우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무슨 만화책 주인공 같더라. (웃음) 물론 주인공인 택배 청년 ‘신민재’(신민재)의 안타까운 표정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말이다. 극 중 ‘민재’ 캐릭터를 소개한다면.

신 배우 그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사는 택배 기사로 그가 고정적으로 배달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한 여성을 짝사랑 중이다. 그녀 ‘다영씨’(이호정)가 곤경에 처하면 같이 아파하고 어떻게든 그녀 곁에 있고 싶어서 입사하는 등 용기를 내는 인물이다.

결국 ‘다영씨’에게 고백 못하는데 용기내지 못한 거 아닌가. 말없이 귤만 건네고 말이다. 그리고 이건 감독님께 질문인데, 극 중 ‘다영씨’는 왜 매번 혼나고 구박당하나. (웃음)

신 배우 아니, 비록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더라도 ‘민재’ 딴에는 굉장히 용기를 낸 거다. 예전에 택배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배달 가는 곳에서 일하는 분을 짝사랑했었다. 그땐 귤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분이 수고한다고 내게 주기도. 그 이야기 모티브로 감독님이 완성한 거다.

고 감독 극 중 ‘다영씨’는 상당 부분 내 경험을 살린 캐릭터다. 영화 만드는 것 외에는 재주가 없다 보니 예전 회사 다닐 때 일머리가 없어서인지 많이 혼났었다. 그 당시 내 모습이 투영됐다.

이번 <다영씨>에도 일명 ‘고봉수 사단’의 배우가 총 출동한다. 각 캐릭터 소개를 부탁한다.

고 감독 백승환의 경우 우리끼리 부른 별명이 ‘뱀과장’이었다. 교활하고 야비한 느낌을 살리려 했다. 팀장역의 박원진은 <튼튼이의 모험>에서 술주정이 아버지를 연기했던 배우로 이번에는 사장 바로 밑 권력자를 맡았다. 김충길은 직원 중 가장 말단으로 ‘다영씨’를 대놓고 구박하는 인물이다. 또 강하람은 사무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인기녀를 연기한다.

무성 영화라 대사가 없지만, 배경음악인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흐른다. 헝가리 무곡을 선택한 이유는. 혹시 연주를 스태프 중 한 명이 직접 한건가.

고 감독 영화 작업할 때 미리 정해 놓고 시작하기보다 우연한 인연이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운전하면서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헝가리 무곡이 있는데, 5번 트랙이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굉장히 슬프면서 페이소스가 있다고 느꼈다. 우리 영화에 잘 어울리겠더라.

스태프가 연주한 건 아니고 전문 연주가의 작품이다. 지금 문득 든 생각이 조감독이 음악을 전공했는데, 훈련시켜야겠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민재’가 ‘다영씨’에게 얼굴 공개하는 장면에서 정말 짠하고 뭉클하더라. 아, 첫 장면 ‘민재’가 보름달 빵 먹는 장면도 나름 강렬했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는다면.

신 배우 나 역시 그 장면을 좋아한다. ‘민재’가 헬멧 하이바를 열고 ‘다영씨’를 바라보는 게, 개인적인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감정을 전달하면서 무언의 대사를 나눈다고 느꼈다.

고 감독 ‘민재’가 상상 속에서 ‘다영씨’를 위로하며 눈물 닦아주는 장면을 좋아한다.

<다영씨> 의 후사를 써본다면.

신 배우 감독님의 영화는 한결같다. 극은 끝나지만, 그 주인공은 평상의 삶을 살 거다. 위로와 용기를 받고 각자 살아가겠지.

고 감독 ‘민재’가 더 이상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을 것 같다.

단편 <쥐포>(2015) 이후로 고봉수 감독과 계속 작업하고 있다. 연기 입문 계기는. 그리고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은가.

신 배우 어릴 때 영화 보는 걸 좋아했지만, 사실 나 같은 사람이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배우라고 하면 보통 잘생기고 멋있지 않나.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하면서 미스터 빈이나 채플린 등을 좋아했다. 무성 영화를 해보고 싶던 차에 <다영씨>로 도전하게 됐다.

앞으로 공감을 일으키고 즐거움을 주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 감독님을 만나며 느낀 점이 정말 다양한 영화가 가능하다는 거다. 꼭 어느 장르라고 규정 혹은 한정 짓는 게 아니라 장르 불문하고 얘기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한 거 같다.

<다영씨>를 보며 한 가지 걱정된 점이 상영시간이 61분으로 좀 짧다는 거였다.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겠더라. 상업 영화이니만큼 흥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데 말이다.

고 감독 개인적으로 90분 정도로 끌고 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무성영화다 보니 40~50분 정도 지나니 지루한 감이 들었다. 무리하게 러닝타임을 늘린다면 관객이 지칠 것 같더라. 60분 정도가 상큼?하게 볼 수 있는 적정선이라고 느껴졌다. 영화가 상업적으로 흥행한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우리 영화를 본 관객이 따뜻함을 맛보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요즘 날씨도 추워지고 이래저래 강퍅해지기 쉬운 환경 아닌가.

영화를 만든 입장이 아니라 관객으로 <다영씨>를 볼 때, 매력 포인트는 뭘까.

고 감독 음, 객관적으론 보는 게 쉽지 않은데…. 일단 ‘고봉수 사단’의 전작들을 봤다고 전제한다면 배우의 변신을 보는 재미가 클 것 같다. 그동안 대사를 통해 그들의 감정과 심리를 전달했다면 이번에는 무성에서 오는 신선함이 있을 것이고 또 앞으로 어떤 장르를 할지 기대감이 생기지 않을까.

신 배우 감독님 생각과 비슷하다. 덧붙인다면 “얘네 뭐야, 요즘 누가 이런 걸 만들어!”하는 등 뭐 이런 생각으로 지켜보게 되지 않을까 한다. 또, 다음엔 뭘 만들지에 대한 호기심 유발과 함께 말이다. 요즘 관객들이 다양성에 목마를 거로 생각한다. <다영씨>를 보며 재미있든 없든 취향이든 아니든 그 시도에 대해 애쓰고 노력한다고 봐주시지 않을까.

다음 작품을 궁금해하는 관객이 바로 나다! (웃음) 다음 작품 좀 알려 달라. 그동안 백승환 김충길 그리고 신민재 배우가 번갈아 주연으로 참여했는데,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 배우가 주인공을 맡을지 궁금했다.

고 감독 이미 촬영을 마친 작품이 하나 있다. <갈까부다>라고 페이크 다큐로 이번에는 내가 주인공이다. 하하하

또, 12월 1일 크랭크인 해서 열흘간 촬영 계획 중인 영화가 있는데, 고민수 작가(기자 주 고봉수 동생의 친동생)가 시나리오를 쓰고 공동 연출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동생과 함께 작업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 장르는 본격 액션물로 주인공인 고성완 (기자 주 고봉수 감독의 삼촌으로 <튼튼이의 모험>에서 레슬링부 코치로 출연, 아마추어 같지 않은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바 있음) 배우가 주인공이다.

흠, 본격 액션물인데 중년인 고성완 배우가 주인공이라…. 역시 예상치 못한 조합이다. 신민재 배우의 차후 활동 계획은. 또, 고봉수 사단과 함께 하지 않은 작품 소개도 부탁한다.

신 배우 본격 액션물이라는 감독님 새 작품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출연한다. 그동안 <주사>(2018), <포그맨의 출동> 등 단편 위주로 작업을 했다. 장편으로는 한예종 졸업 작품으로 심요한 감독의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창작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이 당연히 수반되겠지만, ‘고봉수 사단’의 영화는 있는 재료로 뚝딱뚝딱 금방 만들어 턱 하고 내놓는, 투박하지만 깊은 맛 있는 한 끼의 식사 같다는 느낌이다. 작품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

고 감독 특별한 것이 있다기보다 나와 배우들, 일명 '고봉수 사단'이 매주 월요일 정기 모임을 가진다. 타이틀은 기도 모임인데 일주일 근황을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 먹고 차 마시는 친목 모임이다. 서로 고민을 나누고 영화 이야기하다 아이디어 나오면 좀 더 발전시키기도 한다.

단편 <쥐포>를 시작으로 <델타 보이즈>(2016)와 <튼튼이의 모험>(2017> 그리고 이번 <다영씨>까지 함께하며 소위 ‘고봉수 사단’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당신에게 ‘고봉수 사단’이란.

신 배우 ‘감사’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고마운 팀이고 고마운 감독님이다. 이렇게 건강하면서 마음도 맞는 영화 집단을 어디서 만날 수 있겠나! 서로 자극을 주고받고 무엇보다 현장 자체가 매우 재미있다.

고 감독 영화를 시작한 지 15년 됐는데, 십몇 년 하다 보니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등 스킬이 생겼다. 그 스킬을 보유하면서 만난 배우들이다. 이 배우가 없으면 난 스킬만 쌓다가 말았을 거다! 정말 보석 같은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이 광산 같아서 캐도 캐도 계속 새로운 모습이 나온다. 그들의 나이와 상관없이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가 많고 숨은 재능을 더 끄집어내고 싶다.

마지막 질문! 요즘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또, 최근 행복한 순간은.

신 배우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상상한 걸 그대로 찍어내다니! 그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12월을 앞두고 올해를 돌아보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로 행복한 한 해였다. 영화를 두 편이나 개봉했고, 작품을 계속할 수 있었고 소속사도 생겼으니 말이다. 모두 감독님과 동료들 덕분이다.

고 감독 <보헤미만 랩소디>다. 예전 학창시절이 생각나며 뭉클하더라. 무엇보다 배우들이 잘돼서 기쁘다. 또 동생과 함께 영화 작업을 앞두고 있어 아주 기분이 좋다. 그의 능력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던 차에 (동생이) 마음잡고 시나리오 쓰기 시작해서 정말 행복하다.


2018년 12월 5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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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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