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소년과 청년을 넘어 연륜 묻어나는 배우로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츠마부키 사토시
2019년 1월 17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츠마부키 사토시만큼 친근한 일본 배우가 또 있을까!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그는 그간 상큼한 미소의 수영부 소년(<워터 보이즈> 2001), 사랑과 현실 사이 갈등하던 슬픈 청년(<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철없지만 마음 따뜻한 막내아들(<동경 가족> 2013) 그리고 동성 애인을 의심하는 냉정한 엘리트(<분노> 2016) 등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여러 얼굴을 보여줘왔다.

그가 이번엔 스릴러 <우행록>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기자 ‘다나카’로 분해, 안정된 연기로 차분하지만 힘차게 서사를 끌고 가 서늘한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우행록> 개봉에 맞춰 한국을 방문한 츠마부키 사토시를 만났다.


<워터 보이즈>(2001)의 발랄한 수영 소년부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의 사랑에 빠진 슬픈 청년에 이어 <자객 섭은낭>(2016)과 <분노>(2016)까지 개인적으로 당신의 성장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본 느낌이다. 지금까지 20여년간의 연기 활동을 돌아본다면.
어느새 마흔을 앞둔 30대 끝자락에서 되돌아보니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던 것 같다. 20대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일을 하며 많은 자극을 받았었다. 또 연기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었다. 30대에 들어서며 그런 감정과 욕구를 많이 내려놓게 됐다. 20대 때는 30대만 돼도 아저씨 같다고, 굉장히 늙은 것처럼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전체 인생으로 보면 아직 반도 안 온 건데 말이다. (연기적으로도) 이제 겨우 한 발짝 내디뎠다고 본다. (웃음) 앞으로 연기하는 것 자체를 충분히 즐기려고 한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스틸컷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스틸컷

요즘 당신을 사로잡은 관심사가 궁금하다. 또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음, 현재는 아시아다. 재작년은 중국 영화 작년엔 대만 영화에 출연했었다. 일본 외 아시아 국가에서 작업했는데 그곳에서 새로운 문화와 (영화) 현장을 접하며 많은 흥미를 느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에서 또 작업하고 싶다.

한국은 어떤가. (웃음)
10년도 더 전부터 하고 싶다고 얘기해 왔는데 아직 제의가 안 들어왔다. 소문 좀 내달라! (웃음) 그러면 캐스팅 제안이 오지 않을까.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이하 <우행록>)은 2006년 출간된 ‘누쿠이 도쿠로’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가 인간이 지닌 어리석은 본성을 파헤치는 동시에 굴곡된 인간 군상과 가족 폭력 등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고 개인적으로 느꼈다. 당신은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
인간이라는 게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고 답을 정해 놓는 존재인 것 같다. 때문에 자신이 정한 답에서 벗어나는 상황에 마주하는 순간 아주 쉽게 무너지곤 한다. 개인적으로 정답에 집착하는 게 어리석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생각했고 그 점에 끌렸다. 원작 소설도 마찬가지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스틸컷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스틸컷

당신이 생각하는 극 중 기자 ‘다나카’는 어떤 인물인가.
아, 그를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연기하며 고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웃음)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그의 입장이 돼서 변호해 보자면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순수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극 중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만족을 위해 행동한다. 그게 허영심이든 욕심이든 혹은 어떤 욕망이든 말이다. 하지만, ‘다나카’는 자신 보다 오로지 여동생을 위한다는 일관성을 지녔는데, 그런 면에서 순수하다고 본다.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원작에서는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라는 인물이 뚜렷하지 않고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화하면서 캐릭터를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고민이었다. 너무 강해도 그렇다고 너무 희미해도 문제가 될 테니 말이다. 뭔가 여운 혹은 비밀스러움을 남기는데 주력했었다. 극 중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인물이라는 이미지였는데, 그 믿음이 나중에 철저히 깨지지 않나. 바로 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어려우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평소 작품 선택 기준은.
단순하다. 장르를 불문하고 하고 싶은지 안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 진지한 드라마 혹은 코미디나 미스터리 모두 여러 차례 해봤고, 개인적으로 즐기는 장르다. 내가 이전에 안 했던 장르라서 혹은 해보지 못했던 역할이라는 이유로 선택하지 않는다. 만약 마음이 동하지 않은 작품인데 특정 이유나 목적을 위해 참여한다면 100% 몰입하기 어려울 것이고 당연히 최상의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다.

<우행록>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에서 개봉하게 됐다. 한국 관객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한국 영화에는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그 점을 즐기시는 관객이라면 <우행록>의 미묘한 감정선을 알아봐 주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일본과는 또 다른 반응이 있을 것 같아 궁금하다. 모쪼록 즐기시면 좋겠다.

요즘 한국에는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인데, 당신에게 최근 ‘소확행’을 꼽는다면.
글쎄… 혼자서 맛있는 것을 먹는 거? 이전에는 먹는다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요즘엔 한 번을 먹더라도 단지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게 건강하게,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고 생각한다.


2019년 1월 1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 홍보사 날개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