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자유로운 세상을 찾아 길을 나서다 <언더독> 오성윤 & 이춘백 감독 ①
2019년 1월 24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 ‘잎싹’은 양계장을 벗어나 마당으로 나갈 것을 늘 꿈꾸고 자신의 알을 품기를 갈망했었다. 한계에 부딪혀도 주체적인 삶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잎싹’처럼 <언더독>에도 자유로운 세상을 찾아 험난한 여정에 오른 개들이 존재한다. 하루아침에 산속에 유기된 ‘뭉치’는 강아지 공장에서 도망친 과거를 지닌 ‘밤이’를 만나고 비로소 인간 세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자 한다. <언더독>을 공동연출한 오성윤, 이춘백 감독은 영화 속 ‘뭉치’와 그 무리의 모습이 대중 예술가로서 자유와 고정 관념을 탈피하고자 했던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언더독>이 지난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적으로 선정됐고 예매 시작 9초 만에 매진되는 최단 기록을 세우는 등 호평을 받았다.

오성윤 개막식 상영 시 관객의 반응이 아주 좋았었다. 그날 극 중 수류탄이 터질 때 실제로 노란 종이를 하늘에 뿌리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스크린 속 광경과 실제가 어우러져 말 그대로 여름밤을 수놓았었다.

울지 않으려고 했건만, 보다가 결국 눈물이 나더라. 우연히 TV에서 한쪽 눈을 다친 유기견의 모습을 보고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보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작품화할 수 있는 재능(?)이 부럽다. (웃음)

오성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마무리하기 1년 정도 전부터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다음 작품을 무엇을 할지 매일 생각하고 있거든. 그러던 차에 그 친구가 눈에 들어온 거다. 한 쪽 눈을 실명한 유기견 출신 시쥬를 보고 애니메이션 소재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닌 사람도 많을 거다. 관심의 문제인 거지. 평소 소시민과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고 그들이 사는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매개체 혹은 통로 역할을 하는 게 대중예술가로서의 책무가 아닐까 한다.
 좌) 이춘백 감독 우) 오성윤 감독
좌) 이춘백 감독 우) 오성윤 감독


방송에 나온 사연을 접한 후 유기견 실태 관련 조사를 했다고 들었다. 참고한 자료 혹은 중점을 둔 지점은.

오성윤 동물보호 단체 ‘카라’와 함께 봉사활동을 다녔었다. 그곳에서 만난 개들과 인터뷰하고 싶은데, 말이 안 통해서…. 그들이 얼마나 갑갑하겠나. 물어보고 싶은 말은 많지만 상황을 보고 짐작할 뿐인 거지. (웃음)

이춘백 우리가 특별히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로케이션 헌팅이었다. 극 중 ‘뭉치’와 무리의 여정이 진행됨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북한산, 파주, 휴전선, 비무장지대 등 여러 곳을 수차례 방문했었다.

<언더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가치는.

오성윤 전작 <마당을 나온 암탉>(2011)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공통된 주제 의식은 자유를 향한 욕구가 아닌가 한다. 순수 미술을 전공했고 예술가로 살면서 자유로운 삶 혹은 창작을 향한 욕구가 강했었다. 그런 내 개인적인 욕구가 많이 투영되지 않았나 한다. ‘절대 자유’라는 목표가 도달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노력 자체로도 숭고하다고 생각한다. 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유를) 추구할 때 (어쩌면) 진짜 자유로운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백 년 뒤 천 년 뒤에 올 수도 있다. (웃음) 그렇기에 추구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춘백 극 중 버려진 개는 주인이 다시 올 거로 생각해서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보고 있자면 안타깝고 바보 같아 보인다. 그들에게 ‘제발 네 갈 길 가서 행복을 찾아’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꼭 개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사실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체적으로 삶을 결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반려동물과 유기견의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주체적으로 살고자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지나온 길에 대해 아쉬움이 담겼다고 보면 된다. 미술을 전공했고 예술가로서 기존의 고정관념과 프레임을 깨고 싶은 욕구가 늘 있었지만, 실제로 실현하지 못한 부분이 많거든.
 <언더독> 스틸컷
<언더독> 스틸컷

당신이 (이춘백 감독)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참여했던 <마당을 나온 암탉>(2011)과 달리 이번엔 공동 연출로 참여했다. 차이점은.

이춘백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 시나리오에 관여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시나리오부터 각색까지 전부 참여했다.

공동 연출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 거다.

오성윤 장점은 짬짬이 쉴 수 있고 결정을 (상대에게) 미룰 수 있다는 거? (웃음) 혼자 책임지는 게 아니라 서로 보완할 수 있어 좋다. 생각이 다른 경우 의견 충돌이 있지만 결국엔 합의점을 찾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게 된다. 내가 그를(이춘백 감독) 설득 못 한다면 당연히 관객도 설득할 수 없지 않겠나. 내게 있어 이 감독은 나와 관객 사이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툭툭 던져볼 때도 있다. (웃음)

이춘백 오 감독과 나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내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라면 그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편이라 서로 보완하며 시너지가 발휘된다.

제작에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예산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제작비 규모는.

이춘백 총 42억 원 정도인데, 그중 일부는 정부지원금이라 손익분기점 산출 시 적용되는 공식 제작비는 27억 정도로 보면 된다. 손익분기는 약 120만 명이다.

극 중 슈나우저, 시쥬, 요크셔테리어, 셰퍼드 등 다양한 견종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뭉치’와 ‘밤이’는 어떤 견종을 모델로 한 건가. 또 캐릭터 구축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은.

이춘백 ‘뭉치’는 보더콜리를 캐릭터화한 거다. 보더콜리가 목양견으로 매우 활동적이고 개 지능 순위 1위로 매우 똑똑한 친구다. 극 중 ‘뭉치’가 기지를 발휘하고 흑염소를 몰고 오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목양견’으로서의 보더콜리의 특성을 반영한 거다. 오 감독이 ‘뭉치’의 모델로 보더콜리가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처음에는 적합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비싼 견종인데 그렇게 고급 품종의 반려견을 유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거든. 그런데 버릴 사람은 다 버리더라. ‘밤이’의 경우는 특정 견종을 모델로 하지 않았다. 다만 고급스러운 견종으로 보이길 바랐는데, 그래야 극 중 사냥꾼이 ‘밤이’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설명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밤이’의 털 색상을 흰색으로 했는데 너무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여 검은색으로 바꾸었다.

오성윤 처음에는 ‘뭉치’와 ‘밤이’ 사이에 새끼가 태어나는 설정으로 가려 했다. 좀 더 그들의 여정을 고달프게 하고자 그들의 여정 중 갈대숲에 들어가 강아지를 낳게 하려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밤이’가 엄마가 된다면 역할이 너무 축소될 것 같았다. 사람들이 강아지를 예뻐라 하니 전략적으로 강아지를 등장시킬 생각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의도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겠더라. 그래서 전략 따윈 필요 없다, 그냥 ‘뭉치’와 ‘밤이’의 투톱 체제로 가자고 밀어붙였다.

극 중 ‘뭉치’가 크게 두 번 각성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물고 있던 테니스공을 내려놓는 것과 고라니 날고기를 먹는 지점인데, 각성 시기와 그 매개체에 대해 고민했을 것 같다.

이춘백 공을 놓는 장면은 처음부터 생각했던 거로 스토리보드 초반에 그렸던 이미지를 거의 고치지 않았다. 고라니를 먹는 모습은 여러 번 수정을 거쳤다. 날고기를 먹으니 입가에 피가 묻어야 하는데, 그를 표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었다. 내부 의견도 반반 갈리더라. 피를 지워봤는데 너무 밋밋해서 그냥 가되 최대한 거부감 없이 표현하려 했다.

오성윤 잘 봤다. 그 두 지점이 터닝 포인트이고 설계 구축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공을 내려놓는 것은 시점의 경우 ‘뭉치’가 스스로 깨닫고 버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래서 병든 개의 죽음 이후에 배치했다. 인간에게 버림받고 죽은 친구를 보며 주인이 다시 자신을 찾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확신한 거지. 이후 ‘뭉치’는 들개들이 멧돼지 사냥하는 것을 보고 흑염소를 몰고 산에 가기도 하지만 그들이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한다. 초반 갈대숲에서 날고기를 먹는 것을 주저하던 ‘뭉치’가 결국 맛있게 먹게 된다. 인간이 주던 사료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생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거지.


다음기사 바로가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설득하겠다 <언더독> 오성윤 & 이춘백 감독 ②

2019년 1월 24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사진제공. 이노기획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