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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사회성 기르고 협상력 키운다” 가천대 게임대학원 서태건 원장
2019년 2월 19일 화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시대의 100인을 만나다”

외연을 확장한다. 영화배우와 감독이 주를 이뤘던 기존의 인터뷰에서 보다 분야를 넓혀 피플 리스트를 채워 나갈 예정이다. 남다른 소신과 철학으로 우뚝 선 존재감의 이들은, 현실에 발을 붙인 흥미진진한 영화적 캐릭터에 다름 아니다. 영화 같은 자신만의 삶! 그 자체의 인문학을 들려줄 우리 시대 100인의 이야기를 전한다.

ㅡ편집자 주


한국 게임 산업 20년, 다양한 사회적 이슈 다룰 전문가 필요한 시점
한류 콘텐츠 수출 비중 60%가 게임, 업계 자부심 있어
WHO의 ‘게임 중독’ 질병 코드화는 정부가 나서서 막아줘야
게임은 사회성 기르고 협상 능력과 배려심 키우는 좋은 수단
중국 수출길 좁아졌지만 인디게임으로 산업 허리 지켜야



현안부터 질문드리고 싶다. 한국 토종 게임 기업 넥슨을 인수하기 위해 중국 기업 텐센트가 뛰어들면서 게임 업계의 촉각이 한껏 곤두선 상황이다.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웃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게임 기업이 외국 자본에 종속된다면 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자존심이 무너지는 느낌일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해외 게임 기업을 인수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됐으니… 영화업계에서 소니픽쳐스가 콜롬비아픽쳐스를 인수하고, 파나소닉이 유니버셜픽쳐스를 사들인 것처럼 국가 개념을 떼어두고 보면 한 산업이 확장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중국 기업의 약진은 분야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임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봐야겠다.
게임 산업 선진국 하면 본래 미국과 일본이었다. 게임이 온라인화되기 이전, 콘솔 기반 시장일 때부터 게임을 출시해왔기 때문에 전반적인 완성도가 높은 성향을 띤다. 그들이 게임을 잘 만드는 데에 관한 업계의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고 본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약진에 관해서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중국 게임 기업은 이제 모든 면에서 우리 기업보다 못한 게 없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외국 게임 산업까지 규제하면서 대중국 수출 역시 어려움이 많다.

우리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보는지.
기획력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인디 게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상업용 게임은 시장에서 잘 팔리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든다. 반면 인디 게임은 개발자가 재미있어서 만드는 것이다. 소재가 다양하고 사회적 문제의식이 담기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게임이 시장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 게임의 새 장르를 열곤 한다. <마인크래프트>가 그런 경우다. 대기업 몇 개가 흔들리면 게임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생태계에서 인디 게임을 장려하는 건 마치 인간의 허리를 탄탄하게 하는 일이다.

인디게임이 성장하려면 이용자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당연하다. 이용자가 그런 게임도 좋아할 줄 알아야 한다. 일본은 이른바 오타쿠 문화가 있어서 인디 게임 나름의 시장이 존재한다. 상업적이지 않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충분히 경제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디 게임 만들면 가난하게 산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웃음)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직을 3연임한 뒤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 원장으로 부임했다. 학계에서 집중해야 할 새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나라 게임 역사도 이제 20년 이상이다. 게임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는 복잡한 미디어가 됐다. 산업 초창기에는 게임을 만드는 기능적인 역할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여러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게임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들을 양성하는 교육 기관이 되는 게 비전이다.

최근 전문가가 투입돼야 할 만큼 중요한 게임 관련 이슈를 꼽아 준다면.
게임에 관한 순기능이 잘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이 마치 공부의 반대말처럼 인식돼서 자녀 교육에 신경 쓰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묘사하는 성(城) 내부에 사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웃음) 하지만 게임 중독은 아직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 몸담던 시절 게임 과몰입에 관한 상담 치료센터를 운영했다. 300여 건의 내담자 통계를 살펴보면서 알게 된 건 게임 과몰입에는 이용자의 기존 정신 질환, 가정환경, 학교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이유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를 싹 걷어내고 오직 게임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존재인 듯 몰고 가는 바람에 정확한 근거도 없이 몰매를 맞는 경우가 많다.

게임이 영화 웹툰 등의 미디어보다 이용자의 참여도가 높은 건 분명하다.
게임은 다른 미디어보다 상호작용 기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몰입도가 높다. 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 가정, 학교, 기업, 정부가 모두에게 게임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도가 요구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게임은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한류 콘텐츠 중 60%를 차지한다. 업계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이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장애 질병 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줘야 한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화부 등 각 부처가 게임에 관한 시각이 서로 다르다 보니 입장 정리가 어려운 것 같다.

게임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기자도 성인이 된 지금도 어린 시절 즐기던 사천성 같은 단순한 블록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게임을 처음 즐기던 세대가 이제는 부모 세대가 됐다. 과거보다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졌을 거라고 본다. 나 역시 게임 콘텐츠 업계에서 오래 일하면서 자녀에게 새로운 게임을 권한 부모 중 하나였다. 얼마 전 결혼한 딸은 시가 식구들 사이에서 보드게임 전도사가 됐다. 아들은 지금도 스트레스 풀기 위해 축구 게임을 한다. 게임을 가까이한다고 다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게임에 관한 긍정적인 요소를 부각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게임은 사회성, 협상력, 배려심 등 긍정적인 요소를 익히기에 충분하다.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하고 교육적인 보드게임도 많다. 두 자녀가 중, 고등학생이던 시절 ‘라이프’라는 보드게임을 함께했다. 게임의 시작은 대학을 가느냐, 가지 않느냐를 선택하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 대신 자기가 선택한 삶을 살아보면서 알게 모르게 자기들만의 깨달음을 갖게 됐을 거라고 본다.

모니터만 바라봐야 하는 온라인 게임에 비하면 보드게임은 확실히 따뜻한 느낌이다.
‘할리갈리’처럼 특정 조건을 먼저 맞춘 사람이 종을 치는 보드게임을 떠올려보자. 이런 게임은 기획 단계에서 종을 치는 대신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는 등으로 변형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생긴다. 오락성이 충분하면서도 따뜻하다. 이런 지점을 사회적으로 부각하는 게 관건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30여 년 동안 대기업, 공공기관, 학계를 거치며 누구보다 게임 관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라고 자부한다. 모든 이들의 삶 속에서 게임이 활용될 수 있는 ‘게임화’에 기여하고 싶다.

서태원 원장은…
▲1995년 : 삼성영상사업단 전략기획팀장
▲2004년 :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본부장
▲2008년 :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사업본부장 및 글로벌게임허브센터장
▲2012년 :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2018년 ~ 현재 :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 원장

사진 제공_ 서태건 원장

2019년 2월 19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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