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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무서웠지만, 꾹 참고 태연하게! <변신> 배성우
2019년 8월 29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가족 안에 침투한 악마가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혹은 형제의 얼굴을 한 채 가족 구성원을 바라본다. 구마 사제를 주인공으로 한 오컬트물이지만 <변신>은 유사 소재와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한다. 기존과 같이 악령이 몸에 들어가거나 빙의되는 것이 아닌 가까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인간을 농락하는 것. 다채로운 얼굴 지닌 배성우가 이야기의 키를 쥔 구마 사제 ‘중수’를 맡아 극을 주도해간다. 50여 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극에 녹아드는 동시에 신스틸러처럼 존재감 뽐냈던 그이지만, <변신>은 제 1 주연으로 이름 올린 작품이기에 좀 더 특별하다.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라틴어 대사를 심지어 거꾸로 외우기도 하고 커다란 콘택트렌즈를 착용해 눈이 아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힘들었던 것은? 평소 벌레 공포증이 있다고 밝힌 그는, ‘중수’가 죄책감에 사로잡힌 진중한 캐릭터였기에 지네와 쥐 등을 보고도 태연한 척해야 했다며, ‘그분’들이 가장 무서웠노라고 털어놓는다.


평소 공포 영화를 잘 못 본다고 하던데, <변신>은 어떻게 봤나.
<변신>은 직접 출연했으니 민망하기도 하고 진땀 흘리면서 봤다. 보통 후시 녹음하면서 또 기술 시사를 통해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살피는 편인데 이번엔 진짜 시사회 때 처음 본 거라 더 그랬다. 원래는 공포물을 잘 봤는데 삼십 대 초반에 1973년 작인 <엑소시스트> 감독판을 보고 깊은 후유증에 시달린 후부터 보기 싫더라. 분장과 특수 효과 등이 어설퍼 다 티 나는데도 영화의 공기 자체가 어찌나 무섭던지! 당시 같이 봤던 친구들이 무섭다고 다 일찍 집에 갔을 정도였다. 이번 <변신>은 제 1 주연이라 참고하고자 <컨저링> 등 공포 영화를 찾아봤는데, 그 메커니즘을 알게 되니 더 이상 무섭지 않더라.

장르적 쾌감을 불러오는 <변신> 만의 메커니즘을 꼽는다면.
악마가 가족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 특수 효과로 단순히 공포 형상을 그리는 게 아닌 상황과 관계 속에서 변신하는 게 장르적 쾌감이라고 본다. 또 몰입도가 상당히 높고 때때로 탄식 같은 웃음도 포진돼 있다.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제안받고 선뜻 OK 한 건가.
작년 초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처음엔 소재가 뜬금없이 느껴진 반면 신선하기도 했다. 구성이 잘 짜여 있어 몰입돼 읽었는데 당시 드라마 <라이브> 촬영 중이라 바로 결정할 수 없었다.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봤지만,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 다른 배우를 찾아 진행하는 게 어떻겠냐고 거절 아닌 거절을 했는데 다행히 기다려 주셨다. 이후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아 평소 스타일대로 각색하면서 처음과 변한 부분이 꽤 많다.

썩? 내키지는 않았나 보다. (웃음) 달라진 포인트는.
기다리게 할 수 없어서 그런 거니 오해 말라. (웃음) 원래 시나리오는 사건 중심적인 면이 강했고 좀 더 방대했다. 각색을 거쳐 가족 중심으로 이야기가 들어오면서 단출해졌고 또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정서적인 면이 부각됐다. 이전이 차가운 시선이었다면 좀 더 뜨겁게 시선으로 변했다고 할까. 그리고 굳이 구분하자면 ‘중수’(배성우) 역시 좀 더 죄책감을 지닌 인물로 다소 캐릭터가 무거워졌다. 덕분에 쥐나 지네 등 벌레를 보고도 태연하고 숙연한 모습을 보여야 해서 힘들었다.

아, 벌레! CG가 아닌 실제였나?
지네와 쥐 등 특별 동물? 전담 캐스팅 팀이 있다. 극 중 문을 여는 순간 그들(쥐와 지네)을 접하게 되는 장면이 있다. 말했다시피 ‘중수’가 과묵한 성격이라 수선 피우거나 놀라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됐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깜짝 놀랐다. 평소 벌레 공포증이 심하거든. 다리가 많거나 갈색의 그분들…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이 안 된다. 게다가 그분들께 디렉션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니 편하게 내 쪽으로 이동해 오는데 정말..게다가 쥐와 지네가 가끔 싸우기도 하고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다. 특히 지네가 존재감 갑이었다. 쥐는 나중에 좀 편해지더라.

듣는 것만도 오싹하다.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좀 전에 말했듯 벌레와 쥐를 영접하는 게 제일 큰 미션이었고, 그 외 변신하는 과정에서 특수 분장을 했는데 당시 미세 먼지가 심해서 고생했었다. 또 콘택트렌즈가 커서 착용 시 좀 아팠다.

감정 연기는 어땠나.
우리 영화가 호러 장르면서 서스펜스의 성격이 강하고 뜨거운 정서로 마무리된다. 형 ‘강구’(성동일)와 대립하는 부분은 (동일) 선배가 워낙 주고받기를 잘하는 스타일이라 재미있고 짜릿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어떻게 어우러질지, 이건 배우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다소 걱정됐던 것 같다. 그만큼 기대도 컸었고.

데뷔작 <공모자들>(2012)과 최근작 <반드시 잡는다>(2017)까지 김홍선 감독이 스릴러에 강한 면을 보여왔다. 함께 작업해 보니 어떻든가. 천재스럽다고 표현한 배우도 있던데.
굉장히 순수하고 에너제틱한 분이다. 요즘 뽀글이 파마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덕분에 아주 귀여워 지셨다.(웃음) 또 그간 함께 작업했던 사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성실하고 정말 열심히 하는 분이다.
 <변신> 스틸컷
<변신> 스틸컷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2015) 이후 사제와 오컬트 장르에 대해 관객의 눈이 두루두루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웃음) <변신>과 ‘배성우’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일단 캐릭터 적으로 다르다. ‘중수’가 구마를 행하는 신부이지만, 한편으로 가족 안에서 삼촌 위치에 있다. 악령과 맞서고 물리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우리 영화는 가장 편안한 장소인 집 안에서, 세상에서 누구보다 의지가 될 가족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심리적 공포가 크다. 어떻게 보면 가족극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외양적으로 사촌 중 사제가 있는데 그도 아주 평범? 한 모습이고 또 젊은 신부부터 노 신부까지 그 연령대도 다양하다. 모든 사제가 강동원 같을 수 있겠나!

연기하는데 사제인 사촌의 도움을 받았는지.
사촌보다 라틴어를 가르쳐준 선생님이 신학교 출신이라 그에게 내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부의 길을 포기한 이유를 물으니 ‘거룩하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그분들 사이에선 은유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영화 대사에 삽입했다. ‘중수’가 환속 신청할 때, 그 이유로 ‘거룩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혹시 기억나는지?

오, 듣고 보니 기억이 날 듯하기도. (웃음) 라틴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사 외우는 데 힘들었겠더라. 거꾸로 말하지 않나.
라틴어 대사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후반부 회초리로 때리는 장면이 힘들었다. 그때 구마하면서 외운 게 라틴어로 된 기도문을 거꾸로 한 거라 정말 글자 하나하나 외워야 했다. 의미나 뉘앙스도 모른 채 말이다. 그 부분에선 NG도 좀 났었다. 또 촬영 전날 걱정하면서 잠들었는데 막상 한 번에 OK 한 장면도 있었다. 누가 수면학습법이라고 하더라. 걱정하면서 자면 나름 외워지는 효과가 있다면서 말이다. (웃음)
 <변신> 스틸컷
<변신> 스틸컷

사실 사제라는 게 어떤 장르에서나 흔하게 등장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배우로서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을 것 같은데, 준비 과정은.
말한 대로 호기심이 컸다. 아주 신선한 소재는 아니지만, 또 쉽게 접하기 힘든 캐릭터니 말이다. 다큐멘터리 영상 등 이런저런 자료 찾아보면서 내가 이런 것도 하는구나 싶어 혼자 웃기도 했다. 오프닝의 구마 의식 장면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했었다. 국내 영화 중 가장 잘 표현된 영화가 바로 <검은 사제들>인데 거기선 의식을 돕는 보조 사제가 있는데.. 나는 혼자? 이런 생각도 들더라. 찾아보니 보조 사제 없이 행하기도 한대서 안심했다. 이렇게 자잘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성에 신경을 많이 썼다. 또 외국에선 뛰어다니면서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해서 나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감독님이 좀 더 우아한 모습이면 좋겠다고 말리셨다. (웃음)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형 ‘강구’(성동일)네 가족과 과거 갈등이 있어 보이는데, ‘중수’(배성우)의 전사가 따로 마련되진 않았다. 설정과 서사에 있어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전사를 직접 보여주긴 보다는 대화와 분위기를 통해 보여주려 했다. 인간을 현혹하기 위해 익숙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우리 영화의 핵심인데 진짜 가족과 악마가 변신한 구성원 사이 후반부에 다소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빙의 혹은 악마가 몸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거로, 즉 동일 인물 둘이 같은 공간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군! 헷갈렸던 일인 추가다! (웃음) 가벼운 질문 하나 하자면, 초현실적인 존재를 믿는 편인가.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아직까지 실체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보통 가위에 눌리면 무언가 희미하게 보인다는데 가위 전문가라고 할 정도로 무수히 눌려봤는데도 못 봤다. 단지 몸을 움직이는 못하는 상황만 경험했다. 극 중 꿈속에서 ‘중수’ 얼굴로 피가 떨어지는 장면이 있다. 꼼짝 못 한 채, 최대한 눈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피를 뚝뚝 맞는 신인데 잘 찍을 수 있었던 게 가위눌린 경험 덕분인 것 같다. 그런데 가위눌리는 것도 나이 먹으면서 덜해지더라.

마지막 질문!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지금 박철환 감독님의 <출장수사> 촬영 중이다. 수사 차 출장 가게 된 형사 이야기이다. (헤어스타일을 가리키며) 지금 쿠킹호일파마한 것도 촬영 때문이다. 그동안 형사를 여러 번 맡아 의상이나 분장 등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준비한 거다. 내가 너무 멋있게 보이면 안 된다고 하니, 전혀 멋있지 않으니 걱정 말라더라.(웃음) 또 실화를 바탕으로 한 <보스톤 1947> 도 준비 중이다. 태극기 달고 열심히 뛰어 보련다.


2019년 8월 29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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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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